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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15년 차 걸그룹의 좋은 예 Fin.K.L.

글·권이지 기자 | 사진·문형일 기자, SBS, MBC, EMK뮤지컬컴퍼니, B2M 엔터테인먼트 제공

2013. 06. 18

올해 데뷔 15주년을 맞는 핑클 멤버 4인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하루아침에 수많은 스타들이 뜨고 지는 연예계에서 한결같은 인기를 유지하는 이들만의 매력.

15년 차 걸그룹의 좋은 예 Fin.K.L.


1990년대 말 뭇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독보적인 존재감의 걸그룹이 있다. 슈·유진·바다로 구성된 S.E.S.와 성유리·이진·이효리·옥주현으로 구성된 핑클이다. S.E.S.가 노래 ‘Dreams come True’처럼 몽환적이고 요정 같은 이미지로 어필했다면, 1998년 ‘블루레인’으로 데뷔한 핑클은 ‘내 남자 친구에게’ 등의 노래로 옆집 여동생 이미지로 등장해 보이그룹 일색이던 가요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2002년 무렵 S.E.S.가 계약 문제로 5집 앨범을 끝으로 해체하고, 핑클마저 2003년 4집 앨범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잠정 중단하면서 이들의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핑클은 이들 스스로 해체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실제로 네 멤버는 각자의 자리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옥주현은 솔로 데뷔 후 뮤지컬 배우로 변신했고, 이효리 역시 솔로 데뷔 후 꾸준하게 가수 활동을 하고 있다. 성유리와 이진은 배우로 활동 중이다.

이효리 섹시 가수에서 싱어송라이터로!
5월 21일 정오 이효리(34)가 3년 만에 새 앨범 ‘MONOCHROM’을 공개했다. 이에 앞서 5월 6일 선공개한 ‘미스코리아’는 이효리가 직접 작곡한 곡으로 싸이의 ‘젠틀맨’과 조용필의 ‘바운스’를 누르고 순식간에 음원 차트를 석권했다. 이효리는 불안한 미래와 사람들의 시선에 대해 희망을 전하기 위해 곡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제까지 해왔던 힙합이나 섹시 댄스와는 다른 어쿠스틱한 분위기가 눈에 띈다.
이번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인 ‘배드 걸’은 노르웨이의 작곡가 팀인 ‘뮤직디자인’의 작품이다. 이들은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I got a boy’로 우리 귀에 익숙한 멜로디를 선보인 바 있다. 앨범에는 총 16곡이 수록돼 있으며 힙합 가수 빈지노, 허니지의 박지용, 개그우먼 안영미를 비롯, 반려견 순심이까지 피처링에 합류했다.
핑클 리더였던 이효리는 그룹 활동을 중단한 이후에도 가수로서 입지를 굳건히 해왔다. 2003년 ‘10minutes’이 수록된 첫 번째 솔로 앨범 ‘STYLISH...E hyOlee’는 15만 장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그는 첫 앨범으로 같은 해 각종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효리의 말과 패션은 ‘효리 신드롬’을 불러일으켰고 CF 출연 요청이 쇄도했다. 섹시하고 건강한 이미지에 솔직함까지 무장해 ‘해피투게더 시즌1-쟁반노래방’에서 MC를 맡기도 했다.
2006년 솔로 2집 앨범인 ‘Dark Angel’을 발매한 그는 타이틀곡 ‘Get Ya’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Do Somethin’을 표절한 의혹으로 넉 달 만에 공식 활동을 마무리하며 가수 활동에 위기가 찾아왔다. 그때 그는 예능으로 눈을 돌렸다. ‘해피투게더 시즌2-프렌즈’ ‘일요일이 좋다’ ‘상상플러스 시즌2’까지 출연했다. 2008년에는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하며 유재석과 함께 가수로는 최초로 SBS 연예대상을 받았다. 또한 2008년 발매한 앨범 ‘It’s Hyorish’의 타이틀곡 ‘유 고 걸’로 가수로서도 다시금 재기했다. 그러나 2010년 4집 앨범 ‘H-Logic’의 수록곡 6곡이 다시 표절 시비에 휘말리며 활동을 접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심리적 안정을 위해 자선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에게 행동가로서의 면모가 새롭게 나타났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회원으로 매달 후원금을 보내고, 아산에 위치한 유기견보호소를 찾아 자원봉사를 했다. 순심이와 고양이들을 입양해 함께 사는 이효리는 2012년 5월 순심이와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제목은 ‘가까이’. 2011년 11월 봉사 활동을 통해 만난 가수이자 프로듀서인 이상순과 공개 연애 중이다. 현재까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예쁘게 만나고 있다.

15년 차 걸그룹의 좋은 예 Fin.K.L.

1 5월 21일 발표한 5집 앨범 ‘MONOCHROM’의 타이틀곡 ‘배드 걸’은 공개와 동시에 주요 음원 사이트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배드 걸’은 아날로그 사운드가 인상적으로 이효리가 직접 작사에 참여했다. 2 2005년 이효리가 주연으로 출연한 드라마 ‘세잎클로버’. 이후 그는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았다. 3 이효리에게 ‘연예대상’을 선사한 예능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 표절 논란으로 마음고생 했던 이효리에게 재기의 발판이 됐다. 4 이효리는 정재형과 함께 음악 프로그램 ‘유앤아이’ MC로도 활약했다.



옥주현 비호감에서 뮤지컬 여왕 등극



15년 차 걸그룹의 좋은 예 Fin.K.L.

뮤지컬 배우를 꿈꾸던 옥주현은 2005년 뮤지컬 ‘아이다’로 데뷔했다. 사진은 2012년 뮤지컬 ‘엘리자벳’에 출연했을 때의 옥주현.



올초에 초연한 뮤지컬 ‘레베카’에서 죽은 여주인에게 집착하는 악역 댄버스 부인으로 나온 옥주현(33)은 표독스러운 표정과 과거에 집착하는 광기를 드러냈다. 또한 음색도 더욱 농염해졌다. 옥주현은 댄버스 부인 역할이 주인공이 아니어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에게 각종 시상에서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겨준 뮤지컬 ‘엘리자벳’과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의 마리보다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옥주현은 핑클로 활동하던 시절 ‘목소리’ 담당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2003년 앨범 ‘난’으로 무난히 솔로 데뷔를 치렀으나 2집과 3집은 기대에 못 미쳤다. 2005년에는 요가 비디오를 내놓아 히트를 했지만, 요가 스튜디오 사업이 실패하면서 빚더미에 앉기도 했다.
그는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비호감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편이었는데 최근에는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며 이런 점이 많이 희석했다. 핑클 시절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꿨던 옥주현은 2005년 오디션을 통해 뮤지컬 ‘아이다’의 주인공 아이다 역으로 8개월간 무대에 서며 자신의 꿈을 이뤘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는 ‘시카고’의 록시로, 2008~2009년에는 ‘캣츠’의 그리자벨라로, 2009년에는 탭댄스를 배워 ‘브로드웨이 42번가’에 페기 소여 역으로 출연했다. 관객들의 호불호가 있었고, 가수의 발성을 버리지 못했다는 지적과 연기력 부족이라는 단점에도 꾸준한 노력이 결국 그를 뮤지컬 배우로 성장케 했다. 4년 만인 2009년 뮤지컬 ‘아이다’로 돌아온 옥주현은 초연 때보다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 호평을 받았다.
그에게 가장 큰 영예를 안겨준 역은 2012년 초연한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벳’의 주인공 엘리자벳이다. 옥주현은 진정한 삶의 자유를 원하는 왕비 엘리자벳의 섬세한 감정을 시원한 가창력에 녹아내면서 ‘더 뮤지컬 어워즈’와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을 모두 석권했다.‘엘리자벳’으로 세간의 혹평을 호평으로 갈아치운 옥주현의 행보는 그야말로 거침없다.

성유리 미모 담당에서 연기력 겸비한 여배우로!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출생의 비밀’에서 호평 일색인 성유리(32)의 활동도 주목할 만하다. ‘출생의 비밀’은 해리성 기억장애 때문에 10년간 기억을 잃은 정이현(성유리)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 그간 꾸준히 다져온 성유리의 연기력은 복잡한 캐릭터를 능숙하게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진화했다. 그 스스로도 “세 가지 역을 한 번에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작품을 끝내면 개인적으로 발전이 있지 않을까 하며 공부하는 마음으로 촬영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핑클에서 미모를 담당하며 독보적인 인기를 끌었던 막내 성유리는 핑클 활동을 접으며 연기자로 변신한 케이스다. 성유리가 연기를 하면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나는 남부여의 공주 부여주다!”라는 대사처럼 그는 2003년 드라마 ‘천년지애’ 출연 당시 과거에서 현대로 온 공주 역을 맡았으나 국어책을 읽듯 높낮이 없는 억양 때문에 비난받았다. 드라마는 인기가 있었지만 성유리의 밋밋한 연기는 드라마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됐다. 차기작 ‘황태자의 첫사랑’에서 김유빈 역을 맡으며 또다시 배우에 도전했지만 여전히 연기력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다. 어쩌면 아이돌 가수 출신 배우로서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겪은 대표 연예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2005년 소속사를 옮긴 뒤 1년여간 발음 교정과 연기 수업을 받으면서 점차 연기력에서 물음표가 사라졌다. 2006년 ‘어느 멋진 날’ ‘눈의 여왕’에 이어 2008년 ‘쾌도 홍길동’에 출연하면서는 처음으로 ‘잘한다’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쾌도 홍길동’을 통해 성유리는 연기자로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핑클의 성유리’ 대신 ‘연기자 성유리’로 인정받은 작품은 2012년 ‘신들의 만찬’. 고준영 역을 맡아 한식당 ‘아리랑’을 놓고 대결하는 모습에서 악착같은 여성을 연기했다. 그 점을 인정받아 10여 년 만에 예쁘기만 한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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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유리에게 연기력 논란을 안겨 준 드라마 ‘천년지애’. 어색한 표정과 국어책 읽는 듯한 말투는 많은 가수 출신 연예인에게 반면교사가 되기도 했다. 2 ‘신들의 만찬’은 성유리를 진짜 배우로 각인시킨 최고의 작품. ‘미모 담당’이라는 꼬리표 대신 어떤 연기도 할 수 있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3 출연 중인 ‘출생의 비밀’에서 성유리는 복잡 다난한 인생을 산 정이현이라는 캐릭터를 무난하게 소화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진 작품을 거듭할수록 꾸준히 진화하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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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생의 비밀’ 대본 연습 중인 이진. 성유리가 배우로 변신한 후 혹독한 비판을 받은 것과 달리 착실히 연기력을 키워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2 같은 그룹에서 호흡을 맞춘 성유리와 처음으로 함께 연기하게 된 이진.



‘출생의 비밀’에서 성유리와 동반 출연을 하며 주목받은 이진(33). 그가 맡은 선영은 시부모 최석과 조여사 앞에서 주눅 들고, 남편 최기태에게는 눈길조차 받지 못하는 유령 같은 캐릭터다. 과거의 잘못으로 인한 불안감과 집안에서 인정받지 못함으로써 오는 우울함으로 가득한 인물. 누구보다도 배역에 잘 녹아들었다는 평이다.
성유리가 압도적인 미모로 남녀 불문하고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다면, 이진은 개성 있는 얼굴과 핑클의 히트곡 ‘나의 왕자님께’ 끝부분을 장식한 미성의 주인공으로 기억되는 멤버다.
핑클 활동 전 MBC ‘경찰청 사람들’의 단역 연기자로 데뷔했을 만큼 연기에 욕심이 있던 이진은 핑클이 그룹 활동을 접자 시트콤인 ‘논스톱3’에 출연했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단순하고 예쁜 여자 캐릭터를 맡아 정태우와 커플 연기를 선보이며 조용히 연기자로서 변신을 꾀했다. 그 후 ‘신 현모양처’ ‘왕과 나’ ‘전설의 고향’ ‘혼’ ‘제중원’ 등에 출연하며 꾸준히 발전하는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영광의 재인’에서는 영업실 대리 차홍주 역으로 똑 부러지는 회사 선배의 모습을 보여줬다.
해마다 한 작품씩 드라마에 출연하며 ‘가수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를 일찌감치 잊게 만든 이진은 2012년 ‘대풍수’를 통해 정점을 찍었다. 이승연의 아역으로 등장해 한층 성숙된 모습으로 모성애 가득한 키스신과 출산 연기를 소화했다. ‘대풍수’를 통해 이진은 SBS 연기대상 드라마스페셜 부문 여자 특별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함께 핑클 멤버로 활동한 성유리와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나 질투심은 없을까? 이진은 “어릴 때부터 활동을 같이 해 그런 시기가 이미 다 지나갔다. 질투심은 없다”고 웃었다.
“함께 촬영하는 것은 처음이다 보니까 어색해서 웃기도 하고 그랬어요. 함께한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연기 호흡도 금방 잘 맞고 익숙해졌죠. 좋은 점이 많아서 같이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 남자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던 그룹 ‘핑클’은?

15년 차 걸그룹의 좋은 예 Fin.K.L.

1 1990년대 말 독보적인 걸그룹으로 가는 길을 마련해줬던 노래 ‘내 남자 친구에게’ 활동 당시의 핑클. 2 1집 데뷔 앨범 ‘Blue Rain’의 앨범 재킷.



1998년 데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를 대표하는 여성 4인조 아이돌 걸그룹. 여자 아이돌계의 전설로 꼽힐 만큼 한국 가요 역사상 가장 성공했던 여성 그룹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걸그룹의 콘셉트와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핑클은 Fine Killing Liberty의 줄임말로, 영어로 Fin.K.L.이라 표기한다. 뜻은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것을 끝낸다는 것. 당시 H.O.T.로 이름을 날리던 SM엔터테인먼트와 대립하던 대성기획(현 DSP)이 만들어냈다. 같은 소속사에는 젝스키스가 있었다. 옥주현은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의 별밤뽐내기 연장원 출신으로 일찌감치 대성기획에 뽑혔다. 옥주현과 친하게 지내던 이진이 오디션을 통해 합류했고, 성유리는 교내 사생대회에 나갔다가 캐스팅됐다고 한다. 3인조 그룹으로 출발하려다가 SM엔터테인먼트에서 힙합 그룹을 준비 중이던 이효리가 마지막으로 합류해 리더를 맡았다.
1998년 5월 12일 ‘음악캠프’를 통해 ‘Blue Rain’으로 데뷔하고 후속곡인 ‘내 남자 친구에게’로 존재감을 굳혔다. 가을에는 잔잔한 발라드인 ‘루비’로 당시 굳건히 1위를 지키던 S.E.S.를 위협했다. 2집 ‘영원한 사랑’이 대박을 치며 같은 해에 가요대상을 두 번이나 거머쥐었고 걸그룹 최초로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두 차례 콘서트를 개최할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심지어 2000년대 초 인기를 끌던 ‘포켓몬빵’ ‘국찐이빵’에 이어 핑클 스티커가 들어 있는 ‘핑클빵’이 발매되기도 했다.
2000년 섹시한 이미지의 ‘Now’를 들고 나와 여동생 이미지에서 탈피해 이미지 변신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2003년 멤버들의 계약 문제로 활동이 중단됐고, 해체는 아니지만 2005년 디지털 싱글 발매 이후 함께 무대에 서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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