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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EXCLUSIVE

두 여자와 사랑에 빠지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글 · 정희순 | 사진 · 조영철 기자 | 디자인 · 최정미 | 스타일리스트 · 박성연

입력 2016.02.29 12:25:56

그라운드의 악동 이천수
그는 원래 직진밖에 모르는 남자였다.
지금도 그 성격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제 과속은 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두 여자가 생겼으니까. 그들이 처음 언론 앞에 나왔다. 이천수를 위해서다.
두 여자와 사랑에 빠지다


두 여자와 사랑에 빠지다


요 며칠 봄이 왔나 싶더니 그날따라 하늘에선 눈이 펑펑 쏟아졌다. 촬영장까지 가는 길은 이미 꽁꽁 얼어 차로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도 버거웠다. 약속 시간 30분 전, 트레이닝복에 검은색 패딩 점퍼를 입은 그가 도착했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미모의 아내, 그리고 그를 꼭 빼닮은 딸과 함께였다. 눈길을 헤치고 온 전 국가대표 축구 선수 이천수(36)의 모습은 꼭 두 명의 공주님을 지키는 기사 같았다.
이천수는 “백수 때 아내를 만났는데 또다시 백수가 됐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작년 11월, 생방송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갑작스레 은퇴 소식을 전한 그는 요즘 부쩍 TV에 자주 등장한다. 그는 선수 시절부터 센스 넘치는 플레이와 거침없는 입담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은퇴 후 단발성으로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의 성적만 따져보면, 일단 합격점이다. 강호동, 서장훈, 안정환을 잇는 차세대 스포테이너의 등장이다. 그의 새로운 도전에 그동안 베일에 감춰져 있던 아내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2013년 3월 결혼을 발표한 후 지금까지 그의 아내가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여자와 사랑에 빠지다


그의 아내는 현재 서울 소재의 한 예술전문학교 모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심하은(33) 씨다. 슈퍼엘리트모델 선발대회 출신으로 모델 에이전시 전속 모델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베테랑이기도 하다. 그녀는 화보 촬영 내내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은 남편 이천수를 적극적으로 리드했다.
“저도 직업이 있다 보니 언론에 ‘이천수의 아내’로 비치는 게 싫었어요. 남편과 함께 방송에 출연해달라는 제의도 많이 받았지만 거절했던 것도 그 때문이죠. 그런데 이제 더는 감출 수가 없겠더라고요. 감춰봐야 이상한 소문만 커지고요. 이 자리가 진짜 저를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심하은)
이천수는 지난 2012년 평소 알고 지내던 배우 김승현의 소개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당시 그는 구단과 갈등을 빚고 선수로서는 치명적인 임의탈퇴(계약 해제를 바라는 듯한 본인의 행동에 따라 구단이 계약을 해제하는 것. 임의탈퇴 선수는 원소속 구단의 동의 없이는 다른 구단과 계약 교섭을 할 수 없다) 공시를 당한 상태였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한마디로 ‘백수’였다.
“솔직히 축구엔 별 관심이 없었어요. 처음 오빠를 만났을 때도 ‘축구 선수 이천수구나’ 했을 뿐이지, 오빠가 어떤 선수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죠.”(심하은)
“저는 그게 고도의 심리전이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저야 첫눈에 반했죠, 뭐. 그 자리에서 바로 면전에 대고 ‘마음에 든다’고 말해버렸으니까요. 데이트 약속을 잡으려고 스케줄을 물어보니 일주일 내내 일이 있대요. 저는 딱히 하는 일이 없었으니까 아침에 일터에 데려다주고 끝나면 다시 집에 바래다주는 식으로 공을 들였죠. 그렇게 안 하면 만날 수가 없었으니까요.”(이천수)  
이천수다웠다. 한번 물면 끝까지 놓지 않는 그라운드 위의 플레이를 연애에서도 발휘했다. 어렵사리 그녀의 마음을 얻었고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했다. 당시 경제적으로 힘들어진 그의 손에 자신의 신용카드를 슬쩍 쥐여준 것도 지금의 아내였다.  
“처음 교제를 시작할 때 저는 ‘한번 만나보자’고 했을 뿐인데, 오빠는 여기저기에 저를 ‘결혼할 여자’라고 소개하고 다니는 거예요. ‘이 남자 참 웃기다’고 생각했죠. 나중에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하고 나서야 오빠가 정말 힘든 상황이라는 걸 알았는데, 애초에 남편의 스펙과 명성을 보고 사귄 게 아니었기 때문에 실상이 초라하다는 건 제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어요. 그저 사람들과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오빠의 모습이 안타까웠죠.”(심하은)
“아내는 마음이 깊고 현명해요. 한번은 차 안에서 아내를 붙잡고 제가 처한 상황을 차분히 설명했는데, 가만히 듣던 아내가 ‘오빠, 그래도 마지막 남은 축구 인생의 자존심을 버리지 마’라며 위로해주더라고요. 자기 관리에 철저하면서 남자의 자존심을 세워줄 줄 아는 여자구나, 생각했어요. 그때 이 여자를 내가 평생 지켜야겠다고 다짐했죠.”(이천수)
연애 생활의 달콤함은 표정 하나, 몸짓 하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랑에 빠진 그녀를 가장 먼저 알아본 건 그녀의 동료들이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녀에게 “이렇게 행복한 모습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한번은 아침에 오빠가 저를 패션쇼장에 내려주고 행사가 다 끝난 뒤 저녁 무렵 만나기로 했어요. 그런데 제가 안에서 패션쇼 무대에 서는 동안 내내 주차장에서 꼼짝 않고 기다렸다는 거예요. 어딜 좀 다녀오지 그랬냐고 물었더니, ‘나 어디 혼자 못 다녀’라고 말하더라고요. 한없이 우직한 모습에 감동받았죠. 언젠가 한번은 한강에서 조깅하는 데까지 따라왔어요. ‘오빠는 내가 얼마만큼 좋아?’ 하고 짓궂게 물어봤죠. 그랬더니 ‘난 네가 축구보다 더 좋아’라고 하는 거예요. 축구는 오빠에게 전부잖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남자가 백수든 뭐든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심하은)


두 여자와 사랑에 빠지다


그 후 양가 부모님께 정식으로 인사를 드렸다. 국가대표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소속 구단도 없는 데다 여러 가지 루머에 시달리던 이천수였기에 처갓집에선 딸의 결혼을 무척 걱정했다. 이천수는 “특히 스포츠신문사 출신인 그녀의 삼촌 반대가 가장 심했다”며 그때를 떠올렸다. 서로에 대한 사랑이 확고했던 이들은 결국 양가의 허락을 받아냈다. 결혼식 날짜를 조율하는 중에 겹경사가 생겼다. 이천수의 발목을 잡고 있던 임의탈퇴가 해제된 것이다. 그토록 바라왔던 그라운드였다. 복귀전을 잘 치러야 한다는 생각에 결혼식도 미룬 채 소속 구단이 있는 인천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시댁에선 저를 ‘복덩이’라고 부르셨어요. ‘말썽꾸러기 천수’가 저를 만나고선 사람 됐다면서요(웃음). 결혼을 앞두고 소속 구단까지 생겼으니 오빠가 저를 만난 후 정말 일이 술술 잘 풀린 거죠. 지금도 시댁에선 저를 무척 예뻐해주세요. 주은이가 태어난 후로는 복덩이 자리를 뺏기긴 했지만요.”(심하은)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주은(3)이는 한눈에도 아빠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이천수를 빼다 박은 모습이다. 이천수는 딸을 바라볼 때면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단다. 누가 딸 바보 아니랄까 봐 이미 주은이를 부를 때의 호칭도 ‘공주님’이다.
“처음 주은이를 만났을 땐 너무 작아서 만지지도 못했어요. 사람들은 저를 쏙 빼닮았다고 하는데, 매일 들여다보는 저로서는 저와 별로 안 닮은 것 같아요. 저는 어릴 적에 주은이만큼 예쁘지도 않았고요(웃음).”(이천수)
주은이가 태어나고 얼마 후에는 아내에게 교수 자리 제안이 왔다.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서울 소재의 신생 예술전문학교다. 부부가 서로를 만난 후 이전보다 훨씬 일이 잘 풀린 셈이다. 두 사람이 일을 하러 나가면 시댁과 친정 부모님이 번갈아가며 주은이를 돌봐줬다. 그렇게 달콤한 신혼 생활을 보내던 이천수에게 고민이 하나 생겼다. 선수 생활을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2002년 월드컵 때 출전한 선수 중 이천수는 가장 막내였다. 선배들은 다들 은퇴를 선언했고 남은 것은 차두리 선수와 이천수뿐이었다.  
“팬들이 저를 원할 때 스스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게 더 명예롭다고 생각했어요. 타의에 의해서 선수 생활을 은퇴한다는 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괴로웠죠. 잊히는 게 두려웠던 거예요.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렇게 은퇴를 하면 팬들에게 ‘좋은 선수’로 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이천수)
남편이 축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아는 아내다. 그녀에게 그라운드를 스스로 떠나는 남편의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남편의 은퇴를 말리진 않았다. 오히려 고민하는 남편에게 “다 잘될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마라”고 말해준 것도 아내였다.
“축구 선수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세상에서 가장 축구를 잘한다’는 이야기는 들을 수 없어요. 마라톤 선수야 기록으로 이야기할 수 있지만, 축구 선수는 골을 가장 많이 넣었다고 해서 ‘세상에서 제일 축구를 잘한다’고 볼 수 없으니까요. 저는 팬들 마음속에 ‘악바리’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불리한 신체 조건을 가지고도 국가대표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거니까요.”(이천수)
작년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후 그는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사랑하는 딸 주은이를 전보다 더 많이 볼 수 있어 마냥 좋은 아빠다. 운동을 쉬니 살도 꽤 쪘다. 그의 생활 패턴 변화는 아내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남편이 은퇴했는데 제가 살이 찌더라고요. 예전에 오빠가 운동할 땐 하루 한 끼는 무조건 보양식을 먹었는데 요즘은 일반식을 먹되 간식이 늘어났어요. 저도 오빠와 함께 간식을 먹다 보니 살이 찌는 것 같아요. 특히 밤 10시를 주의해야 해요. 이 무렵에 서로 눈이 마주치면 ‘뭐 먹을까?’ 하고 묻게 돼요(웃음).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야식 금지령’을 선포했어요.”(심하은)
3월에는 인천을 떠나 서울로 이사한다. 이천수는 자신 때문에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으로 따라와줬던 아내에게 늘 고마운 마음뿐이다. 아내는 교수라는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또 이천수는 차분히 축구 선수가 아닌 또 다른 길을 모색해볼 예정이다.  
“남편은 앞뒤가 똑같은 사람이에요. 순수하고 가식이 없고, 쿡 찌르면 100% 반응이 오는 남자죠. 한마디로 직진밖에 몰라요. 제가 결혼 전에 알던 이천수와 결혼 후 이천수가 다르지 않아 오히려 감사해요. 모든 일에 신중하고 더딘 제게는 딱 맞는 사람이죠.”(심하은)
“아내 말대로 전 행동하는 데 이것저것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젠 달라졌죠. 생각이 많아진 거예요. 요즘은 뭔가를 결정할 때 항상 아내에게 의견을 물어봐요. 이게 가장이 된다는 건가 봐요.”(이천수)
직진밖에 모르던 남자 이천수는 속도를 줄이는 방법을 배웠고, 걱정이 많았던 아내는 두려움 없는 용기를 얻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두 사람이 힘들었던 시기를 어떻게 버텨냈는지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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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2016년 3월 6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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