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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타 부모들의 특별한 교육법

야구 류현진·골프 유소연·양궁 정다소미…

입력 2011.11.18 09:35:00

흔히 “부모를 보면 자식을 안다”는 말을 한다. 특히 운동 분야에서는 어려서부터 선수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키워나가는 데 부모의 몫이 크다. ‘괴물 투수’ 류현진, ‘강심장 골퍼’ 유소연, ‘한국 양궁의 자존심’ 정다소미 선수 뒤에는 헌신적인 부모가 있다. 잦은 부상과 심리 싸움으로 힘들어하는 자식을 지켜보며 남몰래 눈물짓고, 언제나 든든한 가림막이 돼주는 스타 선수 부모들의 남다른 교육법을 취재했다.
스포츠 스타 부모들의 특별한 교육법


야구선수 류현진 부모 류재천·박승순씨
“자식 눈높이에 맞춰 무리한 요구 안했어요”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지호영 기자

스포츠 스타 부모들의 특별한 교육법


한국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류현진 선수(24)는 구단 입단 후 줄곧 팀 내 에이스로 활약하며 좋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괴물 투수’라는 타이틀답게 최연소 1천 개 탈삼진을 기록했고, 한 게임 최다 17개 탈삼진을 기록했으며, 지난 9월에는 마침내 6년 연속 10승 달성에 성공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 류재천씨(56)를 따라 야구 구경 가는 걸 좋아한 류 선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 결국 야구부에 입단했다. 입단 테스트 자리에서 창영초등학교 이무일 감독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당장 아이를 전학시키라고 아버지를 설득했다. 하지만 어머니 박승순씨(52)가 반대했다.
“집에서 캐치볼 하면서 노는 게 일상이었을 정도로 야구를 좋아했어요. 하지만 야구선수가 되는 건 원치 않았죠. 앞으로 얼마나 힘든 날들이 펼쳐질지 안 봐도 뻔하잖아요. 하지만 아이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 제가 질 수밖에 없었죠(웃음).”
아들이 야구를 시작한 날부터 박씨 또한 학교에서 살다시피 했다. 다른 선수 엄마들과 함께 운동부 식사와 간식을 책임지는 등 열성적으로 뒷바라지를 했다. 아버지도 회사에 휴가를 내면서까지 아들의 경기가 열리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쫓아갔다. 지방에서 경기가 열릴 때면 밤 12시 마지막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총알택시를 타고 인천 직장으로 출근한 날도 한두 번이 아니다. 비록 허술하지만 집 안에 야구장과 같은 시설도 만들어줬다.
“어느 날 잡지를 봤는데 조성민 선수 아버지가 아파트 지하실에 연습장을 만들어놓고 탁구공으로 타격 연습을 시켰다고 하길래 그날 바로 집에 야구장을 만들었어요(웃음). 당시에는 단독주택에 살아서 앞마당에 그물망을 설치하고, 탁구공이 아닌 골프공을 구해서 연습을 시켰죠. 또 밤에도 운동할 수 있게 옥상에 전등 두 개를 달아줬어요. 그 불 밑에서 삼겹살도 많이 구워 먹였습니다(웃음).”
류 선수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삼겹살이라고 한다. 한창 성장기 때는 앉은 자리에서 4인분까지 먹었다. 늘 가는 고깃집이 따로 있는데, 아버지는 아들이 양껏 먹을 때까지 고기만 굽다가 아들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면 그제야 소주 한 병 시켜놓고 식사를 했다. 류씨는 “자식 입에 먹을 거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른 게 부모 마음 아니겠냐”며 허허 웃었다. 어머니는 보양식을 만들기 바빴다. 일 년에 한두 번은 꼭 장어를 과서 먹인다고. 특별히 강화도에서 구해온 물 좋은 장어만 사용하는데, 처음에는 비려서 먹기 힘들어하던 아들이 이제는 군말 없이 잘 먹어 그 또한 엄마에겐 큰 기쁨이다.

운동선수에게 기량만큼 중요한 건 인성
부모의 지극정성 덕분인지 류현진은 야구를 시작하자마자 두각을 나타냈다. 3학년 꼬마가 6학년 형들과 나란히 경기에 나설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고, 중·고등학교 6년 내내 에이스였다. 하지만 시련은 그에게도 찾아왔다. 2004년 미추홀기 고교야구대회에서 형들 대신 출장해 4승을 거둔 뒤 팔꿈치에 이상이 왔다. 평소 경기를 마칠 때마다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왔지만 이번 팔꿈치 이상은 심상치 않았다. 서울에 있는 병원을 찾았다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인대가 너덜너덜해졌다”는 진단이었다. 결국 류 선수는 팔꿈치 인대 수술을 받고 1년 가까이 재활에 매달렸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요. 집에서 서울 강남 병원까지 좌석버스로 왕복 4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아들은 불평 한 번 없이 매일 치료를 받으러 다녔어요. 경기에 나갈 수도 없고, 학교를 갈 수도 없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불안했겠어요. 형이 인조 잔디 깔린 근처 학교 운동장으로 데려가 함께 달리기도 하고, 저도 평소 다니는 절까지 걸어가면서 아이한테 전화를 했어요. 엄마도 뭔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2005년 가을 한화가 다음 시즌 신인들을 숙소로 불러들인 날, 마침 지방에 있던 세 식구는 부랴부랴 기차역으로 향했다. 택시 뒷좌석에 아들과 나란히 앉은 박씨는 20년 가까이 정성스레 키운 아들을 품에서 떠나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고 한다. 대전에 있는 구단에 도착하자 아버지 역시 ‘우리 아들이 진짜 프로 선구가 됐구나’ 싶어 만감이 교차했다.
류재천·박승순 부부는 지금껏 아들에게 승패와 관련해 잔소리를 한 적이 없다. 운동선수를 둔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건 “욕심을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류재천씨는 “부모 눈높이로 아이를 보면 항상 부족해 보일 수밖에 없다. 언제나 아이를 격려해주고 스트레스 주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운동선수에게 실력만큼 중요한 것이 인성. 박승순씨는 아들 귀에 못이 박이도록 “선배들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동료들에게 베풀며 살라”는 말을 자주 한다. ‘괴물 투수’ 류현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골퍼 유소연 어머니 조광자씨
“지금껏 한 선생님께 지도받은 건 행운, 고액 레슨비 필요 없었어요”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박정우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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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LPGA US오픈에 초청 선수 신분으로 출전해 우승이라는 엄청난 수확을 안고 돌아온 유소연 선수(21). 어려서부터 바이올린과 플루트를 배우고, 미8군에서 익힌 유창한 영어 실력에 대원외고를 거쳐, 연세대 체육학과 입학 등 골프계의 ‘엄친딸’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그런 그가 골프를 시작한 건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소연이가 다니던 세종초등학교에 방과 후 활동으로 골프 수업이 생겨 2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어요. 1주일에 두 번 정도 수업을 받았는데 아이가 재미있어 했어요. 그때까지도 딸인 만큼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플루트 같은 악기를 전공하길 바랐죠.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왔는데 그때 소연이가 ‘엄마 난 골프가 좋아’ 하더라고요. 아이가 원하는 거 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그러라고 했어요.”
유 선수는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 때 만난 코치와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보통 유 선수 정도 되면 유명 프로에게 레슨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조광자씨는 첫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컸다고 한다.
“주위에 보면 스파르타식으로 훈련을 시키며 체벌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희 선생님은 항상 아이들을 존중해주세요. 간혹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말문을 꽉 닫아버리셨는데, 그래서 학생들이 더 무서워했던 것 같아요(웃음). 주니어 시절 대회에 나가보면 보통 다른 선수들은 레슨 프로들이 와서 시합 직전까지 코치를 해주세요. 그러나 우리 선생님은 학교 일이 바빠서 거의 함께 오지 못하셨어요. 홀로서기를 빨리 시켜주신 덕분에 아이가 자립심을 키워갈 수 있었죠.”
유 선수는 ‘강심장’으로 불린다. 심리 싸움이 승패를 좌우하는 연장전에서 특히 대범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2009년 5월에는 무려 9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최혜용을 물리쳤고, 12월에는 ‘국내 지존’ 서희경과의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최근 우승한 LPGA 경기도 연장전에서 끝까지 뒷심을 발휘한 결과였다. 중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를 단 유 선수는 2008년 프로 무대로 뛰어든 뒤 수차례 연장을 경험한 덕분에 지금의 자신감을 쌓을 수 있었다.
어머니 조씨는 경기마다 코치를 자처하며 유 선수의 골프 클럽을 매고 다녔다. 나날이 발전해가는 딸의 모습을 보며 힘든 줄도 몰랐다. 유 선수가 운동을 하다 지쳐 보이면 먼저 휴식을 제안하면서 컨디션 조절에도 신경 썼다.
“소연이는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연습하는 게 습관이 돼서 오랫동안 골프채를 붙들고 있지 않아요. 선생님께서도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해서 학교 수업도 웬만하면 빠지지 않았고요. 연습이 잘 안될 때는 피아노를 치거나 영화를 보면서 기분을 풀죠.”

내년 딸과 함께 미국 LPGA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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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 선수에게는 지난해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 2009년 우승을 하고 올해 7월 US오픈 우승 전까지 이렇다 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자 주위 사람들은 “슬럼프가 아니냐”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유 선수에게는 ‘교정의 시간’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나비스코 챔피언십에 출전한 뒤 모든 걸 바꾸기 시작했어요. 외국 선수들과 비교해 기량 차가 많이 난다고 생각했나 봐요. 그러면서 경기 중 안 해보던 걸 시도하더라고요. 물론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그 시기를 보낸 뒤 실력이 많이 향상된 것 같아요.”
유 선수는 얼마 전 한의사에게 진단을 받고 체질에 맞게 식단을 바꿨다. 평소 목에 담이 자주 들어서 힘들어했는데 체질식을 시작한 뒤 그 증상이 말끔히 사라졌다고. 또 요즘 선수들이 체력 못지않게 신경 쓰는 것이 마인드 컨트롤. 유 선수도 수시로 심리 상담을 받으며 정신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유 선수는 내년부터 LPGA 투어에서 활동할 계획이다. 어머니도 유 선수와 함께 미국으로 떠난다. 당분간 남편과 떨어져 낯선 곳에서 생활해야 하지만 자식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하기로 했다. 조광자씨는 “소연이의 마음속 대통령이 박세리 선수인데, 앞으로 박 선수와 함께 경기를 할 걸 생각하니 대견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양궁선수 정다소미 어머니 여운경씨
“양궁은 심리전, 조용히 믿고 기다려줬어요”

글 | 백경선 자유기고가 사진 | 이기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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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0일, 2012 런던올림픽대회의 전초전 격인 프레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우승한 정다소미 선수(21). 올해 처음 태극 마크를 단 정 선수는 7월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 때의 ‘노 골드’ 수모를 씻고 한국 여자 양궁의 자존심을 살렸다. 정 선수의 어머니 여운경씨(48)는 그날의 기쁨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당연히 대회에 나갈 때마다 우승을 기대하지만 그것은 바람일 뿐이죠. 큰 기대 안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어요. 이게 올림픽이었으면 진짜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웃음).”
정 선수가 처음 활을 잡은 건 경기도 수원 송정초등학교 3학년 때. 고교 때까지 양궁선수였던 언니(현재 한국체육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를 따라 학교에 놀러갔다가 코치의 권유로 처음 활을 잡았다.
“어느 날 갑자기 양궁을 하겠다고 하기에 초등학교 때까지만 취미로 하겠지 싶어서 그러라고 했어요. 무엇보다 제가 직장을 다니다 보니까 아이가 학교 끝나고 집에 와도 돌봐주지 못해 그게 늘 마음이 쓰였는데, 언니와 함께 운동을 하고 오면 좋겠구나 싶었죠. 또 양궁은 그리 위험한 운동도 아니고, 오히려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흔쾌히 허락했어요.”
하지만 초등학교 때까지만 양궁을 할 거라는 여씨의 예상은 빗나갔다. 정 선수는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양궁을 계속했고, 실력은 나날이 향상됐다.

국가대표 후 지도자의 길 가길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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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선수에게는 ‘늦깎이 국가대표’ ‘오랜 무명 시절’이란 말이 수식어처럼 붙는다. 하지만 그동안 어머니는 지레짐작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해하지 않았다.
“다소미가 비록 한 번에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실력이 꾸준히 향상됐기 때문에 언젠가는 제 몫을 해내리라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아이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 무명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어요. 양궁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다소미의 꿈은 국가대표였기 때문에 시합에 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주눅 들진 않았어요. 하루하루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죠.”
정 선수는 무던한 성격 덕분인지 지금껏 크게 슬럼프라 느낀 적은 없었지만, 굳이 힘들었던 시기를 꼽자면 대학교 1학년 때다. 선후배 관계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운동에도 차질을 빚었다. 그때 정 선수에게 가장 힘이 돼준 사람은 바로 친언니다.
“아이가 힘들어하는데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격려하는 것밖에요. 대신 언니와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다소미는 어릴 적부터 엄마 아빠보다 언니 말을 더 잘 들었거든요(웃음). 언니면서 동시에 선배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어머니도 정 선수가 경기에 차분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도록 심리적인 면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양궁은 심리게임이나 마찬가지여서 평소 마음가짐이 어떻느냐에 따라 경기의 승패가 갈린다. 여씨는 “무엇보다 아이가 마음 편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격려의 말을 자주 해줬다. 부모가 먼저 앞서 나가지 않고 조용히 믿고 기다려 주려했다”고 말했다.
중학교 이후로 줄곧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정 선수가 한 달에 한두 번 집에 올 때면 정 선수가 좋아하는 김치볶음밥과 불고기를 자주 만들어줬다. 보양식으로는 연포탕과 전복삼계탕을, 눈 건강에 좋은 블루베리를 늘 챙겨준다. 반면 한약은 도핑 테스트에 걸릴까 봐 삼가고 있다.
정 선수에게 남자친구가 있는지 궁금해하자 “워낙 활달한 성격이라 친구들은 많은데 아직 남자친구는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정 선수의 감독도 농담처럼 남자친구 좀 사귀어보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로서 아직은 운동에만 전념하기를 바라는 듯했다.
“다소미는 선수 생활을 열심히, 오래 하고 싶어해요. 그 이후에는 지도자의 길을 가려 하고요. 그래서인지 결혼은 늦게 하겠다고 하는데, 이왕이면 힘든 운동선수보다는 평범한 사람이 짝이 되면 좋겠어요(웃음).”
여운경씨는 정 선수가 프레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우승한 것을 계기로 내년 국가대표에도 선발돼 런던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고 했다. “기왕이면 금메달을 획득하면 더 좋겠다”는 솔직한 바람도 내비쳤다.

여성동아 2011년 11월 5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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