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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꽃보다 언니! 16박 17일 남프랑스 자동차 여행기

글&사진·한온자 해외여행 카페 ‘그레이스&여행친구’ 운영자

2013. 10. 01

구름을 머리에 이고 수줍게 피어 있는 야생화에 마음을 빼앗기다 만난 남프랑스의 크고 작은 마을들. 어느 곳 하나 빠지지 않는 고유의 색깔로 우리를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여자 10명이 직접 자동차를 운전해 16박 17일의 장정을 무사히 마쳤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우리가 해냈다!

꽃보다 언니! 16박 17일 남프랑스 자동차 여행기


보고 싶은 데서 멈추면 되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그때그때 현지 사정에 따라 일정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자동차 여행의 장점이다. 특히 고속도로와 지방도로가 그물망처럼 연결돼 접근성이 뛰어난 유럽은 자동차 여행에 안성맞춤이다.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참가자가 전부 여자라는 것. 우리는 해외여행 카페 ‘그레이스·여행친구(http://cafe.daum.net/ gracetourfriends)’를 통해 만났다. 10명이 모이고 보니 나이는 30대가 1명, 50대가 6명, 60대도 3명이나 됐다. 여자들끼리, 자동차로, 현지 가이드도 없이, 낯선 땅에서, 16박 17일. 가능할까? 이런 걱정을 뒤로하고 모두들 한번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부딪쳐 해결해나갈 수밖에.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난 지금, 모든 게 기우였음을 알았다. 여자 10명이 똘똘 뭉쳐 낯선 환경에서 맞닥뜨린 크고 작은 일들을 해결해가며 환상적이고 드라마틱한 여행을 완성했다.

남프랑스의 관문 Nice Airport

꽃보다 언니! 16박 17일 남프랑스 자동차 여행기


인천 공항을 출발해 프랑스 파리를 거쳐 니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출국 전 사전 모임을 갖긴 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여행에 합류한 이들도 있었다. 앞으로 17일간 운명 공동체가 됐다는 연대감에 약간의 서먹함도 금세 사라졌다. 니스 코트 다 쥐르 공항까지 총 비행 시간 13시간 30분. 한국에서 예약해둔 렌터카 회사 사무실로 가 6인승 승합차 2대에 나누어 탔다. 1호차 운전자는 유럽에서 운전을 해본 경험이 있었지만 프랑스는 처음이고, 2호차 운전자는 외국에서의 운전 경험이 전무했다. 경험상 차를 인수해 숙소까지 가는 첫 루트가 가장 힘들다. 손에 익지 않은 차를 운전하며, 한국과는 다른 도로와 신호 체계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차로에 진입할 때 바닥에 정지선이 있으면 일단 멈춘 뒤 먼저 주행 중인 차량에게 양보해야 하고, 정지선이 없으면 진입하는 차량에게 우선권이 있다는 것을 한참 뒤에야 알았다. 또 이곳에서는 전조등을 켜는 것이 우리와 반대로 ‘먼저 가라’는 양보신호인 줄 몰라서 상대 운전자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교차로에서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방향을 미처 잡지 못해 엉뚱한 길로 갔다가 되돌아오기를 여러 차례.
특히 고속도로 주행 시 출구를 잘못 빠져나가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두 차의 간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한국에서 준비해 간 무전기가 한 몫 했다. 어색함을 무릅쓰고 “2호차 나오라, 오버” “5km 주행 후 우측 출구로 함께 빠져 나간다”라고 외치고 대답하며 방향을 잡았다. 한 번은 무인 톨게이트에서 기계 고장으로 카드를 빼지 못한 상태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한참을 가다 요금정산소가 나왔는데 카드가 없으니 비용을 정산할 수가 없었다. 근처 관리사무실로 달려가 자초지종을 알리니, 다섯 배의 벌금을 내란다. 우리는 기죽지 않고 “무슨 소리냐. 제때 기계를 손봐놓지 않은 당신네 잘못 아니냐”고 항변해 결국 정상 요금만 내고 무사 통과했다.
이렇게 좌충우돌하며 하루 이틀이 지나자 어느새 현지 상황에 익숙해져 편안하게 운전을 할 수 있었다. 도착 첫날 니스 코트 다 쥐르 공항에서 차량을 빌려, 출국 직전 파리 오를리 공항에 반납하기까지 우리의 주행거리는 3366km에 달했다. 서울~부산을 세 번 왕복하는 거리에 해당된다. 그것도 초행길을.



★Travel Tip
해외에서 렌터카 이용 시 주의 사항
해외에서 자동차 여행을 하려면 주 운전자뿐 아니라 보조 운전자도 한국운전면허증, 국제운전면허증을 지참해야 하며, 렌터카 결제는 반드시 주 운전자의 신용카드로 한다. 렌터카 이용비 외에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차량 훼손 등을 감안한 보증금도 미리 책정해놓는다. 차량은 예약한 종류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대부분 동급 차량을 배정한다. 차를 인수할 때 차의 상태를 회사 직원과 함께 꼼꼼히 점검해야 나중에 인도할 때 분쟁을 막을 수 있다. 또 연료가 휘발유인지 경유인지 확인해야 대부분 무인 주유소로 운영되는 현지에서 연료 보충 시 혼란을 피할 수 있다.

향수의 마을 Grasse,
중세 성곽도시 Saint Paul de Vence,
도시국가 Monaco

본격적인 남프랑스 여행은 향수의 마을 그라스에서 시작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에서 천재 조향사 그루누이가 향수 제조 기술을 익히는 바로 그곳이다. 소설로 유명해지기 훨씬 전부터 이곳은 풍부한 일조량과 적절한 기온 덕분에 넓은 초원에 핀 싱싱한 꽃들을 재료로 세계 최고의 향수를 제조했다. 18세기 로코코 화풍을 추구한 이곳 태생 미술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이름을 딴 향수 박물관에 들러 손때 묻은 기계와 도구들을 보고 독특한 향을 테스트해보기도 했다.
루 강이 지중해로 흘러들기에 앞서 형성된 루 협곡의 시원한 물줄기를 감상하며 도착한 곳은 중세의 성곽도시 생 폴 드 방스. 성문으로 들어서자마자 바닥이 자갈로 장식된 그랑 거리가 펼쳐진다. 길 양옆으로 창가에 꽃을 장식한 예쁜 집과 가게들이 조르르 붙어 있다. 특히 이곳 간판은 한눈에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기능성과 예술성을 갖춰 마치 조각 작품인 양 모두들 사진 찍기에 바빴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플라타너스 사이로 언덕 아래 마을이 나타난다. 생 폴 드 방스는 오래전부터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아온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마을 입구의 유서 깊은 숙소인 ‘콜롱브 도르’(황금 비둘기란 뜻)에서 피카소, 모딜리아니, 장 콕토, 사르트르가 머물며 작품 활동을 했고, 가수 이브 몽탕은 이곳 테라스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예정에 없었지만 일행 중 꼭 가보고 싶어하는 이가 있어 우리는 즉석에서 모나코를 코스에 추가했다. 총면적이 2㎢밖에 안 되지만 카지노와 관광 산업으로 부를 누리고 있고, 왕가와 함께 유명 인사들의 사교장으로 주목을 받는 나라다. 몬테카를로의 그랑 카지노는 슬쩍 눈요기만 하고 왕자가 거주하며 정부 청사로도 이용되는 언덕 위 왕궁 ‘모나코 빌’에 올라가 지중해를 바라보았다.

꽃보다 언니! 16박 17일 남프랑스 자동차 여행기


1 남프랑스 초원에서 ‘꽃보다 언니’ 10명이 의기투합한 모습.
2 프랑스 무인 주유소에서 직접 주유를 하다.
3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차량 내부.
4 생 폴 드 방스의 골목.

마티스의 고향 Nice,
영화제의 도시 Cannes,
대표 음식 부야베스 Marseille,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전설 Ile D’If

꽃보다 언니! 16박 17일 남프랑스 자동차 여행기


꽃보다 언니! 16박 17일 남프랑스 자동차 여행기


다시 니스로 돌아와 마티스 미술관을 찾았다. 때마침 ‘마티스 여름 특별전’이 막 시작됐다. 20세기 ‘야수파의 거장’ 앙리 마티스는 니스에 37년이나 살았다. 그가 기증한 작품들을 토대로 1963년에 설립된 미술관은 원래 17세기에 지어진 이탈리아식 별장으로, 별관을 증축해 1993년 재개관했다. ‘푸른 옷을 입은 피아니스트’ ‘석류가 있는 정물’ 등 회화 작품과 함께 그가 후기에 몰두했던 종이 오려붙이기 작품 ‘갈대밭의 목욕’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의 마티스 조각 컬렉션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네치아, 베를린과 함께 세계 3대 영화제가 열리는 도시 칸에 도착했을 때는 한낮의 열기로 도시 전체가 달아오른 듯했다. 우리는 해변으로 달려가 발을 담그고 모래사장을 걸었다. 일행 중 한 명이 결국 옷을 입은 채 바다에 뛰어들었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작은 섬, 바위 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젊은이들을 보고 용기를 낸 듯하다. 이어 60대 후반의 큰언니가 섬을 향해 헤엄을 쳤다. 왕복 150m가 넘는 물길을 다른 이들의 걱정과 부러움을 뒤로한 채 무사히 다녀온 두 사람에게 우리는 큰 박수를 보냈다. 그러고 나서야 빨간 카펫이 깔린 건물 계단이 눈에 띄었고, 여기저기 영화 관련 포스터와 전시물들이 보였다. 거리의 손바닥 동판에서 한때 우리 가슴을 설레게 했던 배우의 이름을 찾아보며 소녀들처럼 즐거워했다.
마르세유에 도착해 휴식을 취하고 다음 날 이프 섬으로 향했다. 이번엔 차를 호텔에 두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항구까지 가기로 했다. 대중교통은 주차 고민도 없고 가까이에서 현지인들과 만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마르세유 항구에서 남서쪽으로 3km쯤 떨어져 있는 이프 섬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무대. 주인공 단테스가 아무 죄도 없이 14년간 갇혀 있던 장소다. 원래는 항구를 방어하기 위한 요새였으나 16세기 정치범들을 수용하는 감옥으로 악명을 떨친 후 지금까지도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고기잡이배와 여객선이 드나드는 프랑스 최대 항구에선 ‘2013 여름 유럽 재즈 페스티벌’을 앞두고 리허설이 한창이어서 잠시 신나는 리듬에 몸을 맡길 수 있었다.
드디어 그 유명한 마르세유 토속 음식 부야베스(Bouillabaisse)를 먹어볼 시간. 여행 중 그 지방 특유의 음식을 맛보는 식도락을 빼놓을 수 없다. 부야베스란 마르세유 인근 바다에서 잡은 4가지 이상의 생선과 조개 등을 넣고 푹 고아 만든 음식으로 수프와 샐러드를 먹은 후 빵을 곁들여 와인과 함께 맛보게 되는데, 육수를 만들 때 가미하는 재료에 따라 새콤하거나 부드러운 맛이 나기도 한다. 코스로 주문한 이 메뉴의 가격은 1인당 50~60유로(약 7만5천~9만원)로 비싼 편이지만 항구 옆 근사한 식당에서 현지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1 마르세유 이프 섬.
2 마르세유 토속 음식 부야베스 코스 요리.

세잔의 고향 Aix-en-Provence,
언덕 위 중세 마을 Gordes,
옛 교황청 흔적 Avig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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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상프로방스는 ‘현대 회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폴 세잔의 고향이다. 우리는 세잔이 생애 최초이자 최후로 소유했던 아담한 2층 건물의 작업실을 찾아갔다. 그는 이 작은 마을에서 단짝 에밀 졸라와 쏘다니며 자랐고 그 기억을 고스란히 화폭에 담았다. 풍경을 하나의 통일된 전체로 단순화해 ‘현대 회화를 추상화로 이어주는 가교’ 노릇을 했던 위대한 화가의 화실은 지극히 소박했다. 하지만 산과 소나무와 함께 그가 즐겨 그린 과일, 화병 같은 오브제를 통해 오래전 이곳에서 고독하게 예술혼을 불태웠을 화가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언덕 위 마을 고르드는 중세도시의 고즈넉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16세기에 지어진 성과 광장 주변으로 펼쳐진 한적한 골목을 기웃거리다 보면 어느새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집은 모두 돌로 지어졌는데, 반드시 이곳 재료를 이용하도록 법으로 정해놓았다고 한다. 10분 남짓 거리에 있는 세낭크 수도원도 빼놓으면 후회할 곳. 12세기 지어진 이 수도원은 청빈, 겸손, 절제 등을 엄격히 지킨 수도사들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이다. 1854년 트라피스트 수도회에서 매입한 후 지금도 여전히 수도원의 기능을 다하고 있다. 앞마당에 펼쳐진 드넓은 라벤더 밭은 막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해 보라색 장관을 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다.
‘아비뇽의 유수’ 사건 이후 로마 교황청이 자리 잡았던 아비뇽에는 유럽 고딕 양식 건물 중 가장 귀족적이라 일컬어지는 교황청 건물이 있다. 14세기 기독교 중심지이자 9명의 교황이 거쳐간 유서 깊은 곳이다. 하지만 화려했던 교황청 유물은 프랑스대혁명 때 모두 약탈당했다고 한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견고한 성은 외부 침입에 대비한 요새의 성격이 강했다. 12세기 후반 론 강에 세워진 생베네제 다리는 22개 교각에 길이가 900m에 달하는 돌다리였으나 전쟁과 홍수로 파괴되고 현재는 4개의 아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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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309∼1377년까지 로마 교황청이 이전해 있던 아비뇽 교황청.
2 언덕 위 중세 마을 고르드.
3 엑상프로방스의 폴 세잔 화실.
4 아비뇽에서 만난 어느 노부부.

유령의 요새 Les Baux de Provence,
프랑스의 베니스 L’Isle sur la Sorgue,
고흐의 발자취 Ar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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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뇽에서 30km 남쪽으로 주홍빛 개양귀비가 하늘거리는 길을 달리면 넓은 평원의 우뚝 솟은 바위산에 세워진 도시 레 보 드 프로방스가 나온다. 흰색 석회암 지형인 이곳은 중세 남프랑스에서 가장 세력을 떨쳤으나 지금은 옛 영화를 뒤로하고 광활하게 펼쳐진 올리브 밭 가운데 부서진 성채와 예배당, 탑들만 남아 있어 ‘유령의 요새’라 불린다. 아를로 가는 길에 릴 쉬르 라 소르그란 작은 마을에 들렀다. ‘프랑스의 베니스’란 애칭답게 운하를 사이에 두고 앤티크 숍이 줄지어 서 있고 군데군데 노천 카페가 있다. 주말에만 열리는 프랑스 3대 골동품 시장에서 고가구·찻잔·주전자 등 주방 기기, 생활용품, 빛바랜 사진, 엽서, 악기 등을 보니 나도 모르게 수백 년 전 옛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아를은 빈센트 반 고흐의 영혼이 쉬고 있는 곳이다. 우울하고 광기 어린 삶을 살던 고흐가 이곳에서 잠시나마 행복을 느끼며 3백여 점의 그림을 남겼다. 고흐와 관련된 장소는 길바닥에 노란 화살표로 표시돼 있어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그가 자주 들렀다는 ‘밤의 카페’와 귀를 잘라내고 입원한 병원이 있던 도심을 둘러보고, 작품 속 도개교가 있는 외곽의 평원을 찾아갔다. 일명 ‘고흐 다리’까지 가는 길은 따사로운 햇볕 아래 살랑거리는 미풍과 부드럽게 물결치는 드넓은 밀밭이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예술가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움직여 훌륭한 작품이 탄생하게 만든 힘은 바로 아름다운 남프랑스의 자연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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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릴 쉬르 라 소르그 주말 골동품 시장.
2 아를 민속 축제에서 만난 소녀들.
3 아를 외곽에 있는 고흐 작품 속 도개교.

자연 보존 지역 Camargue,
성벽 도시 Aigues-Mortes,
유럽 최대 요새 Carcasso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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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를까지 갔다면 론 강 삼각주에 위치한 카마르그 습지도 꼭 들러보자. 이 자연 보존 지역엔 5백 종에 달하는 조류가 살고 있는데, 특히 겨울철에 날아와 집단 서식하는 홍학의 무리가 장관이다. 그 밖에 옛 카마르그 목동들이 타던 흰색 조랑말 목장도 자주 눈에 띈다. 좀 더 시간이 허락된다면 작은 운하를 낀 오솔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려보고 싶었다. 이곳의 주인인 새들과 더불어…. 인근에는 성벽 도시 에그모르트가 있다. 루이 9세 때 강력한 왕권의 상징으로 지어진 무역 항구로,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지붕들로 이어진 도시의 모습과 조망이 멋지다. 여기서 맛본 남프랑스 별미 중 하나는 홍합 요리. 토마토, 크림, 치즈 소스로 각각 맛을 달리한 홍합 요리 때문에라도 꼭 다시 오고 싶어진다.
다음 방문지는 유럽 최대의 요새 도시인 카르카손. 동화 속 중세도시 같은 이곳의 라 시테 지구는 52개의 석탑이 견고한 두 겹의 성벽에 둘러싸여 있다. 십자군전쟁 등으로 대부분 훼손됐으나 19세기에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했다고 한다. 성 남쪽 생나제르 성당의 하이라이트는 예배당 날개 부분으로, 13~14세기에 만들어진 우아한 고딕 양식의 창이다. 조명으로 한층 멋진 분위기를 연출하는 성채를 밤에 꼭 올라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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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럽 최대 요새 도시 카르카손 성.
2 감칠맛 나던 에그모르트의 홍합 요리.
3 자연 보존 지역 카마르그 습지.
4 카르카손 ‘라 시테 지구’ 집 창가.

성모 마리아의 기적 Lourdes,
순례의 마을 Rocamadour,
아침 시장의 흥겨움 Sarlat la Can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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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언니! 16박 17일 남프랑스 자동차 여행기


피레네 산맥 깊숙이 자리 잡은 세계적인 성소 루르드. 1858년 열네 살 소녀가 동굴에서 성모 마리아를 18번이나 만났고, 샘의 물로 많은 이들의 병이 나았다고 전해져 1865년 교황청이 ‘기적’의 장소로 인정했다.
절벽 위에 지어진 로카마두르는 순례의 마을로 유명하다. 깊은 산과 계곡이 주는 멋진 경치에 즐거워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성으로 향하는 길 양옆엔 수세기 전부터 이곳을 찾던 순례자들을 위한 숙소와 그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공급해주었을 가게들이 현대적으로 탈바꿈해 있다. 1172년부터 1백26가지 종교 기적이 일어났다고 기록된 성소에 도착하려면 2백16개의 계단을 통과해야 한다. 곳곳에 성모 마리아를 기리는 예배당과 부속 건물이 있는데 그중 생소베르 교회와 생아마두르 지하 예배당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사를라 라 카네다 역시 중세 시대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로 12세기에 세워진 생사세도 성당, 분수 정원 등 유적지가 유명하지만 이곳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수요일과 토요일 아침 광장에서 열리는 시장이다. 신선한 채소, 과일, 와인, 치즈, 버섯, 푸아그라 등 먹을거리가 풍성하다. 우리는 당도 높고 가격까지 착한 체리, 살구, 복숭아 등 과일을 한 상자씩 구입해 차에 나누어 실었다. 맛있는 과일을 먹으며 긴 여행의 피로를 푸는 것, 다녀본 사람만 안다. 점심 메뉴의 전채요리는 아침 장에서 구입한 푸아그라를 바른 바삭한 빵. 역시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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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카마두르 성 십자가의 길 ‘십사처’.
2 ‘성모 마리아의 기적’의 장소인 루르드 동굴.
3 로카마두르 성 입구.
4 사를라 라 카네다의 중심 광장.
5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인 식도락. 남프랑스 여행은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맛있는 음식에 대한 추억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6 사를라 라 카네다의 아침 시장.

★Travel Tip
남프랑스 자동차 여행, 4개월 전부터 준비
출국 날짜는 6월 18일이었지만 우리는 4개월 전인 2월 중순부터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남프랑스는 전 세계 관광객들로부터 사랑받는 여행지여서 시기를 잘 골라야 한다. 우리의 일정은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시작되는 준성수기와 여름휴가철인 성수기에 걸쳐 있어서, 하루라도 빨리 예약해야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먼저 주제에 맞는 방문 지역과 도시를 정하고, 주행 거리를 일일이 계산해 루트를 짠 후 전체 일정을 확정했다.
여행 경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미리 구입할수록 유리한 비행기 표는 제일 먼저 출발과 도착 날짜에 맞게 사고, 현지 렌터카 회사를 통해 인원에 맞는 차량을 예약했다. 자동 기어 차량이 수동에 비해 렌트 가격이 조금 더 비싸다.
다음은 숙박 문제. 유럽의 숙박 시설은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되는데, 특히 남프랑스 지역은 4~5개월 전부터 예약을 서둘러야 원하는 지역에 좋은 가격으로 잡을 수 있다. 호텔 외에 주방 시설을 갖춘 아파트형으로 숙소를 정하면 현지에서 장을 봐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 재미를 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행 시 발생할지도 모를 사고, 도난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여행자 보험 가입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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