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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쇼 무대 올라 화제 모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요즘 생활

글·이남희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7.01.24 11:35:00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오랜만에 공식 무대에 등장했다. 70~80년대부터 동대문 의류시장에서 일해온 여성 봉제노동자들이 연 ‘창신동 아줌마, 미싱에 날개 달다!’ 패션쇼에서 화려한 캣워크를 선보인 것. 특유의 세련된 패션감각과 무대 매너를 뽐낸 강 전 장관의 패션쇼 뒷얘기와 근황을 취재했다.
패션쇼 무대 올라 화제 모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요즘 생활

패션쇼에 오르기 전 메이크업을 받는 강금실 전 장관.(오른쪽 위) 다른 모델들과 함께 리허설에 나선 강 전 장관의 눈에 호기심이 가득하다.(오른쪽 아래)


“무대에서 넘어지지 않아야 할 텐데 걱정이에요. 하긴 그래야 더 재미있지 않겠어요? 호호! 생애 처음 서보는 패션쇼 무대라 정말 떨리네요. 패션쇼에 어울린다고요? 글쎄요, 키가 작아서….”
지난해 5월 서울시장 선거 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50·법무법인 우일IBC 고문변호사)이 최근 패션모델로 변신해 화제를 모았다. 70~80년대부터 동대문 의류시장에서 ‘시다’(보조원)로 일해온 여성 봉제노동자들이 주도하는 ‘창신동 아줌마, 미싱에 날개 달다!’ 패션쇼에서 당당한 워킹을 선보인 것. 패션쇼 리허설을 앞두고 만난 강 전 장관은 특유의 유머로 패션쇼에 서는 긴장감을 표현했다.
12월1일 오후 서울 동대문 서울 패션아트홀에서 열린 이 패션쇼는 고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인 전순옥씨가 설립한 ‘수다공방’이 주최한 행사로서 창신동 여성 봉제노동자와 강금실 전 장관,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 이상수 노동부 장관 등 사회 각계 인사 20여 명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수다공방은 봉제기술 재교육 센터로 여기서 교육받은 창신동 여성 미싱사들이 40~50대 여성을 겨냥한 천연소재 옷을 만드는 패션 브랜드 이름이기도 하다. 강 전 장관은 수다공방의 홍보대사를 자청할 만큼 행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30년 봉제경력의 남정숙씨와 함께 무대에 오른 강 전 장관은 화사한 미소와 사뿐한 캣워크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단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강 전 장관이 입은 흰 재킷과 회색바지는 바로 함께 모델로 나선 남정숙씨가 제작한 것. 강 전 장관은 흰 재킷 위에 꽃 브로치를 달아 특유의 패션감각을 드러냈다.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환호에 답한 그는 ‘프로 모델’ 못지않은 세련된 무대매너를 뽐냈다.
강 전 장관은 자신의 무대가 끝난 뒤 인터뷰를 통해 패션쇼에 서는 소감을 밝혔다. 행사의 사회자인 정용실 KBS 아나운서가 “여느 분하고 워킹이 다른데 패션쇼 무대에 서본 것 아니냐”고 묻자 강 전 장관은 “패션쇼 구경도 생전 처음”이라고 말해 객석에서 폭소가 터졌다.

패션쇼 무대 올라 화제 모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요즘 생활

30년 봉제 경력의 남정숙씨(왼쪽)와 함께 런웨이에 나선 강 전 장관. 그의 사뿐한 캣워크는 단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어 강 전 장관이 “다시 패션쇼 무대에 서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자 정 아나운서는 “잘하셨다고 칭찬하는 건데 왜 어렵다는 거냐? 격려의 박수도 나오는데…” 하며 말을 이었고 이에 강 전 장관은 “그럼,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수다공방이 만든 옷에 대해서 “기대 이상이다. (입어보니까) 바느질이 몸에 배기지가 않고, 옷감의 촉감이 부드럽고 가볍다. 백화점 기성복보다 훨씬 편안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같이 무대에 오른 남정숙씨는 “정성을 다해 옷을 만들었다”며 “이 옷을 강금실 전 장관이 입어 더욱 영광이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이번 패션쇼를 ‘창신동 아줌마들이 일으킨 쿠데타’에 비유하기도 했다. 수십년간 외길을 걸으면 마침내 뭔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창신동 아줌마’들이 보여줬다는 것.
“제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갔을 때도 창신동 봉제공장에 갔어요. 공장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조그만 방이었지요. 60~70년대와 다를 것 없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혁명적인 변화가 생겼네요. 단추를 하청받으면 단추만 달고 그러던 창신동 아줌마들이 쿠데타를 일으켰어요. 직접 디자인을 하고 패션 옷을 만들며 확 달라졌어요. 그분들은 봉제일이나 미싱일을 하다가도 그 구력이 쌓이면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어요. 세계무대에도 ‘창신동 라인’으로 나설 수 있어요. ‘하면 된다’는 희망을 심어준 수다공방이 정말 발전하고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여성 인권에 관해서는 활발한 대외 활동, 1월에는 산문집 펴낼 계획
지난해 4월 ‘여성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여성리더의 역할 모델이 되고 싶다”고 밝혔던 강 전 장관은 5·31 지방선거 패배 후 조용한 행보를 고집하면서도, 여성 인권에 관해서는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쳤다. 강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말 외교통상부가 임명하는 여성인권대사에 재임명되면서 10월 중순 미국에서 열린 유엔 총회 여성인권 의제 논의에 참석해 여성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강 전 장관은 당시 특파원단과 만나 “곧 이주여성 주요 송출국인 베트남과 필리핀을 방문, 해당 국가 이민 여성의 한국내 조기정착을 위한 제도 마련을 협의할 생각”이라고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그는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의 요청으로, 11월 말 덕성여대 강당에서 ‘21세기 여성의 미래’란 주제로 특강을 하기도 했다. 그는 강의에서 “20세기까지는 남성적 권위주의가 지배하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여성적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시대”라며 특히 정치에 대한 젊은 여성층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주문했다.
강 전 장관이 요즘 에너지를 쏟고 있는 또 다른 일은 집필작업이다. 그는 최근 황인숙 시인, 시사평론가 진중권씨 등과 함께 집필한 ‘나만의 공간’이란 수필집을 펴냈다. 그는 “피곤하고 힘들 때 나의 휴식처는 바로 잠”이라고 고백한다.
“마음의 병도 외상과 마찬가지로 치유기간이 필요하다. 다 낫기 전에 또 마음의 병이 들면 바닥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무너짐의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려면 바닥을 무조건 두껍게 덮어야 한다. 내 경험으로 제일 잘 덮는 방법은 잠이다.”
강 전 장관은 1월 법무부 장관 및 여성인권대사 활동, 서울시장 선거 참가 등 자신의 경험을 담은 산문집을 발간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기자에게 “요즘 글을 쓰느라 바쁘다”고 웃으며 말했다. 산문집의 제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강 전 장관은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제가 할 일이 무엇인지 선거를 치르며 확인하고 배우고 깨달았다”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시 그의 얼굴에서 실망감이나 허탈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의 패배를 확인한 직후 그는 “이제 정치인 강금실로 남겠다”고 자신의 진로를 밝힌 바 있다. 그 때문에 강 전 장관은 여권의 ‘잠재적인 대통령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는 최근 서울대 교내 월간지 ‘서울대저널’이 서울대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앞으로 유력한 대선후보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사람’ 1위로 뽑히기도 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채 ‘생활 정치’를 등한시하는 우리 정치 현실을 젊은 여성들이 나서서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강 전 장관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까.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온 ‘정치인 강금실’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여성동아 2007년 1월 5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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