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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고백

‘제 2 사랑당’ 창당 선언한 ‘괴짜 로맨티시스트’ 조영남

“숨은 사랑, 불륜의 사랑 모두 공개하는 책 펴낼 거예요. 또 한번 욕을 ‘바가지’로 먹더라도…”

기획·구가인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ㆍ홍중식 기자

2006. 03. 09

얼마 전 조영남의 대선 출마 소식이 한 스포츠지의 일면을 장식했다. 현재 집필하고 있는 책 이야기를 하던 중 우스개로 던진 말이 기사화된 걸로 밝혀졌지만 여운이 남는다. 그가 결성했다는 ‘제 2 사랑당’의 취지가 심상치 않기 때문. 조영남을 만나 ‘제 2 사랑당’ 이야기와 그가 경험한 특별한 사랑의 기억들, ‘친일 발언’ 이후 근황을 들었다.

‘제 2 사랑당’ 창당 선언한 ‘괴짜 로맨티시스트’ 조영남

화실을 겸한 조영남(61)의 집 거실은 캔버스와 물감, 붓, 물통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태극기의 건곤감리 부분에 흰색으로 붓칠을 하다 손님을 맞은 그는 “새벽 6시까지 작업을 하다가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났다”고 했다.
“3월9일 전주 소리마당 예술관에서 전시를 해요. 제목은 ‘파란만장 삶과 예술전’쯤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아, 그런데 전시공간이 자그마치 6백 평이에요. 갤러리라기보다는 운동장에 가까운 크기죠. 1백20점 정도 전시할 예정인데, 그 넓은 공간을 조영남이가 꽉 채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어요.”
부스스한 머리에 정리 안 된 수염 때문에 피곤해보였지만 입담은 여전했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대통령 출마설의 진상부터 묻자, “하하하, 조크였는데…” 한다.
“요즘 재미있는 일이 너무 없어서 사람들 웃으라고 한마디한 것이 기사화됐어요. 그런데 기사가 나가고 난리가 났어요. 총회는 언제 하냐, 나도 한자리 달라…. 후원자들이 생각보다 많았어요. 그래서 이참에 정말 (대선에) 나갈까 진지하게 고민했어요(웃음).”
문제의 발단이 된 ‘제2 사랑당’ 창당 선언은 최근 쓰고 있는 책 이야기를 하다가 나왔다고 한다. 그는 현재 사랑과 관련된 책을 쓰고 있는 중이다.
“출판사 측에서 ‘사랑 많이 해보지 않았느냐’ 묻더라고요. ‘좀 해봤다’ 했더니 ‘그럼 그걸로 써보자’ 해서 하게 된 거예요.”

기억에 남기고픈 옛사랑 이야기 모아 집필 중
조영남은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풋사랑을 시작으로 풋사랑 세 번, 결혼까지 이어진 사랑이 두 번, 불륜 서너 번 등 기억에 남을 만한 일곱여덟 번의 사랑을 했다고 한다. 오는 5월경 출간 예정인 책에는 자신이 겪은 모든 사랑이 담겨 있다.
“책이 나오면 ‘미친 새끼, 다 늙어서 왜 저런 얘길 하나’ 욕할 게 뻔해요. 하지만 내가 욕먹은 게 어디 하루 이틀인가요. 뒤늦게라도 내가 사랑한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어요. 또 한 차례 욕을 ‘바가지’로 먹는 한이 있어도. 내 말에 동조할 사람들도 꽤 많을 거고요. 그래서 더욱 ‘써보자’ 결심했죠.”
하지만 실존하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모든 걸 다 밝힐 수는 없기에 그 강도는 70%를 못 넘을 것 같다고 한다. 일일이 동의를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조영남은 “작가들이 소설을 쓰는 이유를 알겠다”면서 특유의 미소를 던진다.
“풋사랑이든, 결혼으로 이어진 사랑이든, 불륜의 사랑이든 다 지나가면 마찬가지예요. 많은 사람이 종족 보전을 핑계로 해서 결혼이라는 계약관계를 맺지만 결혼했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사랑이 지속되진 않아요. 변질될 것을 우려해서 제도화하지만, 이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죠. 일부일처제가 잘못된 제도이고 30년 후에는 1대1로 사는 게 무의미해지는 시대가 온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자신은 ‘너만을 위해 살겠다’며 계약(결혼)했던 여자들과의 계약을 파기한 상태(이혼)이기에 이런 얘길 할 수 있지만, 속으로만 끙끙거리며 말 못할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한다.
조영남은 이어 자신의 사랑 경험을 들려주며 사랑에 대한 두 개의 진리를 말했다. ‘사랑은 찾을수록 숨는다’는 것과 ‘우리는 어떤 인간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는 것.

‘제 2 사랑당’ 창당 선언한 ‘괴짜 로맨티시스트’ 조영남

“두 번째 색시(아내)와 헤어진 건 아이 때문이었어요. 첫 번째 색시와 헤어지며 ‘절대 배다른 자식은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그런데 계속 아이를 낳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해결책으로 ‘미국에 가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너는 20대에 날씬하고 예쁘니까, 미국 가서 공부하고 있으면 틀림없이 아이 낳자는 놈이 나타날 거다’ 했죠. 한동안 고민하더니 결국 승복했죠.”
아내가 떠난 뒤, 그의 후배들은 ‘자유를 찾은 형님을 위해 여자를 소개시켜준다’며 나이트클럽으로 초대했다고 한다. 그동안 골라둔(?) 아가씨들을 ‘쫙’ 소개시켜줬다고.
“하지만 난 사랑을 찾는 게 목표였지, 2차 하는 게 목표는 아니었어요. 돈 내고 섹스 하는 건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렇게 매일 아가씨들을 바꿔서 만났는데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안 나타났어요.”
그는 섹스뿐 아니라 사랑할 수 있는 상대를 찾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만난 ‘아가씨’들은 모두 그를 비즈니스 상대로 대했다는 것.
“이미 내 마음속에 잔뜩 의도가 담겨 있었던 거죠. 그러니 아가씨들이 날 대하는 데도 서먹하고 나도 서먹했을 수밖에. 열댓 명이나 그랬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후배들에게 선언했어요. 여자들에게 강제로 ‘형님 잘 모셔’ 하지 말라고.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는데 너희들이 그럴수록 손님 대하듯 해 더 잘 안된다고 했지요.”
보름 정도 새로운 사랑을 애타게 찾은 후, ‘사랑은 억지로 만들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달은 조영남은 바로 ‘사랑찾기 운동본부’를 폐기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날 저녁 한 명의 아가씨와 ‘눈이 맞았다’.
“마음의 짐을 벗고 홀가분해지니까 보여요. 지금까지 갔던 술집의 똑같은 여자 중 하나였는데 ‘내가 오빠의 짝이 되겠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찾았던 사랑이었어요.”

열흘간 사랑을 나눈 그녀, 알고 보니 레즈비언?!
“마음을 비우니 사랑이 왔다”는 말을 한 후, 잠시 생각에 잠긴 조영남은 이어 40대 중반 LA에서 경험한 ‘충격이 너무 커 인생관 전체를 변하게 했던’ 특별한 사랑이야기를 들려줬다.
“당시 LA에 마중 나오기로 한 후배는 날 데리고 술집에 가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내가 좀 늦게 도착했어요. 술집은 영업이 끝나 있었고요. ‘어떻게 하나’ 궁리하며 차 안에 앉아 있는데 천사 같은 여자가 나타났어요. ‘조영남 선생님 아니세요?’하며 나를 알아보더니 자기 집에 가서 한잔 하자는 거예요.”
‘얼씨구나’ 했던 조영남은 ‘재스민’이라 불리는 여자를 따라 아파트로 갔다고 한다. 그때 ‘재스민’은 다른 여성과 함께 아파트를 쓰고 있었다고. 조영남은 그날 새벽부터 근 열흘간 그녀와 함께 “관광하고, 놀고먹고, 자고, 섹스를 하며 천국이 따로 없는 환상적인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조영남 인생 최대 깨달음’을 준 날이 왔다.
“함께 LA 외곽 거리를 드라이브하는데 재스민이 어느 지점에서 차를 멈췄어요. 밖에는 어떤 젊은 여자가 있었는데,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그 여자에게 가더라고요.”
그리고 얼마 후 조영남은 충격적인 고백을 들었다.
“다시 아파트로 돌아오는데 재스민이 한숨을 쉬면서 ‘오빠한테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거예요. 무슨 말인가 싶어 얼굴을 쳐다보니 ‘아까 아가씨 봤지요? 그 여자가 내 마누라예요’ 하더라고요.”
그럼 재스민은 레즈비언? 거기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재스민의 아파트에서 함께 사는 여자는 그의 “현재 남편”이라고 했다. 그리고 “위층에 사는 A언니는 (재스민의) 남편이 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고, B언니는 (재스민의) 부인이 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고백하더라는 것. 그러면서 “‘현재 남편’이 좀 전에 길에서 보았던 여자(재스민의 현재 부인)와 셋이서 한집에서 살자고 생떼를 쓰고 있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했다.

“거기서 내 인생관 전체가 바뀌었어요. 인간이 이렇게 다양하고 무궁무진하고, 우리 삶이 간단하게 이야기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구나. 충격적이었어요. ‘이런 현실 속에서 신학을 안다’ 해서 뭘 하나 싶어지기도 하고. 인간 앞에서 ‘셧업(shut up)’해야 한다는 산 교훈을 얻었지요.”



“그들이 다만 ‘동성끼리 사랑을 해야 만족하는 성향’일 뿐 착하고 성실한 ‘보통’사람들이었다는 것이 놀라웠다”는 조영남은 한동안 “주변에서 일어나는 웬만한 일들은 다 사소해 보였다”고 회고한다.
“알고 보니, 유명한 현대미술가의 반 이상은 다 동성애자였어요. 러션 버그, 야스퍼 존스, 데이비드 허크니, 래리 리버스, 미셸 장 파스키야, 앤디 워홀… 뉴욕 미술계의 터줏대감들이 쉬쉬하는 사람들인데… 나는 동성애자가 아니어서 현대미술은 하나마나겠구나 싶기도 했어요(웃음).”

‘결혼 4년 중임제’ 주장하는‘제 2 사랑당’ 창당할 계획

‘제 2 사랑당’ 창당 선언한 ‘괴짜 로맨티시스트’ 조영남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그에게 최근 스포츠지의 일면을 장식한 ‘제 2 사랑당’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제 2의 사랑’이란 가정생활이라는 ‘허락된 사랑’이 아닌 또 다른 사랑을 말한다고. 조영남은 이어 “우리 사회에서 성공했다고 하는 남자 중에 가정생활을 충실히 하면서 또 다른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허다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단지 말을 안 할 뿐이에요. 많은 부인네들이 ‘자기 남편은 바람 안 피우고 자기만 아는 훌륭한 남편’이라고 알고 있고 나 같은 사람은 바람둥이, 나쁜 남자라고 하는데 그건 참 억울한 부분입니다.”
조영남은 또 “남자들 세계에 숨겨져 있는 ‘제 2의 사랑’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면서 ‘제 2 사랑당’은 이런 모순을 해결할 ‘특단의 조치’라고 말한다.
“제 2의 사랑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제2 사랑당’을 만들자 했더니 다들 좋다는 거예요. 그래서 결성했어요.”
주요 멤버가 누군지 물으니 “우리끼리는 비밀이 아니지만 언론에 알려지면 곤란한 지경에 빠지게 된다”며 손사래를 친다. 비록 대선에 출마는 안 하지만, 앞으로 자신은 ‘제 2 사랑당 당수’로서 ‘결혼 4년 중임제’를 내걸고 ‘사랑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하는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에게 ‘친일 발언 파문’ 이후 심경이 어땠냐고 묻자 “나를 돌아볼 수 있는, 하늘이 준 기회였다”는 답이 돌아왔다.
“처음으로 전면적으로 나를 되돌아볼 수 있었어요. 그전엔 내가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어요. 정규방송 2개에 매주 칼럼 써야지, 음악회 다녀야지, 미술전시회 해야지… 유명해지고 돈 버니 사람들은 성공했다고 부러워했지만, 제 삶은 갈기갈기 찢겨졌어요. 사람들과 만나 눈빛 한번 따뜻하게 못 마주치고 건성건성 살았지요. 그 일이 그걸 알게 해주었어요.”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사랑을 갈구하고, ‘사람과의 교감’을 소중히 생각하는 광대, 조영남. 그는 우리 시대 흔치 않은 ‘괴짜 로맨티시스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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