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곳곳에서 반짝인 응원봉 불빛은 모인 군중의 규모를 가늠케 했고, 그 불빛은 흔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업’ 상태로 만들었다.


‘색깔 소유권’ 논란 많은 상징색 가고, 응원봉의 시대로

‘아는 형님’과 ‘집대성’에 나와 서로 응원봉의 시초라고 말한 세븐의 7봉과 빅뱅의 뱅봉(위). 응원봉을 든 팬들이 하나둘 모여 이룬 전국 응원봉 연대.
팬들을 하나로 만들어주던 상징색 문화는 아이돌 그룹 수가 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상징색을 둘러싼 소유권 다툼이 일어난 것이다. 아무리 펄이나 파스텔을 섞고 명도 차이를 둔다 해도 어두운 공연장에서는 팬들이 들고 있는 풍선 색이나 응원봉 색이 거기서 거기로 보인다. 핑크 계열의 ‘파스텔 로즈 하트’를 공식 색상으로 써온 소녀시대 팬들은 YG엔터테인먼트에서 신인 투애니원의 공식 색으로 ‘핫 핑크’를 정하자 이에 항의하기도 했다. 결국 B.A.P의 ‘스프링 그린’, 샤이니의 ‘펄 아쿠아 그린’, SS501의 ‘펄 라이트 그린’ 등 더 이상 색상에 이름을 붙이기도, 공연장에서 응원봉 불빛을 구별하기도 힘든 지경에 이르자 상징색의 시대는 저물고 응원봉과 로고, 캐릭터의 시대로 넘어갔다.
응원봉의 시초는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가수 세븐의 ‘7봉’과 빅뱅의 ‘뱅봉’ 2가지 파로 나뉜다. 풍선 아닌 도구에 방점을 둔다면 숫자 7 모양으로 꺾은 세븐의 발광 스틱이 가장 먼저인 셈이고, 현재의 응원봉과 비슷한 입체 디자인은 빅뱅의 지드래곤이 처음 만들었다. 요즘은 응원봉이 점점 진화해 봉 스타일에서도 벗어났다. 마마무의 ‘무봉’은 정말 무를 닮았고, 플레이브의 응원봉은 멤버들이 운동을 좋아하는 점에 착안해 아령 모양이다. 응원을 하며 사래레(사이드 래터럴 레이즈) 자세까지 따라 할 수 있어 운동 효과를 더해 일석이조다. 선명한 발광력은 물론, 불빛 색과 반짝이는 스타일도 다양하다. 흔들면 흔드는 대로 색이 변하고, 중앙 원격 제어를 통해 좌석별 불빛 지정과 시간차 파도타기 등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한동안 덕질을 쉬다가 4세대 아이돌 에이티즈의 콘서트에 갔을 때 관객석을 보며 받은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원격 제어가 되지 않는 ‘라1티니’ 때도 거대한 오로라의 물결이 예뻤지만, 업그레이드된 ‘라2티니’는 아예 노래에 맞춰 좌석 구역별로 불빛이 변했다. 마치 팬석이 공연의 한 요소가 된 듯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모아봉’의 경우 팬덤 ‘모아’ 찾기 기능이 있다. 모아 찾기 버튼을 누르면 반경 5m 안에서 응원봉끼리 서로를 인식해 주변 모든 모아의 응원봉 불빛이 몇 초간 초록색으로 깜박인다.
본격적인 ‘봉꾸(응원봉 꾸미기)’도 가능하다. 나만의 봉으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응원봉의 불 들어오는 부분이 쉽게 열리게끔 출시하거나 꾸미기용 액세서리를 별도 판매한다. 뉴진스의 ‘빙키봉’은 눈 자리에 구멍을 내 멤버 이름 글자나 다양한 모양의 파츠를 갈아 낄 수 있다. 파츠는 별도로 판매하고, 음악방송 방청에 참여하는 팬에게 빙키봉 커스텀 아이템을 주기도 한다. 최근 리뉴얼된 있지의 ‘라이트링’은 팔에 낄 수 있는 사이즈의 링인데, 커스텀 커버 부분 뚜껑을 빼고 고양이 귀를 달 수 있다. 링에 낄 수 있는 참과 귀를 별도로 판매하나 귀는 워낙 인기라 구하기 쉽지 않다는 후문.
예쁘고 흥을 돋워주는 응원봉은 이제 콘서트에서 나아가 집회 필수품으로도 자리 잡았다. 다만 보통 응원봉 본 품이 4만 원대이며, 액세서리와 응원봉 전용 케이스 등까지 구입하면 제법 큰 비용이 나간다. 이에 이번 탄핵 집회에서 응원봉이 화제가 된 후 아이돌 팬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집회에 참여하려는 부모님이 자꾸 응원봉 가격을 물어보는데, 팬클럽 한정 첫 구매 가격이 2만 원이라고 입을 맞추자”는 우스갯소리가 올라오기도 했다. 비싼 가격과 그에 어울리지 않는 내구성, 고장 났을 때 번거로운 AS 과정 등 단점도 팬들만의 비밀로 하자고 했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들켜도 크게 혼낼 부모는 많지 않을 듯하다. 그 비싸고 소중한 응원봉이 부서질지라도 더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집회 현장으로 들고 나간 마음은 돈보다 귀하기 때문이다.
#응원봉 #탄핵 #여성동아
사진출처 전국 응원봉 연대 SNS ‘아는형님’ ‘집대성’ 유튜브 챕처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