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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밑바닥에서 ‘펜심’으로 일어선 작가 윌리엄 폴 영

‘갈림길’은 내면의 혼란 겪는 중년 남자 이야기

글·구희언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13.04.16 10:14:00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오두막’의 작가 윌리엄 폴 영이 5년 만에 발표한 신작 소설 ‘갈림길’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이 소설은 이미 미국에서 초판 1백만 부가 8주 만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소설을 쓰며 고통으로 가득했던 유년 시절의 상처를 극복한 그의 미소는 티 없이 맑았다.
인생 밑바닥에서 ‘펜심’으로 일어선 작가 윌리엄 폴 영


2007년 어린 시절의 상처를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 ‘오두막’으로 전 세계 1천8백만 부 판매 기록을 세운 작가 윌리엄 폴 영(58). 그가 5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작품 ‘갈림길’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오두막’은 미국에서만 7백만 부 이상 팔리며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히트작으로, 영화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신작 ‘갈림길’역시 미국에서 초판 1백만 부가 8주 만에 전량 팔리는 기록을 남겼다.
“돈이 없는데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싶어서 6개월에 걸쳐 쓴 책이 ‘오두막’이었죠. 간신히 돈을 마련해서 15권을 복사해 가족과 지인들이 나눠 가졌는데, 우연히 제 글을 본 사람들이 출판을 권유한 게 여기까지 왔네요. ‘갈림길’은 쓰는 데 4개월 걸렸어요. 나이가 더 들어서 쓴 작품이라 그런지 몰라도 집사람은 이번 작품이 훨씬 낫다고 하더군요.”
첫 작품 ‘오두막’은 “당신의 경험과 느낀 점을 책으로 쓰면 어떻겠느냐”는 아내의 권유로 쓰게 됐다. 선교사 집안에서 자란 그는 어린 시절 쌓인 분노를 아들에게 푸는 아버지에게 맞으며 자랐고, 선교지에서는 원주민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성인이 돼서는 반대로 아내에게 상처를 줬다. 아내의 친구와 외도를 한 것. 이후 아내와 상담을 받으러 다니는 등의 노력으로 11년이 지나서야 상처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에게 작품을 쓰는 건 치유의 과정이기도 했다.
‘갈림길’은 오만하고 이기적인 사업가 앤서니 스펜서가 우연한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지며 자신의 황폐한 내면세계와 마주하고 신과의 만남과 관계를 통해 진정한 삶을 알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전작 ‘오두막’에서 딸을 유괴당해 잃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렸던 그는 이번에도 중년 남성을 주인공으로 골랐다.
“그게 바로 저이기 때문이죠. ‘오두막’은 제 자서전과도 같아요. ‘갈림길’보다 자서전적인 성격이 강한 작품이죠. 대부분 사람은 부정적인 경험을 통해 신을 생각해요. 저는 분노에 찬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어요. 작품에서는 어딘가 문제가 있는 사람, 머리가 벗겨지고 늙은 50대 백인 남자를 통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죠.”

글 쓰면서 스스로 치유 받아

인생 밑바닥에서 ‘펜심’으로 일어선 작가 윌리엄 폴 영


작품에는 수많은 은유가 등장한다. 주인공의 마음을 가로막고 있는 벽은 높은 성벽으로, 에고는 커다란 거인으로 나온다. 성령은 인디언 할머니의 모습이고, 하나님은 여자아이다.
“저는 은유를 사랑해요. 제 책은 층층이 계층을 이루는 구조로 돼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오두막’을 10번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마음에 들어오는 메시지가 달라진다고 하더라고요. 오두막은 상처받은 내면세계를 뜻하고, 정원은 수많은 사고가 이뤄지는 멋진 곳이자 변화를 주는 곳이었죠. 토니가 큰 벽 속에 자신만의 공간을 만드는 건 고립된 그의 마음을 표현한 거예요.”
‘오두막’에서는 흑인 예수가, ‘갈림길’에서는 푸른 눈의 예수가 나온다. 그러나 그는 “종교적인 것이 아닌 인간이 탐구하고자 하는 본질을 다룬 책”이라고 했다.
“사실 사람들이 제 책을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미스터리해요. 신이 유머 감각이 너무 뛰어나서 제게 이런 기회를 줬나 싶기도 해요. 신은 언어와 말하는 기술을 우리에게 줬죠. 제 책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문을 열어줬기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작품 속 주인공들은 우여곡절 끝에 내면의 상처를 바로 보고, 인정하며, 치유한다.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글을 썼기에 초반에 쓴 작품은 굉장히 어두웠죠. 혹시나 아버지가 읽으면 화를 내고 무슨 일이 라도 날까봐 겁이 나서 작품을 갖다 버리기도 했어요. ‘영향’이라는 단어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세상 어디에도 무인도 같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람 간에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죠. 저는 아버지로 인해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덕에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아내와는 때론 대립하고 격려도 받았지만, 그녀가 아니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겠죠.”
아내는 그에게 마음의 상처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라며 글쓰기를 권했다. 그 자신도 한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는 “한국이 자살률 1위라는 걸 안다”며 “숨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살은 이기적인 행동이에요. 내가 선택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선택을 넘기는 도피책이죠. 누구나 상처를 숨기고 싶어 해요. 마음을 열고 누군가를 고통과 내면의 세계에 오도록 허락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고, 신뢰가 기반이 돼야 하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요. 한때 너무나 고통스러워 죽음까지 생각했지만 결국 ‘삶’을 택했고, 이게 더 좋은 선택이었어요. 한국 문화는 성공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요. 지금보다 더 완벽해지라고 강요하는데 그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내 존재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게 중요해요. 그건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가능해지죠.”
그는 “앞으로도 회고록, 역사 소설, 과학 소설 등 열 개 정도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라고 했다. 아이를 가진 부모에게는 “섣불리 아이의 가치를 판단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아이가 어떤 일에 성과를 거둔다 한들, 그것과 아이의 가치는 별개예요. 아이를 보호하고 소중히 대해주세요. 중요한 건 좋은 학벌이나 직장에서의 성공이 아니에요. 아이가 가진 특별함이 뭔지 생각해보고 그걸 인정해주세요. 그게 하나의 ‘뼈’라고 했을 때, 새로운 경험을 축적하고 뼈를 하나하나 모아 나가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고 그게 모여 한 명의 인간이 되는 거예요. 그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참고도서·갈림길(세계사)

여성동아 2013년 4월 5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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