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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column

흔들리는 치아 무조건 뽑지 마세요

글 치과 의사 김경혜

입력 2022.04.13 10:30:02

“양치하다가 잇몸에서 피가 났어요.”

“양치를 열심히 하는데 왜 입 냄새가 사라지지 않지요?”

“잇몸병은 집안 내력인가요?”

환자분들께 자주 받는 질문이다. 그만큼 잇몸병(치주질환)으로 고생하는 분이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국 의료기관에서 외래 환자가 가장 많은 질환은 잇몸병이었다. 감기 환자보다 치주질환 환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특히 40대 이상의 80~90%는 크고 작은 치주질환을 갖게 된다.



문제는 치주질환 초기 단계에는 자각증상이 없다는 점. 그래서 많은 이가 치료 시기를 놓친다. 잇몸이 나빠지는 걸 의식하지 못하고 지내다 음식물을 씹을 때 시큰거리거나 피가 나는 등 증상이 나타나야 비로소 치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치주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된 뒤다.

잇몸은 구강건강의 기초다. 충치가 없고 치아가 튼튼해도 그 주변을 싸고 있는 잇몸이 상하면 치아는 흔들리게 된다.

“저는 매년 스케일링을 받고 평소 양치도 열심히 해요. 그런데도 잇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나요?”

이렇게 묻는 환자분도 있다. 평소 규칙적으로 이를 닦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치아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치아 구조는 매우 복잡하다. 매일매일 열심히 닦아도 약간의 음식물이 남게 마련이고, 그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단단하게 변한다. 이것이 치석이다. 한번 고착된 치석은 칫솔질 정도의 압력으로는 제거할 수 없다. 매일 설거지를 해도 그릇에 때가 눌어붙는 것과 같은 원리다.

1년에 2회 정도 정기적으로 잇몸치료를 받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잇몸치료는 잇몸 속 깊숙한 곳에 박힌 치석과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하는 것을 뜻한다. 치아 건강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한 치료라 건강보험도 적용된다.

치주질환 초기에는 마취 없이 잇몸치료를 2회 받으면 잇몸이 다시 건강해진다. 그러나 씹을 때 시린 느낌이 있거나 양치할 때 피가 나오는 단계에 이르면 마취를 동반한 잇몸치료를 3~4회는 받아야 한다.

치주질환이 중등도 이상으로 진행돼 입안에서 고름이 나오거나 치아가 흔들리면 치과에 5~6회 정도 내원해 치료를 받게 된다. 이런 때는 치아 뿌리 끝 깊숙한 곳에 치석과 염증이 있는 경우가 많아 마취 후 잇몸을 절개하고 염증을 제거한다. 치료 시 동반되는 통증을 피하고자 한다면 잇몸을 절개하지 않고 레이저를 이용해 염증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도 있다. 잇몸치료 후 2주에서 한 달 정도 경과를 지켜본 뒤 살릴 수 없다고 판단되는 치아가 있으면 전체적인 입속 건강을 위해 임플란트를 고려하기도 한다.

즉, 이가 흔들린다고 해서 무조건 뽑는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돼 비용 부담이 적은 잇몸치료를 먼저 받은 뒤, 살릴 수 없는 것으로 판별된 치아만 골라 뽑고 임플란트 등 후속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다.

간혹 “저는 이를 다 빼고 임플란트로 바꾸고 싶어요”라고 하시는 분도 있는데, 임플란트도 관리를 제대로 못 하면 표면에 치석이 생긴다. 그 여파로 임플란트 주위염이 생길 수도 있어, 임플란트만 하면 치주질환이 해결된다고 보기 어렵다. 임플란트는 내 치아와 같은 것이다. 잇몸이 건강해야 탈 없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의 필수 요소인 잇몸을 잘 관리하려면 1년에 적어도 2회는 치과를 방문해 잇몸 건강을 점검할 것을 권한다.

#잇몸질환 #치주염 #잇몸치료 #여성동아

치과 의사 김경혜의 예쁜 치아 이야기

13년 경력의 보건복지부 인증 치과보철과 전문의로 서울시 중구 명동에서 ‘한번에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와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한양대병원 치과보철과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수료했다. 한양대병원 치과 외래교수, 대한치과임플란트학회 정회원, 대한치과보철학회 정회원 및 인정의, 대한심미치과학회 정회원 및 인정의 펠로를 역임했다.



사진 게티이미지 



여성동아 2022년 4월 7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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