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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travel

트렌디한 시골, 영도의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4

오홍석 기자

입력 2022.06.17 10:30:01

항구도시의 거친 매력과 스페셜티 커피의 향미가 교차하는 곳. 커피의 섬으로 떠오른 영도에 다녀왔다.
부산 영도는 사연이 많은 도시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영도를 군수물자 수송의 거점으로 삼고 영도다리를 건설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한국인들이 희생됐다. 6·25전쟁 때는 많은 피란민들이 영도다리에 모여들었다. 격동의 현대사를 다루며 큰 인기를 모은 드라마 ‘파친코’의 주인공 선자의 고향도 영도다. 가파르고 굽이진 언덕길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은 급하게 이주해온 피란민들의 상흔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10년 전 영도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한국해양대학교에 다니는 친구를 보러 난생처음 부산에 내려갔다. 자동차도 없이 여행을 떠났기에 주로 영도 안에서 머물렀고, 내가 담은 부산에 관한 기억의 출처는 대부분 영도였다. 해운대 모래사장보다는 분주한 항만에서 크고 작은 선박과 어선이 뒤엉켜 있는 산업도시가 내가 경험한 부산이었다. 그 외에도 태종대의 조개구이 골목, 가파른 언덕을 따라 좁은 길에 서 있는 낡고 허름한 집들, 인생 최고의 된장찌개를 먹었던 뒷고기집이 기억에 남아 있다.

다가오는 휴가철을 맞아 최근 ‘커피의 섬’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영도를 다시 찾았다. 영도는 이전과 크게 달라져 있었다. 고층 신축 아파트가 여럿 들어섰다. 좁은 도로는 관광객으로 붐비면서 수시로 막혔다. 쇠락한 산업도시의 빈티지한 공간은 젊은 창업자들의 창의성이 채워지면서 요즘 핫 플레이스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서울의 을지로처럼, 영도가 딱 그러했다.

영도의 변화를 이끄는 주역은 카페들이다. 영도구청 통계에 따르면 2010년 4개에 불과했던 영도의 카페는 현재 220개로 불었다. 9년간 영도에서 카페를 운영해온 이정윤 아브라함커피 대표는 “영도 커피 업계가 매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의 핫 플레이스로 급부상한 영도에서 커피 맛으로 이름난 카페들을 마주했다. 이들 카페는 모두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며 직접 원두를 로스팅한다. 도시와 카페가 한데 어우러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1. 모모스 로스터리&커피 바
ADD 부산 금정구 오시게로 18-1

오랜 전통과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전주연을 보유한 모모스커피는 부산을 대표하는 카페라고 할 수 있다. 취재를 위해 만난 카페 대표 중 한 명은 모모스커피를 “한국 스페셜티 커피 카페 1세대”라고 칭하며 “모모스커피가 영도에 들어와 영도 커피 업계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온천장에 본점이 있는 모모스 로스터리 & 커피 바는 2021년 12월 24일 부산 영도점을 오픈했다. 가장 ‘부산스러운’ 공간을 찾아다니며 고민하던 모모스커피는 선박 사이로 작업복을 입은 인부들이 오가는 부두 변에 새 둥지를 틀었다. 카페 외관 측면에는 턱을 괴고 허공을 응시하는 소녀의 벽화가 있다. 부산 출신 구현주 작가가 그린 그림인데 모모스커피가 영도에 오기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전주연 모모스커피 이사는 “외관에 변화를 주기 위해 여러 고민을 하다 구현주 작가도 모모스커피처럼 온천장에서 작가 생활을 시작해 영도에서 주로 활동했다는 말을 듣고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카페는 선착장이던 건물을 개조해 만들었다. 바다는 밖에서 충분히 보고 왔으니 커피에 집중해달라는 의미일까. 가게의 좌석은 밖이 아닌 바리스타들이 작업하는 바(bar)를 향한다. 바를 둘러싼 공간은 모두 통유리로 돼 있다. 방문객은 생두가 보관되는 과정과 로스팅 중인 원두를 지켜보며 자신의 커피가 종착점인 컵 안으로 들어오기까지의 여정을 감상할 수 있다.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는 모모스커피는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이스 음료를 주문하면 온더록스 위스키 글라스를 연상케 하는 짧고 넓은 잔에 음료를 제공해 빨대가 필요 없다. 테이크아웃용 잔과 뚜껑은 모두 종이 재질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카페답게 판매하는 원두에는 모두 ‘Roasted in Busan’이 적혀 있고, 제품 포장지에는 부산에서 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프린트돼 있다.

2. 아브라함커피
ADD 부산 영도구 와치로 195

아브라함커피는 고신대 영도캠퍼스 정문에 위치해 있다. 현재 위치는 이정윤 대표의 4번째 카페다. 2013년 고신대 후문 작은 점포로 카페를 시작한 이 대표는 점차 공간을 넓혀 현재의 위치에 자리 잡았다. 이 대표는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름이 알려진 인플루언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출이 하루에 두 잔으로 급감하자 이 대표는 무작정 유튜브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어차피 손님도 없는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루에 영상을 하나씩 만들었다”고 말했다. 카페 운영자부터 홈 카페 마니아까지 두루 아우르는 그의 영상은 널리 퍼져 이제는 그를 보러 카페를 찾는 손님이 더 많다. 마침 기자가 방문한 시점에도 울산에서 카페를 운영한다는 고객이 조언을 얻기 위해 이 대표를 급히 찾았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카페(원래 2층에 위치)는 1층까지 확장공사 중이었다. 작업이 대부분 끝나 곧 오픈할 것이라고 했다. 1층은 에스프레소 바 형태로 운영하며 커피 ‘오마카세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이다. 이 대표는 “오마카세가 흔히 코스 메뉴로 알려져 있는데 정확한 뜻은 메뉴판에 없는 고객 맞춤 메뉴를 말한다”며 “1층에서는 방문한 고객과 상담을 통해 고객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 그의 야심 찬 계획이다.

3. 오구카페
ADD 부산 영도구 남항서로 52

오구카페는 관광지로 잘 알려진 부산 영도 흰여울문화마을에 위치해 있다. 선박 항해 장비 제조업체인 ‘오구정밀’이 1996년부터 사용하던 건물을 오범철 대표의 아버지가 9년 전 카페로 탈바꿈시켰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일하던 오범철 대표가 건물 2층에서 바다를 보다 “여기에 카페를 만들면 좋겠다”며 건물주인 아버지를 설득해 완성한 곳이다. 카페 3층에는 3차원 자장 발생기가 전시돼 있는데, 이를 통해 카페가 과거 선박 부품 회사였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카페는 총 5층으로 꼭대기 층은 루프톱이다. 카페가 방파제 바로 옆에 자리한 만큼 영도 바다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뷰 맛집’이다. 이곳에선 맛있는 커피와 남항대교가 훤히 보이는 탁 트인 풍경을 들이켤 수 있다. 오범철 대표는 부산카페쇼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열리는 커피엑스포, 카페쇼에도 두루 참가할 정도로 커피에 관심이 많다.

4. CAFE DE 220VOLT
ADD 부산 영도구 하나길 807

영도구 청학동, 가파른 언덕 중턱에 CAFE DE 220VOLT(카페드220볼트) 영도점이 자리 잡고 있다. 가구·조명업체 ‘ARTNCRAFT’와 커피 업체 ‘커피디스커버리’가 만나 1980년대 지어진 목욕탕 건물을 리모델링해 완성한 곳이다. 서로 다른 분야의 두 업체가 협업해 만든 공간은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커피 맛을 모두 잡았다. 두 기업은 부산을 커피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 아래 해운대 센텀점에 첫 가게를 열었고, 부산 기장군과 수영구에도 지점을 두고 있다.

1층에는 포토 존이 자리하며 이호상 커피디스커버리 대표가 받은 상패와 자격증이 전시돼 있다. 이호상 대표는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지내기도 한 만큼 카페드220볼트 커피 맛에도 공을 들인다. 모든 커피 메뉴는 기계가 내리는 드립커피로 만들어진다.

5층 높이의 카페는 빈티지한 가구와 소품이 곳곳에 배치돼 눈을 즐겁게 한다.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며 자연스럽게 공간 탐방이 가능하다. 3, 4층은 테라스, 5층은 루프톱인데 언덕 중턱에 위치한 만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오션 뷰가 매력적이다. 목욕탕일 당시 쓰였던 높은 굴뚝 뒤로 부산항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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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홍석의 Drinkology
마시는 낙으로 사는 기자. 시큼한 커피는 아침부터 밤까지 시간대 안 가리고 찾는다. 술은 구분 없이 좋아하지만 맥주와 위스키를 집중 탐닉해왔다. 탄산수, 차, 심지어 과일즙까지 골고루 곁에 두는 편. 미래에는 부업으로 브루어리를 차려 덕업일치를 이루고자하는 꿈이 있다.




사진 김도균 



여성동아 2022년 6월 7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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