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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가 _ 오달수에게

글 · 정희순 | 사진 · 이상윤, 영화 〈대배우〉 스틸 컷 | 디자인 · 김영화

입력 2016.03.10 09:18:21

데뷔 후 첫 주연을 맡은 영화 〈대배우〉로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끝낸 오달수가 연기는 ‘취미’로 해야 한다는 의외의 이야기를 꺼냈다.
너무 지독하게 덤비면 그만큼 쉽게 질릴 수밖에 없어서란다. 모든 걸 내려놓고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 포기 없이 달려온 인생, 오달수가 대배우로 불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달수가 _   오달수에게
짙은 회색 슈트에 브라운 보타이. ‘주연’이라는 타이틀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멋지게 차려입었다. 영화 〈대배우〉의 제작보고회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배우 오달수(48) 얘기다. 진행자의 소개로 단상 위에 모습을 드러낸 오달수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연기 인생 27년 만에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으니 그 부담감이 오죽했을까. 더구나 올해 초 동료 배우 채국희(46)와의 열애설로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식한 후 처음 있는 공식석상이었다. 그로서는 무척 떨리는 자리다. 그는 “어제 잠을 설쳤다”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운을 뗐다.  
최근 몇 년간 충무로에서 오달수의 활약은 대단했다. 2006년 개봉한 영화 〈괴물〉(봉준호 감독의 제안으로 괴물 목소리로 출연)을 시작으로 〈도둑들〉(2012), 〈7번방의 선물〉(2013), 〈변호인〉(2013), 〈국제시장〉(2014)이 줄줄이 1천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고, 작년에는 영화 〈암살〉과 〈베테랑〉이 대히트를 치면서 ‘쌍천만’까지 잡았다. 1천만이 넘는 관객 수를 기록한 역대 한국 영화 13편 중 그가 출연한 작품은 무려 7편이다. 출연작 관객 수를 모두 합치면 1억2천만이 넘는다. 비록 조연일지라도, 이제 더 이상 그의 이름을 빼놓고는 한국 영화를 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암살〉에 함께 출연했던  하정우는 “배우 오달수는 꼭 한국 영화를 위해 하늘이 내려주신 요정 같다”며 그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덕분에 오달수의 이름 앞에는 ‘천만 요정’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런 그가 드디어 주연을 맡았다. 박찬욱 감독의 사단, 석민우 감독의 입봉작 〈대배우〉라는 영화에서다. 석 감독은 “오달수 선배님을 〈올드보이〉 촬영 때 처음 봤다. 이후 여러 작품을 함께하면서 오달수 같은 배우가 매번 짧게만 나오는 게 너무 아쉬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달수가 나오는 영화를 하고 싶었다. 일종의 존경심에서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에서 오달수는 20년째 대학로에서 연극만 하다 꿈을 이루기 위해 영화에 처음 도전하는 무명 배우 ‘장성필’ 역을 맡았다. 남자주인공 ‘성필’의 사연은 실제 오달수의 연기 인생과 무척 닮아 있다. 그 역시 1990년 우연한 기회로 극단 ‘연희단거리패’를 통해 연극 무대에 데뷔했고, 2002년 영화 〈해적, 디스코 왕 되다〉로 스크린에 진출했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청춘을 바친 극단 생활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밤을 새워 연기 연습을 하고,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면서 집단생활을 하는, 어떻게 보면 남루한 삶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일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가내수공업에 가까운 일을 하면서 공산품이 아닌 예술품을 만들어낸다는 자부심으로 버텼던 것 같다.”



예술품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버틴 남루한 극단 생활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극단에서 만난 동료와 1996년 결혼했다가 이혼한 아픔도 있다. 극단은 그에게 큰돈을 안겨주진 않았지만 그가 좋아하는 연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어요. 연극을 준비하며 분장실에서 동료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들, 공연이 끝나고 술 마시면서 했던 이야기들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렇게 가난했으면서 소주 마실 돈은 어디서 났는지…. 거른 날이 없을 정도로 모두가 십시일반해서 술을 마셨던 것 같아요.”
충무로 특급 배우로 자리매김한 지금도 오달수는 매년 한 편 이상의 연극에 출연한다. 그는 2001년 설립한 극단 ‘신기루 만화경’의 대표이기도 하다. 연극배우 생활의 고달픈 현실을 너무도 잘 알기에 꿈 하나로 달려가는 후배들을 격려하고 싶은 마음에서 세운 것이란다.
“연기는 ‘취미’로 해야 해요. 너무 지독하게 덤비면 그만큼 쉽게 질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부담감을 버리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사는 게 좋아요. 그러면 포기라는 건 없어요. 연기가 아닌 다른 일을 하더라도 그건 변하지 않는 진리예요.”
‘천만 요정’ 오달수의 생애 첫 주연. 이것만으로도 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무척 뜨겁다. 그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올해 초 열애설이 새어나왔고, 오달수의 소속사는 보도 자료를 통해 열애를 인정했다. 상대로 지목된 사람은 두 살 연하의 배우 채국희. 그녀는 톱스타 채시라의 친동생으로 연기와 노래, 춤까지 섭렵한 팔방미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열애에 관련한 질문에 “이 질문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며 오달수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는 “잘 만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한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딸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착잡한 표정에서 그의 복잡한 속내가 느껴졌다.
연기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살아온 배우 오달수. 올해 초 터진 스캔들은 이제 그가 더 이상 외로운 배우가 아니라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27년의 내공으로 스타가 된 그이기에 이번 영화 〈대배우〉는 더욱 기대를 모은다. 실제 오달수와 너무도 닮은 캐릭터, 〈대배우〉의 ‘장성필’은 오는 3월 31일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오달수가 _   오달수에게


여성동아 2016년 3월 6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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