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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저도 중년이 처음이라서요

editor 김지영 기자

2017. 01. 10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 삶은 그래서 공평하다.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와 아버지를 잃는 슬픔을 견디고 나서 김성주가 알게 된 것들에 대하여.

스포츠, 음악, 요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발군의 진행 솜씨를 발휘해온 방송인 김성주(45)가 최근 건강 분야에까지 발을 뻗었다. 농구 선수 출신 방송인 서장훈과 함께 MBC 메디컬 정보 쇼 〈닥터고〉의 공동 MC를 맡은 것. 지난 12월 15일 방송을 시작한 〈닥터고〉는 의사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 도움을 주는 새로운 포맷의 의학 예능 프로그램이다. 첫 방송을 앞두고 만난 김성주는 “원래 추석 특집으로 방송을 했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아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며 “2016년 들어 개인적으로도 부쩍 건강에 관심이 많아져 앞으로 〈닥터고〉에서 다룰 유익하고 실용적인 의학 정보들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말문을 열었다. 다음은 그와 주고받은 일문일답.



▼ 2016년 2월 건강상의 이유로 3주간 방송을 쉬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방송을 쉴 때도 그 이유를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사실대로 말하기가 어려웠어요. 몸에 이상이 생긴 게 알려지면 저를 캐스팅할 때 걱정을 많이 할 것 같아서요. 치료가 가능한 상황이어서 제작진에게 괜한 걱정을 끼치기도 싫었고요. 구체적인 설명 없이 그냥 좀 쉬었으면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지금도 굉장히 조심스러워요. 당시 저는 황반변성이라는 질환이 갑자기 생겨 한쪽 눈이 잘 안 보였어요. 눈동자 크기만큼이 까맣게 보이고 사물이 굴절돼 보이는 증상이 계속됐죠.  

▼ 그런 증상이 왜 나타났나요.



나중에 의사 선생님에게 들었는데 저처럼 40, 50대에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래요. 중년분들 가운데 황반변성으로 고통 받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고 해요. 저 같은 경우는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던 것 같아요. 2016년 초 6일간 쉬지 않고 강행군을 하면서 탈이 났거든요. jtbc 예능 프로그램인 〈쿡가대표〉 첫 촬영을 홍콩에서 3일간 하고 다음날 새벽에 귀국해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촬영을 했어요. 그다음 날도 아침부터 〈냉장고를 부탁해〉(jtbc 예능 프로그램)와 〈복면가왕〉(MBC 음악 프로그램)을 연달아 찍었고요. 그랬더니 〈복면가왕〉을 녹화하던 도중 한쪽 눈이 갑자기 안 보이더라고요. 처음에는 조명을 너무 세게 받아서 그런가 했어요. 그런데 집에 가서도 눈이 안 보이는 거예요. 바로 동네 안과에 갔는데 종합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덜컥 겁이 났죠.


▼ 병원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서울대병원에 갔는데 치료 방법은 쉬는 것뿐이라고 했어요. 의사 선생님이 “쉬면 자연 치유가 되는데 왜 안 쉬려고 하시죠?”라고 반문하면서 “석 달을 쉬지 않으면 해줄 게 별로 없을 것 같다”고 하셨죠. 그때는 당장 프로그램을 그만두기가 힘든 상황이어서 촬영 스케줄을 늦추고 당기는 식으로 3주의 휴식 시간을 벌었어요. 그렇게 3주간  쉬었더니 눈이 어느 정도 회복되더라고요. 이후 병원에서 레이저 시술을 받았어요. 100% 효과가 있는 치료 방법은 아니지만 그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요. 꾸준히 약을 먹으면서 틈날 때마다 쉬려고 노력했더니 지금은 검게 보이거나 꺾여 보이던 증상이 사라졌어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한쪽 눈에 약간 얼룩져 보이는 증상이 남아 있고, 다른 쪽 눈은 과부화가 걸려서 시력이 떨어졌어요. 원래 시력이 2.0이었는데 지금은 1.0~0.8 정도예요. 또 잘못되면 시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재발하지 않도록 건강관리에 힘쓰고 있어요.

▼ 건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계속 치료를 받고 있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노력해요. 스케줄을 조절해서 충분히 쉴 수 있는 여건도 만들고 있고요. 진행하던 프로그램 수도 줄였어요. 지금은 4개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요. 집에서도 아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신경을 써줘서 혼자 편안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아침식사는 물론 영양제도 꼬박꼬박 챙겨주고요. 그 덕분에 예전에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건강 보조제도 먹게 됐죠. 제 건강을 염려해 안정환 씨가 민들레즙과 도라지즙을 갖다 줬고, 지상렬 씨는 홍삼을 보내 줬어요.  

▼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인가요.

많은 중년 세대가 겪는 어려움이 제게도 있긴 하죠. 연로한 부모님과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어요. 그 때문에 저 자신을 돌볼 생각을 하지 못했죠. 그건 사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2016년 들어 스트레스가 심해졌어요. 아버님이 건강이 안 좋으셔서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요. 아버님이 위독하실 때마다 가족들이 모이기를 반복해야 했거든요. 또 아이들을 보다 좋은 환경에서 공부시키고 싶은 욕심에 프로그램을 많이 한 것도 사실이고요. 제가 무리한다 싶으니까 주변 사람들이 저를 걱정해주셔도 그 얘기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절 캐스팅한 분들에 대한 감사함도 있었고, 열심히 해야 할 때라는 생각도 강했어요. 그러다 아버님이 2016년 6월에 돌아가셨는데 가족을 떠나보낸 건 처음이어서 그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감이 자주 밀려왔어요. 지금은 많이 회복됐고 방송을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 주변 사람들이 어떤 조언을 해줬나요.

저와 비슷한 증상이 있어서 건강이 걱정된다는 이휘재 씨와는 서로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이경규 씨와 김구라 씨도 제 걱정을 많이 해주셨어요. 건강에 신경을 더욱 쓰게 된 것도 많은 선배님이 “일이 다가 아니다”라고 조언을 해주신 덕분이에요. 주위사람들의 관심과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소중히 여기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아이들에게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것도 제 건강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는 걸 방송을 쉬면서 새삼 깨달았어요. 건강관리를 잘해서 네 살짜리 막내가 아빠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제대로 알 때까지는 여러분들에게 사랑받는 MC가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방송에 임하고 있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닥터고〉가 김구라 씨가 진행하는 jtbc 인기 시사 토크쇼 〈썰전〉과 매주 목요일 11시,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나요.

시청률을 올리기 어려운 시간대죠. 그건 방송사도, 방송인들도 다 알아요. 지금은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썰전〉의 기세가 대단하지만 대한민국이 안정되고 정상적으로 돌아가면 사람들이 정치보다 건강에 더 신경을 쓰지 않을까요. 그때까지 방송사에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준다면 대중에게 사랑받고 인정받는 의학 정보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거라 믿어요.

▼ 새해 소망은 뭔가요.

〈닥터고〉가 중간에 없어지지 않고 새해에 쭉 가는 거요. 2017년에 계속 살아남으면 연말 시상식에서 그만한 보상을 해주지 않을까요(웃음). 그리고 새해에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 건강한 한 해를 보내기를 소망합니다. 몸과 마음 전부요. 〈닥터고〉는 그 옆에서 국민의 건강 지킴이로 함께할 겁니다.

사진 제공 MBC, 티핑엔터테인먼트
디자인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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