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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역대급 거래절벽, 아파트로 돈 버는 시대 끝났을까

글 김광미 프리랜서 기자

2022. 03. 02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2006년 자료 공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승을 거듭해온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로 접어든 것일까. 대통령선거와 금리인상이라는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2022년, 어떤 부동산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지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역대급 거래절벽’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부동산 정보제공 사이트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은 4만2223건으로 2020년(8만73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올해 1월 거래 건수는 2월 16일 기준 924건으로 자료가 공개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고 기간이 ‘거래 후 30일 이내’인 것을 감안해도 거래 규모가 매우 크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거래량 감소가 계속되자 공인중개사들은 애가 탄다. 서울 강남구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부터 매매가 줄어들었고 요새는 문의조차 없다”며 “대선이 다가오자 섣불리 행동하지 않고 관망하는 사람이 더 많아진 듯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거래절벽 원인,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인상

전문가들은 최근의 거래량 감소 배경에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와 금리인상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과열된 주택 시장을 진정시키려 한 정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도 당분간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긴 어려울 것”이라 내다봤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도 이에 동의했다. 양 소장은 “대출 규제와 금리인상에 더해 신도시 청약 대기자가 늘고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쌓였다. 그 영향으로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최근 부동산 증여가 늘어나는 추세에 주목했다. 우 팀장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강화되면서 시장에 나올 매물이 줄었다. 이월과세를 피할 목적으로 매매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월과세란 매수 후 5년 안에 부동산을 증여할 경우 증여자의 최초 취득가액 기준으로 양도세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우 팀장은 “우량 매물 보유자들은 하락장에 매물을 내놓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계속 보유하면 종부세가 부과되니 가족에게 증여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현재의 거래절벽이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수 교수는 “현재 시장 참여자 상당수가 ‘부동산 가격이 오를 만큼 올라 추가적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그러니 당분간 시장 심리가 계속 얼어붙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지영 소장은 “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있고, 대선 후보들의 대출 규제 완화 공약 또한 가까운 시일 내 실현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거래량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병탁 팀장은 “올 상반기까지는 대선과 과세기준일인 ‘6월 1일’ 등 다양한 변수가 있어 시장을 관망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2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매매가가 전주 대비 0.01%, 전세가는 0.02% 떨어졌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19곳의 아파트값이 떨어졌고, 상승한 자치구는 중랑구 하나뿐이었다.



그렇다면 아파트 시장이 본격적인 하락장으로 진입했다고 봐도 될까. 김현수 교수는 “지난 3년간 이어져온 자산 시장의 과열이 해소 국면에 접어든 건 맞다. 가격 하강기는 짧게는 2~3년, 길게는 4~5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양지영 소장은 “집값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공급 물량인데 올해 대규모 공급이 예정돼 있어 주택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27일 ‘2022년 부동산시장 안정 방안’을 내놓으며 전국에 47만 호를 신규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대선 후보들 또한 공급 확대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양 소장은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인 ‘주거복지 로드맵’과 신도시 입주 물량이 맞물리면 내년까지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과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 등 집값 상승에 영향을 끼칠 만한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악영향을 줄 요소가 더 많다”고 분석했다.

반면 우병탁 팀장은 “아직 부동산 하락이 시작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현 상황에 대해 “거래 심리가 굉장히 위축돼 있는 상태”라고 진단하면서도 “부동산 가격 상승 흐름이 끝나가는 것은 맞지만 지금이 하락으로의 전환점인지는 상반기를 지나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주택자 비용 절감 방안 찾고, 무주택자 조금 더 기다려라

그렇다면 올해 매수자와 매도자가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시장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현수 교수는 “지난 2년과 같은 아파트값 대폭 상승 시기는 당분간 오기 어려울 것이니 ‘실수요’ 중심의 의사결정을 하라”고 조언했다. 양지영 소장은 “우량 매물을 장기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춘 소유자는 계속 갖고 있는 게 좋다. 반면 ‘영끌’을 통해 부동산을 구매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률이 낮을 것으로 전망되는 지역 매물을 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주택자는 섣부르게 움직이기보다 좀 더 상황을 지켜보며 기다릴 것을 추천한다. 부동산값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는 시기가 분명히 온다”고 덧붙였다.

우병탁 팀장은 “부동산시장 상황이 요즘과 비슷했던 2019년 상반기를 떠올려보라”고 했다. 그는 “2019년 1월부터 6월까지 하락하던 부동산값이 7월부터 다시 상승했었다”며 “무주택 실수요자는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단정 짓지 말고 주택 매입 계획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실행에 옮기는 것을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2022년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후보의 부동산 관련 정책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요 대선 후보들이 부동산 관련 공약을 내고 있지만, 그 내용이 가까운 시일 내에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현수 교수는 “재건축 규제 완화, 거래세 완화, 새로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제안 등 다양한 부동산 관련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소장 또한 “(부동산 관련 공약이) 계속 수정되고 있으니 그쪽에 너무 신경을 쓰기보다는 자신이 세워둔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아파트거래절벽 #부동산재테크 #대통령선거 #여성동아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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