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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 여자가 사는 법

베스트셀러 작가 최숙희가 궁금하다

우는 아이도 그치게 하는 그림책

글·구희언 기자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11.08.31 16:48:00

동글동글한 캐릭터, 따뜻한 색감,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스토리.
최숙희의 그림책은 아이만큼이나 엄마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작가 이름은 생소해도 ‘엄마가 화났다’ ‘괜찮아’ ‘나도 나도’ ‘너는 기적이야’라는 제목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읽고 나면 여운이 남는 따뜻한 그림책을 만드는 그를 마포 작업실에서 만났다.
베스트셀러 작가  최숙희가 궁금하다


작가 최숙희씨(47)를 보자 웃음부터 났다. 그의 책 ‘너는 기적이야’와 ‘엄마가 화났다’에 나오는 엄마와 똑 닮았기 때문이다. 둥근 얼굴에 단발머리, 동그란 눈의 그를 보고 있자니 작가가 캐릭터를 닮은 것인지 캐릭터가 작가를 닮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캐릭터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느냐고 묻자 그는 “아들 영상이가 ‘괜찮아’랑 ‘엄마가 화났다’를 보면서 엄마랑 똑같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아들은 작품의 첫 독자다.
“작품을 하면서 밑그림 같은 걸 보여주면 아들은 ‘좋다’라거나 ‘아이들에게 좀 어렵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코멘트를 해줘요. 그러면 저는 ‘왜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지’를 설명하죠. 그런데 아들이 ‘그래도 좀 어려운데’ 하면 다시 생각해서 작업에 반영해요. 설명하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게 그림책이거든요.”
그는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다. ‘괜찮아’(2005) ‘알, 알이 123’(2006) ‘하늘아이 땅아이’(2008) ‘나도 나도’(2009) ‘너는 기적이야’(2010) 등 수많은 그의 작품이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엄마가 화났다’(2011)는 출간 일주일만에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그림책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는 2005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펴낸 ‘너는 기적이야’는 아들 영상이의 17세 생일에 맞춰 출간한 책.
“완성은 9월 초에 했는데 생일에 맞춰서 출간하려고 기다렸죠. 처음 아들에게 러프 스케치를 보여준 적이 있었어요. ‘너랑 나랑 이야기야’라고 하니까 좋아하면서 슬쩍 울더라고요. 원래 둘이서 드라마나 영화 보면서도 자주 눈시울을 붉혀요.”

베스트셀러 작가  최숙희가 궁금하다


‘너는 기적이야’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너와 함께한 하루 하루, 너와 함께한 한 달 한 달, 너와 함께한 한 해 한 해가 내겐 모두 기적이었어. 네가 내 아이라는 것, 그게 바로 기적이야.’ 아이를 가진 부모의 마음을 대변하는 문구가 따뜻한 그림체와 어우러져 가슴을 적신다. 그에게 아들은 여전히 기적일까.
“어릴 때는 잘 몰랐어요. 중학교 때 사춘기가 와 힘든 시간을 보낸 뒤 엄마와 따뜻하게 손을 맞잡은 시점에서 이 책을 쓰게 됐죠. 키울 때는 아이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잘 몰라요. 지나고 보니 한순간 한순간이 아쉽고 아까운 거죠. 앞으로는 엄마와의 갈등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사춘기가 오겠죠. 아들이 중학생일 때는 나랑 눈도 안 마주치고 문 쾅 닫고 제 방으로 들어가고 그랬다니까요.”

‘기적은 내가 아니라 엄마’라는 말에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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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을 ‘자유방임주의형 엄마’라고 했다.
“아이가 크고 나니까 먹을 거 잘 챙겨주고 토닥토닥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잔소리는 저도 듣기 싫어하는데, 아이라고 다를까요. 한 번 얘기해서 안 될 건 두 번 얘기해서 될 리도 없고, 되도록 잔소리는 안 하려고 하죠.”
‘너는 기적이야’는 아이의 탄생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엄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홉 달을 배 속에 품어 처음 세상에 나온 아이와의 기적 같은 만남을 다뤘다.
“책에 사인과 아이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내용을 쓰고 아들에게 주면서 ‘한마디 하시죠’ 그랬어요. 걔가 이렇게 딱 썼더라고요. ‘엄마에게. 기적은 내가 아니고 엄마의 노력이야. 아들 한영상.’ 그렇게 적었어요. (아이가 제 노력을) 알아준다는 거죠. 내 안에서 나온 조그만 아이가 올려다볼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듬직하게 자라면서도 나를 알아준다는 게 감동적이었죠. 저도 울었어요.”
아들은 어렸을 적 가장 무서웠던 사람으로 ‘엄마’를 꼽았다. 이 책은 그 이유를 되짚어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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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러프 형식의 원고를 책으로 묶어뒀는데 그걸 바탕으로 다시 작업했죠. ‘잔소리 괴물’이 제목이었어요. 주변에서 다들 야단치지 않고 예뻐해주니까 중심을 잡아줄 사람이 엄마밖에 없었어요. 가장 가까이에서 지내며 행동에 제재를 가하니까 아이로서는 제일 무서운 존재였겠죠. 저는 그 정도로 화낸 적은 없어요. 되도록 선이 있으면 지키고, 감정에 치우지 않고 키우려 했죠. 아이를 키우다 보니 화를 낼 상황이 지나면 스스로 정화되는 걸 느꼈어요. 아이를 조금 더 기다려주면 어떨까 싶었죠.”
책에서 엄마가 아이에게 화를 내자 어느 순간 아이는 암흑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아이를 찾아 헤매는 엄마 앞에는 아이 대신 ‘후루룩’ ‘뽀글이’ ‘얼룩이’가 나타난다. 그는 “아이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도록 상상이 만들어낸 캐릭터를 넣었다”고 했다.

‘괜찮아’는 어른에게도 위로 주는 작품
엄마들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그림책 작가로 뽑히는 그의 꿈은 뭐였을까. 그는 처음부터 그림책 작가가 될 생각은 없었다. 부산대 계산통계학과(현 전산학과)에 들어갔던 그는 이듬해 서울대 산업미술학과에 재입학했다.
“부모님은 교대나 약대에 가서 안정적인 일을 하길 원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가기 싫었고, 그때만 해도 첨단 계통이라고 하기에 계산통계학과에 들어갔죠. 정말 적성이 안 맞더라고요. 좋아하는 걸 한 번은 시도해야지 생각했어요.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떠오르더라고요. 가지 못해 아쉬운 길을 남겨두지 말고 다시 돌아가는 건 어떨까 싶었죠. 휴학계를 내고 단식투쟁을 하면서 안 되면 (원래 다니던 곳으로)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운이 좋았어요. 그림은 좋아했지만 딱히 하고 싶은 건 없었어요. 하기 싫은 건 있었죠.”
처음부터 순수미술을 할 생각은 없었다. 산업미술을 전공하며 백화점 디스플레이, CI 작업, 잡지 편집, 일러스트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그림책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를 물었다.
“프리랜서 하면서 사보나 잡지 월간지 일러스트를 주로 그리다 우연한 기회에 그림책 작업을 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사보는 텍스트를 그림 한 컷으로 응축해서 그린다면, 그림책은 문장 한두 줄로 책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죠. 상상력은 물론이고 그림에도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거든요. 글에 없는 부분을 그림으로 채워 넣는 작업이 어려웠어요. 아, 이건 못하겠다 싶었죠. 그런데 사보나 잡지는 한 달 지나면 생명이 끝나는데 그림책은 제가 잊어버린 상황에서도 세상을 걸어다니고 있더군요. 사람들이 책을 읽어주니까 관심도 생겼고요.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그의 작품 ‘괜찮아’는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도 실렸다.
“이 책 대상 연령이 3~5세인데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실린 건 저도 의외였어요. 책이 주는 메시지는 ‘누구나 작은 거라도 잘하는 게 있다’는 거거든요. 한번은 사업하는 중년 여성이 팬이라며 찾아오셨어요. 그러면서 사업하다 보니 많은 사람을 알게 되는데 좌절한 사람이 있으면 ‘괜찮아’를 선물한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 책이지만 위로가 된다면서요. 저야 고마웠죠. 크다 보면 ‘괜찮아, 괜찮아’ 하는 말이 그 사람을 가장 인정해주면서도 위로하는 말 같더라고요.”
그의 책은 아이만큼이나 엄마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그는 “진심을 알아주는 것 같다”고 했다.
“책의 모든 면에서 제 이야기가 들어가잖아요. 거기에서 진심을 느껴 그런 건 아닐까 싶어요. ‘괜찮아’는 나에게 주는 이야기였죠. ‘너는 기적이야’는 아이의 육아일기를 읽으면서 만든 책이에요. 2000년에 나온 ‘누구 그림자일까?’는 아들과 다른 아이들의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쓴 책이라서 여전히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주로 그림책 삽화 작업을 했던 그는 ‘누구 그림자일까?’(2000) 이후부터 글과 그림 작업을 함께하기 시작했다. 따로 글공부를 했느냐고 묻자 “글은 잘 못 쓴다”고 고백한다.
“얘기하고 싶은 게 있다면 사전에서 빌려올 수도 있고, 생각을 길게 써나간 뒤 줄일 수도 있어요. 글 쓸 때 끼적거린 부분을 잘 살리려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면서 만들고 있어요. 하지만 천부적으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림이 글보다는 낫죠.”

다음 작품은 성장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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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이가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을 읽고 나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림 그릴 때는 구아슈(수용성 아라비아고무를 섞은 불투명한 수채 물감)를 주로 쓴다. 유화 물감이나 파스텔도 첨가한다. 처음 쓰던 아크릴 물감은 차가운 느낌이라 요즘은 부드럽고 풋풋한 느낌의 구아슈를 즐겨 쓴다고 했다.
그의 작품에는 동물이 자주 등장한다. ‘너는 기적이야’에서도 엄마 대신 책을 채우는 건 고릴라와 백곰 등 커다란 동물들이다. ‘괜찮아’에서도 개미부터 고슴도치, 타조, 기린까지 다양한 동물이 나와 자신의 장기를 뽐낸다. 동물을 보는 건 좋아하지만 만지는 건 별로 안 좋아한다는 그는 “사람은 성격을 특정하기 어렵지만 동물은 동물마다 어떤 성격이라는 게 있다”며 말을 이었다.
“동물을 의인화하기를 많이 좋아하죠. 사람이 갯과가 있고 고양잇과가 있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저를 보고 고양이 같대요. 실제로 의지하기보다 혼자서 잘 노는 편이죠.”
작업 시간은 ‘나인 투 파이브’를 고수하는 편.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 없는 동안 집에서 작업하다 아이가 오면 일을 딱 그만뒀어요. 그게 스트레스를 안 받는 저만의 룰이었죠. 여전히 그 시간은 지키려고 노력해요. 아주 바쁠 때는 밤늦게까지 작업하기도 하지만 되도록 안 하려고 해요. 밤에 하면 색감이 많이 떨어지거든요. 인공 조명 아래에서 색과 햇빛이 있을 때 색이 다른 것 같아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는 여전히 동심을 품고 사는 사람 같았다.
“제가 철이 없긴 한데(웃음). 그래도 나이보다 약간 어려 보이는 게 철이 없어서라는 생각도 들고. 제가 만드는 책이나 관계하는 것, 생각하는 것이 아이와 관련되는 부분이 많잖아요. 사회의 부대낌보다는 내 속의 부대낌이 많으니까 아무래도 사회 물이 좀 덜 들었겠죠.”
그는 자신의 책에 아이들이 ‘책임감 있고 배려 깊은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고 적었다.
“제 아이는 따뜻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주변 사람에 대해 배려하고 살펴볼 수 있는 사람이요. 일적으로 따뜻하다는 건 그만큼 자기 일을 사랑하고 책임감이 있는 사람인 거겠죠. 저는 일할 때가 참 좋아요. 힘들지만 즐거워요. 일할 때만큼은 시간이 잘 가고 집중할 수 있어요. 지금을 즐기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평균적으로 그는 한 권의 책을 위해 1년을 쓴다. 벌써 그는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직 주인공 이름은 안 정했지만 성장에 대해 다룰 거라며 러프 스케치를 보여줬다. 연필로 그려진 최숙희표 동그란 여자아이가 A4 용지 위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작품을 통해 아이들이 어떤 영향을 받길 바라느냐고 묻자 “꼭 영향을 줘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 자체로 흐뭇하고, ‘괜찮아’와 같이 자존감을 느끼고, ‘나도 잘하는 게 있을 거야’ 생각하고, 책을 덮은 뒤 흐뭇해지거나 손뼉을 치면서 나도 그랬었지 하고 공감하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예전부터 책을 봐주신다는 게 참 고마워서 기회가 된다면 말하고 싶었어요. 제 진심에 대해 응답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성동아 2011년 9월 5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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