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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Trend Report | 구 기자의 캐치 업

하늘을 읽으면 매출이 보인다

글·구희언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유니클로 제공

2013. 11. 07

‘내일 뭐 입지?’가 아닌 ‘내일 뭘 팔지?’가 고민인 기업에게 날씨는 또 하나의 영업 사원이다.

하늘을 읽으면 매출이 보인다


‘야, 후리스 대박. 빨리 질러.’
친구로부터 메시지를 받고 유니클로 홈페이지에 접속했을 때는 이미 예쁘거나 무난하다 싶은 컬러의 제품은 XL 사이즈만 남은 상태였다. 쌀쌀한 날씨에 아우터로 입거나 점퍼 안에 내피로 입기 좋은 플리스(Fleece : 양털같이 부드러운 직물) 제품군이 반짝 할인을 시작한 10월 18일 오후의 이야기다. 유니클로는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남성·여성용 후리스 제품 일부를 할인 판매했다. 정가 2만9900원에서 여성용 플러피 후리스 풀집 재킷은 1만원 할인, 남성용 후리스 제품은 5천원 할인이 적용됐다.
소비자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는 ‘유니클로 후리스’였고, 특히 여성용 제품의 할인 폭이 커 품귀 현상을 빚었다. 명동 유니클로 매장은 후리스를 사려는 손님들로 가득 찼다. 점원들은 옷을 정돈할 엄두도 못 낸 채 있는 대로 제품을 꺼내 진열장을 채우기에 바빴다. 여성용 제품이 일시 품절되자 아쉬운 대로 남성용 S 사이즈를 사가는 여성도 있었다.
유니클로는 매월 특정한 아이템을 골라 할인 판매를 진행하지만, 이번 행사는 가을비가 내린 후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와도 맞물려 인기를 끌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처음부터 1년 이상의 장기적인 판매 계획을 세운다. 정확한 판매량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좋은 편”이라고 답했다.
우리에겐 ‘내일 우산을 챙길까, 말까’ 정도의 영향력을 주는 날씨 예보가 유통업계에는 수익과 직결되는 중요한 정보로 통한다. 특히 한 시즌 이상 앞서 제품을 준비하는 의류업계는 날씨 변화에 예민하다. 간절기를 겨냥해 트렌치코트를 전략적으로 내놓았는데 강추위가 한발 빨리 찾아온다면 재고만 쌓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날씨 정보를 기업에 활용하는 ‘날씨 경영’에 주목하는 기업이 늘면서 ‘날씨경영인증제도’도 생겼다. 기상청과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이 2011년 말 도입해 4회째를 맞은 이 제도는 반기마다 기상 정보를 활용한 기업을 선정해 인증서를 수여한다. 주요 심사 포인트는 날씨 경영으로 실제 수익이 발생했는지, 경영자가 기상 정보에 대한 중요성을 어느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지 등이다. 배달 차량의 온도를 날씨 예보를 통해 조절하고 배달 음식 주문이 많아지는 장마철과 겨울철을 공략해 전년 대비 20% 이상의 매출 신장을 이뤄낸 장충동왕족발, 5년간 1백69개 지역의 일별 매출과 기상 자료를 통계로 낸 ‘날씨판매지수’를 마케팅에 활용해온 SPC그룹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 등이 식품업계에서 ‘날씨경영인증’을 받았다.
그간 편의점에서 손 가는 대로 샀다고 생각했던 음료·아이스크림 판매율에도 어김없이 날씨의 입김이 서려 있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기온이 6~10℃일 때는 소주가, 그보다 낮은 0~5℃일 때는 양주가 많이 팔린다고 한다. CU에 따르면 25∼30℃의 날씨엔 아이스크림이 제일 잘 팔리고, 30℃를 넘어서면 음료가, 그보다 더워져 35℃를 넘어서면 음료와 얼음의 매출이 크게 오른다고 한다. 우리의 소비 생활은 ‘지름신’이 아닌 ‘하늘’이 좌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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