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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출마 선언한 전문 MC 한선교

“내가 정계 진출 선언한 이유, 암 투병했던 아내와 두 딸 이야기”

■ 글·이영래 기자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2004.02.03 11:42:00

전문 MC 한선교가 정계 진출을 선언했다. SBS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 진행자로 활약해온 그는 지난 1월15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방송에서 물러나 17대 총선 준비에 들어갔다. 그가 의외의 선택을 하게 된 배경, 향후 계획, 그리고 처음으로 공개하는 가족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국회의원 출마 선언한 전문 MC 한선교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데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 거듭 다짐했다.


전문 MC 한선교(45)가 방송을 그만두고 17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선언해 화제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할 예정인 그는 사실 지난 2000년 초에도 16대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가족과 제작진의 간곡한 만류 끝에 출마의사를 접은 바 있다.
“지난 2000년에는 갑자기 기회가 와서 제 자신부터가 우왕좌왕한 면이 있었어요. 선거 몇달 남겨놓고 갑자기 제의가 오니까 준비 문제도 그렇고 제가 과연 정치에 어울릴까 등 의구심이 많이 들었죠. 게다가 집사람 반대도 심했고요. 선거에 나가려면 다음날 방송에 나가면 안되는 상황이었는데 집사람이 아이들 데리고 어디로 가버린 거예요. 내일 TV 보고 당신 나오면 돌아올 거고, 안 나오면 안 돌아오겠다고. 밤새 혼자 고심을 거듭하다 결국 방송에 나갔죠. 방송 끝나자마자 전화가 왔어요. 아이들 데리고 설악산 가 있다고(웃음).”
만류했던 것은 가족뿐만이 아니었다. 주변 방송가 지인들은 물론 윤세영 SBS 회장까지 나서서 그의 정계 진출을 만류했다고 한다. 이런저런 사연 끝에 지난 2000년의 정계 진출 선언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제가 정치에 뜻이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이상한 놈 취급을 해요(웃음). 그 진흙판에, 게다가 요즘 기성 정치인도 총선 안 나겠다고 선언하는 판에 왜 나가냐고. 일단 전 자신이 있어요. 방송 다음으로 관심 있는 게 정치이고. 현재 우리 정치계는 물갈이를 해야 하는 상황 아닙니까? 물갈이를 하려면 누군가가 나서야 하는 것도 당연하고요.”
국회의원 출마 선언한 전문 MC 한선교

한선교는 지난 7년간 SBS ‘한선교·정은아의 좋은 아침’을 진행해왔다.


그의 뜻은 확고하지만 이번에도 집안의 반대는 있었다. 그는 지난 89년 MBC PD인 하지현씨(42)와 결혼해 슬하에 희승(15), 희민(7) 두 딸을 두고 있는데 가족 중 누구도 흔쾌히 그의 결정을 받아들인 사람은 없었다. 큰딸 희승이는 “그동안에도 누구 딸이라고 주목받았는데 또 주목받게 생겼다”며 투덜거렸고, 희민이는 “아빠, 그럼 이제 TV에 안 나오는 거냐?”며 노골적인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관건은 지난 2000년 ‘항의 가출’을 시도했던 부인 하지현씨.
“4년 동안 조근조근 이야기하면서 설득을 해왔어요. 그래도 막판까지 오락가락하다가 정말 잘할 자신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하더군요. 그게 12월 중순쯤이었을 거예요. 그리고 크리스마스 전후해서 한나라당과 협의를 끝내고 일사천리 진행한 거죠.”

국회의원 출마 선언한 전문 MC 한선교

사실 그는 방송가에서 유명한 애처가다. 그와 부인 하씨가 처음 만난 것은 지난 88년 당시 그는 MBC 라디오에서 ‘금주의 인기가요 20’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부인 하씨가 바로 이 프로그램의 AD였다.
“전 결혼은 곧 택시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택시가 여러 대 있어도 내가 타고 싶을 때 서 있는 택시를 타는 거 아닙니까? 결혼도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결혼하고 싶을 때 만나야 결혼하는 것. 집사람은 제가 딱 결혼하고 싶을 때 만났어요. 그렇다고 결혼 적령기에 만났으니까 결혼했다는 의미는 아니고…(웃음). 처음 보는 순간부터 결혼할 여자라는 느낌으로 봤다는 의미죠. 제 나이가 당시 서른하나였으니까 그럴 때 아닙니까? 당시 저희 프로 담당 AD였는데 보니까 예쁘고 성격도 좋고 그래요. 그래서 같이 식사나 한번 하자고 계속 졸랐는데 석달을 졸라도 튕기더라고요. 그러다가 88년 7월9일 일요일날, ‘금주의 인기가요 20’ 생방송을 끝내고 저녁을 같이 먹었습니다. 그러고 나선 일사천리였죠.”

이미 40대 중반에 이른 그가 부인과 처음 만나 데이트한 날짜까지 기억하고 있다는 게 놀라왔다. 무슨 역사적 사건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가 ‘88년 7월9일’이라고 똑 부러지게 말하길래 그걸 어떻게 기억하냐고 묻자 그는 그냥 헛헛한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하기야 석달을 조르다 저녁을 같이 했으니 그 기쁨이 오죽했으랴.
그는 원래 인터뷰를 잘 안하기로 유명한 사람 중 하나다. 더군다나 가족에 대해선 항상 입을 굳게 다물던 인물. 지난 98년경엔 그의 부인 하씨가 암투병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었다. 이에 대해 묻자 그는 “내 인생에 가장 참담한 기억이었다”며 당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98년, 99년에 걸쳐 암투병을 했죠. 둘째 낳은 직후였는데 자궁암이 발견됐어요. 초기여서 다행이었지만 항암치료만 6번을 받았어요. 항암제가 얼마나 독합니까? 머리카락이 다 빠질 지경이니까요. 한번 입원하면 엿새 정도 있다가 퇴원을 해요. 항암치료를 몸이 감당 못하니까 체력을 보완해서 다시 입원하는 거죠. 둘째가 갓 태어난데다 집사람이 그렇게 아파 누워 있으니까 온 집안이 난리였죠. 저도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방송 끝나면 병원, 병원에 있다 방송국으로 또 가고…. 한번은 생각해보니 일주일 동안 팬티도 안갈아입었더라고요.”

부인 하씨 암 투병중엔 부인 곁 지키며 극진히 간병한 소문난 애처가
당시 그는 부인과 함께 설악산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공기 좋고 풍경 좋은 곳에 가면 아무래도 건강에 좋을 듯해서였는데, 그곳에서 송이버섯을 많이 사주었다고.
“의학적으로는 다 나았어요. 건강하고…. 하지만 아무래도 암을 앓고 난 사람이라 정신적인 불안감은 여전히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MBC 편성국에 있는데 제가 출마하면 잠시 휴가를 내서 도와주겠답니다. 그저 집사람에게는 여러가지로 고맙고 미안한 일이 많아요. 무슨 일을 할 때 집사람하고 오래 상담을 하면서 결정하긴 하지만 제가 돌출 행동을 많이 했거든요. 가령 제가 프리랜서 선언할 때도 그랬죠. 제가 국내 아나운서 중 프리랜서로 가장 먼저 나섰는데, 전례가 없던 일이니 사실 불안함도 많았거든요.”

국회의원 출마 선언한 전문 MC 한선교

지난 84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한 그는 20여년간 구수한 입담과 푸근한 인상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 84년 MBC에 입사한 그는 95년 5월 사표를 내고 프리랜서 선언을 했다. 국내 아나운서로는 프리랜서 1호인 셈. 케이블 TV나 위성방송 등이 도입될 무렵이라 프리랜서로 나서면 자신의 활동 무대가 더 넓어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정작 케이블 TV나 위성방송 등이 공중파 프로그램의 재방송에 비중을 두면서 그의 기대는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본격적인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시대가 열려 잘한 선택이 되었다. 그는 이후 MBC와 SBS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SBS ‘한선교·정은아의 좋은 아침’은 7년여 동안 무려 1천8백회를 진행했다.
“정계진출은 또 얼마나 큰 모험입니까? 인생을 180도 바꾸는 거죠. 사실 마흔다섯 이전까지는 제 인생의 1막이었다고 생각해요. 1막이 방송이었다면 이제부터는 2막이 시작되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방송에서 소외되고 제 역할도 적어지고 해서 서글픈 부분도 있어요. 그런 차에 제의가 왔고, 나름대로 뜻을 두던 길이니까 가는 거죠. 사실 방송하고 정치는 통하는 데가 많아요. 방송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하는 거고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하는 거니까요.”
이번 17대 총선의 화두는 역시 ‘물갈이’다. 정치권이 바뀌어야 한다며 기성 정치인들의 불출마 선언이 줄을 이어 화제를 낳고 있는데, 가장 먼저 ‘나 자신부터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초선 오세훈 의원의 선언은 정가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공교롭게도 그와 오의원은 대일고교 2년 선후배 사이.
“사실 불출마 선언 이틀 전에 오세훈 의원을 만났어요. 제 고교 후배라 친하게 지내왔는데 뜬금없이 불출마 선언을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깜짝 놀라서 ‘나는 이제 시작해보려고 하는데 네가 안 나간다고 하면 난 뭐냐?’고 따졌어요. 그랬더니 ‘당 돌아가는 걸 보니까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고, 선배라면 그 안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며 격려해주더라고요. 그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잘해봐야죠.”
훗날 다시 방송으로 돌아올 것이냐고 묻자 그는 “앞날을 누가 알겠냐”고 답했다. 그의 새로운 선택이 어떤 결론을 낳을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그가 앞으로도 방송에서 보였던 깔끔한 이미지를 정가에서도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여성동아 2004년 2월 4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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