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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세계 최대 럭셔리 제국 LVMH 후계 구도 관전기

김명희 기자

2023. 09. 22

루이비통과 디올을 비롯해 70여 개의 럭셔리 브랜드를 거느린 LVMH 그룹은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과 5명의 자녀가 운영하는 가족 기업이다. 그룹의 강력한 구심점인 아르노 회장이 최근 자녀들의 경영 수업과 후계 구도에 대해 언급해 화제다.

세계 최고 부자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가족. 왼쪽부터 프레데릭, 델핀, 앙투안 아르노와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부부, 알렉상드르 아르노.

세계 최고 부자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가족. 왼쪽부터 프레데릭, 델핀, 앙투안 아르노와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부부, 알렉상드르 아르노.

LVMH 그룹은 루이비통·디올·보테가베네타·셀린 등 패션 브랜드부터 불가리·쇼메·티파니앤코·위블로·태그호이어 등 시계와 보석 브랜드, 화장품 편집 숍 세포라 등에 이르기까지 75개의 브랜드를 거느린 럭셔리 제국이다. LVMH 없이 명품 산업을 논할 수 없고, 이들 브랜드 없이는 백화점 명품 매장도 존재하지 못한다. 베르나르 아르노(74) LVMH 회장이 한국을 찾을 때마다 백화점 오너들이 줄을 서서 만나는 이유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원래 건설회사 후계자였으나 1984년 부도 위기에 몰린 디올의 자회사 부삭을 인수한 데 이어 1989년 LVMH를 사들이며 명품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지방시, 겐조, 불가리 등 유명 브랜드를 하나씩 인수하며 제국을 키워왔다. 냉정한 사업 방식 때문에 ‘캐시미어를 두른 늑대’라는 별명을 얻긴 했지만 어쨌든 탁월한 사업 수완으로 26억 달러에 인수한 LVMH 그룹을 시가총액 5000억 달러(약 666조 원)의 세계 최고 기업으로 키워냈다. 미국 ‘포브스’가 발표한 ‘2023 억만장자’ 순위에서 아르노 회장은 약 280조 원의 재산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최근 글로벌 경기 악화와 명품 블랙홀로 불리던 중국 경제 침체로 럭셔리 시장이 주춤하자 LVMH는 2024 파리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나서며 위기 돌파에 나셨다. 나폴레옹 황제의 부인 조세핀이 사랑한 유서 깊은 보석 브랜드 쇼메가 올림픽 메달을 디자인하고, 모에헤네시의 고급 와인이 내빈들의 스위트룸에 공급될 예정이다. LVMH의 공식 후원으로 파리올림픽은 ‘명품 올림픽’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고, LVMH는 전 세계를 상대로 마케팅할 수 있게 됐다.

아르노 회장의 맏딸 델핀 아르노와 자비에르 니엘 커플.

아르노 회장의 맏딸 델핀 아르노와 자비에르 니엘 커플.

이처럼 경영 능력이 뛰어난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도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바로 누구에게 회사를 물려줄까 하는 것이다. 그는 이혼한 첫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 델핀(48)과 앙투안(45) 1남 1녀를, 1991년 재혼한 피아니스트 출신 두 번째 부인 엘렌 메르시에와의 사이에 알렉상드르(30), 프레데릭(28), 장(24) 등 세 아들을 두고 있다. 현재 5명의 자녀는 모두 LVMH 계열사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아르노 회장이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후계 구도에 관해 언급해 화제가 되고 있다. “꼭 내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줘야 한다는 법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며 “내 가족뿐 아니라 외부에서라도 가장 뛰어난 사람이 내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 이에 따라 5명의 자녀는 무한 서바이벌이 시작됐고, LVMH의 미래도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자녀들에게 수학 직접 가르치고 매장에서 현장 경영 수업

장남 앙투안과 모델 나탈리아 보디아노바 부부(왼쪽). 차남 알렉상드르 아르노와 디자이너 제랄딘 구이엇 부부.

장남 앙투안과 모델 나탈리아 보디아노바 부부(왼쪽). 차남 알렉상드르 아르노와 디자이너 제랄딘 구이엇 부부.

현재까지 가장 강력한 승계자 후보로 꼽히는 인물은 17세에 디올 향수 매장에서 일하며 밑바닥에서부터 현장 경험을 쌓은 맏딸 델핀 아르노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 출신인 델핀은 맥킨지 컨설턴트로 활동을 시작해 2000년 LVMH에 입사했다. 2003년 LVMH 최초 여성이자 최연소로 이사회 멤버가 됐다. 모에헤네시, 크리스찬디올 등에서 일을 배우다가 2013년에 루이비통 부사장으로 옮겼으며 현재는 크리스찬디올의 CEO를 맡고 있다. 다섯 자녀 중 유일하게 LVMH 이사회와 경영위원회 양쪽에 이름이 올라 있다. 둘째인 앙투안 아르노 역시 20대에 루이비통의 광고 파트에서 일하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는 최고급 남성복 브랜드 벨루티, ‘조용한 럭셔리’로 요즘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하이엔드 캐시미어 브랜드 로로피아나의 CEO를 맡고 있다. 셋째인 알렉상드르 아르노는 티파니앤코 커뮤니케이션 부사장, 넷째 프레데릭 아르노는 태그호이어 CEO다. 막내아들 장 아르노는 루이비통 시계 사업부 마케팅과 제품 개발을 이끌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르노 회장은 한 달에 한 번 그의 다섯 자녀를 LVMH 본사 맨 꼭대기 층으로 불러 점심 식사를 한다. 90분간 이어지는 식사 자리에서는 LVMH 재정, 곧 출시될 제품의 디자인과 가격, SNS 마케팅 등 그룹 현안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데, 일종의 테스트일 수도 있다. 막내 장은 “형제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토론하지만 결정은 결국 아버지가 하신다”고 말했다.

아르노 회장은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교육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프랑스의 MIT’로 불리는 명문 공대 에콜폴리테크니크 출신인 그는 거의 매일 저녁 식사 전에 아이들의 수학 공부를 봐줬다고 한다. 앙투안은 “중요한 시험에서 만점을 받지 못하는 건 아버지에게 용납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델핀을 비롯한 자녀들은 주말마다 아버지와 LVMH 매장을 돌며 현장 수업을 받았다. 아르노 회장은 자녀들이 경영에 발을 디딜 때마다 멘토를 지정해 브랜드에 대해 배우도록 하고 경영 성과를 모니터했다고 한다.

셋째아들 프레데릭과 최근 열애설이 불거진 블랙핑크 리사.

셋째아들 프레데릭과 최근 열애설이 불거진 블랙핑크 리사.

아르노 회장이 또 하나 중요하게 여기는 건 가족 간의 정서적 유대다. 첫 남편과 이혼한 델핀은 ‘프랑스 스타트업의 대부’라 불리는 기업가 자비에르 니엘과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앙투안은 러시아 출신 세계적인 모델 나탈리아 보디아노바와 결혼했다. 앙투안은 이혼 후 세 아이를 키우던 싱글맘 나탈리아와 2013년부터 교제를 시작, 7년 만인 2020년 웨딩마치를 울렸다. 알렉상드르는 영국 명문 패션 스쿨 센트럴 세인트 마틴 출신 디자이너 제랄딘 구이엇과 2021년 결혼했다. 구이엇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들어 화제가 됐던 귄터파스망리 가방을 만든 패션 기업 데스트리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넷째 프레데릭은 최근 걸 그룹 블랙핑크 리사와의 열애설로 화제가 되고 있다. 두 사람은 7월 파리의 한 레스토랑에서 함께 찍힌 사진이 공개되면서 열애 소문이 돌았고, 이어 리사가 LVMH 일가와 이탈리아에서 여행을 즐겼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8월에는 한 매체를 통해 두 사람이 미국 LA 공항 라운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이 보도됐고, 최근에는 리사가 콘서트 후 휴식을 취하기 위해 태국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프레데릭도 브랜드 점검차 태국을 방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열애를 공식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교제 사실을 뒷받침할 정황은 차고도 넘친다. 아르노 일가는 가족 채팅방을 통해 소소한 일상은 물론 사진도 공유한다. 알렉상드르의 결혼식 때는 앙투안과 프레데릭, 장 삼형제가 들러리를 서기도 했다.

70대 중반, 고령에 접어든 아르노 회장이 언제까지나 제국을 호령할 수는 없을 터. 화목한 가운데 각자 맡고 있는 브랜드를 통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자녀들 가운데 누가 제국을 물려받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lvmh #리사열애설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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