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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앞서가는 CEO

고객 감동을 추구하는 우리홈쇼핑 대표 정대종

■ 글·김동희 ■ 사진·정경택 기자

2004. 09. 10

우리홈쇼핑은 TV홈쇼핑업계의 후발주자로 지난 2001년 전국의 90여 개 중소기업이 연합해 만든 유통전문기업. 지난 5월 국내 처음으로 홈쇼핑 사업 재승인을 받고 ‘고객만족 경영’ ‘실속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우리홈쇼핑 정대종 사장을 만났다.

고객 감동을 추구하는 우리홈쇼핑 대표 정대종

지난 95년 시작된 TV홈쇼핑은 케이블TV 가입자 수의 증가와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사회분위기에 힘입어 급격히 성장했다. 2001년 정부에서는 늘어난 시장규모에 맞춰 홈쇼핑 채널을 신설하는 방침을 발표했고 수많은 기업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홈쇼핑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당시 (주)경방 계열사인 (주)한강케이블TV 대표로 있던 정대종 사장(52)은 (주)경방과 아이즈비전을 비롯한 90여 개의 중소기업이 연합한 컨소시엄으로 홈쇼핑 사업권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대기업들이 각축을 벌이는 와중에 중소기업들이 모여서 일이 되겠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중소기업 육성 및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대의명분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유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홈쇼핑은 초기 ‘안목 있는 여성의 채널’을 표방하며 의류 등 패션 상품에 주력했다. 덕분에 매출이 늘고 소비자의 인지도도 높아졌지만 입어보지 않고 사는 의류의 특성상 반품으로 인한 물류비 증가로 수익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 1월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개혁을 단행해 수익성이 낮은 가전제품과 의류제품의 비중을 줄이고 반품률이 높은 보석 판매 사업을 중단했다. 대신 여행이나 보험 상품 같은 서비스 상품의 비중을 늘리고, 다양한 신상품 개발과 고객 서비스 개선에 역점을 두었다. 홈쇼핑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에서 성숙기로 접어든 만큼 수익률 위주의 ‘실속 경영’과 회사 신뢰도를 높이는 ‘고객만족 최우선 경영’이 필요한 때라고 판단한 것.
그는 서비스 개선을 위해 사장 직통 팩스 번호를 공개하는 한편 고객 초청 간담회를 열었다. 또 지난 5월엔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직접 고객에게 제품을 전달하는 ‘1일 배송 행사’를 갖기도 했다.
“직원들에게 문제점을 말해보라고 하면 아무래도 솔직한 의견을 듣기 어려워요. 하지만 고객은 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입장이니까 거침없이 말할 수 있죠. 귀중한 의견을 많이 얻었습니다.”
고객의 불만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배송 불만이라는 데 착안한 그는 홈쇼핑 업계 최초로 ‘배송 예정일 서비스’와 배송 일자와 시기를 오전·오후로 구분해 알려주는 ‘모바일 알림이 서비스’를 실시해 고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친절 서비스 정착을 위해 ‘불친절 배송 5천원 환불제’나 ‘친절 택배기사 추천 포상제’도 시행하고 있다.
정대종 사장은 76년 연세대 법대를 졸업하고 (주)경방에 입사해 경리·전산·기획 부서를 두루 거쳤다. 93년 케이블TV 방송이 시작될 때 사내에 추진팀을 구성해 (주)한강 케이블 TV를 설립하고, 2001년엔 홈쇼핑 사업에 뛰어들었다.
목동 본사 그의 사무실 책상 맞은편엔 일곱 대의 텔레비전이 놓여 있는데 수시로 우리홈쇼핑과 다른 쇼핑채널의 방송 현황을 체크한다. 그러다가 싼 물건이 나오면 직접 사기도 한다고.

중국 시장을 준비하는 의미로 대만 홈쇼핑 사업에 진출
“방송을 보다가 고등어나 김치가 싸게 나오면 얼른 사라고 집에 전화를 걸지요. 한 가지 불만이라면 우리 집사람이 김치를 다른 쇼핑채널에서도 산다는 거예요. 우리 회사 것만 사라고 은근히 압력을 넣어도 김치는 다양한 제품을 맛봐야 한다고 하네요(웃음).”
우리홈쇼핑에서는 주로 중소기업 제품을 취급한다. 지난해 소위 ‘대박상품’이었던 어깨끈이 없는 탈착식 브래지어 ‘누브라’도 다른 홈쇼핑 업체에서 퇴짜를 맞았던 중소기업 제품이었는데 우리홈쇼핑에 와서 성공을 거두었다. 올해 3월까지 10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한 석류원액 제품도 방송 초기 반응이 없었지만 가능성을 믿고 밀어붙인 덕에 성공할 수 있었던 제품이다.

고객 감동을 추구하는 우리홈쇼핑 대표 정대종

서비스 개선을 위해 사장 직통 팩스 번호를 공개하고 고객 초청 간담회를 열며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정대종 사장.


“요즘은 상품이 관심을 모으는 기간이 점점 짧아져서 예전 같은 대박상품은 나오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은 꾸준하니까 보리싹을 즙으로 만든 청즙이라든지 포도씨유 같은 건강식품의 인기는 계속될 겁니다. 등산화·등산복 등의 기능성 제품도 인기를 끌 전망이고요.”
그밖에 그는 집먼지진드기와 세균 등을 살균·소독해주는 스팀진공청소기나 진드기의 접근을 막아주는 진드기 방지 패드도 알레르기·아토피가 기승을 부리는 가을에 인기를 끌 만한 상품이라고 전망했다.
우리홈쇼핑은 지난 5월 방송위원회에서 홈쇼핑 사업 재승인을 받았다. 3년에 한 번 홈쇼핑 채널의 승인·퇴출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에서 공익 기여, 사업계획서에 충실한 경영 등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이는 대기업 계열인 두 개의 선발 업체들이 조건부 재승인에 그친 후 나온 결과라서 더 의미가 있다.
우리홈쇼핑의 올해 수익 목표액은 1백억원. 그는 올 8월까지 70억원의 수익을 올려 목표액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본다며 2006년까지 업계 내 수익률 1위 기업이 된다는 목표도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대종 사장이 내다보는 전체적인 TV홈쇼핑 시장의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TV홈쇼핑의 주고객층인 전업주부의 수가 줄고, 2005년부터 케이블TV가 디지털화되면서 채널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될 전망이기 때문.
그래서 그가 타개책으로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 해외 홈쇼핑 시장 진출.
“중국 시장에 도전하기 전에 실습이라 생각하고 대만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이번 가을 투자승인이 나면 대만의 한 홈쇼핑 채널에 주주로 참여해 홈쇼핑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게 됩니다.”
3년 만에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한 우리홈쇼핑의 제2의 도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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