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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체험 공개

국제생물올림피아드 금메달 받은 대구과학고 3학년 최재환군

“과학에 흥미 느끼고 잘~하는 비결”

기획·송화선 기자 / 글·안소희‘자유기고가’ / 사진·지호영 기자

2007. 09. 12

지난 7월 세계 청소년이 참가해 생물 실력을 겨룬 국제생물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받은 최재환군은 “생물책이 소설 ‘해리포터’처럼 재밌다”고 말하는 과학 영재다. 2년여의 노력 끝에 세계 무대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최군을 만나 과학공부 노하우를 들었다.

국제생물올림피아드 금메달 받은 대구과학고 3학년 최재환군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때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올림피아드만을 목표로 달려왔어요. 금메달을 받는 순간 그동안의 노력이 죽 떠오르며 마음이 정말 뿌듯하더군요.”
지난 7월 캐나다에서 열린 ‘제18회 국제생물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대구과학고 3학년 최재환군(18)은 “최선을 다해 얻은 결과라 더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국제과학올림피아드는 유네스코가 주최하는 세계 청소년들의 과학경연대회. 세계 각국의 20세 미만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과학적 창의력과 탐구 능력을 겨루는 ‘두뇌 올림픽’으로 매년 생물뿐 아니라 물리·화학·수학·천문·정보 등 6개 분야의 대회가 열린다. 제18회 국제생물올림피아드에 참가한 학생은 전 세계 49개국에서 선발된 1백93명. 참가 학생들은 생물 이론과 식물학, 동물 해부 및 생태학, 유전학, 세포생물학 및 생화학 등 4개 분야의 실험 실력을 겨뤘다.
최군은 “지난 3월 한국생물교육학회가 주관한 선발고사를 통과해 국가대표에 선발된 뒤 5월께부터 주말마다 서울대에서 다른 국가대표들과 함께 실험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쌓인 실험 실력에 꾸준히 공부해온 이론이 더해져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 올림피아드에 도전한 건 단순한 이유에서였어요. 제가 중학교 때 만년 2등이었거든요. 늘 1등을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도저히 그 친구를 이길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속으로 ‘나도 언젠가 한 번은 정상의 자리에 서고 싶다’고 생각했죠. 과학고에 진학한 뒤 국제올림피아드를 그 대상으로 삼은 거예요(웃음).”

“교과서 내용 요약 정리한 ‘나만의 교과서’와 ‘블랙홀 노트’가 좋은 성적의 비결”
생물 분야를 선택한 건 중학교 3학년 때 세계적인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은 뒤 생물의 매력에 흠뻑 빠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물학에 바탕을 두고 인간의 삶과 죽음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이 책에 매료된 뒤부터 생물이 ‘달달 외워야 하는 암기 과목’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가 등장하는 장편소설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는 최군은 “그때 이후 일반 생물교과서를 스무번 정도 내리 읽었다”고 말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을 때 줄거리와 등장인물을 적어가며 외우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런데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저절로 모든 것이 기억에 남게 되죠. 생물도 마찬가지예요. 교과서를 계속 읽으니 생물의 기본이 되는 지식들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들어오더라고요.”

국제생물올림피아드 금메달 받은 대구과학고 3학년 최재환군

“과학책이 소설처럼 재미있다”고 말하는 대구과학고 3학년 최재환군.


이후 그가 사용한 방법은 ‘나만의 교과서’와 ‘블랙홀 노트’ 만들기. ‘나만의 교과서’란 교과서에서 핵심적인 내용만 추려내 10분의 1 분량으로 줄인 책으로, 최군은 평소 그걸 읽으며 생물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했다고 한다. ‘나만의 교과서’를 읽다가 잘 이해되지 않거나 꼭 암기해야 하는 내용이 나오면 그것만 따로 묶어 ‘블랙홀 노트’에 적었다. 생물뿐 아니라 다른 과목도 이런 식으로 공부한 최군은 과학고 진학 뒤 어머니의 권유로 한 달쯤 과외를 받다가 그만둔 것을 제외하곤 한 번도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한 적이 없지만 3년 내내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과학분야의 성과는 더 뛰어나다. 2005년 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한 한국과학창의력대회에서 고등학교 1학년부 금상을 받고, 같은 해 한국과학재단이 지원하는 과학고 R·E(Research and Education) 프로그램에 참가해 ‘효모 미토콘드리아 RNA중합효소억제유전자에 관한 연구’로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아 이듬해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열린 ‘국제 효모유전 및 분자생물학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는 등 영재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최군은 “본격적으로 올림피아드 준비를 시작한 1학년 2학기 때부터 평소엔 생물 분야에 집중하고 다른 과목은 시험 2주 전부터 공부하는 방식을 썼다”며 “워낙 체력이 좋아 잠을 많이 안 자도 피로를 안 느끼는 게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비결”이라고 말했다. 마치 농담인 듯 장난스레 웃음을 지었지만, 사실 최군은 공부시간이 부족할 때는 일주일 내내 거의 잠을 자지 않고도 버틸 만큼 지독한 노력파라고 한다.
“특별히 집에서 뒷바라지한 것도 없는데 스스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 고마울 뿐”이라고 말한 최군의 어머니 박영란씨(46)는 “재환이가 올림피아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건 평소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해 창의성이 강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고 귀띔했다.
“바쁜 중에도 시간을 쪼개 교지 편집부 활동을 하는데 표지 디자인부터 기사 작성까지 안 하는 게 없더라고요. 친구들과 의논해 하나하나 만들어내는 걸 참 좋아하죠. 과학고 학생들은 공부만 하는 모범생일 것 같지만 교지를 보면 우스개를 섞어가며 얼마나 재미있게 만드는지 몰라요. 그런 경험을 통해 쌓인 인문학적인 상상력이 재환이가 과학을 공부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최군은 “되돌아 생각해보면 교과서를 많이 읽은 뒤 스스로 핵심을 찾아내는 공부 방식이 과학 실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처음엔 답답하고 느리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과정을 견디고 습관으로 만들면 과학을 하는 데 꼭 필요한 문제해결 능력과 자신감, 창의력이 월등히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무엇을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어요. 벌써 조기졸업을 하고 대학에 진학한 친구도 있고,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친구도 많지만 지금은 일단 수능시험에 집중하려 해요. 수능을 치른 뒤 우리나라 대학에 진학해 순수 과학이나 의학 분야 공부를 할 생각입니다. 어느 전공을 택하든 지금 제가 갖고 있는 생물에 대한 사랑과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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