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전 영도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한국해양대학교에 다니는 친구를 보러 난생처음 부산에 내려갔다. 자동차도 없이 여행을 떠났기에 주로 영도 안에서 머물렀고, 내가 담은 부산에 관한 기억의 출처는 대부분 영도였다. 해운대 모래사장보다는 분주한 항만에서 크고 작은 선박과 어선이 뒤엉켜 있는 산업도시가 내가 경험한 부산이었다. 그 외에도 태종대의 조개구이 골목, 가파른 언덕을 따라 좁은 길에 서 있는 낡고 허름한 집들, 인생 최고의 된장찌개를 먹었던 뒷고기집이 기억에 남아 있다.
다가오는 휴가철을 맞아 최근 ‘커피의 섬’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영도를 다시 찾았다. 영도는 이전과 크게 달라져 있었다. 고층 신축 아파트가 여럿 들어섰다. 좁은 도로는 관광객으로 붐비면서 수시로 막혔다. 쇠락한 산업도시의 빈티지한 공간은 젊은 창업자들의 창의성이 채워지면서 요즘 핫 플레이스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서울의 을지로처럼, 영도가 딱 그러했다.
영도의 변화를 이끄는 주역은 카페들이다. 영도구청 통계에 따르면 2010년 4개에 불과했던 영도의 카페는 현재 220개로 불었다. 9년간 영도에서 카페를 운영해온 이정윤 아브라함커피 대표는 “영도 커피 업계가 매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의 핫 플레이스로 급부상한 영도에서 커피 맛으로 이름난 카페들을 마주했다. 이들 카페는 모두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며 직접 원두를 로스팅한다. 도시와 카페가 한데 어우러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1. 모모스 로스터리&커피 바
ADD 부산 금정구 오시게로 18-1

부산 온천장에 본점이 있는 모모스 로스터리 & 커피 바는 2021년 12월 24일 부산 영도점을 오픈했다. 가장 ‘부산스러운’ 공간을 찾아다니며 고민하던 모모스커피는 선박 사이로 작업복을 입은 인부들이 오가는 부두 변에 새 둥지를 틀었다. 카페 외관 측면에는 턱을 괴고 허공을 응시하는 소녀의 벽화가 있다. 부산 출신 구현주 작가가 그린 그림인데 모모스커피가 영도에 오기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전주연 모모스커피 이사는 “외관에 변화를 주기 위해 여러 고민을 하다 구현주 작가도 모모스커피처럼 온천장에서 작가 생활을 시작해 영도에서 주로 활동했다는 말을 듣고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카페는 선착장이던 건물을 개조해 만들었다. 바다는 밖에서 충분히 보고 왔으니 커피에 집중해달라는 의미일까. 가게의 좌석은 밖이 아닌 바리스타들이 작업하는 바(bar)를 향한다. 바를 둘러싼 공간은 모두 통유리로 돼 있다. 방문객은 생두가 보관되는 과정과 로스팅 중인 원두를 지켜보며 자신의 커피가 종착점인 컵 안으로 들어오기까지의 여정을 감상할 수 있다.

2. 아브라함커피
ADD 부산 영도구 와치로 195


3. 오구카페
ADD 부산 영도구 남항서로 52


4. CAFE DE 220VOLT
ADD 부산 영도구 하나길 807


5층 높이의 카페는 빈티지한 가구와 소품이 곳곳에 배치돼 눈을 즐겁게 한다.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며 자연스럽게 공간 탐방이 가능하다. 3, 4층은 테라스, 5층은 루프톱인데 언덕 중턱에 위치한 만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오션 뷰가 매력적이다. 목욕탕일 당시 쓰였던 높은 굴뚝 뒤로 부산항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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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홍석의 Drinkology
마시는 낙으로 사는 기자. 시큼한 커피는 아침부터 밤까지 시간대 안 가리고 찾는다. 술은 구분 없이 좋아하지만 맥주와 위스키를 집중 탐닉해왔다. 탄산수, 차, 심지어 과일즙까지 골고루 곁에 두는 편. 미래에는 부업으로 브루어리를 차려 덕업일치를 이루고자하는 꿈이 있다.
사진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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