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며 집 가꾸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요리하고 청소하는 소소한 살림 콘텐츠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다. 예쁜 그릇 하울(Haul· 구매 제품을 품평하는 영상)부터 베란다 창틀 닦는 법, 집밥 레시피 등 소재도 무궁무진하다.
결혼 20년 차 주부 김향숙(48) 씨는 2019년 유튜브 채널 ‘살림스케치’를 개설해 친환경 살림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식재료 보관법, 플라스틱 사용 줄이는 법 등 자극적인 맛이라곤 1도 없는 맨숭맨숭한 영상인데 조회수가 놀랍다. 5월 중순 기준 배달 용기 기름때 제거법 영상은 406만 회, 양파·마늘 썩지 않게 보관하는 방법은 181만 회를 돌파했다.
반응이 뜨겁다 보니 김 씨는 최근 그동안 유튜브에 공개한 정보를 모아 ‘제로웨이스트 살림법’이란 책도 펴냈다.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의 중요성은 알지만 방법을 모르는 이들을 위한 구체적 노하우를 담았다. 표지에 적힌 ‘넘치는 세상에서 버리지 않고 가볍게 사는 기술 27’이란 부제를 보니 궁금증이 생긴다. 도대체 버리지 않으면서 어떻게 미니멀 라이프를 살 수 있다는 걸까. 5월 10일 “딸의 응원에 인터뷰할 용기를 냈다”는 김향숙 씨를 만나 그 답을 찾았다.
제가 시골에서 자라 자연을 좋아해요. 환경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도 좋아하고요. 언젠가 한 다큐멘터리에서 도시에서 배출한 쓰레기가 시골에 산처럼 쌓여 있는 장면, 우리나라 쓰레기가 다른 나라에서 나뒹구는 영상 등을 봤어요. 내가 버린 쓰레기도 저기 있을지 모른단 생각에 부끄러웠죠. 그 후로 최대한 쓰레기를 적게 버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친환경 살림 콘텐츠 유튜브 채널도 그래서 시작하게 된 건가요.
유튜브는 우연한 기회에 하게 됐어요. 제가 일을 15년 넘게 하다가 딸이 열 살 때 그만뒀어요. 자녀 교육을 위해서 결정한 거죠. 그런데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저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자 ‘빈둥지증후군’이 찾아오더라고요. 그때 마침 친구가 유튜브 채널 만드는 강의를 같이 듣자고 해서 들어봤죠. 처음에는 소소하게 일상을 담다가 제 경험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면 좋겠단 생각에 ‘제로웨이스트 살림’으로 내용을 확장하게 됐어요.
기획과 촬영, 편집은 혼자 하나요. 영상 퀄리티가 좋던데요.
제가 원래 웨딩 사진을 편집해 앨범으로 만드는 일을 했어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기도 했고요. 세상에 헛된 배움은 없나 봐요. 다만 처음에는 오전에 촬영하고 오후에 편집해 금방 마무리했는데 요즘은 전달하려는 내용에 대한 공부를 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려요.
살림 정보는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잖아요. 특히 분리배출같이 헷갈리는 내용을 다룰 때는 정보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저는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등이 운영하는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애플리케이션이나 폐기물 전문가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님의 블로그를 자주 찾아 봐요. 서울환경연합을 후원하며 받아보는 월간지도 챙겨 읽고요.
유튜브 채널을 보니 구독자끼리도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더 좋은 팁을 주고받더라고요. 때로는 설전도 오가던데 기억에 남는 논쟁이 있나요.
집에서 플레인 요구르트 만드는 법을 올린 적이 있어요. 시판 플레인 요구르트를 사서 내용물을 한 숟가락만 남긴 뒤 다른 곳에 덜고, 빈 공간에 우유를 부어 실온에 두면 다음 날 또 요구르트가 돼요. 제가 요구르트 한 통으로 이렇게 네 번까지 만들어봤다고 하니 “용기를 재활용하면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지 않느냐” “세균이 들어갈 수 있으니 유리 용기에서 하는 게 낫지 않느냐” 등 반응이 뜨거웠어요. 한번은 비닐을 접어 배출하는 영상을 올렸더니 어떤 분이 접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계속 된다, 안 된다 설전이 오가자 결국 홍수열 박사님이 “상관없다”고 댓글을 달아주신 적도 있어요.
전문가까지 등판했네요. 이런 뜨거운 관심이 부담스럽진 않나요.
아무래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죠. 특히 쓰레기 분리배출은 물건 종류가 다양하고 지역과 주거 형태에 따라 배출 방식이 달라서 더 어려워요. 심지어 정책이 계속 바뀌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환경부 의뢰를 받고 환경부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페트병 분리배출 영상 내용에 대해서도 틀렸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예전에는 페트병과 뚜껑을 따로 배출하도록 권했는데 요즘은 깨끗하게 헹군 페트병을 찌그러뜨리고 뚜껑을 닫아 배출하라고 하거든요. 헷갈리는 부분이 많아서 이런저런 토론의 장이 열리는데 그 과정에서 저도 많이 배워요.
보람 있는 일이네요. 해도 해도 티가 안 나는 살림으로 이런 성과를 냈다는 게 대단해요. 살림의 재발견이랄까요.
저도 놀랐어요. 단순히 살림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 이렇게 커졌어요. 생각해보면 살림은 살아가는 데 기본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살림에 좀 더 능숙했더라면 아이를 좀 더 단단하게 기르고 일도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쉽기도 하고요. 살림스케치에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가치 있게, 이왕이면 모두 잘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어요.
물론 그도 수명이 다했거나 더는 쓸모가 없게 된 물건은 버린다. 대신 추억이 깃든 물건을 버리기 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을지 한 번 더 고민해본다. 김향숙 씨는 “생활 속 쓰레기를 최소화하면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반대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면 쓰레기가 줄어든다”고 강조한다.
1 유행 지난 화분에 유행 지난 청바지를 입히니 세상에 하나뿐인 화분이 됐다.
2 바람 부는 곳에 둬도 끄떡없어 행주 말리기에 좋은 와인 랙.
3 수명이 다한 천연 수세미는 화장실 청소할 때 사용한다.
4 가벼워서 부엌 벽에 꽂아두고 사용하기 제격인 아보카도 그릇.
5 허름해진 손잡이에 마 끈을 감아 가방 수명 연장 성공!
6 비누에 병뚜껑을 박아두면 물에 잘 닿지 않고 공기가 통해 오래 쓸 수 있다.
채널을 살펴보니 특히 ‘빨개진 컵라면 용기 손 안 대고 지우는 방법’ ‘배달 용기 기름때 제거법’이 조회수가 높더라고요(구체적 방법은 상자 기사 참고).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걸까요.
요즘 중고등학생들도 영상을 보고 따라 해봤다는 댓글을 많이 달아요. 어떤 학생은 전교회장인가 봐요. 학교에서 ‘쓰레기를 제대로 분리배출하자’는 내용의 캠페인을 추진해봐야겠다고 하더라고요. 수업 자료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선생님들도 계셔서 뿌듯해요. 아무래도 코로나19 이후 쓰레기 줄이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많아진 것 같아요.
요즘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인 영향도 있지 않을까요. 불필요한 것을 줄인다는 점이 비슷하게 느껴져서요.
여백의 미를 즐길 수 있으면 미니멀 라이프가 좋죠. 그런데 사실 미니멀 라이프를 즐기려면 필연적으로 물건을 비워내야 해요. 채널을 준비하며 미니멀 라이프 영상도 많이 봤는데, 정리하려고 수납함을 사고 멀쩡한 물건을 안 쓴다는 이유로 버리면서 쓰레기를 더 만드는 경우가 다반사더라고요. 그러면 우리 집은 깨끗해지지만, 그 쓰레기들은 어디로 갈까요. 애초에 소비와 쓰레기를 함께 줄여나가는 게 중요해요. 살림은 장비발이 아니라 응용력이에요(웃음).
하지만 때로는 소비와 쓰레기를 줄이려 노력하는 게 귀찮기도 하고, 유난스럽다는 주변의 시선에 부딪히기도 해요. 살림스케치 채널의 배달 용기를 닦는 영상에도 “어차피 재활용이 안 된다, 헛수고다” “닦는 데 물과 세제를 쓰니 오히려 환경에 안 좋다” 같은 부정적인 댓글이 있던데요.
저는 그래도 용기를 헹구고 라벨 같은 이물질을 제거해 분리배출하는 편이 낫다고 말해요. 오염된 플라스틱을 그대로 버리면 선별 및 분쇄 과정에서 다른 플라스틱과 섞여 전체적인 재활용률을 낮춥니다(전문가들도 세척해 이물질을 제거하고 분리배출하는 것까진 소비자만이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다만 제로웨이스트에 부담을 갖는 분이 있다면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친환경 용품도 비싸서 구입하기 망설여진다면 자기 형편에 맞게 하고, 대체품을 찾다 없으면 만들어 쓰면 돼요.
제로웨이스트 ‘살림’이다 보니 아무래도 가족의 동참이 필요하잖아요. 불편함을 감수하며 남과 조금 다르게 생활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가족은 없나요.
하루는 딸이 가전제품의 수명에 대한 기사를 봤다며 우리 집 냉장고는 얼마나 오래됐느냐고 물었어요. 너보다 한 살 더 많다고, 혹시 옛날 물건을 쓰는 게 부끄러우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아니, 우리 집에 잘 어울려” 하더라고요. 아이는 이제 고장이 안 난 멀쩡한 물건은 오랫동안 사용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다행히 남편도 저와 성향이 비슷하고요.
요즘은 어떤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가요.
에너지 절감에 관심이 많아요. 지난겨울에는 집 안 온도를 낮추면 정말 에너지가 절감되는지 테스트를 해봤어요. 보일러를 21도에 맞춰놓고 겨울을 났는데 생각보다 지낼 만하더라고요. 그동안은 제일 추운 1월 난방비가 10만~15만원 정도 나왔는데 올해는 5만원 나왔어요. 온도를 낮추니 실내 건조함이 줄어 가습기 가동 횟수도 적어지고, 피부가 건조할 때마다 바르던 보디로션 사용량도 줄었고요. 다방면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탄소발자국(상품의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어요.
맞아요. 기후위기 시대예요.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더 다루고 싶나요.
요즘 관심 있는 에너지 절감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특히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 방법을 더 다뤄보고 싶어요.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약 1만4000여t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고 이 때문에 연 885만t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대요. 저는 그때그때 필요한 식재료만 소량으로 구매하고, 텃밭에서 자급자족하려 노력 중이에요.
인터뷰를 마치고 김향숙 씨는 선물이라며 직접 뜬 삼베 수세미와 바짝 말린 천연 수세미를 건넸다. 지난해 가을 유튜브 채널 구독자를 대상으로 텃밭에서 키운 수세미와 씨앗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열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천연 수세미를 본 적이 없어서 신기해할 것”이란 그의 말처럼, 집에 돌아와 아이 앞에 수세미를 꺼내 보이자 금세 눈이 동그래졌다. 아이는 이어 미세 플라스틱, 수질오염까지 질문을 쏟아냈다. 그런 아이를 보며 김향숙 씨가 한 말이 떠올랐다.
“제가 사는 모습이 궁상처럼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우아한 궁상이에요. 조금 불편하고 느리지만 재미있는걸요. 수세미를 뜨는 동안 잡생각이 사라지고, 애플민트로 모히토를 만들어 먹으면 여름 내내 행복해요. 제로웨이스트를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해보세요.”
#친환경살림법 #제로웨이스트 #여성동아
버리면 쓰레기, 활용하면 보물 ‘살림스케치’ 추천!
1 붉게 물든 컵라면 용기 어떻게 씻지?
빈 용기를 물로 가볍게 씻어 이물질을 제거한 후 햇빛이 잘 드는 자리에 둔다. 종이로 된 용기는 하루가 지나면 빨간 기름이 지워지고 스티로폼 용기는 이틀 정도 걸린다. 고추의 붉은색을 내는 카로티노이드는 공기 중의 산소와 광선에 쉽게 산화되기 때문. 용기 색이 하얗게 돌아오면 베이킹소다 한 스푼과 미지근한 물을 용기에 채워 흔들어 씻는다. 만약 세척 과정에서 기름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면 종량제 봉투에 넣어 배출하는 것이 좋다.
2 새 물건 사기 전엔 집 안을 둘러볼 것
김향숙 씨 집에는 새로운 쓰임을 찾아 수명을 연장한 물건이 꽤 많다. 빵 대신 수저를 담고 있는 브레드함, 음식물 쓰레기를 담아둔 과자 지퍼백 등이다. 플라스틱 병뚜껑은 비누 받침대가 됐다. 특히 구독자들 문의가 쏟아진 물건은 싱크대 수전에 걸어놓고 수세미 걸이로 사용 중인 쿠키 틀과 행주걸이로 쓰는 육각 프레임 와인 랙. 메탈 소재 와인 랙은 X자형 행주걸이보다 안정적이다. 단, 와인 랙이 녹슬지 않도록 물로 씻지 말고 가끔 행주로 닦도록 한다.
3 씨앗, 껍질, 포장재까지 버릴 게 없는 과일
여름철 대표 과일인 포도는 대부분 한쪽은 비닐, 다른 쪽은 종이로 만든 봉투에 담겨 있다. 포도를 먹은 뒤 남은 봉투에 씻지 않은 감자, 양파, 마늘 등을 넣으면 장시간 마르거나 무르지 않게 보관할 수 있다. 사과나 배의 과일 망을 양파에 씌워두면 양파끼리 닿아 무르는 걸 방지한다. 아보카도 껍질은 말리면 작은 그릇이 된다. 건조할 때 안으로 말리지 않게 과일 망이나 손수건으로 속을 채우고, 여름에는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드라이기로 습기를 제거할 것. 과일 씨앗은 화분에 심어볼 것을 권한다. 초보 식물 집사라면 비교적 발아가 쉬운 레몬 추천.
4 스티커와의 전쟁에서 이기는 법
물건에 붙은 스티커가 잘 떨어지지 않거나 제거 후에도 끈적함이 남는다면 식용유나 사용 기한이 지난 선크림을 이용해보자. 식품 팩에 붙은 스티커는 드라이기 열을 이용하면 잘 떨어진다. 접착력이 강력하면 가위로 그 부분을 오려내고 남은 비닐만 분리배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잘 떼어낸 스티커는 식탁 의자 밑 같은 곳에 살짝 붙여뒀다가 생선 가시, 깨진 유리 등 밀봉해 버려야 할 쓰레기를 포장할 때 재사용한다.
5 환경과 건강을 지키는 친환경 수세미
적은 양의 세제만으로도 풍성한 거품을 만들 수 있어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아크릴 수세미에는 단점이 많다. 설거지 후 기름 찌꺼기가 수세미에 달라붙어도 뜨거운 물에 삶을 수 없다. 미세 플라스틱도 나온다. 게다가 수명이 다한 수세미가 썩는 데는 수백 년 이상 걸린다. 반면 천연 수세미를 사용하거나 삼베, 사이잘삼(용설란과 식물) 등으로 만든 수세미를 쓰면 환경과 가족 건강 모두를 지킬 수 있다. 세균이 걱정될 때마다 삶으면 되고, 일회용 수세미보다 사용 기간도 길다.
사진 김도균
결혼 20년 차 주부 김향숙(48) 씨는 2019년 유튜브 채널 ‘살림스케치’를 개설해 친환경 살림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식재료 보관법, 플라스틱 사용 줄이는 법 등 자극적인 맛이라곤 1도 없는 맨숭맨숭한 영상인데 조회수가 놀랍다. 5월 중순 기준 배달 용기 기름때 제거법 영상은 406만 회, 양파·마늘 썩지 않게 보관하는 방법은 181만 회를 돌파했다.
반응이 뜨겁다 보니 김 씨는 최근 그동안 유튜브에 공개한 정보를 모아 ‘제로웨이스트 살림법’이란 책도 펴냈다.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의 중요성은 알지만 방법을 모르는 이들을 위한 구체적 노하우를 담았다. 표지에 적힌 ‘넘치는 세상에서 버리지 않고 가볍게 사는 기술 27’이란 부제를 보니 궁금증이 생긴다. 도대체 버리지 않으면서 어떻게 미니멀 라이프를 살 수 있다는 걸까. 5월 10일 “딸의 응원에 인터뷰할 용기를 냈다”는 김향숙 씨를 만나 그 답을 찾았다.
워킹맘에서 전업주부 거쳐 인기 유튜버가 되기까지
살림스케치를 보면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요. 원래 환경에 관심이 많으신가요.제가 시골에서 자라 자연을 좋아해요. 환경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도 좋아하고요. 언젠가 한 다큐멘터리에서 도시에서 배출한 쓰레기가 시골에 산처럼 쌓여 있는 장면, 우리나라 쓰레기가 다른 나라에서 나뒹구는 영상 등을 봤어요. 내가 버린 쓰레기도 저기 있을지 모른단 생각에 부끄러웠죠. 그 후로 최대한 쓰레기를 적게 버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친환경 살림 콘텐츠 유튜브 채널도 그래서 시작하게 된 건가요.
유튜브는 우연한 기회에 하게 됐어요. 제가 일을 15년 넘게 하다가 딸이 열 살 때 그만뒀어요. 자녀 교육을 위해서 결정한 거죠. 그런데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저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자 ‘빈둥지증후군’이 찾아오더라고요. 그때 마침 친구가 유튜브 채널 만드는 강의를 같이 듣자고 해서 들어봤죠. 처음에는 소소하게 일상을 담다가 제 경험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면 좋겠단 생각에 ‘제로웨이스트 살림’으로 내용을 확장하게 됐어요.
기획과 촬영, 편집은 혼자 하나요. 영상 퀄리티가 좋던데요.
제가 원래 웨딩 사진을 편집해 앨범으로 만드는 일을 했어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기도 했고요. 세상에 헛된 배움은 없나 봐요. 다만 처음에는 오전에 촬영하고 오후에 편집해 금방 마무리했는데 요즘은 전달하려는 내용에 대한 공부를 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려요.
살림 정보는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잖아요. 특히 분리배출같이 헷갈리는 내용을 다룰 때는 정보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저는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등이 운영하는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애플리케이션이나 폐기물 전문가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님의 블로그를 자주 찾아 봐요. 서울환경연합을 후원하며 받아보는 월간지도 챙겨 읽고요.
유튜브 채널을 보니 구독자끼리도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더 좋은 팁을 주고받더라고요. 때로는 설전도 오가던데 기억에 남는 논쟁이 있나요.
집에서 플레인 요구르트 만드는 법을 올린 적이 있어요. 시판 플레인 요구르트를 사서 내용물을 한 숟가락만 남긴 뒤 다른 곳에 덜고, 빈 공간에 우유를 부어 실온에 두면 다음 날 또 요구르트가 돼요. 제가 요구르트 한 통으로 이렇게 네 번까지 만들어봤다고 하니 “용기를 재활용하면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지 않느냐” “세균이 들어갈 수 있으니 유리 용기에서 하는 게 낫지 않느냐” 등 반응이 뜨거웠어요. 한번은 비닐을 접어 배출하는 영상을 올렸더니 어떤 분이 접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계속 된다, 안 된다 설전이 오가자 결국 홍수열 박사님이 “상관없다”고 댓글을 달아주신 적도 있어요.
전문가까지 등판했네요. 이런 뜨거운 관심이 부담스럽진 않나요.
아무래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죠. 특히 쓰레기 분리배출은 물건 종류가 다양하고 지역과 주거 형태에 따라 배출 방식이 달라서 더 어려워요. 심지어 정책이 계속 바뀌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환경부 의뢰를 받고 환경부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페트병 분리배출 영상 내용에 대해서도 틀렸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예전에는 페트병과 뚜껑을 따로 배출하도록 권했는데 요즘은 깨끗하게 헹군 페트병을 찌그러뜨리고 뚜껑을 닫아 배출하라고 하거든요. 헷갈리는 부분이 많아서 이런저런 토론의 장이 열리는데 그 과정에서 저도 많이 배워요.
보람 있는 일이네요. 해도 해도 티가 안 나는 살림으로 이런 성과를 냈다는 게 대단해요. 살림의 재발견이랄까요.
저도 놀랐어요. 단순히 살림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 이렇게 커졌어요. 생각해보면 살림은 살아가는 데 기본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살림에 좀 더 능숙했더라면 아이를 좀 더 단단하게 기르고 일도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쉽기도 하고요. 살림스케치에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가치 있게, 이왕이면 모두 잘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어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우아한 궁상’
김향숙 씨 집에는 10년 넘게 사용한 물건이 수두룩하다. 시어머니가 만들어 쓴 표주박을 물려받아 지금도 쌀을 풀 때 사용한다. 딸 소연 양이 어릴 적 사용하던 전면 책꽂이는 대형 접시 꽂이로 쓰임이 바뀌었다. 결혼할 때 장만한 냉장고도 건재하다.물론 그도 수명이 다했거나 더는 쓸모가 없게 된 물건은 버린다. 대신 추억이 깃든 물건을 버리기 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을지 한 번 더 고민해본다. 김향숙 씨는 “생활 속 쓰레기를 최소화하면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반대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면 쓰레기가 줄어든다”고 강조한다.
1 유행 지난 화분에 유행 지난 청바지를 입히니 세상에 하나뿐인 화분이 됐다.
2 바람 부는 곳에 둬도 끄떡없어 행주 말리기에 좋은 와인 랙.
3 수명이 다한 천연 수세미는 화장실 청소할 때 사용한다.
4 가벼워서 부엌 벽에 꽂아두고 사용하기 제격인 아보카도 그릇.
5 허름해진 손잡이에 마 끈을 감아 가방 수명 연장 성공!
6 비누에 병뚜껑을 박아두면 물에 잘 닿지 않고 공기가 통해 오래 쓸 수 있다.
채널을 살펴보니 특히 ‘빨개진 컵라면 용기 손 안 대고 지우는 방법’ ‘배달 용기 기름때 제거법’이 조회수가 높더라고요(구체적 방법은 상자 기사 참고).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걸까요.
요즘 중고등학생들도 영상을 보고 따라 해봤다는 댓글을 많이 달아요. 어떤 학생은 전교회장인가 봐요. 학교에서 ‘쓰레기를 제대로 분리배출하자’는 내용의 캠페인을 추진해봐야겠다고 하더라고요. 수업 자료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선생님들도 계셔서 뿌듯해요. 아무래도 코로나19 이후 쓰레기 줄이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많아진 것 같아요.
요즘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인 영향도 있지 않을까요. 불필요한 것을 줄인다는 점이 비슷하게 느껴져서요.
여백의 미를 즐길 수 있으면 미니멀 라이프가 좋죠. 그런데 사실 미니멀 라이프를 즐기려면 필연적으로 물건을 비워내야 해요. 채널을 준비하며 미니멀 라이프 영상도 많이 봤는데, 정리하려고 수납함을 사고 멀쩡한 물건을 안 쓴다는 이유로 버리면서 쓰레기를 더 만드는 경우가 다반사더라고요. 그러면 우리 집은 깨끗해지지만, 그 쓰레기들은 어디로 갈까요. 애초에 소비와 쓰레기를 함께 줄여나가는 게 중요해요. 살림은 장비발이 아니라 응용력이에요(웃음).
하지만 때로는 소비와 쓰레기를 줄이려 노력하는 게 귀찮기도 하고, 유난스럽다는 주변의 시선에 부딪히기도 해요. 살림스케치 채널의 배달 용기를 닦는 영상에도 “어차피 재활용이 안 된다, 헛수고다” “닦는 데 물과 세제를 쓰니 오히려 환경에 안 좋다” 같은 부정적인 댓글이 있던데요.
저는 그래도 용기를 헹구고 라벨 같은 이물질을 제거해 분리배출하는 편이 낫다고 말해요. 오염된 플라스틱을 그대로 버리면 선별 및 분쇄 과정에서 다른 플라스틱과 섞여 전체적인 재활용률을 낮춥니다(전문가들도 세척해 이물질을 제거하고 분리배출하는 것까진 소비자만이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다만 제로웨이스트에 부담을 갖는 분이 있다면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친환경 용품도 비싸서 구입하기 망설여진다면 자기 형편에 맞게 하고, 대체품을 찾다 없으면 만들어 쓰면 돼요.
제로웨이스트 ‘살림’이다 보니 아무래도 가족의 동참이 필요하잖아요. 불편함을 감수하며 남과 조금 다르게 생활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가족은 없나요.
하루는 딸이 가전제품의 수명에 대한 기사를 봤다며 우리 집 냉장고는 얼마나 오래됐느냐고 물었어요. 너보다 한 살 더 많다고, 혹시 옛날 물건을 쓰는 게 부끄러우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아니, 우리 집에 잘 어울려” 하더라고요. 아이는 이제 고장이 안 난 멀쩡한 물건은 오랫동안 사용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다행히 남편도 저와 성향이 비슷하고요.
요즘은 어떤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가요.
에너지 절감에 관심이 많아요. 지난겨울에는 집 안 온도를 낮추면 정말 에너지가 절감되는지 테스트를 해봤어요. 보일러를 21도에 맞춰놓고 겨울을 났는데 생각보다 지낼 만하더라고요. 그동안은 제일 추운 1월 난방비가 10만~15만원 정도 나왔는데 올해는 5만원 나왔어요. 온도를 낮추니 실내 건조함이 줄어 가습기 가동 횟수도 적어지고, 피부가 건조할 때마다 바르던 보디로션 사용량도 줄었고요. 다방면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탄소발자국(상품의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어요.
맞아요. 기후위기 시대예요.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더 다루고 싶나요.
요즘 관심 있는 에너지 절감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특히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 방법을 더 다뤄보고 싶어요.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약 1만4000여t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고 이 때문에 연 885만t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대요. 저는 그때그때 필요한 식재료만 소량으로 구매하고, 텃밭에서 자급자족하려 노력 중이에요.
인터뷰를 마치고 김향숙 씨는 선물이라며 직접 뜬 삼베 수세미와 바짝 말린 천연 수세미를 건넸다. 지난해 가을 유튜브 채널 구독자를 대상으로 텃밭에서 키운 수세미와 씨앗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열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천연 수세미를 본 적이 없어서 신기해할 것”이란 그의 말처럼, 집에 돌아와 아이 앞에 수세미를 꺼내 보이자 금세 눈이 동그래졌다. 아이는 이어 미세 플라스틱, 수질오염까지 질문을 쏟아냈다. 그런 아이를 보며 김향숙 씨가 한 말이 떠올랐다.
“제가 사는 모습이 궁상처럼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우아한 궁상이에요. 조금 불편하고 느리지만 재미있는걸요. 수세미를 뜨는 동안 잡생각이 사라지고, 애플민트로 모히토를 만들어 먹으면 여름 내내 행복해요. 제로웨이스트를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해보세요.”
#친환경살림법 #제로웨이스트 #여성동아
버리면 쓰레기, 활용하면 보물 ‘살림스케치’ 추천!
제로웨이스트 실천법 5
1 붉게 물든 컵라면 용기 어떻게 씻지?빈 용기를 물로 가볍게 씻어 이물질을 제거한 후 햇빛이 잘 드는 자리에 둔다. 종이로 된 용기는 하루가 지나면 빨간 기름이 지워지고 스티로폼 용기는 이틀 정도 걸린다. 고추의 붉은색을 내는 카로티노이드는 공기 중의 산소와 광선에 쉽게 산화되기 때문. 용기 색이 하얗게 돌아오면 베이킹소다 한 스푼과 미지근한 물을 용기에 채워 흔들어 씻는다. 만약 세척 과정에서 기름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면 종량제 봉투에 넣어 배출하는 것이 좋다.
2 새 물건 사기 전엔 집 안을 둘러볼 것
김향숙 씨 집에는 새로운 쓰임을 찾아 수명을 연장한 물건이 꽤 많다. 빵 대신 수저를 담고 있는 브레드함, 음식물 쓰레기를 담아둔 과자 지퍼백 등이다. 플라스틱 병뚜껑은 비누 받침대가 됐다. 특히 구독자들 문의가 쏟아진 물건은 싱크대 수전에 걸어놓고 수세미 걸이로 사용 중인 쿠키 틀과 행주걸이로 쓰는 육각 프레임 와인 랙. 메탈 소재 와인 랙은 X자형 행주걸이보다 안정적이다. 단, 와인 랙이 녹슬지 않도록 물로 씻지 말고 가끔 행주로 닦도록 한다.
3 씨앗, 껍질, 포장재까지 버릴 게 없는 과일
여름철 대표 과일인 포도는 대부분 한쪽은 비닐, 다른 쪽은 종이로 만든 봉투에 담겨 있다. 포도를 먹은 뒤 남은 봉투에 씻지 않은 감자, 양파, 마늘 등을 넣으면 장시간 마르거나 무르지 않게 보관할 수 있다. 사과나 배의 과일 망을 양파에 씌워두면 양파끼리 닿아 무르는 걸 방지한다. 아보카도 껍질은 말리면 작은 그릇이 된다. 건조할 때 안으로 말리지 않게 과일 망이나 손수건으로 속을 채우고, 여름에는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드라이기로 습기를 제거할 것. 과일 씨앗은 화분에 심어볼 것을 권한다. 초보 식물 집사라면 비교적 발아가 쉬운 레몬 추천.
4 스티커와의 전쟁에서 이기는 법
물건에 붙은 스티커가 잘 떨어지지 않거나 제거 후에도 끈적함이 남는다면 식용유나 사용 기한이 지난 선크림을 이용해보자. 식품 팩에 붙은 스티커는 드라이기 열을 이용하면 잘 떨어진다. 접착력이 강력하면 가위로 그 부분을 오려내고 남은 비닐만 분리배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잘 떼어낸 스티커는 식탁 의자 밑 같은 곳에 살짝 붙여뒀다가 생선 가시, 깨진 유리 등 밀봉해 버려야 할 쓰레기를 포장할 때 재사용한다.
5 환경과 건강을 지키는 친환경 수세미
적은 양의 세제만으로도 풍성한 거품을 만들 수 있어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아크릴 수세미에는 단점이 많다. 설거지 후 기름 찌꺼기가 수세미에 달라붙어도 뜨거운 물에 삶을 수 없다. 미세 플라스틱도 나온다. 게다가 수명이 다한 수세미가 썩는 데는 수백 년 이상 걸린다. 반면 천연 수세미를 사용하거나 삼베, 사이잘삼(용설란과 식물) 등으로 만든 수세미를 쓰면 환경과 가족 건강 모두를 지킬 수 있다. 세균이 걱정될 때마다 삶으면 되고, 일회용 수세미보다 사용 기간도 길다.
사진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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