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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최창식 중구청장 부부가 그려가는 역사와 문화가 꽃피는 중구의 봄

글 · 정희순 | 사진 · 홍중식 기자 | 디자인 · 김영화 | 장소협조 · 한국의집(02-2266-9101)

2016. 04. 26

결국은 ‘가화만사성’이다. 아내 손을 꼭 잡고 중구 필동을 걷는 최창식 구청장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지역을 살피는 일은 결국 가정을 보살피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최 구청장의 중구 예찬론.

“중구가 안전하면 대한민국이 안전하고, 중구가 깨끗하면 대한민국이 깨끗한 겁니다. 중구는 대한민국의 얼굴이자 심장이에요.”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중구에 대한 자랑부터 늘어놓는다. 2011년 4월 재보궐 선거를 통해 중구청장에 당선돼 2014년 6월 재선에 성공한 최창식(64) 중구청장이다. 그는 중구 안에 있는 그 많은 명소들의 가치를 메모 한 장 보지않고 설명했다. 딱딱한 행정가의 모습이 아닌, 중구와 사랑에 빠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최 구청장의 말처럼 중구는 작지만 특별한 곳이다. 상주인구(13만 명)와 면적(9.9k㎡)은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가장 적지만, 주간 상주인구 44만, 하루 유동인구는 무려 3백50만 명에 이른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78%가 들르는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최 구청장은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중구의 명소들을 재발견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사업은 ‘우리 동네 명소 만들기’. 스토리텔링을 통해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어 중구 구석구석을 명소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도전의 첫걸음이다. 행정 편의를 위해 신당 1 · 2 · 3 · 4 · 6동으로 이름 붙였던 곳들도 각 지역이 가진 역사를 바탕으로 지난 2013년 각각 신당동,다산동, 약수동, 청구동, 동화동으로 바꿨다.

“제가 중구에서 허가를 내준 호텔의 수만 73개입니다. 행정적인 지원은 물론이고 기존에 있는 재래시장과 마찰을 줄일 수 있도록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도 했죠. 이곳에서 일할 수 있는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직업훈련원도 만들었어요. 직접 고용 일자리만 약 5천여 개, 간접 고용까지 고려하면 엄청난 성과죠. 중구의 발전이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까지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셈입니다.”

중구의 스마트한 행정에는 도시의 미래를 설계해온 최 구청장의 이력도 한몫했다. 그는 구청장직을 맡기 전까지 서울특별시 부시장직을 역임했던 도시 행정 전문가다. 성균관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제3회 기술고등고시에 합격한 뒤 서울시 도시계획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으니 그가 도시의 미래를 연구한 세월도 꼬박 40년. 지하철건설본부장,  건설안전본부장, 뉴타운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하고 버스중앙차로제 도입, 청계천 복원공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건설, 올림픽대로·동부간선도로 건설 등 굵직한 사업을 진행했다. 그가 이끄는 중구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가정에서 비롯된 유연한 리더십

최 구청장의 든든한 지원군은 한결같이 그의 곁을 지키는 아내 송원미(59) 여사다. 송 여사는 지난 2008년까지 고등학교 영어 교사로 일하다 최 구청장이 서울시 부시장 자리에 오른 후 남편의 내조를 위해 명예퇴직했다. 부부는 주말이면 남산을 함께 산책하며 데이트를 즐길 정도로 잉꼬부부다. 아무리 바빠도 아침 식사는 반드시 가족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 부부의 철칙이다.

“약수역 부근의 학교에 교사로 재직했는데 당시 남편이 학교까지 바래다주곤 했어요. 남편과의 데이트 코스였던 중구와 이렇게 인연이 닿을 줄은 몰랐죠. 원래 뮤지컬을 좋아해서 공연 보러 이곳저곳 다니곤 했는데, 요즘은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좋은 창작극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은 것 같아요(웃음). 필수 데이트 코스는 아무래도 남산이죠. 엊그제도 북쪽 국립극장 방면으로 올라가 팔각정까지 다녀왔어요. 중구가 점점 문화적으로 풍요로워지니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기가 무척 좋은 것 같아요.”(송원미 여사)

최 구청장과 송 여사 사이에는 1남 2녀가 있다. 서른이 넘은 큰딸은 성균관대를 졸업해 대기업에서 일하다 지금은 출산 휴가 중이고, 둘째딸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현재 금융사에 재직 중이다. 늦둥이로 낳은 아들은 한양대에 다니다 현재 군복무를 위해 휴학 중이다. 사교육 한번 없이 자녀 셋을 명문대에 보낸 비결을 묻자, 부부는 “서로 의지할 수 있도록 형제자매를 만들어준 것이 부모로서 가장 잘한 일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5남매 중 장남으로 자란 최 구청장은 서울시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동생에게 신장 하나를 떼어주기도 했다.

“유학 중이던 동생이 만성 신부전증을 앓다가 병세가 악화돼 귀국했어요. 신장 이식을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이야기에 제가 지원자로 나선 거죠. 신장 하나가 없어도 내 몸 관리만 잘하면 아무 문제가 없더라고요. 오히려 그 일을 계기로 가족과 건강의 소중함을 알게 됐어요.”  

최 구청장은 “돈도, 재주도, ‘빽’도 없던 자신이 선출직 공무원으로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가족”이라며 “지역을 살피는 일도 결국은 가정을 보살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동의 낭만적인 밤을 즐기는 방법

최 구청장이 중구를 이끈 지도 올해로 5년째. 초선 때는 지역 사업의 윤곽을 그리는 일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더 세심하게 구정을 이어나가는 여유도 생겼다. 임기 초부터 벌여온 일들의 성과도 거두고 있어 뿌듯한 요즘이다.

“중구 안에서도 지역적인 편차가 있어요. 을지로 3가까지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중심이지만, 4가, 5가, 6가 등은 문화 인프라가 굉장히 낙후된 지역으로 손꼽히죠. 하지만 중구 안에서 가치가 없는 곳은 한 군데도 없어요. 이 지역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어떻게 새로운 문화와 융합해나가느냐가 제게 주어진 소임이라고 봐요. 또 다른 하나는 지나치게 쇼핑에만 치우친 관광 명소를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한 공간으로 바꾸는 일이에요. 그러기 위해선 각 지역마다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수적이죠. 중구를 대한민국 문화의 원천으로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최 구청장의 바람처럼 5월의 중구는 그 어느 때보다 문화적으로 풍성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정동야행’. 정동야행은 중구 정동의 역사와 문화 시설들을 해설과 함께 둘러보고 길거리의 다양한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밤 10시까지 즐길 수 있는 행사다. 작년 처음으로 5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는데, 당시 총 19만 명이 찾아오는 초대박을 터뜨리며 세계축제협회에서 주관하는 피너클 어워드에서 2개 부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내외에서 많은 분들이 정동의 문화적 가치를 인정해주셔서 무척 기뻤어요. 대한민국 근현대 문화와 관련한 콘텐츠로 채워지는 올해 정동야행은 전년보다 더 재미있을 거예요. 중구의 밤이 이렇게나 멋지다는 걸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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