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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한의학이 찾아낸 다이어트 비결 ‘보사법’

글 한의사 이근희

2022. 03. 22

과거 캐나다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잘 갖춰진 공공 운동시설을 보고 감탄한 기억이 난다. 현지에 사는 지인에게 “시설이 정말 좋다”고 하자 그가 “비만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에는 체중 200kg이 넘는 초고도비만 환자가 많다고 한다. 그들은 병원에 한번 가려 해도 간병인 3명에 리프트까지 동원해야 해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게 발생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국 상황은 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낫지만, 우리나라에도 비만으로 고생하는 분이 적잖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집 밖 활동이 자유롭지 않아지면서 한동안 “내가 바로 ‘확찐자’?”라는 농담이 유행하기도 했다.

체내에 지방이 과잉 축적된 상태를 뜻하는 비만은 외형적으로 사람의 매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도 야기한다. 심혈관에 지방이 쌓이면 혈압이 오른다. 혈액에 당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전신에 만성염증 상태가 지속되는 대사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체중이 관절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줘 발목, 무릎, 허리, 목 등에 근골격계 질환도 생길 수 있다. 생식호르몬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불임을 유발하기도 한다.

비만은 나이가 들수록 더 골칫거리다. 고령자는 젊은이에 비해 활동력과 대사 능력이 떨어진다. 자연히 비만이 오기 쉽고, 그로 인한 성인병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여성은 갱년기 이후 성호르몬이 감소하고 지방대사가 바뀌어 복부, 엉덩이, 허벅지 쪽에 급격히 살이 찐다. 문제는 나이가 들면 강도 높은 운동이나 식이조절을 해도 젊을 때만큼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체력 저하로 혹독한 체중 관리를 장기간 지속하기도 어렵다. 이때는 비만 치료를 고려해볼 만하다.

비만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에너지원의 과다 섭취다. 체내에서 사용되지 않고 남은 에너지가 지방 형태로 축적되면 살이 된다. 물론 에너지 대사가 원활한 사람은 많이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의 에너지 대사는 태어날 때 상당 부분 정해지므로, 단기간에 조절하려 하기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바꿔나가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처럼 에너지 대사를 조정할 때 보사(補瀉) 요법을 쓴다. 부족한 부분은 더해주고(補法·보법), 넘치는 것은 빼줘(瀉法·사법) 인체의 동적 평형을 유지하게 하는 방법이다. 다이어트를 할 때도 이것을 유념해야 한다. 조급한 마음으로 무작정 단식 혹은 절식을 하면 탈모, 생리불순, 요요, 근손실 등으로 건강을 크게 잃을 수 있다.



세간에 알려진 수많은 다이어트 비결의 요점은 비슷하다. 식이조절, 신진대사 증진, 원활한 대소변 배출이다. 먼저 식이부터 살펴보자. 한의학에서 식이조절 용도로 쓰는 약재는 의이인(薏苡仁), 즉 율무다. 의이인은 약성이 강하지 않고, 위장의 습(濕)을 배출해 튼튼하게 해주며, 몸의 부기를 빼주는 효능이 있다. 또 체내 지방 축적을 막고, 포만감을 줘 식욕 억제에도 도움이 된다.

둘째로 신진대사 증진에는 운동이 필수다. 보통 살을 빼기로 마음먹으면 걷기, 달리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적절한 근력운동을 더해야 기초대사량이 높아진다.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한약재로는 당귀(當歸), 천궁(川芎), 홍화(紅花), 소목(蘇木) 등이 있다.

셋째로 대소변을 원활히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이어트를 하다 보면 먹는 양이 줄어들어 변비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개선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 단백질과 지방 분해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을 소변을 통해 잘 내보내야 한다. 이를 위해 택사(澤瀉), 백복령(白茯苓)처럼 수분을 잘 배출하게 해주는 약재와 숙지황(熟地黃), 대황(大黃)처럼 변비를 예방하는 약재를 사용할 수 있다.

필자는 경북 경주 안강읍 작은 시골 마을 한의원에서 일한다. 이곳에서 뵙는 노년 환자들이 바라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조금만 덜 아프게, 조금 더 많이 돌아다니고 싶다”고 하시고, 또 “하루에 먹는 약이 너무 많으니 조금만 줄였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그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체중을 딱 10kg 정도만 줄이시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다이어트는 힘들다. 식욕은 위장관의 충만 상태, 혈중 영양소 구성 비율, 위장관 및 지방에서 유리되는 호르몬 대사, 대뇌 신호(음식 냄새, 맛, 시각 자극)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개인이 다스리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힘들다고 너무 급하게 포기하지 말자. 너무 급하게 해결하려 하지도 말자. 건강을 향해 조금씩 뺄셈을 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다들 다이어트에 성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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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이근희의 건강 체질 만들기


이근희
MZ세대 한의사. 원광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경희대 한의학대학원에서 안이비인후피부과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수서 갑산한의원 진료원장을 거쳐 현재 경북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에서 환자를 만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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