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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TRIP

VIETNAM SAPA TREKKING

40대 여기자가 체험한 4박5일 힐링 여행

글 · 김지영 기자 | 사진 · 셔터스톡 | 사진 제공 · 베트남항공 | 디자인 · 박경옥

2016. 07. 19

월간지 기자로 매달 반복되는 초강도의 마감에 몸과 마음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재충전이 절실하다고 내게 말해왔다. 그래서 문득 떠난 곳이 트래킹 코스로 요즘 각광받고 있는 베트남의 산악지역 사파다. 하노이에서 열차로 9시간을 달려가야 하는 수고로움만 감수한다면 사파는 스트레스 쌓인 40대 도시인에게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힐링’을 선물하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고산족이 사는 타반 마을과 계단식 논이 물결처럼 이어진 깟깟 마을은 꼭 거쳐야할 코스로 ‘강추’한다.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체중이 불어나는 걸 막을 수 없을 겁니다.”

베트남으로 여행 간다는 소식을 들은 한 지인은 대뜸 이렇게 말했다. 낯선 외국 땅에서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일은 여행의 즐거움을 반감시킬 만큼 고역이다. 그런데 음식이 ‘너무도’ 맛있다니, 그것만으로도 기대감이 앞섰다. 베트남 쌀국수를 한국에서의 5분의 1 가격으로 맛볼 수 있고, 국내에서는 고가인 전신 마사지도 1만~2만원에 받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떠나는 발걸음을 설레게 했다.

5월 28일, 베트남 국적기인 베트남항공을 이용해 먼저 도착한 곳은 수도 하노이. 인구가 7백11만 명인 하노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교통수단은 스쿠터였다. 미니 원피스를 입은 아가씨도, 백발의 할머니도 스쿠터를 몰고 다녔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활기찬 그들의 모습을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베트남 독립의 아버지라 불리는 호치민의 묘에 당도했다.

호치민 묘는 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레닌 묘에서 영감을 얻어 1975년에 지어진 하노이의 관광 명소다. 이곳에서 출발해 호치민이 1958년부터 1969년 9월 생을 마감할 때까지 거주한 생가로 가다 보면 르네상스 양식의 노란 건축물인 주석궁도 만날 수 있다.

넓은 공원처럼 꾸며진 호치민 묘와 주석궁, 생가를 차례로 둘러본 후 베트남의 명물인 시클로를 타고 시내를 구경했다. 한국보다 후텁지근한 날씨 탓에 많이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당장 씻고 싶은 마음에 찾은 곳이 욕조와 사우나 시설이 딸린 마사지 숍. 아로마 향이 그윽한 방 안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사지를 받았다. 비용은 우리 돈으로 2만5천원 정도였다. 한결 상쾌해진 몸과 마음을 이끌고 라오까이로 향하는 야간열차의 침대칸에 오른 건 오후 8시 30분경. 장장 9시간의 열차 대장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법 터득한 몽족 마을

둘째 날인 5월 29일 오전 6시 30분경. 자다 깨보니 열차는 베트남 북부, 중국 윈난 성과의 국경에 있는 도시 라오까이에 도착해 있었다. 그곳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2시간쯤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니 해발 1650m에 위치한 산악 마을 사파에 닿았다. 프랑스가 베트남을 지배하던 20세기에 여름 휴양지로 개발된 곳으로 사파 시내 중심부에는 이른바 ‘식민지 양식’의 건축물이 즐비했다.

사파에는 여러 소수민족이 사는데 인구는 약 1백만 명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몽족이 약 52%로 가장 많다. 몽족은 걸 그룹 피에스타의 멤버 차오루가 속한 중국의 묘족과 같은 혈통이라고 한다.

이날은 사파 시내에서 멀지 않은 라오짜이 마을부터 타반 마을까지 걸었다. 트레킹에 약 3시간이 소요됐다. 몽족이 이른바 ‘다랑이 논’으로 불리는 계단식 논을 일궈 농사를 짓고 산다는 이곳은 의식주가 풍요롭지는 않았지만 다들 건강해 보였다. 특히 몽족 가운데서도 붉은색을 좋아하는 레드 몽족이 사는 타반 마을의 여인들은 화려한 외모로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빨간색 천을 머리에 두르고 커다란 링 귀고리를 귀에 걸고 다녔다. 개중에는 눈썹과 앞머리를 민 여자도 있었다. 결혼했다는 표식이었다.

셋째 날에는 사파에서 3km 거리에 있는 깟깟 마을을 찾았다. 이곳에는 검은색을 좋아하는 블랙 몽족이 산다. 넓은 계곡과 같은 지형을 깎아 만든 다랑이 논이 절경을 이루는 깟깟 마을은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그림엽서 같은 장면이 나온다. 빼어난 경치를 감상하며 차나 술을 즐길 수 있는 카페와 블랙 몽족이 직접 짠 수공예 카펫이나 가방을 파는 상점도 곳곳에 있다.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폭포수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마을의 중심부에 다다랐다. 그곳에 모인 관광객들은 너나없이 ‘인증 샷’을 찍었다. 한 귀퉁이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폭포를 감상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폭포 건너편에는 제 기능을 하지는 못하지만 운치를 더하는 커다란 물레방아가 돌고 있었다. 물레방아가 놓인 길을 따라 올라가니 사파 시내까지 태워다주는 스쿠터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오후에는 사파에서 다시 라오까이로 가서 하노이행 야간열차를 탔다.

넷째 날, 하노이에 들렀다 다시 하롱베이로 향했다. 1천9백69개의 크고 작은 섬이 장관을 이뤄 유네코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하롱베이는 베트남 북부에 있는 만으로, 하노이에서 버스로 3시간 거리에 있다. 하롱베이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탔다. 유람선 내부는 고급 레스토랑처럼 꾸며져 있었다. 푹신한 의자에 앉아 식탁에 오르는 해산물 코스 요리를 맛보며 하롱베이 섬들의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했다. 섬들이 둘러싸고 있는 하롱베이 만의 물결은 호수처럼 고요했다. 그 덕분에 뱃멀미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섬 무리가 만들어낸 별천지 하롱베이 

식사를 마친 뒤에는 사방이 탁 트인 갑판 위에 올랐다. 그곳에서 바라본 하롱베이의 수려한 경관도 잊을 수 없지만, 한쪽에 놓인 선베드에 누워 파란 하늘 위를 둥둥 떠가는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평온하고 신비로운 신선의 세계로 들어온 기분이었다.

유람선은 석회암이 만든 ‘천궁 동굴’이 있는 섬에 정박했다. 19세기 한 어부가 원숭이들이 드나드는 것을 보고 우연히 발견했다는 이 동굴은 내부가 하늘의 궁처럼 넓고 화려해 ‘천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동굴에 들어서자 천장에서 자라는 종유석과 땅에서 자라는 석순, 이들이 만나 돌기둥을 이룬 석주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장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것들의 모양도 가지가지여서 용바위, 원숭이바위, 선녀바위 등의 이름으로 불렸는데 그중에서도 용의 눈이 박힌 듯한 용바위가 눈길을 끌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용바위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고 한다. 용바위 앞에서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전설 때문이다.

다시 하노이로 돌아왔을 때는 해가 뉘엿뉘엿 지는 저녁이었다.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밤은 선선했다. 산들바람이 온몸을 감싸자 깟깟 마을에서 만난 시원한 폭포수와 소수민족의 생명력이 빚어낸 다랑이 논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곳에서 평생 터를 잡고 사는 건 솔직히 자신 없다. 하지만 일상에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고, 스트레스와 근심 걱정을 날릴 그 무엇이 필요하다면 사파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사파 트레킹을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 여행이라고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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