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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승철이 만드는 기분 좋은 하모니

음악은 베테랑, 나눔은 새내기

글 | 구희언 기자 사진 | 박해윤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SBS 제공

2012. 01. 17

가수 이승철이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선정한 2011년 11월 ‘이달의 나눔인’에 선정됐다. 시상식 하루 전날 경북 김천에서 소년 재소자 합창단을 이끌며 색다른 감동을 안긴 그는, 알고 보니 아프리카에 10년간 60억원의 후원을 약속한 통 큰 남자. 그러면서도 스스로 나눔 ‘새내기’에 불과하다는 그와 훈훈한 수다를 나눴다.

이승철이 만드는 기분 좋은 하모니


이승철(46)은 2011년 11월29일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나눔을 실천한 ‘이달의 나눔인’ 23명에게 수여하는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달의 나눔인’은 우리 사회에 숨은 나눔인을 발굴하고 아름다운 나눔 실천 사례 공유와 확산을 위한 정부 프로젝트. 국외에서 봉사하거나 국내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헌신한 이들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자 중 연예인은 가수 이승철과 배우 공현주뿐이었다. 단상에 오른 이승철은 “여기 계신 너무나 훌륭한 분들과 달리 저는 미약하다”고 말했다.
“저는 이제 나눔을 시작한 새내기고요. 더 많은 것을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공연에서도 관객과 기부 캠페인을 꾸준히 벌이고 있습니다.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이날 그는 매니저 없이 혼자 시상식장을 찾았다. 옆자리에 앉은 수상자들과 허물없이 대화하며 나눔의 경험을 공유하는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그는 1995년 배우 강문영과 결혼했으나 2년 만에 이혼 후 2007년 두 살 연상의 사업가 박현정씨와 재혼한 뒤 나눔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내와의 만남은 이승철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인 아내는 오랜 외국 생활로 영어가 유창하고 사업 수완도 뛰어난 재원. 과거 이승철의 8집 앨범에 참여한 믹싱 전문가 스티브 하치의 통역을 도맡아 도움을 주기도 했다.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그는 결혼 후 아내의 전도로 기독교 신자가 됐다.

가족과 함께한 아프리카에서 아이들 후원 결심
2011년 3월 이승철은 가족과 함께 아프리카의 ‘검은 심장’이라 불리는 차드에서 우물을 설치하고 의료 지원 활동을 했다. 당시의 소중한 경험은 나눔의 손길을 아프리카에 뻗는 큰 밑거름이 됐다. 그는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하며 ‘아프리카 희망학교 만들기’ 나눔 참여 부스를 설치하고 모금 캠페인을 벌였다. 2011년 5월에는 희망학교 건립 기금으로 2억원을 기부했다.
“제가 아프리카에 간 건 고(故) 박용하 때문이었어요. 용하가 아프리카 차드에 학교를 지어주는 나눔을 시작했는데 완공을 못 보고 떠났잖아요. 제가 완공식에 대신 갔는데, 가서 보니 아이들에게 빵이나 물도 중요하지만, 무지를 일깨워줄 학교가 절실히 필요하겠더라고요. 우리도 한국전쟁 때 선교사들이 와서 학교를 지어주고 원조를 해줬잖아요. ‘이 나라에 필요한 것은 학교’라는 생각으로 나눔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는 자신의 앨범 판매 수익금을 꾸준히 기부해오고 있다. 그렇게 기부하는 돈이 1년에 6억여 원. 절반은 공연을 통해, 나머지는 방송에서 모금하는 형태로 충당한다. 벌써 20여 년 된 이야기다. 1992년부터 심장병 어린이와 인연을 맺고 한국심장재단에 꾸준히 기부를 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감사패도 받았다.
“20주년 기념 공연을 마치고 아프리카에 다녀오면서 그곳 아이들을 위한 후원 사업을 하기로 했죠. 돈보다 중요한 건 10년 동안 약속을 지킨다는 거예요. 학교를 짓고 나서도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다닐 수 있도록 돕는 1:1 결연이 중요하죠.”
매월 그가 후원하는 아프리카의 아들딸은 4천7백여 명에 달한다. 그는 “아프리카에 가보면 알 것”이라며 “우리는 가진 게 너무 많다는 생각에 정말 창피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루에 미숫가루 한 줌, 수제비 한 덩어리만큼 먹고 살아요. 엄마들도 그렇게 먹으니 젖이 안 나오죠. 보건소를 만들어도 백신 보관을 위해서는 전기가 필요하니까 발전소도 있어야 하고, 우물도 필요하죠. 먼 나라에 아들 하나, 딸 하나 키운다는 생각으로 다른 분들도 많이 후원하셨으면 좋겠어요.”

이승철이 만드는 기분 좋은 하모니

이승철은 아프리카 희망학교 설립을 위해 헌신해 ‘이달의 나눔인’상을 받았다. 그는 소년 재소자 합창단 ‘드림 스케치’를 이끄는 등 음악을 통해서도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음악으로 청소년 재소자 교화에도 성공
이승철은 음악으로 세상을 교화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중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을 모아 재소자 합창단도 만들었다. 2011년 11월28일 경북 김천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이승철과 함께하는 드림 스케치 사랑 콘서트’에서 그들과 무대를 꾸렸다. 김천소년교도소 수형자 18명으로 구성된 ‘드림 스케치’는 그의 지휘 아래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보였다. 이승철은 2011년 9월부터 매주 수요일 김천소년교도소를 방문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합창 수업을 했다.
“아이들과 인연을 맺은 지 3개월이 넘었어요. 그곳은 어른들로 비유하자면 청송감호소 같은 곳이에요. 존속살인, 방화치사 등을 저지른 아이들이 수감된 곳인데 음악으로 교화시키면 좋을 것 같았죠.”
그는 ‘드림 스케치’를 위해 직접 곡을 만들어 선물했다. 제목은 ‘그대에게만 드립니다’. 노래 가사는 아이들이 사랑하는 사람이나 자기 자신, 피해자 가족 등에게 쓴 편지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편지를 써보라고 했더니 구구절절한 내용이 나왔는데 거기에서 발췌해 곡을 만들었어요. 그곳 아이들은 바리스타반, 음악반, 공장반 등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교실 간 암투도 있고, 일종의 동물의 왕국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밥 먹으러 가다가도 다른 반 아이들끼리 싸우기도 하고, 영화 같은 아이들이에요. 이런 아이들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건 음악이었죠.”
‘드림 스케치’는 재소자 아이들이 직접 지은 이름이다. 원래 합창단에 자원한 사람은 교도소 주임을 포함해 21명. 이 중 한 명은 다른 교도소로 이감됐고, 한 명은 중도에 그만뒀다.
“남은 친구들은 뭔가 하겠다, 새 삶을 살겠다는 의지가 강했어요. 얘들이 숙제를 내주면 참 잘해와요. 12월23일에 출소하는 한 아이는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어요. 떳떳하게 새 출발하겠다는 굳은 마음을 갖고 있더라고요. ‘드림 스케치’는 그런 아이들 18명이 모인 거예요. 희망의 반대는 절망이 아니라 포기라고 가르쳤어요. 대다수가 결손 가정 출신이라 끈기가 없고 화가 나면 참을 줄 모르더라고요. ‘리미트’가 안 걸려요. 그런 걸 음악으로 교화시키면서 보람을 느꼈죠. 어린 나이지만 인생을 거칠게 산 친구들을 순화하는 데는 음악만 한 게 없더라고요.”
이승철은 1회성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드림 스케치’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거라고 했다.
“음악으로 교화된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죠. 그 어떤 기술보다도 음악의 멜로디가 마음을 순하게 만들거든요. 이 아이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쪽팔려하는 거였어요. 이제는 다른 방 친구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라면 상자 뒤집어쓰고 발성 연습을 하고 노래하는 걸 즐기고 있어요. 앞으로도 제가 다니는 교회 성가대에서 합창단에게 계속 노래를 가르치기로 했어요.”
그는 전국 투어를 지속하며 나눔 행진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금까지 해온 공연이 신곡을 발표하고 팬들에게 들려주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아프리카 사업을 위한 캠페인 공연이 되고 있어요. 세상에 어려움을 알리고 많은 이들이 나눔에 동참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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