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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rapper #dindin

어차피 대세는 딘딘

editor 두경아

2016. 10. 18

‘래퍼계의 금수저’ 캐릭터와 거침없는 언변으로 요즘 한창 시청자들과 ‘썸’ 타는 중인 딘딘과의, 단언컨대 예능보다 더 재미있었던 데이트.

툴툴대는 말투의 중독성

잘나가는 래퍼이자 방송인 딘딘(25·본명 임철)과 인터뷰를 하는 내내 예능 프로그램을 찍는 듯했다. 툴툴거리는 말투에서 배어나오는 그의 중독성 있는 유머는 TV에서 보던 그대로다.

“인기를 얻고 가장 달라진 건, 가족들의 대우죠. 예전에는 만날 사고만 치고 다니다 보니, 늘 ‘커서 뭐 할래?’ 하며 미덥지 않아하셨거든요. ‘치킨 시켜달라’고 하면 ‘네가 뭘 했다고 먹느냐’고 하셨던 엄마가 지금은 저를 위해 한 상 차려놓으시고 ‘우리 철이 밥 먹고 가야지’ 하세요.”

2013년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시즌2〉로 데뷔한 딘딘은 예능감 넘치는 래퍼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KBS 〈해피투게더〉, MBC 〈라디오스타〉 〈진짜 사나이〉 등 지상파는 물론,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 시즌 3〉, jtbc 〈힙합의 민족〉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의 패널로 활약하며 그야말로 ‘TV만 틀면 나오는’ 대세 스타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서 조사한 힙합 가수 브랜드 평판 조사에서 인기 순위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1위는 〈쇼미더머니 시즌5〉 우승자 비와이, 3위는 리쌍이 차지했다.  

열심히 사는 ‘이촌동 엄카’

딘딘의 인기 비결은 뭐니 뭐니 해도 예능 고수들 사이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입담이다. 최근 출연한 KBS 〈해피투게더 3〉에서 칭찬에 인색한 박명수로부터 “예능 강세다. 입담이 정말 좋다”고 인정받았을 정도. 그는 데뷔 때부터 따라다닌 ‘금수저’ 이미지도 적절히 이용할 줄 아는 노련함마저 갖췄다.



“예전에는 ‘금수저’ ‘이촌동 엄카(엄마 카드를 쓴다고 해서 붙은 별명)’ 같은 말들이 싫었어요. 그 때문에 ‘쟤는 방송에 엄마 백으로 나왔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흑수저 딘딘’보다는 ‘금수저 딘딘’이 낫지 않을까. 어쨌든 있어 보이지 않으면 그런 말을 못 들을 테고, 그게 방송인으로서 화젯거리도 되니까요. 피할 게 아니라 제가 가져가야 할 캐릭터라는 결론을 내렸죠.”

실제로 금수저인지 묻자 그는 “부족함 없이 자란 건 맞다”고 인정했다. 그의 아버지는 철도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산 건 맞아요. 부모님이 잘사시는 덕분에요. 그건 제가 아닌 부모님의 자랑이죠. 저도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으니 부모님보다 잘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그가 부모로부터 받은 무엇보다 값진 유산은 입담이다. 그의 아버지도 〈진짜 사나이〉에서 아들을 능가하는 입담을 선보여 화제가 된 바 있다. 해병대 출신인 딘딘의 아버지는 “귀신을 몇 명 잡아봤느냐”는 아들의 물음에 “한두 마리나 세는 거지, 그 많은 걸 어떻게 세느냐”고 받아치는 순발력을 보여줬다.

“아버지가 반어법을 잘 쓰세요. ‘오늘은 먹을 게 많네. 물에 밥 말아 먹어야겠어’ 하는 식이죠. 저희 부자의 대화법도 그래요. 아버지가 ‘방송하느라 힘들지?’ 하면, 저는 ‘아빠는 일하는 게 안 힘든가 보네’ 하는 식이죠. ‘누가 더 잘 비꼬나’ 경쟁하듯 말하는데, 그런 게 방송할 때 생각지 못한 포인트에서 나오더라고요.”

딘딘은 인기를 얻으면 얻을수록 자기 검열을 더 하게 된다고 했다. 방송에서 그가 하는 말은 언뜻 막말처럼 들리지만, 한 번도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을 하거나 수위를 넘은 적이 없는 이유다.

“다 가정교육을 잘 받은 덕분이에요(웃음). 가정교육은 부모님 자랑이니까 해도 괜찮죠?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어디를 가든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셨거든요. 위로 누나만 둘이라 특히 ‘여성분들’(여자를 지칭할 때마다 이 단어를 썼다)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조심해요. 누나들 틈에서 크면서 여성분들이 싫어하는 얘기와 어떤 때 민감해지는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죠. 그래서 여자, 남자를 비교하는 발언은 조심하는 편이에요. 특정 지역에 관한 발언도 마찬가지고요.”

위기를 터닝 포인트로 삼다

지금은 본업인 ‘래퍼’보다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지만 이에 대한 고민은 없다. 방송을 통해 부모님에게 그동안 못 한 효도를 조금이나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부모님은 제 방송을 정말 열심히 보세요. 〈진짜 사나이〉는 1천 번쯤 보신 것 같아요. 부모님이 남들에게 제 자랑을 하는 모습을 보면 더 열심히 하게 돼요.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요.”

마냥 밝아 보이는 그이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캐나다로 유학 갔을 때는 몹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당시 그는 개교 이래 그 학교에 입학한 최초의 한국인이었다.

“어딜 가든 위축된 적이 없었는데, 영어도 못하고 고국 친구들하고 떨어져 있으니 스트레스가 엄청났어요. 의사소통이 안 되니까 친구 사귀기도 힘들고 상대가 먼저 다가와도 피하게 되더라고요.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고, ‘일본에 가서 미용을 배울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죠.”

그러던 그가 마음을 다잡게 된 건, 아무리 투정해도 부모님이 그를 데리러 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면서다. 막상 귀국을 포기하자 그때부터 영어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한국인이 많이 다니는 학원은 일부러 가지 않았어요. 랩도 그때 배웠고요. 돌아보면 그런 힘든 시기들이 저를 성장하게 한 터닝 포인트였죠.”

유학 시절 래퍼의 꿈을 갖게 된 그는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길 원했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이를 순순히 허락하지 않았다. 하는 수없이 그는 부모에게 캐나다에 있는 대학에 붙었다고 둘러대고 몰래 한국에 들어와서 오디션을 보고 다녔다. 잘된 뒤 가족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을 작정이었다. 그런데 부모에게 거짓말한 것이 오래지 않아 들통났다. 집에 끌려들어갔다가 다시 나오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그러다 그는 부모를 가까스로 설득해 음악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하지만 힘들게 음악을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스스로 군에 입대했다. ‘어차피 다녀올 곳이라면 빨리 갔다 오자’는 생각이었다.

“저는 이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끌려갈 곳이 없어요(웃음). 어린 나이에 군대를 다녀온 건 정말 잘한 일 같아요. 제 또래 연예인 친구들은 앞으로 군대를 다녀와야 하니까 무거운 마음으로 활동하는데, 저는 ‘예비군 언제 끝나나’ 하거든요.”

군 입대는 그에게 다가온 두 번째 터닝 포인트였다. 이전까지 단체생활을 힘들어하던 그는 “막상 군 생활을 하다 보니 금방 적응이 됐다. 나를 내려놓는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세 번째 터닝 포인트는 〈쇼미더머니 시즌2〉에 출연해 인지도를 쌓은 이후였다. TV에 출연하며 래퍼로 이름을 날린 것까지는 좋았지만, 프로그램이 끝난 뒤가 문제였다.

“사람들의 기대치는 높아졌는데 정작 저는 보여줄 게 없었어요. 다른 출연자들은 몇 년씩 연습생 생활을 거치며 내공을 쌓은 사람이었는데, 전 그야말로 ‘쌩’아마추어였으니까요. 정말 욕을 많이 먹어가면서 제 단점을 고쳐나갔더니 실력이 늘더군요. 만약 혼자 연습했다면 그렇게 늘지 못했을 거예요. 그 시기를 거치며 겸손의 미덕도 배웠고요.”

뭐든 열심히, 기꺼이 즐겨



힘든 시기를 거치며 딘딘은 웬만한 일에는 연연하지 않을 만큼 단단해졌다. ‘엄청 높이 올라가서, 절대 내려오지 않을 거야’ 하는 성공을 향한 염원도 더욱 간절해졌다. 그 덕분에 지금은 매사에 감사하면서 사는 마음의 여유까지 생겼다.

“소속사에는 늘 ‘안 쉬어도 좋으니까 방송을 잡아달라’고 해요. 바빠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정말 행복해요. 말도 안 되는 당황스러운 제안도, 들어오면 일단 해요. 그랬더니 열심히 하면 더 고마워하시고, 다른 데 가서도 저를 좋게 말해주시더라고요.”

지난 3년간 발전한 건 랩 실력만이 아니다. 정신적 성숙도 큰 결실 중 하나. 예전에는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하기 싫은 걸 했을 때 오히려 돌아오는 게 많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한번은 여의도 벚꽃축제 행사에 가게 됐어요. 서울 영등포 구민을 위한 행사였는데 가보니까 정말 어르신들밖에 없었죠. ‘딘딘입니다!’ 하니까 ‘쟤가 누구야?’ 하는 눈으로 쳐다보시더군요. 그 자리에서 제가 70대 할아버지를 지목하면서 ‘어르신, 제가 ’푸쳐핸섭(Put Your Hands up)’ 하게 해드릴게요’ 했어요. 결국 다들 랩을 따라 하시고 재미있어하셨죠.”

그가 떠올린 인상적인 행사가 또 하나 있다. 친구의 부탁으로 가게 된, 전북 정읍에 있는 여고 축제다. “정읍까지 가야 해?” 하고 투덜대며 갔는데 여고생들이 엑소(EXO) 대하듯 그를 반겼다. 그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힐링’이 돼 이후 해마다 찾는다.

“인터넷에서 이런 악플을 봤어요. ‘딘딘은 랩은 안 하고 방송하는 애’, ‘〈쇼미더머니〉에 나가서 되지도 않는 랩을 하다가 방송하네. 인생 정말 쉽다’는 내용이었어요. 그거 보고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방송만 하는 것도 얼마나 힘든데’ 하고 생각했죠. 방송만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에요. 방송을 통해 저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 제 음악도 더 많이 들어주실 테니까 ‘윈윈’인 셈이죠.”

“방송이 천직인 것 같다”는 그는 이제 방송에서 눈치 보는 것도, 기 싸움 하는 것도, 방송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길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는 것도 즐긴다고 했다. 즐기지 못하면 벌 받는 기분일 거란다.

그의 소망은 연기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캐릭터도 이미 정해두었다. “드라마에서 말 안 듣는 양아치 같은 막내아들 역할을 맡으면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예전에는 한 방에 빵 터트리는 삶을 살고 싶었지만, 이제는 가늘고 길게 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실처럼 바람을 타면서,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 살다가 인기가 내려갈 때쯤 하나 빵 터져서 다시 올라가고…. 또 구혜선·안재현 커플처럼 일찍 결혼해서 가족들과 전 세계로 여행 다니고 싶은 바람도 있어요. 방송도, 음악도 계속 열심히 하면서요. 하도 놀아서 이젠 노는 건 부질없어요(웃음).”

기획 김지영 기자
사진 홍태식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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