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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새로운 출발

2년 만에 재기 나선 서세원 솔직 인터뷰

“연예비리 사건으로 세상 등진 2년 동안 우리 부부가 겪은 고통 & 온갖 소문의 진실”

■ 글·김지영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4.09.01 14:05:00

연예비리 사건으로 지난 2년 동안 연예활동을 중단했던 서세원이 재기의 시동을 걸었다.
9월 개봉하는 영화 ‘도마 안중근’의 제작자 겸 총감독을 맡은 그가 영화촬영 뒷얘기와 아내 서정희의 근황, 그간 자신을 둘러싼 숱한 의혹에 대한 속사정까지 속속들이 털어놓았다.
2년 만에 재기 나선 서세원 솔직 인터뷰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연예계 최고의 입담가로, 영화 ‘조폭마누라’의 제작자로 승승장구했던 2002년, 연예비리 사건 연루 의혹을 받으며 인기와 명예를 송두리째 잃는 아픔을 겪은 서세원(49). 그가 2년 만에 재기를 꿈꾸며 만든 영화 ‘도마 안중근’을 들고 지난 8월6일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화이트와 블랙이 어우러진 깔끔한 옷차림, 백발이 희끗희끗 보이는 단정한 머리, 입가에 머금은 부드러운 미소. 그의 모습 하나하나에서 새로운 출발을 다지는 남다른 각오가 느껴졌다. 그는 먼저 “불미스러운 일로 우리나라를 떠나 있는 1년여 동안 침묵하며 내 자신을 돌아보았다”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 시간을 통해 ‘지난 30년 동안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국민들에게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고, 그로 인해 좋은 인연을 만나 다복한 가정도 꾸렸고, 여러 모로 복된 일이 참 많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그래서 이제는, 그 사랑에 힘입어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 결과물이 ‘도마 안중근’입니다.”
‘도마 안중근’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의거일 전후 11일간의 알려지지 않은 행적을 담은 작품으로, 안중근이 ‘도마’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신자이자 평화를 사랑하고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휴머니스트였다는 점을 부각시킨 영화다.
서세원은 올 초 촬영에 들어가기 전 안중근 의사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공부하고, 주요 촬영지인 중국 하얼삔과 뤼순 감옥을 수차례 답사하는 등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만전을 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백 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된 대작인데다 대부분의 촬영이 중국에서 이루어지다보니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벌어져 여러 차례 곤욕을 치렀다고.
“영화촬영을 위해 중국 측으로부터 총기를 빌렸는데 1백50자루가 모두 실제 전투에 사용되는 총이었어요. 촬영이 끝나면 그날 바로 반납하곤 했는데 어느 날 총 한 자루가 비는 거예요. 잃어버린 총기를 찾기 위해 촬영장 일대를 샅샅이 뒤졌지만 찾지 못해 결국 출연진과 스태프를 합쳐 5백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모두 중국 공안들에게 조사를 받았어요. 다행히 다음날 아침 6시쯤 산속에서 비닐에 꽁꽁 싸인 총이 발견됐어요. 알고 보니 중국인 보조출연자 한 명이 밀매하려고 감추었던 거예요. 그 때문에 더 이상은 총을 줄 수 없다는 중국 측에 사정해서 간신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어요.”
그는 “얼마 전 한 인터넷 사이트를 보니 ‘안중근 의사 멋있다. 배우 유오성 멋있다. 근데 감독이 좀…’ 하는 글이 있었다. 그래도 열심히 부끄럽지 않게 만들었으니 좀 믿어달라. ‘서세원쇼’를 재미있게 보고 믿어주신 것처럼” 하며 자신의 본업이 개그맨이라는 데서 오는 선입견을 버려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출국 1년여 만에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만 해도 지병인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기 위해 바로 병원으로 직행해야 했을 만큼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다.
“그동안 건강이 많이 좋아졌어요. 중국에서 촬영하면서도 몸이 좋지 않으면 침도 맞고 지압도 받았거든요. 아직 허리는 조금 불편하지만 거동에는 큰 문제가 없어요.”

2년 만에 재기 나선 서세원 솔직 인터뷰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만큼 그간의 가벼운 이미지를 벗고 의미있는 작품으로 다가가고 싶어 영화 ‘도마 안중근’을 만들었다는 서세원.


지난 2002년 검찰에서 연예계 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할 무렵 갑작스럽게 방송을 펑크내고 해외로 잠적해 ‘해외 도피설’ ‘원정 도박설’ 등 많은 의혹을 샀던 그는 방송사 PD 등에게 홍보비 명목으로 돈을 건네고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말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함구로 일관해왔던 그는 “이 자리를 빌어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묻자 그간 불거져 나왔던 숱한 의혹들에 대한 억울한 심경을 봇물 터지듯 쏟아냈다.
그는 “그동안 기독교인인 아내도 침묵하라고 하고, 영화를 위해 자문해주신 함세웅 신부님도 침묵하라고 하셔서 말 한마디 하지 않았지만 언론보도에 대해 섭섭한 점이 많았다”며 “무엇보다 도박 얘기가 가장 황당했다”고 밝혔다.
“저는 도박을 해본 적이 없어요.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제가 마카오에서 도박하는 모습을 주민과 교민 회장이 봤다고 보도했는데 저는 마카오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오죽했으면 제가 검찰에 출두하자마자 제 여권부터 보여주었겠습니까. 정말 마카오에 갔다면 여권에 도장이 찍혀 있어야 하잖아요. 다 방송활동을 하면서 제가 겸손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 생각하고 털어버리긴 했지만 도박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에요. 또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돈을 주고 로비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2년 만에 재기 나선 서세원 솔직 인터뷰

현재 항소 중인 그는 “영화 홍보를 위해 로비를 했다는데, 그럴 돈도 없었다. ‘조폭마누라’가 흥행에 성공해 큰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익금을 투자자 15명과 나눠 가진 데다 다른 영화에 재투자했다 실패해 많이 까먹었다”고 밝히며 “홍보는 홍보기획사가 하는데 왜 내가 따로 로비를 했겠느냐. 9월 항소심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했다.
항소심에서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는 미지수. 아직 항소 중인 만큼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한 그는 그동안 자신에게 무차별적인 인신공격을 해온 네티즌들에 대해서도 울분을 토했다.
“인터넷을 뒤지다보니 별 이야기가 다 있더군요. 원조교제를 하면 바로 구속이에요. 원조교제는 합의가 안 되거든요. 그런데 서정희가 합의 봐서 내가 풀려났다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내가 조폭과 연루돼 있다는 얘기도 터무니없어요. 하루에 만나는 사람이 1백 명이 넘는데 설령 그 중에 조폭이 있다고 해도 내가 무슨 수로 알겠어요. 조폭이라고 이마에 써붙이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요. 또 내가 무슨 여자연예인을 어떻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가정 있는 사람이 그게 말이 됩니까. 전 술을 한 방울도 못 마셔요. 술집에 가도 끝까지 맨정신으로 있기 때문에 실수나 잘못을 할 수가 없어요. 더구나 아파서 수술까지 한 사람한테 꾀병이라니….”
그는 1심 판결을 받은 후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연예계 비리 의혹이 크게 부풀려지고, 그로 인해 자신의 30년 공든 탑이 무너졌다고 생각하니 억울하기도 하고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다는 것.
“그나마 저는 30년 동안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쌓아놓은 게 있고, 저 스스로 결백하니까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밝혀지겠지 하면서 극복할 수 있었지만 일반인이었다면 죽음의 길을 택했을지도 몰라요.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말도 있잖아요. 사회 전체가 한 사람을 매도해 사회적인 왕따를 만드는 것만큼 잔인한 일도 없어요. 그건 죽으라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2년 만에 재기 나선 서세원 솔직 인터뷰

숱한 의혹 보도에도 서정희는 남편 서세원의 결백을 믿어주었다고.


본의 아니게 연예활동을 중단했던 지난 2년 동안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건 가족이다. 가족들은 그를 온전히 믿어주었다고 한다. 또한 그의 결백을 믿는 만큼 그동안 제기됐던 숱한 의혹에 대해서도 매번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제가 마카오에 갔다는 보도가 났을 때도 사실 저는 중국 베이징에 있는 온누리교회 선교회에 있었어요. 저와 함께 지낸 장로님, 목사님도 그 보도내용을 전해 듣고 ‘한국 언론은 참 책임감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가족들은 저를 믿는 만큼 별 걱정을 하지 않았어요. 저희는 나름대로 잘 지냈어요. 어떤 사이트를 보니 저와 집사람이 이혼한다고 되어 있던데 사실이 아닙니다. 또 집사람이 정신병원에 다닌다는 얘기도 있던데, 그게 아니고 내과쪽에 문제가 있어서 서울대학병원에 잠깐 다닌 게 전부예요.”
그는 그동안 밤낮으로 그를 위해 기도한 아내 서정희와 “어디를 가든 겸손함을 잃어선 안 된다”고 조언해준 큰딸 동주, 구김살 없이 밝고 씩씩하게 자라주는 작은아들 동천이가 있어 고맙고 든든하다며 활짝 웃었다.
마침 인터뷰 자리에는 큰딸 동주가 와 있었다. 어느새 어여쁜 숙녀로 자란 동주는 혹여 아빠가 말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지, 아빠 곁으로 다가와 귀엣말로 “겸손” 하고 속삭이고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런 딸아이를 바라보는 아빠 서세원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아이들은 공부 잘하고, 아내는 내조를 잘하고…. 참 행복해요. 가족들은 그동안 저한테 한 번도 스트레스 받는 얘기를 한 적이 없어요. 보도내용에 대해서도 사실이냐고 물어본 적도 없고요. 가족 중 마음고생을 하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다들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어요. 아파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런 마음을 알기에 때로는 더 마음이 아프기도 했어요. 그래도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그렇게 온 가족이 긴 시간을 함께 보낸 건 처음이었거든요.”
요즘 그의 아내 서정희는 매일 아침 온누리교회로 새벽기도를 다닌다고 한다.
“사실 아내는 제가 영화작업하는 것을 처음부터 반대했어요. 시끄러운 거 싫으니까 그냥 신앙생활하면서 조용히 살자고 하더라고요. 영화도 안 만들고, 방송도 안 나가면 그만인데 왜 사람들에게 모습을 보여 일파만파 얘기가 나오게 하냐고요.”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고 한다. 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
“언젠가 음식점에 갔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제 어깨를 툭 치면서 ‘서세원씨, 돈 번다고 까불지 말고 웃기기만 해. 무슨 영화야. 빨리 나와서 웃겨줘’ 하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저도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했어요.”
그는 방송 복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지만 복귀에 큰 문제가 없는 만큼 머지않아 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그동안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 것이 더 많습니다. 무엇보다 사랑과 용서, 이해를 가슴으로 느끼며 배울 수 있었어요.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분들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이 계시고요. 그분들 덕분에 그래도 내가 세상을 아주 잘못 살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이제는 좀더 저를 낮추고 주위를 많이 둘러보면서 살려고 해요. 새롭게 다시 태어난다는 기분으로요.”
8월 말이나 9월 초 금강산에서 ‘도마 안중근’ 시사회를 가질 계획이라는 서세원. 그는 앞으로 “영화 흥행에 관계없이 안중근 기념사업과 남북 문화 교류사업, 북한 어린이 돕기 사업을 꾸준히 펼쳐 조국분단의 아픔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여성동아 2004년 9월 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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