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상에나 존재하는 줄 알았던 판타지가 21세기에도 여전히 구현되는 나라가 있다. 5월 6일(현지 시간) 수도 런던서 찰스 3세 국왕 대관식이 열린 영국이다. 지난해 9월 8일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일대기를 다룬 넷플릭스 시리즈 ‘더 크라운’을 봤다면 왕실 서사에 더욱 ‘과몰입’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판타지를 찾아 영국으로 떠났다.
영국 여행 전 꼭 챙길 몇 가지가 있다. 유럽 대륙으로 함께 묶이는 프랑스, 독일 등과 다른 부분이 있어 더 신경 써야 한다. 우선 통화 체계다. 유로존도, 유럽연합 회원국도 아닌 영국은 ‘파운드화’를 쓴다. 최근 많은 해외여행객이 ‘트래블월렛’ ‘트래블페이’ 등 외화 충전 카드를 사용하지만 종종 유료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파운드화 환전은 필수다. 유럽연합 회원국과 다른 콘센트 규격도 알아두자. 독일, 프랑스 등은 동그란 구멍이 2개 뚫린 220V 콘센트를 사용하지만 영국은 네모난 구멍이 3개 뚫린 240V 콘센트를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좌측통행이다. 이미 우측통행이 익숙한 한국인에겐 횡단보도 우측서 달려드는 차량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영국에서 길 건널 땐 오른쪽을 보자.
템스강 뿌리 2000년 역사, 런던

버킹엄궁(왼쪽)과 템즈강 북쪽에 있는 런던탑 전경.
대중교통 역시 잘 발달돼 있어 배낭여행자에겐 더할 나위 없다. 런던의 상징은 빨간색 2층 버스. 버스를 타면 웬만한 관광지를 모두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밤에 운행되는 N(나이트) 버스도 있다. 그 덕에 늦은 시간까지 대중교통으로 돌아다닐 수 있었다. 요금은 1시간에 1.65파운드(약 2700원)인데, 일종의 환승 체계인 호퍼(Hopper) 요금도 도입돼 1시간 안에 버스를 갈아타면 요금이 청구되지 않는다. 자신의 카드가 비접촉식 결제를 지원하는 신용카드(비자, 마스터)라면 한국에서처럼 단말기에 찍고 탑승하면 된다. 현지인 친구는 오이스터(Oyster)라는 런던교통공사의 교통카드를 추천했다. 보증금을 내고 지하철 기계에서 교통카드를 뽑으면 보다 저렴한 가격에 대중교통을 탈 수 있다. 오이스터 카드는 런던 지하철인 ‘런던 언더그라운드’에서도 쓸 수 있다. 런던 언더그라운드는 한국 수도권 전철보다 무려 111년 빠른 1863년 개통했다. 세계 최초 지하철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다소 소음이 있는 편이고 당황스럽게도 승강장부터 데이터나 전화 통신이 터지지 않는다. 덕분에 승객 대부분이 신문이나 책을 읽는 진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전생에 난 혹시 공주?

버킹엄궁 공식 기념품 숍의 접시와 찻잔 세트.
버킹엄궁전에 오면 잊지 말고 공식 기념품 숍을 들르자. 아기자기하지만 퀄리티가 높은 왕실 굿즈를 구경할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접시나 찻잔 세트. 도기 외에도 찻잎, 위스키 등을 판매한다. 핑크 드레스를 입고 인자한 미소를 짓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떠오르는 분홍색 접시 세트가 기억에 남는다. 사올 걸 그랬다.
영국의 명과 암이 한곳에

런던탑은 흰색 벽돌로 감싸진 외관이 인상적이다.
런던탑에서 꼭 봐야 할 곳은 ‘크라운 주얼스(The Crown Jewels)’다. 왕실 대관식이나 행사에 쓰인 보석이 전시된 곳이다. 1661년 찰스 2세가 만들고 영국 왕실 즉위식마다 쓰여 왕위 정통성을 상징하는 ‘성 에드워드 왕관’도 만날 수 있다. 전체가 순금으로 이루어졌고 다이아몬드와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진주 등 값진 보석 장식이 있다. 무게는 무려 2.23kg. 런던탑 입장료는 2023년 5월 기준 어른 29.9파운드(약 5만 원), 아이 14.9파운드(약 2만5000원)다. 런던탑 바로 앞에 있는 타워브리지도 기억하자. 타워브리지는 런던 국회의사당 빅벤과 함께 런던의 랜드마크로 꼽힌다.
현지인에게도 인기

런던 대표 번화가 소호 거리.
스카이 가든 예약에 실패한 기자에게 현지 친구는 ‘더 가든 앳 120’ 방문을 추천했다. 스카이 가든만큼 높이 위치한 전망대는 아니지만, 따로 예약을 하거나 줄을 설 필요가 없기 때문에 현지인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는 곳이라고.
런더너의 ‘불금’ 핫플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1959년 색소폰 연주자 로니 스콧이 문을 연 재즈 바 ‘로니 스콧’이다. 1960년대부터 벤 웹스터, 웨스 몽고메리, 쳇 베이커 등 재즈 거장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티켓 예매가 치열하기 때문에 티케팅에 실패해 이곳을 방문하진 못했다. 하지만 유튜브 채널 ‘Jazz at the Ronnie Scott’s’에서 공연 영상을 관람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런던에서는 한 번쯤 뮤지컬을 관람하자.
런던에서 ‘명예 영국인’ 되는 법

공연 당일 오프라인에서 티켓을 구매하면 더 저렴하다. 우선 런던 레스터 스퀘어에 위치한 할인 판매 부스인 ‘TKTS’에서 전날까지 판매되지 않은 표를 구매할 수 있다. 오전 10시에 부스가 열린다. 각 공연장 매표소에서 남아 있는 좌석을 구매하는 ‘데이 시트’다. 하지만 이 방법으론 인기 공연 티켓을 얻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경쟁도 치열하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는 달걀프라이, 베이컨, 소시지, 베이크트 빈즈, 블랙 푸딩 등 다양한 요리로 구성되어 있다.
런더너의 여름휴양지, 브라이턴

브라이턴에는 개성넘치는 펍이 많다.
가까운 거리와 맑은 해변 덕에 브라이턴은 런더너의 대표 여름휴양지가 됐다. 이런 이유로 브라이턴의 자유분방한 매력을 살린 축제도 열린다. LGBT 축제인 ‘브라이턴 프라이드’다. 프라이드의 행진만을 보기 위해 이 기간에 브라이턴을 방문하는 외국인도 많다고. 브라이턴의 해변가나 번화가의 개성 있는 펍도 유명하다. 명성에 비해 인파가 붐비지는 않았는데 한 펍 종업원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그 규모가 확실히 줄었다고. 브라이턴 펍 명물은 도수가 낮은 사과 맥주, 일명 ‘사이다(Cider)‘다. 브라이턴에 가면 꼭 시도해보자.
자갈해안인 브라이턴 해변은 투명하고 맑은 파도가 특징이다. 살짝 쌀쌀한 날씨에도 해변을 따라 농구, 비치발리볼 같은 스포츠나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이 보였다. 해변가에서 가장 매력적인 장소는 브라이턴 항구다. 브라이턴 항구는 이곳의 랜드마크로, 항구에는 빈티지한 놀이공원이 있다. 놀이 기구도 있지만 농구 게임과 인형 뽑기 기계 등을 갖춘 게임장도 자리하는데, 이곳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획득 점수만큼 ‘티켓’을 얻어서 카운터에 가져가면 상응하는 경품으로 바꿔준다. 함께 간 사람과 추억 쌓기에는 참 좋다. 이곳에선 갈매기를 조심하자. 사람 손에 들린 음식을 그대로 물고 날아가 버리기도 한다!
석회질 절벽과 파란 바다의 하모니

브라이턴의 대표 명소 ‘세븐시스터즈’는 흰 석회질 절벽이 특징이다.
신사의 나라로 알려진 영국은 깔끔하면서 한편으론 각자의 개성이 존중받는 분위기가 인상 깊었다. 구성원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곳곳에 드러난 모습에 ‘해리 포터’ ‘닥터 후’ 등 판타지 명작이 나올 만하다 느껴졌다. 눈에 담고 즐길 것이 많은 영국은 기자의 재방문을 다짐하게 했다. “다음 방문 땐 저녁마다 뮤지컬을 보리라”를 얼마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하나 덧붙이자면, 아무리 바빠도 오며 가며 런던의 킹스크로스역은 꼭 들르자. 그 유명한 ‘해리 포터’ 속 9와 3/4 플랫폼이 있으니. 1년을 살아도 잘 모를 것 같은 나라, 판타지와의 재회를 기약하며 영국, 시 유(See you)!
#영국 #런던 #브라이턴 #여성동아
사진 이경은 기자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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