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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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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와 둔황

교과서에서만 보던 ‘왕오천축국전’을 실물로!

2011. 01. 07

실크로드와 둔황

1 소하묘지 전경, 중국 신장성 누란, 기원전 2000~1000년, 지난 2002년 발견된 소하묘지를 통해 이 지역에서 약 4천년 전 유럽계 인종이 밀 등을 재배하면서 독자적인 문화를 가지고 살았음을 알 수 있다. 2 청동의장행렬, 중국 간쑤성 무위시, 기원전 3세기~3세기, 수레길이 36cm, 말 높이 40cm 중국 왕가의 정통적인 의장행렬을 그대로 재현한 청동 유물로 당시 시대상을 짐작할 수 있다.



서쪽 로마에서 동쪽 중국을 거쳐 한반도까지 이어졌던 실크로드. 이 길을 따라 멀고 험난한 여정 속에서 꽃피운 찬란한 문화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 ‘실크로드와 둔황’전이 열린다.
우리에게 실크로드는 신라시대 승려 혜초(704~787년)가 기록한 ‘왕오천축국전’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혜초는 723년부터 4년 동안 실크로드를 비롯한 다섯 천축국(인도의 옛 이름)과 페르시아, 중앙아시아 등 서역지방을 기행하고 여행기를 남겼다. 당시 그가 여행한 길은 신라의 수도 경주에서부터 시작해 뱃길로 중국 광저우를 거쳐 인도에 도착한 뒤 육로로 페르시아, 중앙아시아를 지나 당의 수도 장안(지금의 시안)까지 2만km에 이르렀다. 혜초가 그렇게 험난한 길을 여행하며 남긴 ‘왕오천축국전’에는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풍습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때문에 ‘왕오천축국전’의 가치는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7세기 현장법사의 ‘대당서역기’, 13세기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14세기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와 함께 세계 4대 여행기로 꼽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왕오천축국전’은 대한민국의 소유물이 아니다. 1908년 3월 동양학에 심취해 있던 프랑스 탐험가 폴 펠리오가 중국 둔황 막고굴 장경동에 있는 것을 발견한 뒤 이를 관리인으로부터 싼값에 구입, 프랑스 국립도서관으로 보내 지금껏 보관하고 있기 때문. 현재 남아 있는 부분은 총 2백27행에 5천8백93자, 폭 28.5cm, 총길이 358cm인데 전시장에는 두루마리 형태 책의 끝 부분만 일부 펼쳐놨다. 이는 ‘60cm 이상은 펼치지 말 것’이라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대여 원칙 때문이라고. 대신 복제본은 실물 그대로 길게 펼쳐놔 혜초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동서문물의 교차로 실크로드, 그 찬란했던 문명의 흔적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동서문명 교류의 젖줄이었던 실크로드는 19세기 말 독일 지리학자 리흐트호펜이 비단이 중국으로부터 중앙아시아를 경유해 파미르 고원 서쪽 지역과 서북 인도로 수출됐던 것을 보고 그 경로를 통칭해 명명한 이후 지금껏 그대로 불리고 있다. ‘실크로드와 둔황’전은 가깝고도 멀게 느껴지는 중앙아시아 지역의 역사를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실크로드 대표 지역인 신장, 간쑤, 닝샤 등 3개 성에 있는 10여 개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 2백30여 점이 공개되기 때문. 특히 중국의 서쪽 영토가 끝나고 서역이 시작되는 실크로드의 관문으로 번영을 누렸던 도시 ‘둔황’에서 출토된 문물들이 공개돼 그 당시 발달된 문화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혜초와 함께하는 서역 기행’이라는 부제에서 엿볼 수 있듯 이번 전시는 8세기 신라시대 혜초가 여행했던 길인 파미르 고원 동쪽의 실크로드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총 4개 섹션으로 나눠진 전시 중 1부에서는 ‘실크로드의 도시들’이라는 주제로 혜초가 직접 지났던 길인 서역북도와 서역남도, 동서로 연결하는 교통로가 있는 천산북로의 도시와 유물들을 소개한다. 이곳에서는 많은 유물이 출토됐는데 그중 황금대구에는 몸 여러 곳에 터키석이 박힌 큰 용 한 마리와 작은 용 일곱 마리가 구름 위에서 노는 듯한 모습이 장식돼 있어 그 화려한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한국에서도 이와 흡사하게 생긴 유물이 평양에서 발견된 점으로 보아 실크로드를 통해 유입된 서역 문명이 한반도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2부는 ‘실크로드의 삶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섹션. 실크로드 지역은 대부분 1년 중 강수량이 증발량보다 훨씬 적은 건조지대로 이곳에 거주하는 민족들은 오아시스 농경과 유목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농경과 유목만으로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얻을 수 없었고,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서로 부족한 물품을 교환하는 무역을 발달시켰다. 무역은 낙타 행렬을 이끌고 목숨을 건 채 사막을 오가던 대상들에 의해 더욱 발달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2년 중국 신장성 누란의 소하묘지에서 출토된 유물들도 공개돼 당시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둔황과 왕오천축국전’이라는 주제의 3부는 혜초가 쓴 ‘왕오천축국전’과 함께 이것이 발견된 ‘둔황’의 석굴과 벽화가 전시된다. 둔황을 오갔던 많은 대상들은 여행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명사산 기슭에 벌집처럼 막고굴을 뚫어 그곳에 석굴을 조성하고 각종 불화를 그려놓았다. 벽화에는 행장을 꾸리고 출발을 기다리는 대상의 모습, 낙타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모습 등 대상들이 실크로드 여행길에서 겪은 어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명사산 기슭의 천불동도 바로 그 유적 중 하나인데 1900년 둔황 천불동 17호 굴에서 실크로드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는 여러 가지 문서가 발견됐고 그중 하나가 바로 ‘왕오천축국전’이다.
4부 ‘길은 동쪽으로 이어진다’ 섹션에서는 둔황에서 서안에 이르는 간쑤·닝샤 지역과 경주의 유물들이 소개된다. 간쑤·닝샤 지역은 중국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흉노족 등 유목민의 전통도 강하게 남아 있어 독특한 성격을 뿜어내고 있다. 이 지역에서 출토된 ‘청동의장행렬’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시황제의 능에서 출토된 유물들과 비슷한 느낌의 중국적 전통이 깃들어 있는 것 같지만 ‘매머리장식’에는 흉노족 등 유목민 사이에서 유행하던 양식이 고스란히 간직돼 있다.
실크로드에 대해 면밀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강의도 열린다. 정수일 전 단국대 사학과 교수의 ‘실크로드의 새로운 이해’를 비롯해 서울대 국사학과 남동신 교수의 ‘혜초와 왕오천축국전’,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이주형 교수의 ‘실크로드와 간다라 미술’ 등이 3월17일까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열릴 예정이다.

실크로드와 둔황

1 17호굴(모형), 중국 간쑤성 둔황 막고굴, 9세기, 높이 4.95m, 가로 570cm, 세로 895cm 둔황을 오갔던 많은 대상들은 여행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불상과 불화를 제작했다. 2 황금대구, 중국 신장성 카라샤르, 1~2세기, 길이 9.8cm 터키석이 박힌 용이 실제로 꿈틀거리는 듯하다. 3 동로마 금화, 중국 닝샤성 고원, 6세기, 지름 1.5cm 서역에서 통용되던 동로마 금화가 닝샤성에서 발견돼 과거 이 지역에서도 실크로드를 통한 동서무역이 활발하게 진행됐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4 매머리 장식, 중국 닝샤성 영등, 기원전 5세기~3세기, 높이 5.5cm 흉노족 등 유목민 사이에서 유행하던 양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유물. 5 왕오천축국전, 중국 간쑤성 둔황 막고굴, 8세기, 총 길이만 358cm에 이르는 여행서로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했던 승려 혜초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시기간 ~4월3일 화·목·금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수·토요일 오전 9시~오후 9시, 일요일·공휴일 오전 9시~오후 7시(매주 월요일, 1월1일 휴관) 장소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입장료 어른 1만원, 청소년 9천원, 초등학생 8천원, 어린이 5천원 문의 1666-4252 www.silk road201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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