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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waste

“짜장면 시키실 분? 이제 다회용기에 주문해주세요!”

김명희 기자

2023. 01. 04

배달 음식을 시킬 때 따라오는 일회용기는 재활용은 물론 소각도 쉽지 않아 환경 파괴의 주범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음식을 주문할 때 일회용기 사용에 대한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 지자체, 배달 플랫폼, 식당과 손잡고 다회용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친환경 스타트업 잇그린 덕분이다. 

다회용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잇그린 이준형 대표.

다회용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잇그린 이준형 대표.

정부는 지난 10월 20일 ‘전 주기 탈플라스틱 대책’을 통해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2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플라스틱은 유용한 소재이기는 하나, 최근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생태계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은 편이다. 한국인 1인당 플라스틱 포장재 배출량은 67.4kg으로 벨기에에 이어 세계 2위(2020년 EUROMAP 기준)라는 통계도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 배달 서비스가 일상이 되면서 사용주기가 짧은 포장 용기 폐기물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한 조사에 따르면 배달 음식을 한 번(2인 세트 기준) 시키면 평균 9.7개의 일회용품이 발생한다고 한다. 환경부가 ‘전 주기 탈플라스틱 대책’에서 다회용기 대여·공여 서비스 확대를 첫 번째 추진 과제로 선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배달 플랫폼, 식당과 손잡고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친환경 스타트업 잇그린이 제공하는 리턴잇이 그것이다. 소비자가 배달 앱으로 주문할 때 다회용기 카테고리를 선택하면, 플라스틱 용기 대신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음식을 배달해준다. 식사를 마치 후엔 도시락에 찍힌 QR코드를 이용해 반납을 신청하면 리턴잇이 그릇을 수거해 위생적으로 세척, 식당에 재공급한다. 현재 서울은 강남구·서초구·관악구·광진구·서대문구에서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를 통해, 경기도는 용인·화성시에서 배달특급을 통해 이를 이용할 수 있다. 지자체의 지원으로 소비자는 별도의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

이준형 잇그린 대표는 10여 년간 해외에서 태양광 및 풍력발전소 관련 사업을 하며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던 중, 재택근무를 하다 배달로 생긴 쓰레기가 아이들 놀이터까지 뒤덮은 걸 발견했다. 이후 그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나 폐기물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생산도 의미가 있지만 ‘애초 쓰레기 자체를 만들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다회용기 대여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다회용기 이용에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는 세척 과정이 얼마나 위생적이냐 하는 것이다. 리턴잇은 애벌세척→불림→스팀세척→헹굼→건조→살균소독→검사 총 7단계의 과정을 거치는 등 위생적으로 용기를 관리한다. 용기를 운송할 때도 재사용이 가능한 가방, 온실가스 배출 걱정이 없는 전기 트럭을 이용하는 등 모든 면에서 환경을 고려한다.



다회용기 제공 서비스 리턴잇,
소비자들도 “돈쭐내줘야 한다”며 칭찬

다회용기 배달 서비스 가능 지역에는 주로 1인 가구나 가족 단위 가구가 많다 보니 이용자도 1인 또는 아파트 주민 등이 대다수이다. 1인 가구는 음식물 용기 쓰레기가 생기고 뒤처리도 불편해 다회용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주부들은 아이와 가족 건강을 생각해 환경호르몬 걱정 없는 다회용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리턴잇이 론칭 2년 만에 자리를 잡기까지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불편을 감수하고 친환경 취지에 공감하며 동참해준 식당 점주들에게 특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배달 앱 내 다회용기 사용 후기 중, 저희 서비스에 대한 호감과 더불어 가게 사장님까지 칭찬해주실 때 가장 기분이 좋아요. ‘환경 실천까지 하는 사장님 칭찬해요’ ‘이런 가게는 돈쭐내줘야죠!’ 등 소비자들의 반응으로 인해 사장님이 뿌듯해하실 때, 저희도 덩달아 뿌듯한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처음엔 조금 불편해하던 사장님들도 다회용기 도입 이후 지금은 리턴잇 서비스 덕에 단골도 확보하고, 환경을 지키는 것에 만족해하며 저희의 성장을 같이 응원해주고 계세요.”

현재 리턴잇 서비스 재이용률은 80% 이상이다. 이준형 대표는 “한 번 경험해보신 분들은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환경에도 도움이 되고, 뒤처리 고민도 필요 없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에 재이용률이 높은 편”이라고 말한다. 물론 여기에는 한·중·일식 기준 2000종이 넘는 일회용기를 11종의 용기로 표준화하고, 세척 과정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등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잇그린의 노력이 있었다.

지난 2년 동안 리턴잇 사업을 통해, 사용되는 일회용품이 약 200만 개 줄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준형 대표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서비스 지역을 최대한 확대해 모두가 일상에서 배달 다회용기 이용을 자연스레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배달 음식으로 인해 양산되는 쓰레기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는 모든 사람이 일상에서 자연스레 친환경적이고 가치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다회용기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점차 발전해가며 카본 매니지먼트와 탄소배출권을 판매하는 기후변화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여성동아 #잇그린 #리턴잇

사진 홍태식 사진제공 잇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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