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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신사의 품격’ 작가 김은숙 이번에도 작두 탔나요?

글 | 구희언 기자 사진 | 홍중식 기자, SBS 제공

2012. 07. 17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온에어’ ‘시티홀’ ‘시크릿 가든’ 등을 연달아 히트시킨 로맨틱 코미디계의 대모 김은숙 작가. ‘시크릿 가든’으로 지난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가 장동건과 김하늘이라는 흥행 보증수표, 히트작 메이커 신우철 PD와 한 팀이 돼 돌아왔다. 김 작가에게 듣는 캐스팅 & 드라마 뒷얘기.

‘신사의 품격’ 작가 김은숙 이번에도 작두 탔나요?


‘어라, 이 드라마 재밌네’ 혹은 ‘주인공 대사가 차진데?’ 싶어 찾아보면 어김없이 이 사람이 쓴 작품이다. 김은숙(39). 2004년 꿈의 시청률 50%를 훌쩍 넘긴 드라마 ‘파리의 연인’으로 박신양과 김정은을 스타덤에 올린 작가. ‘프라하의 연인(2005)’ ‘연인(2006)’까지 연인 시리즈를 선보인 데 이어 ‘온에어(2008)’ ‘시티홀(2009)’ ‘시크릿 가든(2010)’으로 넘보기 힘든 위업을 달성했다. 그는 ‘쾌걸 춘향’ ‘환상의 커플’ ‘최고의 사랑’ 등을 쓴 홍자매(홍정은·홍미란 작가)와 한국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계의 양대 산맥으로도 불린다.
그런 김 작가가 새 작품을 들고 시청자를 찾았다. 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 작품은 방영 한참 전부터 화제였다. 지난해 ‘시크릿 가든’으로 여성 시청자·광고주·해병대 사람들에게까지 ‘현빈앓이’를 하게 만든 그는 같은 해 10월 트위터에 차기작 힌트를 남겼다. ‘신사의 품격’이라는 드라마 제목과 로맨틱 멜로 드라마라는 장르. 그는 “워낙 제목 못 짓는 작가로 유명해서요”라며 “제목 확정돼서 완전 좋다”고 애교 섞인 멘트를 남겼다. 관계자 사이에 오가는 말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미중년이 나오는 이야기라는 설정이 다였지만 명불허전 ‘믿고 보는’ 김 작가 아닌가.

불혹 넘긴 꽃중년의 사랑 이야기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만난 그는 “새 드라마는 진하고 야한 사랑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번에 제작사에서 지키지 못할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시크릿 가든’ 때 ‘작정하고 재밌게 썼다’고 했거든요. ‘재미없으면 어떻게 할 뻔했느냐’고 많이 혼났죠(웃음). ‘신사의 품격’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제가 야한 건 자신 있거든요. 맑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는 재미없잖아요. 연륜 있는 배우를 모시고 어린아이 같은 연애를 그릴 수는 없었어요. 진하고 야한 사랑 이야기를 담았죠. 보면 놀랄 만한 스킨십과 키스신이 난무하는 드라마가 될 것 같아요. 방송 심의가 허락하는 한 끝까지 가볼 생각입니다.”
‘신사의 품격’은 사랑과 이별, 성공과 좌절을 경험하고, 세상 어떤 일에도 미혹되지 않는 불혹을 넘긴 남자 4명이 그려내는 로맨틱 드라마. 남성판 ‘섹스 앤 더 시티’ 내지는 ‘꽃보다 남자’ 중년판으로 불리는 드라마의 주인공은 장동건, 여주인공은 김하늘이다. 그뿐인가. 김민종, 김수로, 이종혁 등 웬만한 드라마에서 혼자 주연을 꿰찰 만한 배우들을 한데 모았다. 특히 장동건은 2000년 MBC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 이후 12년 만의 안방 나들이다. 화려한 배우진으로 화제를 모은 드라마 캐스팅 비화도 밝혔다.
“이번 드라마는 굉장히 사심 캐스팅이었어요. 김도진 역의 장동건 씨에 대해서는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언급했죠. ‘온에어’에서 서영은 작가(송윤아) 어머니가 ‘다음 드라마에 장동건 나오냐’고 대사를 해요. 꼭 한번 드라마를 같이 해보고 싶었어요. 원래 3월 편성이었는데 방송사에 양해를 구하고 (5월로) 옮길 정도였죠. 처음에 대본을 주고 장동건 씨보다 고소영 씨가 어떻게 읽었을지가 궁금했어요. 그런데 고소영 씨가 ‘김은숙 작가 드라마는 키스신이 진하다’고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키스신 없다고 거짓말하고 계약서에 도장 찍자마자 키스신을 썼어요(웃음). 장동건 씨가 사내다운 역을 많이 맡아서인지 제대로 된 키스신이 없더라고요.”
임태산 역의 김수로는 ‘온에어’를 쓸 당시부터 눈독을 들인 배우. 김 작가와는 서울예대 동문이다. ‘온에어’를 찍을 당시 카메오로 섭외했지만 김수로의 영화 촬영 일정 때문에 출연이 무산됐다. 그는 “남성다운 태산 역을 김수로 씨보다 잘할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며 “캐릭터를 만들며 평소 모습을 많이 참조했다”고 밝혔다.
“최윤 역의 김민종 씨는 제 마음속의 스타였어요. 김민종 씨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한 번만 만나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윤이라는 캐릭터 만들고 제의를 드렸는데 흔쾌히 작업할 수 있다고 하셔서 좋았죠. 이정록 역의 이종혁 씨와는 인연이 깊어요. 제가 10년도 더 전에 아르바이트로 방송작가 일을 하며 잘나가는 배우 이종혁을 대학로에서 인터뷰했는데 그때 질문지를 제가 만들었죠. 이종혁 씨는 ‘추노’에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무거운 역을 잘하는 사람에게 가벼운 연기를 주문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서 제의했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거절하는 거예요. 다른 드라마 제의를 받던 중이었거든요. 제가 정보력을 발휘해서 어떤 건지 알아내고 ‘그 드라마보다 시청률 잘 나오게 하겠다, CF 찍게 해주겠다’고 유혹했어요. 그런데 그 드라마가 1등을 하고 있어서 부담이 크네요(웃음).”

‘신사의 품격’ 작가 김은숙 이번에도 작두 탔나요?

1‘신사의 품격’에서 윤리 교사 서이수 역을 맡은 김하늘. 2‘신사의 품격’에서 마흔을 넘긴 미중년 4인방으로 등장하는 김민종, 김수로, 장동건, 이종혁. 3 김은숙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어른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줄 거라고 했다.



흥행 파트너 신우철 PD와의 7번째 작품
김 작가 작품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바로 신우철 PD. 김 작가의 첫 히트작 ‘파리의 연인’부터 ‘시크릿 가든’까지 총 6편의 작품에서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가히 ‘히트작 메이커’라 할 만하다. 그의 연출이 김 작가의 맛깔스러운 대사와 만나 엄청난 시너지를 낸다. ‘신사의 품격’ 역시 그가 연출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
‘신사의 품격’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주말극 1위를 달리고 있다. 2회에서 처음 등장한 임메아리(윤진이)는 옆자리 콜린(이종현)의 노트북으로 ‘시크릿 가든’을 본다. 드라마에 몰입하던 임메아리가 외치는 말이 압권.
“어머머, 이 작가 작두 탔나봐! ”
벌써 시청자들은 ‘신사의 품격’ 속 장동건의 말투를 따라 하고, 김하늘의 패션을 궁금해한다. 이 드라마가 데뷔작인 신예 윤진이는 온라인 포털 사이트 드라마 캐릭터 검색 1위를 꿰찼다. 회를 거듭할수록 구축된 캐릭터의 개성이 배가되는 것이 김 작가 작품의 특색. 2003년 데뷔작 ‘태양의 남쪽’을 시작으로 매년 꾸준히 한 작품씩 해온 그의 8번째 작품인 ‘신사의 품격’이 불혹처럼 흔들리지 않는 꾸준함으로 주말드라마 최종 승자가 될지, ‘작두 탄 필력’으로 보여줄 로맨스의 향방은 어디일지 궁금해진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김은숙표 드라마

특유의 유행어
‘신사의 품격’ 작가 김은숙 이번에도 작두 탔나요?

‘신사의 품격’에서 까칠한 독설가 김도진 역을 맡은 장동건.

작품마다 유행어를 제조한 김 작가. ‘파리의 연인’에서는 박신양이 김정은에게 말했던 “애기야 가자”, 이동건이 김정은에게 마음을 전한 “이 안에 너 있다” 같은 명대사를 남겼다. ‘시크릿 가든’ 현빈의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나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든 트레이닝복” 같은 말은 여러 프로그램에서 회자되며 인기를 끌었다.
‘신사의 품격’에서는 “~하는 걸로”로 마치는 장동건의 말투가 유행하고 있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도 트위터에서 패러디할 정도. 까칠한 남자가 무심한 듯 던지는 말투가 입에 착착 감긴다. 김하늘에게 “(값비싼 구두를 선물하며) 그럼 사치스럽게 말고 가치스럽게 신어요”라고 말하거나 “이수 씨는 나한테 우먼이 아니라 휴먼이야” 등의 말장난 같은 대사도 적재적소에 배치됐다. 캐릭터 특유의 말투는 김 작가가 인물의 성격을 구축하는 하나의 방편이다. ‘프라하의 연인’ 김주혁은 “~하거든” 체를, ‘연인’ 이서진은 “나 좋아합니까? 미친 겁니까?” 등 “~합니까” 체를 유행시켰다.




자기 작품 패러디
‘신사의 품격’ 작가 김은숙 이번에도 작두 탔나요?

‘신사의 품격’ 2회에서 드라마를 함께 보는 콜린과 임메아리. 모니터에서 ‘시크릿 가든’이 나오고 있다.

김 작가는 작품에서 패러디를 자주 활용한다. 자기 작품 패러디도 심심찮게 나온다. 전작을 챙겨 본 열성 팬이라면 어떤 장면 패러디인지 찾는 재미도 있다. ‘신사의 품격’ 2회에서 임메아리가 콜린의 노트북으로 보는 드라마는 ‘시크릿 가든’ 12회 엔딩 장면이다. 현빈과 하지원은 “당신 꿈속은 뭐가 그리 만날 험한 건데” “내 꿈속에 당신이 있거든” “나랑 꿈속에서도 행복하지 않은 건가?” “그래도 와라. 내일도 모레도”라며 눈빛만으로 대화를 나눈다. 그걸 본 임메아리는 “이 작가 작두 탔나봐”라며 자화자찬을 해 깨알 같은 재미를 줬다. 이정록이 밥에 들어 있던 결혼반지를 억지로 삼키고는 아내 김정난에게 내뱉은 “이 안에 너 있다”는 ‘파리의 연인’ 이동건 대사 패러디.
전작 ‘시크릿 가든’에서는 현빈의 대사 “그 왜 ‘이 안에 너 있다’ 하면서 막 울고 짜고 하는 거 말고…”에서 ‘파리의 연인’이 등장했다. 윤상현은 하지원에게 “아, 그 영화! ‘웰컴 투 동작구’! 10급 공무원이 구청장 되는 얘기, 거기서 김선아 대역 맞죠?”라고 하며 ‘시티홀’을 등장시켰다(‘시티홀’의 여주인공이 김선아다).


현실 반영한 대사
‘신사의 품격’ 작가 김은숙 이번에도 작두 탔나요?

(위) ‘신사의 품격’4회의 ‘친구’ 패러디. 김광규가 영화 속 명대사를 재연했다. (아래) 영화 ‘친구’에서 선생님으로 나온 김광규.

김 작가는 실존하는 인물이나 프로그램을 직접적으로 언급해서 작품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그리고 때로 사회 상황을 반영해 맛깔스러운 대사를 완성한다. 또 배우들의 출연작으로 패러디하는 일도 잦다.
‘신사의 품격’ 4회에서는 2001년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의 선생님으로 출연했던 김광규가 주인공 4인방의 고교 시절 회상 장면에 등장했다. 교복 입은 4인방이 음란물을 보다가 걸려 혼나는 장면에서 김광규는 장동건에게 “니, 부산서 내 본 기억 없나?”라고 말했다. 장동건이 “저는 서울 토박이입니다”라고 대답하자 다시 “억수로 낯이 익은데, 아버지 뭐 하시노?”라고 재차 물었다. 이는 영화 ‘친구’에서 손꼽히는 명대사. 드라마에서 11년 만에 재연된 명장면에 시청자는 환호했다.
김하늘이 2002년 출연한 드라마 ‘로망스’ 패러디도 등장했다. 극 중 고등학교 윤리 선생님으로 나오는 김하늘이 장동건이 나간 사무실에 홀로 앉아 “난 선생이고 넌…! ”이라고 내뱉은 혼잣말은 ‘로망스’의 명대사. ‘로망스’에서 선생님 역으로 출연한 그가 학생 역의 김재원에게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라고 선을 긋는 대사를 패러디한 것이다.
SBS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리얼 연애 프로그램 ‘짝’도 패러디했다. ‘짝’은 애정촌에 모인 남녀가 서로 알아가며 짝을 찾는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은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린다. ‘신사의 품격’ 4회에서 김하늘과 인사를 나누는 맞선남에게 장동건이 “아직 첫 번째 맞선이 안 끝나서요. 남자 2호는 다음 기회를 기약하는 걸로”라고 말한다.
‘시크릿 가든’ 3회에서 김사랑이 윤상현에게 들어 보인 스케치북에는 ‘녹음실? 뻥치고 있네. 너 ‘천지애’랑 있었잖아!’라고 쓰여 있다. 천지애는 윤상현이 출연한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상대역 김남주의 극 중 이름. 이처럼 센스 넘치는 패러디가 그의 드라마 인기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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