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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외치는 할리우드 스타들, 사실은 기후 위기 주범?

이경은 기자

2023. 01. 10

겉으론 환경보호를 외치지만 차로 1시간 거리를 오갈 때 전용기를 띄우는 해외 유명인사들. 이를 고발하는 SNS 계정 ‘셀러브리티 제트’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할리우드는 언제나 ‘선한 영향력’ 열풍이다. 선한 영향력이란 유명인으로 쌓은 인지도와 재력으로 각종 캠페인 활동에 앞장서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로, 대표적으로 환경보호에 힘쓰는 ‘에코브리티(eco+celebrity)’가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에코브리티는 영화 ‘타이타닉’ ‘아바타’ 등을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 환경 다큐멘터리 영화에 참여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스타의 지나치게 잦은 전용기 탑승으로 이러한 모습이 그저 말뿐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 뒤엔 계정 ‘셀러브리티 제트(Celebrity Jets)’가 있었다.

셀러브리티 제트는 유명 인사의 자가용 비행기 사용을 추적해 자료를 공개하는 계정이다. 개인·상업 항공기 데이터를 조회할 수 있는 미국연방항공국 누리집 ‘ADS-B Exchange’에서 유명인 전용기 코드를 통해 비행 거리·경로·시간을 수집한 뒤 탄소 배출량을 계산해 공유한다. 전용기 사용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기후 위기를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꼽히면서 나타난 계정 자료에 대한 분석이 이 갈등의 시작이다.

트위터 계정 ‘셀레브리티 제트’가 정지된 모습(왼쪽). 미국연방항공국 ‘ADS-B’에서 조회할 수 있는 개인·상업 항공기 데이터.

트위터 계정 ‘셀레브리티 제트’가 정지된 모습(왼쪽). 미국연방항공국 ‘ADS-B’에서 조회할 수 있는 개인·상업 항공기 데이터.

실제로 테일러 스위프트는 해당 계정에 게시된 글로 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약 8293톤. 7월 29일 영국 지속가능성 마케팅 회사 야드(Yard)가 셀러브리티 제트의 자료 1500개를 바탕으로 발표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전용기 탄소 배출량(2022년 1월 1일~7월 19일)이다. 그는 대략 7개월 동안 총 170회 전용기를 띄웠다. 야드는 “보통 사람 1명이 1년간 평균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총량인 7톤보다 1184배 많은 수치”라고 덧붙였다. 2020년 한 인터뷰서 기후 위기 문제를 언급하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비판을 의식한 스위프트는 2022년 11월 28일 탑승 기록을 숨기려 시도하다 발각되기도 했다.

비판의 대상이 된 건 스위프트뿐만이 아니다. 그 뒤론 복싱선수 플로이드 메이웨더(7076톤), 래퍼 제이 지(6981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4465톤), 모델 킴 카다시안(4268톤) 등이 따랐다. 과하게 짧은 비행도 빈번했다. 메이웨더는 10분,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16분, 모델 카일리 제너는 17분 비행했다. 그들이 꼬집는 점은 스필버그, 윈프리 등이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활동한 바 있다는 것이다.

2022 아메리칸 뮤직 어원드 무대에 선 테일러 스위프트.

2022 아메리칸 뮤직 어원드 무대에 선 테일러 스위프트.

2022년 12월 14일 트위터는 이처럼 유명인의 전용기 탄소 배출 기록을 추적해 공유하는 계정들을 일괄 정지시켰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의 일이다. 머스크의 전용기를 추적하던 계정 ‘일론 제트(ElonJet)’를 포함, 다른 전용기 추적 계정들도 함께 정지했다. 인수 이전 일론 머스크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약속에 따라 전용기 추적을 금지하지는 않을 것”이라 말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셀러브리티 제트가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유명인들은 2022년 상반기에만 개인 전용기로 평균 3377톤의 탄소를 배출했다. 1인 연간 탄소 배출량의 482배다. 지구 온난화에 앞장선다는 평을 받을 만하다. 이제 감시자 역할을 맡던 셀러브리티 제트는 사라졌다. 기후 위기가 날로 격화되는 상황에서 ‘나이롱’ 환경주의자들이 과연 자발적으로 친(親)환경 할 수 있을까.

#탄소배출 #셀러브리티제트 #일론머스크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AP뉴시스 
사진출처 미국연방항공국ADS-B캡처 트위터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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