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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interior

27년 된 48평 아파트에 자연 품은 베란다 만들기

글 백민정 프리랜서 기자

입력 2022.02.19 10:30:01

한국인 남편과 칠레에서 온 아내가 서로의 취향과 생활 패턴을 하나로 풀어낸 공간. 따뜻한 우드 소재 가구와 다양한 종류의 식물, 이국적인 느낌을 살린 베란다까지. 가족의 희망 사항을 모두 담아 27년 된 아파트를 리디자인했다.
두 가지 무드의 거실. 거실 바닥엔 우드, 확장된 베란다 바닥엔 이국적인 문양의 타일을 활용해 공간이 분리되는 효과를 줬다. 부부가 차나 와인을 즐기는 공간. 자연 친화적이고 이국적인 테라스 분위기를 낸다.

두 가지 무드의 거실. 거실 바닥엔 우드, 확장된 베란다 바닥엔 이국적인 문양의 타일을 활용해 공간이 분리되는 효과를 줬다. 부부가 차나 와인을 즐기는 공간. 자연 친화적이고 이국적인 테라스 분위기를 낸다.

“25평(약 82㎡) 아파트에 계속 살았어요. 아이가 크면서 좀 더 쾌적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유치원이 집 근처에 있고 아내도 10년 정도 살아 익숙해진 동네를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너무 멀지 않은 곳으로 이사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찾던 중 이 집을 만났죠. 27년 된 아파트인데, 주변 신축 아파트와 비교할 때 가격 메리트가 컸어요. 그 덕에 좀 더 여유로운 평수를 고르고, 리노베이션도 저희 부부 바람에 맞춰 충실히 할 수 있었어요.”

신용준 씨와 클라우디아 안드레아 코르발란 부스토스 씨는 올해로 결혼 10년 차를 맞는 부부다. 오랫동안 살던 아파트의 전세 재계약 시점이 다가올 무렵, 이사를 결정하고 지금의 집을 골랐다. 일곱 살 딸아이까지 세 식구가 살기에 다소 넓은 48평(160㎡) 아파트를 선택한 것은 쾌적한 실내 공간에 대한 로망 때문. 맞벌이를 하는 부부가 각자 공부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개인 서재를 갖고 싶다는 희망 사항도 강력하게 반영됐다.

이 집이 가족의 마음을 사로잡은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채광. 정남향이라 한겨울에도 햇빛이 쏟아질 듯 들어온다. 아내의 로망이던 사시사철 푸른 식물로 가득한 플랜테리어 실내 공간을 연출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이 집을 선택하게 한 주요 이유다. 이 집 인테리어를 설계한 코이디자인의 문민정 팀장은 이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외국에서 나고 자란 아내는 아파트의 삭막한 분위기를 최대한 걷어내길 바랐어요. 우드 & 화이트 컬러를 메인으로 하고, 여러 식물을 더해 따뜻한 실내 분위기가 연출되기를 바랐죠. 여유롭게 차를 마시거나 와인을 한 잔 즐길 수 있는 이국적인 테라스 느낌의 공간도 원했어요. 그래서 베란다 확장 공간을 조금 특별하게 디자인했어요.”

쾌적한 느낌의 현관과 이국적인 거실

화이트 베이스에 골드 프레임 전신 거울을 달아 포인트를 주면서 공간이 확장돼 보이는 효과도 얻었다.

화이트 베이스에 골드 프레임 전신 거울을 달아 포인트를 주면서 공간이 확장돼 보이는 효과도 얻었다.

“현관은 집의 첫인상이에요. 공간감이 느껴지는 현관은 집을 쾌적해 보이게 하죠.”



문민정 팀장은 현관에 공간감을 더하고자 화이트 컬러를 베이스로 하고, 그레이 톤 테라조 타일을 깔았다. 그것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현관에 재미 요소가 됐다. 또 골드 프레임 전신 거울을 신발장 맞은편에 배치해 포인트를 주는 것은 물론, 현관을 더욱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를 냈다.

복도를 지나면 만나게 되는 거실은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이 여실히 드러나는 공간. 설계 과정에서도 가장 공을 많이 들였다. 특히 베란다 확장 공간에는 클라우디아 씨의 바람이 듬뿍 담겨 있다.

“아내는 칠레에서 나고 자랐어요. 외국 집에는 일반적으로 테라스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집을 쉽게 찾을 수 없는 걸 늘 아쉬워했죠. 이번 집도 테라스는 없지만 비슷한 분위기를 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베란다 확장 공간을 테라스 느낌이 나도록 시공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베란다 확장 공간은 부부의 바람대로 별도의 자리로 꾸며졌다. 여유로운 남미의 어느 공간처럼 바닥에는 북유럽풍 타일을 깔고, 내추럴한 느낌의 조명을 설치했다. 그리고 부부가 마주 보고 앉아 차나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티테이블도 배치했다. 눈에 띄는 것은 타일을 일직선으로 깔지 않고 거실 부분을 조금 침범하도록 라운딩 처리했다는 것. 경계에 맞춰 타일을 깔 경우 시각적으로 공간이 좁아 보일 수 있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동선을 고려한 주방과 호텔식 욕실

창고를 개조해 만든 팬트리. 기존 문을 철거하고 개방감 있는 아치형 게이트를 시공해 분위기 있는 다이닝 공간을 연출했다.

창고를 개조해 만든 팬트리. 기존 문을 철거하고 개방감 있는 아치형 게이트를 시공해 분위기 있는 다이닝 공간을 연출했다.

호텔에서 영감을 받은 욕실 디자인. 세면대와 샤워 공간을 분리하고 세면대 하단에 수납장을 짜 넣어 수납력을 높였다.

호텔에서 영감을 받은 욕실 디자인. 세면대와 샤워 공간을 분리하고 세면대 하단에 수납장을 짜 넣어 수납력을 높였다.

보조 조리대와 식탁 역할을 하는 아일랜드 테이블. 그 위로 작은 아치 형태의 매립식 선반을 만들어 수납과 인테리어 효과를 더했다.

보조 조리대와 식탁 역할을 하는 아일랜드 테이블. 그 위로 작은 아치 형태의 매립식 선반을 만들어 수납과 인테리어 효과를 더했다.

“지금 식탁이 있는 다이닝 룸 옆으로 문이 달린 1.5평(약 5㎡) 정도의 작은 창고가 있었어요. 벽을 걷어내고 확장해 공간을 넓게 쓸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아내가 팬트리 아이디어를 냈죠. 공간을 넓히지 않아도 다이닝 룸으로 쓰기엔 충분했기에 좋은 아이디어라고 봤어요. 벽은 그대로 살리고 문을 떼어낸 후 아치형으로 입구에만 변화를 줬는데, 이것만으로도 다이닝 룸 분위기가 확 살더라고요. 팬트리 안에는 벽을 둘러 수납장을 짜 넣었어요. 그 속으로 크고 작은 살림살이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어 좋습니다.”

주방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아일랜드 테이블. 메인 조리대 반대편으로 뱅 둘러 만들어놓은 아일랜드 테이블은 주방 메인 식탁보다도 활용도가 높다.

“구옥이라 조리 공간이 협소한 편이에요. 그래서 보조 조리대로도 활용할 요량으로 아일랜드 테이블을 부탁드렸죠. 활용도가 높을 거라는 예상에 맞게 실제로 많이 사용해요. 조리대 대용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아이가 간식을 먹을 때, 부부가 간단히 식사를 해결할 때도 항상 그 공간을 이용하거든요. 조리 후 돌아서면 바로 놓고 먹을 수 있어 더 좋아요.”

욕실은 신용준 씨 아이디어가 적극 반영된 공간이다. 해외 출장이 잦아 호텔을 이용할 일이 많았던 그는 호텔 욕실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깔끔함이 좋아 기회가 된다면 집 욕실도 호텔 욕실처럼 디자인하려고 생각했었다. 이번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당연히 그 바람을 전했고, 그 결과 완성된 것이 지금의 욕실이다.

 유리로 만든 평범한 샤워 부스 대신 가벽으로 공간을 분리하는 조적 파티션을 세워 세면대와 샤워 공간을 나눈 것이 특징. 신 씨는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파티션을 활용해 공간을 분리한
부부 침실과 딸의 취향을 담은 아이방

아이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꾸민 방. 구름 프린트 벽지는 딸아이가 고른 것이다.

아이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꾸민 방. 구름 프린트 벽지는 딸아이가 고른 것이다.

파티션을 이용해 침실과 드레스 룸 두 공간으로 나눴다. 파티션 위 커튼 부분은 비어 있어 그 사이로 에어컨 바람이 오간다.

파티션을 이용해 침실과 드레스 룸 두 공간으로 나눴다. 파티션 위 커튼 부분은 비어 있어 그 사이로 에어컨 바람이 오간다.

“원래는 방 네 개 가운데 하나를 드레스 룸으로 사용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방 하나를 할애하는 것이 조금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생각을 조금 바꿔봤어요. 구옥의 특성상 침실 크기가 크거든요. 사이에 파티션을 세우고 침실 한쪽에 드레스 룸을 만들면 부부 욕실에서 나왔을 때 바로 옷을 꺼내 입을 수 있어 좋겠다고 생각했죠. 아주 만족스러워요.”

벽으로 완전히 분리해 두 개의 공간을 만들 경우 양쪽 모두 답답해 보일 수 있어 방의 절반 정도만 막는 파티션을 세웠다. 시스템 에어컨이 침실 쪽에 위치한 것을 고려해 드레스 룸까지 에어컨 바람이 갈 수 있도록 파티션 위 공간에 큰 창을 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공간을 나눴지만 큰 가구를 들이지 않고 펜던트 조명으로만 멋을 낸 덕에 침실의 아늑함도 유지됐다.

아이방은 리노베이션 당시 여섯 살이던 딸 의견을 적극 반영해 꾸몄다. 이 집의 메인 컬러인 화이트를 유지하되 한쪽 벽은 아이가 원한 구름이 프린트된 하늘색 벽지로 포인트를 준 것. 그 덕에 아이도, 엄마도 좋아하는 공간이 완성됐다. 가족 각자의 취향이 들어간 집. 가족 모두의 바람이 반영된 덕에 살면 살수록 집에 대한 애정이 더해진다는 신용준 씨 부부. 매일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빛 만큼, 그리고 늘 싱싱한 식물의 잎사귀만큼 이곳에서의 생활이 늘 싱그럽게 빛나길 바란다.

사진제공 코이디자인



여성동아 2022년 2월 6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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