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창을 가득 메운 나뭇잎 덕분에 마치 숲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실. 짙은 월넛 컬러 필름지로 윈도 시트 주변 벽면을 시공해 액자 효과를 냈다.
그림 같은 숲 뷰를 자랑하는 144m²(약 43평)의 이 집은 2023년 5월에 결혼한 박주원·문현 부부의 두 번째 보금자리다. 뒤쪽으로 야트막한 산이 있는 아파트로, 벽에 녹색이 감돌 만큼 강렬한 나무의 초록빛이 거실 창을 가득 메운다. “연애 시절부터 소위 ‘핫플’이라 불리는 북적이는 장소보다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데이트를 즐겼어요. 특히 자연 속에 머무는 시간을 좋아했는데, 이런 취향 때문인지 산 조망이 근사하고 한적한 곳에 자리한 이 아파트가 참 마음에 들었죠.” 수리가 전혀 돼 있지 않은 19년 차 아파트는 단열 등 기능적인 부분을 포함해 전반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했다. 부부는 지역 카페와 SNS, 지인, 가족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업체 리스트를 만들고, 그중 서너 곳은 직접 만나 조건을 타진했다. “둘 다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가 적고, 잘 모르는 분야인 만큼 수동적인 업체보다는 저희의 생각에 살을 더해줄 업체와 작업을 진행하고 싶었어요. 어떤 의견도 더하지 않고 저희의 요구대로만 디자인 방향을 잡는 업체도 있었는데, 그런 곳은 최종 리스트에서 제외했죠. 그리고 공사를 마친 뒤 AS로 인한 갈등이 잦다고 들어 AS 관련 후기가 좋은 곳인지까지 확인한 후 최종 업체를 선정했어요.”
디자인 선반을 설치해 시각적인 즐거움과 실용성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박주원·문현 부부 집의 리모델링 콘셉트는 ‘모던 내추럴’이다. 미니멀한 디자인에 질감이 살아 있는 자재와 모던한 컬러 톤을 접목한 스타일로, 이 집의 강점인 숲 뷰와 잘 어우러지도록 디자인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시공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외부의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내부를 구획하는 일이었어요. 비내력벽을 제거하고 가벽을 설치하는 등 공간 재편성에도 공을 많이 들였지만, 그 이상으로 공을 쏟았던 부분은 바로 자재였죠. 시멘트 벽과 같은 느낌이 나는 스투코, 텍스처가 강한 타일 등을 적극 활용했어요. 다 달라 보이지만 이들 사이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모두 내추럴한 무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 이런 마감재가 주는 내추럴한 느낌이 창밖 풍경과 어우러지면서 문밖의 자연이 집 안으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죠.” 시공을 담당한 디자인코멘트 신윤섭 실장의 말이다.
그림 같은 거실
칸살 문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곡선 구조의 헤드 월은 침실의 오브제로도 훌륭하다.
박주원·문현 부부는 구태여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사계절의 아름다운 변화를 만끽하며 휴양할 수 있는 거실이 있으니 말이다. 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거실. 싱그러운 여름을 그득 담고 있는 거실에서 보이는 숲 뷰는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창밖 풍경이 아름다운 집이라 그 부분을 부각하고 싶었어요. 이를 위해 실장님께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주셨는데, 그중 하나가 확장된 발코니 공간에 윈도 시트를 제작하는 것이었죠. 단을 높인 후 짙은 월넛 컬러 필름지로 바닥과 벽면을 시공했는데, 멀리서 보면 마치 액자 속에서 나뭇잎이 춤을 추는 것 같아요.” 부부의 ‘숲멍’ 장소이자 힐링하는 자리로 활용된다는 거실의 윈도 시트는 창밖 뷰를 돋보이게 하는 핵심 공간이다. 단 위에 앉아 밖을 내다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는 물론, 청설모와 새 등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그 자체가 힐링이 된다고. 게다가 아파트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3분할 창이 아닌 2분할 창을 설치해 시야와 실용성, 2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침실도 숲 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침실에 있던 발코니 두 곳을 없애고, 가구는 침대만 배치해 여유롭게 창밖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직접 제작한 침대 헤드도 흥미롭다. 침대를 감싸주는 듯한 곡선 구조의 헤드 월은 칸살 문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것으로, 철거하지 못한 침대 옆 내력벽을 자연스럽게 커버한다.
마감재의 힘
재택근무를 할 때 이용하는 부부의 서재. 에어 플랜트와 고스트 우드, 화산석 송이 등으로 구성한 실내 화단이 인상적이다.
공간을 이루는 기본 요소이자 디테일을 더하는 마감재는 집 안 분위기를 단번에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마감재의 존재감은 박주원·문현 부부의 집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고급스럽고 내추럴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마감재를 사용했어요. 흰 벽의 경우 패턴 도장 느낌이 나는 스투코를, 바닥은 포세린 타일의 질감을 그대로 재현한 강마루를, 욕실과 주방은 맷돌과 비슷한 감촉의 거친 타일을 활용했죠. 이들 마감재는 모던하지만 단조롭지 않고, 세련된 무드가 강해요. 자연물과도 잘 어울리고요.”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바깥 풍경이 집 안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길 바랐던 신윤섭 실장은 질감과 디테일이 살아 있는 마감재들을 적극 활용해 내추럴하지만 모던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고즈넉한 독채 펜션의 넓은 욕실이 떠오르는 부부 욕실. 거친 느낌이 나는 짙은 그레이 타일로 시공해 내추럴한 모습을 극대화했다.
서재에 마련한 실내 화단도 참고할 만한 모던 내추럴 인테리어 아이디어. “남편이 종종 재택근무를 해요. 집에서 일할 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서재를 마련해두었는데,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볼 수 있도록 ‘작게라도 실내 화단이 있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하지만 아쉽게도 식물을 잘 키울 자신은 없었어요. 그래서 고민하던 중 대안으로 만든 것이 바로 에어 플랜트와 고스트 우드 등으로 완성한 화단이죠. 특별히 물을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 디자인적으로도 아름다워서 마음에 쏙 들어요.”
곡면 마감으로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한 현관.
창문을 통해 보이는 나무 덕분에 집으로 들어설 때마다 숲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하게 하는 박주원 · 문현 부부의 집. 신혼의 달콤함에 집이 가져다주는 평화로움이 더해져 매일이 설렘으로 가득하길 바란다.
상부 장 대신 스테인리스 소재의 무지주 선반을 달아 넓어 보이는 주방. 요리를 좋아하는 남편의 니즈에 맞춰 아일랜드 식탁 상판은 천연석의 패턴과 질감을 그대로 구현하되 내구성이 뛰어난 칸스톤 소재를 선택했다.
#모던내추럴스타일 #인테리어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 디자인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