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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5일 근로제 도입 언제쯤 가능할까

전혜빈 기자

2025. 05. 30

여야 모두 6·3 대통령 선거에서 주 4.5일 근무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무늬만 같을 뿐
추구하는 방향성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금요일에 일찍 퇴근하면 밀렸던 청소나 빨래도 하고요. 병원에도 가고 싶어요. 주말 이틀은 너무 짧잖아요.”

매주 금요일 오후 2시에 퇴근하는 것.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6·3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주 4.5일 근무제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직장인들 사이에서 다시금 ‘워라밸’이 주요 키워드로 부상했다. 

2년 차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주 4.5일 근무제를 반겼다. 재충전 시간을 가지기에 주말 이틀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김 모 씨는 “무엇보다 고질적으로 아팠던 발목을 치료받고 싶다”며 “주 5일제에 맞춰 일을 하다 보면 병원 갈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올해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 사회의 근무시간 적정성’을 묻는 질문에 ‘과도한 수준’이라는 답변이 59.7%에 달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024년 5월 1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열린 민주노총 2024 세계 노동절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024년 5월 1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열린 민주노총 2024 세계 노동절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韓, OECD 회원국 평균보다 年 132시간 더 일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내세운 주 4.5일 근무제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먼저 민주당은 주 40시간에서 36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4월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직장인 정책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우리나라의 평균 노동시간을 2030년까지 OECD 평균 이하로 단축하겠다”며 “주 4.5일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대해 확실한 지원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2023년 기준 1874시간이다. OECD 회원국 평균 1742시간보다 132시간 더 많다. 이 후보는 기존의 임금 등 근로조건이 나빠지지 않도록 보완해 장기적으로는 주 4일 근무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 발표한 주 4.5일 근무제는 엄밀히 말하면 ‘유연근로형 주 4.5일제’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현재 사퇴)은 4월 14일 비대위 회의에서 “(주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을 유지하되, 주 4.5일제의 이점을 검토해 대선 공약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후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5월 1일 “유연근로형 주 4.5일제는 현행과 같은 주당 근로시간에 전체적인 임금의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유연근로형 주 4.5일제를 시행하는 기업의 직원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9시간을 일하고 금요일에만 4시간을 일할 수 있다.



양당 모두 노동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같은 주 4.5일 근무제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국민의힘 측은 “민주당의 주 4.5일제는 비현실적이고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노동시간은 줄이고 임금 변화 없이 그에 준하는 생산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주 5일제로 일해도 겨우 마감 기한에 맞춰 업무를 완료하는데 주 4.5일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노동 환경이 바뀌기 전에 제도만 바뀌면 현장에는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일손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서 노동시간을 단축한 주 4.5일 근무제는 생산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다. 이에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은 5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상황에서 주 4.5일제를 하면 플레이어(기업)들의 지불 여력이 있겠냐”며 “일률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측은 국민의힘을 향해 “주 52시간 상한제를 허물면서 주 4.5일제도 시행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비판한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키지 않은 채 주 4.5일 근무제를 고집한다면 노동시간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5월 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5월 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노동 환경 제반과 휴식권 보장이 우선 

장시간 노동과 노동시간의 경직성은 고질적인 사회적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에서도 각기 다른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 독일은 2009년부터 ‘근로시간계좌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업무량이 많을 때 초과근무를 하면 이를 저축해뒀다가 일이 적을 때 휴가 등으로 소진하는 방식이다. 독일의 경우 법정 근로시간을 일주일로 환산하면 주 5일 기준 50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그럼에도 독일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22년 기준 1349시간으로 한국(1910시간)보다 561시간 더 짧다. 즉,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쉬도록’ 조치를 취한 결과다. 업무량에 따른 노동시간을 효율적으로 조절해 실근무시간이 줄어드는 효과를 얻었다.

벨기에의 경우 2022년 ‘노동자의 노동시간 재량권’을 강화하는 노동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주 38시간 노동시간은 유지한 채 하루 최대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9시간 30분으로 늘려 4일 이내 주당 근무시간을 채울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노동자는 스스로 근무 일수를 조정할 수 있다. 또 노동자들에게 퇴근 시간 이후 근무 기기를 끄고 업무 관련 메시지를 무시할 수 있는 권리도 부여하기로 해 노동자의 휴식권을 보장했다. 이는 단순히 노동시간의 유연성만을 고려한 것이 아닌 노동 환경 제반과 휴식권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양당에서 주 4.5일 근무제를 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근무일을 중심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국가가 이를 강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사고”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개인화와 개별화의 특성이 두드러지는 현대사회에서 근로시간은 개인의 선택 혹은 노사 간의 관계에서 해결하도록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근무일을 중심으로 노동시간을 개편하는 것은 제조업 등 특성이 각기 다른 사업군에 일률적으로 적용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노동의 이중구조 및 노동 상황 제반에 대한 개선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 교수는 “중소기업의 경우 대체 근로자나 인력이 충분히 충원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 4.5일제 도입은 대기업 노동자만의 혜택으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여전히 문제인 현실 속에서 일부만 혜택을 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나 노사 대화가 충분히 이루어졌을 때 확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4.5일제 #대선공약 #여성동아

사진 뉴스1 뉴시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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