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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될놈될’ vs ‘안될안’ 재건축 투자 옥석 가리기

김명희 기자

2024. 07. 25

부동산 재건축 시장이 공사비 폭등으로 멈춰 섰다.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현장이 있는가 하면 시공사 선정조차 못 한 사업지도 많다. 재건축 투자 시 계산기를 더욱 꼼꼼하게 두드려봐야 하는 이유다. 

한강 뷰 재건축 단지로 주목받았던 서울 용산 산호아파트 시공사 입찰이 지난 4월에 이어 6월 2차 입찰에 한 곳도 응하지 않아 유찰됐다. 조합은 시공사 최상위(하이엔드) 브랜드를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이 경우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해 시공사들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8월 입주 예정인 강북구 미아동 미아3구역(북서울자이폴라리스)은 공사비 분쟁으로 재판이 진행된다. 미아3구역은 지난 2014년 총공사비 1980억 원에 도급계약을 체결해 2017년, 2021년, 2023년 세 차례에 걸쳐 총 690억 원을 인상했다. 이후 지난 1월 GS건설이 물가상승과 설계변경 등에 따른 공사비 인상을 또 요청했으나 조합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소송전으로 번진 것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6월 강남구 대치동 제1지구 재건축 조합원이 보유한 대치푸르지오써밋 아파트 상가 부지를 가압류했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해 시공을 완료하고 입주까지 마쳤지만, 건설사는 지연손해금을 포함해 잔여 공사비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강남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청담르엘(청담삼익 재건축)은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정산 문제로 공사 중단 위기까지 맞았으나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되며 최악의 상황을 피한 케이스다.

강남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청담르엘' 재건축 사업이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으로 중단 위기에 놓였다가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됐다..

강남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청담르엘' 재건축 사업이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으로 중단 위기에 놓였다가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됐다..

재건축은 조합 설립, 시공사 선정,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주 및 철거, 착공에 이르기까지 절차가 복잡하고 각종 정부 규제가 까다롭지만 어떤 사업지든 재건축이 진행되기만 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엔 자재비와 인건비 인상, 높은 금리 등으로 인해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3.3㎡당 500만 원대이던 재건축 공사비가 올해 들어 1000만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3.3㎡당 1070만 원에 수주했고, 지난 2017년 신반포 22차와 3.3㎡당 569만 원에 계약을 맺었던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1300만 원으로 상향해 계약을 다시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공사비가 불과 몇 년 사이 2배 이상 오르면서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사업장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현재 공사가 중단되거나 소송으로 치닫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고, 재건축을 앞둔 사업지는 시공사 선정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상위 10곳의 건설사 중 삼성물산·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 등 7개 사는 재건축 사업을 단 1건도 수주하지 않았다. 시공사들도 정비사업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던 과거와 달리 사업성이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보고 있는 것이다.

시공사가 확정된 정비구역은 분양을 최대한 늦추는 분위기다.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은 방배 6구역(래미안 원페를라)은 원래 올해 상반기 일반분양을 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하반기로 넘어간 상태다. 신반포 15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원펜타스는 분양 일정을 늦추다 결국 후분양이 된 사례. 후분양은 보통 공사가 60~80% 진행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데, 원펜타스는 이미 조합원 입주까지 마친 상태에서 7월 후분양할 예정이다. 이 외에 강남구 도곡동 도곡삼호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레벤투스, 송파구 신천동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도 후분양할 예정이다. 후분양은 아파트 실물을 확인한 뒤 청약할 수 있고, 부실 공사와 시공사 부도 등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피분양자가 떠안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선분양에 비해 분양가가 높고 자금 마련 일정이 빠듯하기 때문에 ‘현금 부자’들에게 유리하다.

조합의 공사비 부담 능력이 재건축 성공의 중요한 요소

7월 후분양하는 래미안 원펜타스(왼쪽)와 올 하반기 분양이 예상되는 방배 6구역 래미안 원페를라 공사 현장.

7월 후분양하는 래미안 원펜타스(왼쪽)와 올 하반기 분양이 예상되는 방배 6구역 래미안 원페를라 공사 현장.

이처럼 재건축 자체가 힘들어진 데다, 공사비 급등은 재건축 사업이 완료된다 해도 추가분담금 증가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추가분담금이란 정비사업에 들어가는 총공사비에서 일반분양 수익을 빼고 조합원들이 나눠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말한다. 용적률이 낮은 아파트가 대단지로 탈바꿈하는 경우 조합원들은 분양 수익을 환급받기도 하지만, 요즘처럼 공사비가 급등하는 상황에서는 분양 수익으로 공사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기존 조합원이 내야 하는 분담금이 늘어난다.

지역에 따라선 추가분담금이 집값과 비슷한 단지까지 등장했다.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 단지는 전용면적 31㎡ 단일 평형으로 구성돼 있는데, 재건축 시 84㎡를 받으려면 현재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와 맞먹는 5억~7억 원가량의 분담금이 예상된다. 이 아파트 보유자는 현재 집값만큼을 재건축 추가분담금으로 내야 한다는 뜻이다. 부동산 급등기에 수많은 ‘영끌족’을 양산했던 서울 외곽의 재건축 아파트들이 최근 상승장에서 가격 회복이 더딘 것은 이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 아파트 보유 메리트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에 투자 시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재건축에서 사업성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입지와 용적률, 대지 지분, 단지 규모 등이다. 용적률이 낮고 대지 지분이 클수록 더 넓은 평수를 받거나, 일반분양 물량을 늘려 추가분담금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전문가들이 또 하나 중요한 점으로 꼽는 것이 조합(소유자)의 공사비 부담 능력이다. 투미부동산컨설팅 김제경 소장은 “국민 평형 기준 추가분담금 5억 원이 현실화됐다. 재건축 투자 시에는 현재 가격에서 5억 원을 더했을 때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앞으로는 조합원들이 추가분담금을 감당할 여력이 있는 사업지를 중심으로 정비사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래 부촌이 아닌 아파트, 소형 평수가 많고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소유주들의 실거주가 많은 곳은 추가분담금 여력이 없는 사례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추가분담금으로 3억, 5억 등의 금액이 제시됐을 때 ‘저 돈을 은행에 넣어두면 이자가 얼마냐’, 또는 ‘분담금 마련을 위한 대출과 이자가 부담된다’고 생각하는 조합원이 많은 단지는 정비사업 추진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노후 아파트라도 재건축이 무한대로 미뤄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은형 연구위원은 “정책을 다루는 입장에서는 지금처럼 규제 완화가 가격 급등으로 직결되지 않는 시기에, 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제경 소장도 “재건축 사업성이 없는 단지는 슬럼화될 수 있다. 지금처럼 재건축에 대한 주민들의 의지가 있을 때 정부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전망 #재건축 #추가분담금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뉴스1 뉴시스 
‌사진제공 삼성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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