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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레드카펫의 역사 김혜수

editor 김지영 기자

2017. 01. 03

김혜수가 제37회 청룡영화제에 블랙 슈트를 입고 등장했다. 그를 돋보이게 하는 건 이번에도 역시 옷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요즘은 레드카펫 위에서 개성 있는 드레스로 화제가 되거나 몸매를 과감히 노출하는 여배우가 많지만 2000년 이전에는 그런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이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상을 받았다. 노출에 대한 시선이 호의적이지 못했던 그 시절, 한 여배우가 그때까지 누구도 도전하지 못한 파격적인 패션으로 1999년 제20회 청룡영화제에 참석해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그해부터 2016년까지 18년 연속으로 청룡영화제 시상식을 진행하며 ‘드레스의 아이콘’이 된 김혜수(47)가 그 주인공.



2016년 시상식엔 블랙 슈트, 다양한 해석 낳아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는 구찌의 드레스 차림으로 글래머러스한 매력을 한껏 뽐낸 김혜수는 시상식 이튿날 모든 스포츠신문의 1면을 장식했다. 그때부터 김혜수가 청룡영화제 시상식에서 선보이는 파격적인 드레스 코드는 해마다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사진기자들이 결코 놓쳐선 안 될 ‘특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녀가 매년 ‘레드카펫’의 주인공이 된 이유도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당당한 모습에 있다. 자신의 레드카펫 드레스를 “일할 때 입는 점퍼”라 표현하며 ‘노출증 환자’라고 비난하는 이들에게 “노출증 환자는 바바리맨이지 않을까. 일할 때 점퍼 입는 데 이유가 따로 있나. 레드카펫에서 입고 싶은 드레스 하나 못 입는 게 배우인가. 옷이라는 것은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것인데, 자기 취향과 달라도 그걸 있는 그대로 봐주는 여유가 필요할 것 같다”고 일침을 가한 일화는 지금도 패션 관계자들과 네티즌들 사이에서 빛나는 명언으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김혜수의 청룡영화제 패션에 늘 찬사가 쏟아졌던 것은 아니다. 2005년까지 그녀는 긴 머리를 고수하며 닭 볏 머리, 사자 머리 등의 헤어스타일을 연출해 과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아무렴 어떤가. 그마저도 김혜수이기에 가능했던 도전일 터.



그녀의 헤어스타일은 영화 〈타짜〉에 출연한 2006년부터 웨이브 단발로 바뀌었다. 이후에도 그녀는 짧은 머리를 고수하면서 사람들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도발적인 드레스로 때로는 섹시하게, 때로는 우아하게 청룡영화제를 빛냈다. 특히 2016년 11월 25일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제에 그녀는 매니시한 블랙 슈트 차림으로 등장해 특유의 카리스마를 뽐냈다. 지미추 클러치백과 스트랩 하이힐로 포인트를 준 이날의 패션에 대해 네티즌들은 “최순실 게이트로 혼란한 시국을 반영한 듯한, 어느 때보다 품격 있는 패션”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배우의 바지 슈트는 최근 세계적인 영화제 레드카펫의 큰 흐름 중 하나로, 여배우에게 드레스와 하이힐을 의무화한 오랜 관행에 반대한다는 뜻! 김혜수가 이런 흐름에 동참한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2016년 4월 크랭크업한 영화 〈소중한 여인〉(가제)의 개봉을 앞둔 그녀가 2017년 제38회 청룡영화제에서는 어떤 패션으로 눈길을 사로잡을지 기대된다.

해마다 청룡영화제에서 선보이는 파격적인 패션을 “일할 때 입는 점퍼 같은 것”이라고 표현한 김혜수.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그녀의 당당함은 레드카펫 위에서 더욱 돋보인다.

사진 홍중식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뉴시스
디자인 조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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