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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음악저작권, 투자해도 괜찮을까?

글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입력 2022.03.11 10:28:08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음악저작권이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잘만 하면 나도 장범준의 ‘벚꽃 연금’ 못잖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것 아닐까” 궁금해하는 사람을 위해 실제 투자자와 전문가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반인도 음악저작권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소액 투자도 가능하다고 해서 한번 시작해봤죠. 요즘 매달 저작권료가 주식 배당금처럼 계좌로 들어와요. 소액이지만 꾸준히 쌓일 거라고 생각하니 든든해서 그동안 들어온 저작권료 6만2804원을 전액 재투자했습니다.”

지난해 5월부터 음악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를 통해 투자하고 있는 주부 이 모(37) 씨 얘기다. 이씨의 저작권료 수익률은 월 4.3~7.2% 수준. 그는 “이색 투자라 재밌긴 하다”면서도 “다만 거래량이 적고 거래 수수료가 높은데다 투자자 보호 조치가 다소 미흡한 것 같아 투자금을 더 넣을지는 아직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씨처럼 재테크에 관심 많은 MZ세대 사이에서 요즘 ‘음악저작권 거래’가 신종 재테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플랫폼마다 투자법이 다소 다르나 큰 틀의 수익 구조는 이렇다. 첫째 투자자는 음악저작권 수익 청구권을 구매해 자기 지분만큼 저작권료를 나눠받는다. 둘째 자기 지분을 거래해 수익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뮤직카우 관계자는 “음악저작권 같은 저작재산권은 원저작자 사후 70년까지 유지된다. 한번 투자하면 거의 평생 가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상품의 매력”이라고 소개했다.

경매로 ‘저작권료 참여청구권’ 구매

뮤직카우는 2017년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5년 만인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회원 수 90만 명, 누적 거래액 3000억원을 넘어섰다. 뮤직카우 회원은 이 플랫폼에서 ‘옥션’과 ‘마켓’ 두 가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옥션은 말 그대로 경매다. 먼저 뮤직카우가 자체적으로 옥션에 올릴 곡을 고른다. 이후 그 음원이 향후 얻을 저작권료 가치를 산정한다. 이어 작사·작곡·편곡·제작 등을 담당한 원저작권자 각각에게 돈을 주고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이하 저작청구권) 일부를 넘겨받는다. 저작청구권이란 원저작권자의 수익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일종의 채권으로 뮤직카우가 고안한 개념이다. 회사가 확보한 이 권리를 1주 단위로 분할해 옥션에 올리면 구매를 원하는 회원이 각자 구매가를 제시한다. 경매 마감 시점에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부터 순서대로 해당 권리를 확보한다. 이후 투자자는 자기가 낙찰받은 지분만큼 매월 곡 저작권료를 받는다.



뮤직카우 마켓은 이렇게 구매한 상품을 회원끼리 사고파는 공간이다. 과거 자신이 투자한 곡이 인기를 얻어 방송에 자주 노출되고 노래방 등에서 많이 불린다고 가정해보자. 자연히 해당 저작청구권 지분의 시장 가치가 오른다. 실제로 2019년 뮤직카우에서 4만원에 거래되던 아이유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1주 가격은 2월 14일 현재 50만원으로 뛰었다. 적당한 시점에 판매하면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물론 노래를 잘못 골라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플랫폼 ‘위프렉스’는 운영 방식이 좀 다르다. 이곳은 저작청구권을 ‘판매’한다기보다 ‘대여’한다. 회원끼리 저작청구권을 거래하지는 못하지만, 원할 때는 언제든 플랫폼에 반환하고 구매할 때 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사실상 원금이 보장되는 셈이다. 보유 기간에 따라 일정액의 반환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현재는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하고 있다. 위프렉스는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계속 이벤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음악저작권 상품 자본시장법상 성격 검토

그렇다면 원저작권자는 왜 음악저작권 거래 플랫폼에 자기 권리 일부를 넘겨주는 걸까. 미래 발생할 저작료 수입을 미리 계산해 현재 시점에 목돈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악저작권 투자에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초기 시장이다 보니 경매에 나오는 곡 자체가 많지 않다. 거래 수수료도 주식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국내 온라인 주식 거래 수수료는 무료이거나 0.01% 수준. 반면 뮤직카우 수수료는 1주 기준 1.2%, 위프렉스는 0.45% 정도다. 거래가 잦은 단기투자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최근 시장 분위기가 과열되고 있다는 걸 문제로 지적하는 이도 있다. 한동안 관련 투자를 하다 최근 그만둔 재테크 전문 블로거 브릭스 씨 얘기다.

“요즘 이쪽 분야에 돈이 몰리면서 경매 참여자들이 저작청구권을 구매할 때 앞다퉈 비싼 가격을 부르고 있다.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향후 투자 손실을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금을 보전해주는 플랫폼도 일부 있지만, 그런 곳은 대부분 1년 미만 보유자에게 반환 수수료를 청구한다. 반드시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음악저작권 투자 시 조심할 점은 또 있다. 경매를 통해 저작청구권을 확보한다 해도 저작권법상 모든 권리를 갖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음악저작권은 양도·수익·분배·거래할 수 있는 저작재산권(작사·작곡·편곡자의 권리), 저작인접권(음반제작자·보컬·연주자의 권리)과 양도가 불가능한 저작인격권(이용 허락을 할 권한)으로 구성된다. 김경숙 상명대 인문콘텐츠학부 지적재산권전공 교수는 “현재 음악저작권 거래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건 저작권 자체가 아니라 저작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청구할 수 있는 채권일 뿐”이라며 “이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투자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 소유자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음악저작권 플랫폼이 만에 하나 망할 경우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각 플랫폼은 이에 대비하고자 별도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고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등 자체 안전망을 두고 있지만,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1월 25일 개최한 ‘2022년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 토론회에서도 ‘신종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자리에서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은 “조각 투자 등 갈수록 늘어나는 신종 투자자산에 대한 자본시장법상 성격을 살펴보겠다”고 말했고, 실제로 2월 9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전문가 등이 참여한 ‘증권성 검토위원회’(이하 검토위)에서 음악저작권 거래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토위가 저작청구권을 금융투자상품으로 판단하면 뮤직카우는 자본시장법상 다양한 규제 대상이 된다. 플랫폼 운영상 제약이 커지지만 그만큼 소비자 보호 범위는 넓어질 수 있다.

현재로서는 이 신종 투자의 앞날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다만 전문가들은 “음악저작권 사업 자체의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에서는 저작청구권이 이슈가 되는 반면, 해외에서는 일반인이 투자할 수 있는 음악저작권 펀드, 음악저작권이 접목된 NFT 등이 인기다. 김경숙 교수는 “음악저작권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을 창작자와 투자자가 제대로 나누게 되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투자 방법은 뭘까. 임선규 키움에셋플래너 재무관리전문가는 “수익률 4~7% 정도를 목표로 3~5년 중장기 플랜을 세우고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또 “투자 포트폴리오 내에서 10~20% 정도 비중을 두는 대체투자처 개념으로 시작해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 볼 때 주식보다는 덜 위험하고 금리가 낮은 예적금보다는 매력적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어떤 곡에 투자할지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뮤직카우 투자백서에 따르면 신곡은 발매 초기 음원 판매로 인해 저작권료가 높게 발생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2~3년 동안 저작권료가 하락하는 특징이 있다. 또 마켓 거래량이 적은 비인기 곡의 경우 구매 후 판매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아티스트의 대중성, 거래량, 과거 수익률 등을 고루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음악저작권투자 #뮤직카우 #대체투자처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인터넷홈페이지 캡처



여성동아 2022년 3월 6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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