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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chef #oneplate

맥도날드에도 셰프가 있어요?

요식업계 히트 메이커 최현정 셰프

editor 정희순

2016. 11. 14

최현정 셰프는 패스트푸드업계의 조물주로 통한다. 그녀가 내놓은 메뉴들이 줄줄이 대박을 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히트 예감 100% 집밥 레시피를 공개했다.

두툼한 패티에 바삭한 번, 아삭한 양상추에 매콤 달콤한 소스까지. 버거를 한입 크게 베어 물 때마다 생각했다. 도대체 이 맛있는 걸 누가 만들었을까. 버거를 ‘최초’로 개발한 사람은 아니지만 버거를 ‘최고’로 많이 생각하는 사람임은 분명하다. 현재 한국 맥도날드의 메뉴 매니지먼트 팀장을 맡고 있는 최현정 총괄 셰프다. 그런 그녀가 이번엔 햄버거 말고 딴 생각을 했단다. 출산 휴가 기간동안 자신의 홈 레시피를 모아 책을 집필한 것이다. 카페에서 즐기는 브런치처럼, 우아하게 한 접시에 끼니를 담아내는 메뉴들로 구성했다 해서 제목도 〈한 접시의 기쁨〉이다.

세계적인 요리학교 CCA(California Culinary Academy-Le Cordon Bleu, SF)와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NY)를 졸업한 그녀는 미국에서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은 뒤 귀국해 국내 대형 외식업체 메뉴개발팀에서 일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매드포갈릭, 토니로마스,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패션5, 비스트로 서울 등에서 판매 중인 메뉴들도 그녀의 손을 거쳤다. 지난 2014년부터는 글로벌 패스트푸드업체인 맥도날드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녀가 이곳에서 만들어낸 히트 메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표작을 꼽자면, 통새우 패티에 100% 순소고기 비프 패티를 추가한 ‘슈비버거’. 지난해 여름 한정 메뉴로 출시된 이 메뉴는 ‘대박’을 내며 정식 메뉴로 등극했다. 어디 그뿐인가. 1955버거(파이어·스모키), 맥도날드 시그니처 버거 시리즈도 연달아 히트시켰다. 맥도날드 본사에서도 그녀의 공로를 인정해 세계 맥도날드 직원 1백90만여 명 중 0.01%만이 선정된다는 ‘프레지던트 어워드’를 수여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그녀의 조리법대로 만든 음식을 한 번쯤은 먹어봤을 터. ‘요식업계 조물주’로 통하는 그녀의 식탁이 궁금했다.  



▼ 외식 업체 메뉴 개발자가 낸 홈메이드 레시피라니! 외식과 집밥 사이에서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네요.  

메뉴 개발자라는 직업이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진 않지만, 메뉴 개발자가 만든 음식에는 개발자의 취향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아티스트가 자신의 작품에 자기 색깔을 반영하듯 메뉴 개발자 역시 마찬가지죠. 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서 이 일을 시작한 후 맥도날드가 세 번째 직장인데, 전 직장에서 제가 개발한 메뉴들이 매장에서 여전히 사랑받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마음이 공허해지더라고요. 그토록 매달려서 만들었던 메뉴인데, 요식업에는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없는 탓에 이제는 완전히 제 손을 떠나가버린 작품인 셈이잖아요. 그래서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수년간 기록해온 저의 레시피 북을 꺼낸 거죠.



 ▼ ‘한 접시 요리’를 메인 테마로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집에서 밥을 할 때 메인 메뉴를 정하고 나면 밑반찬으로는 뭘 내야 할지 고민하게 되잖아요. 주 메뉴와 부 메뉴가 조화롭지 못하면 멋진 한 상이라고 보기도 어렵고요. 한 끼니에 어떤 요리들을 준비하면 좋을지 한 번에 보여주기 위해서 ‘한 접시 요리’를 생각하게 됐어요. 생각해보면 한 접시 요리는 제 전문 분야이기도 해요. 보통 요리사들은 한식, 일식, 양식, 중식, 베이커리 등 저마다의 전문 분야가 있는데 저 같은 경우는 전문 분야가 딱히 정해져 있지 않거든요. 세계인이 모이는 미국에서 요리를 공부해 다양한 식재료와 장르를 접했을 뿐만 아니라, 메뉴 개발자라는 직업 역시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에 가까운 편이니까요. 그래서 전 책에서도 하나의 접시 안에서 여러 식재료와 다양한 음식들이 어떻게 어울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 한 접시 요리의 원칙이 있나요.

가장 중요한 건 어울림이죠. 식감과 영양, 색감이라는 세 가지 영역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레시피를 짰어요. 따지고 보면 햄버거는 어울림의 묘미가 집약된 한 접시 요리예요. 모든 식재료가 최상의 조합으로 어우러지도록 깊이 고민한 결과물이니까요.

 ▼ 그래서인지 요리를 담아낸 그릇들도 참 예뻐 보여요.

전부 저희 집에 있는 그릇들이에요. 직업병의 일종인 건지 저는 외국에 나가도 항상 예쁜 그릇이나 식기에 눈이 가더라고요. 사실 그릇도 패션처럼 트렌드가 있어요. 화려한 꽃무늬 접시가 유행할 때도 있고,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단아한 느낌의 그릇이 유행일 때도 있죠. 그런 걸 하나 둘씩 사 모으다 보니 지금은 식기들 때문에 이사를 못 할 정도예요(웃음). 외출할 때 어떤 옷을 걸치느냐가 중요한 선택인 것처럼 저는 요리를 어떤 식기에 담느냐를 두고 항상 고민해요. 주변 사람들에게 저처럼 그릇 컬렉팅까진 하지 않더라도  여러 형태의 그릇은 꼭 사라고 권하는 편이에요. 동그란 그릇에 담을까, 직사각형 그릇에 담을까, 오벌(Oval)형 그릇에 담을까를 고민하는 순간부터 집에서 밥을 해보고 싶어질 테니까요.

 ▼ 평소 집에서 요리를 자주 하는 편인가 봐요.

일할 때 외에는 외식은 잘 하지 않아요. 남편 역시 호텔신라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요리사라 부엌에서 함께 요리를 하는 게 데이트이자 일상이거든요. 제가 재료를 손질하면 남편이 그걸 볶고, 저는 옆에서 찌개를 끓이는 식으로 손발이 척척 맞아요. 재밌는 것 중 하나는 여느 가정과 달리 저희 집은 적어도 사흘치 식단을 미리 짜둔다는 점이에요. 미리 장을 보는 건 물론이고 식재료도 일찌감치 손질해서 보관해두는 식이죠. 보통 맞벌이 부부가 저녁을 먹으려고 준비하다 보면 정작 끼니때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희는 이미 필요한 식재료들을 전부 손질해둔 상태이기 때문에 퇴근 후 요리를 시작해도 30분 안에 다 만들 수 있어요. 오늘 아침 메뉴는 열무된장국에 고등어구이였고, 저녁 땐 소고기무국에 생선전을 만들 계획이에요.

 ▼ 요리를 잘할 수 있는 팁이 있나요.  

혹자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시작해보라고 권하지만 저는 오히려 반대예요.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죠. 처음 한글을 배울 때 연필과 지우개가 필수품이듯, 이제 막 요리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계량컵과 계량스푼, 저울은 꼭 필요해요. 한 가지 메뉴를 매일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도구 없이도 양을 잘 맞출 수 있어요. 하지만 보통 한 가지 메뉴를 매일 먹는 사람은 없잖아요. 대충 감으로 요리를 했다가 맛이 없으면 ‘난 역시 소질이 없나 봐’ 하고 포기하게 되고요. 레시피 북에 나온 정량대로 요리하면서 첫걸음을 떼는 게 중요한 이유죠. 제가 미국 현지 식당에서 일할 때 주야장천 드레싱을 만드는 일을 맡았던 적이 있어요.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니 ‘이 정도 넣으면 되겠군’ 하고 감이 왔죠. 대충 어림잡아 드레싱을 만들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본 미국인 요리사가 제 손등을 때리더라고요. “너의 컨디션을 너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네가 맛을 판단하냐”면서요. 그날 이후부터 지금까지 저는 항상 계량 도구를 사용해요. 밥을 지어서 혼자만 먹을 게 아니라면, 정량을 정확하게 지키는 연습은 꼭 필요해요.

 ▼ 자기만의 레스토랑을 갖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나요.

학교에서 공부할 땐 오너 셰프가 되면 성공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를 했는데, 졸업 후 식당에서 일을 하면서 ‘나는 주어진 레시피대로 맛을 잘 내는 것뿐이지 그게 요리에 통달했다는 의미는 아니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내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이 될 때까지 연구하고 배워야 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런데 미국 현지 식당에서는 동양인인 제가 웍을 잡고 중식 요리를 하기만을 바라더라고요. 장르를 불문하고 포괄적인 경험을 쌓고 싶던 저로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어요. 마침 한국의 프랜차이즈 업계가 성장하면서 메뉴 개발자라는 직군이 새롭게 생기기 시작했고, 그래서 이 길에 들어서게 됐어요. 모든 음식에 정통한 요리사가 되길 꿈꿨던 제게 이 직업은 천직이라고 생각해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메뉴를 끊임없이 개발해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 사람들에게 ‘통하는 요리’는 무엇일까요.  

‘놀부보쌈’의 창업자인 오진권 회장님이 말씀하신 “고객이 이기게 하라”는 말이 정답인 것 같아요. 내가 낸 돈이 1만원인데 1만2천원어치를 먹었다는 느낌을 주면 그게 통하는 요리가 되는 거죠. 메뉴 개발자로 일하면서 이 말은 늘 신조처럼 삼아왔어요. 이건 집밥에도 적용되는 말이기도 해요. 누군가를 위해 정성스레 요리를 만든다는 건 물질로는 따질 수 없는 일인 거잖아요. 받는 사람의 만족감도 무척 크고요. 제가 집에서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이유도 그거예요. 다른 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내 손으로 직접 한다는 건 제게도 큰 축복이니까요.

최현정 셰프가 제안하는 한 그릇 집밥 요리!

한 접시의 기쁨

한 접시에 2~4가지 음식이 들어가는 메뉴로, 각각의 요리를 ‘000+000+000’식으로 조합해 소개한다. 식재료 쇼핑부터 소스 만들기, 스타일링 팁까지 맥도널드 히트 메이커 최현정 셰프의 경험을 아낌없이 녹인 ‘원 플레이트’ 레시피. 스타일북스, 1만3천원.

사진제공 최현정, 심윤석(스튜디오 심)
디자인 박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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