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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꽁꽁꽁” 수족냉증, 알고 보니 스트레스 때문?

한의사 이근희

입력 2022.01.18 10:30:01

겨울에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온몸을 움츠리며 걸어갈 때면 나도 모르게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손이 시려워~(꽁), 발이 시려워~(꽁), 겨울 바람 때문에~(꽁꽁꽁).”

추위에 예민한 필자는 얼어붙은 날씨에 짜증이 났다가도 이 동요를 흥얼대면 마음이 풀린다. 왠지 따뜻해지는 기분도 든다. 그렇지만 이 노래를 부르는 것 정도로는 극복할 수 없는 수족냉증 때문에 고생하는 분이 적잖다.

수족냉증은 추위를 느끼지 않을 만한 온도에서 손이나 발에 지나칠 정도로 냉기가 느껴지는 병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12%가 수족냉증을 앓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심할 경우 여름에도 양말을 신어야 잠이 들 만큼 일상 생활에 고통이 따른다.


손·발·허리·무릎 등 몸 곳곳을 파고드는 냉기의 고통

수족냉증의 직접적 원인은 추위 같은 외부 자극에 교감신경이 예민하게 반응해 혈관이 수축되는 것이다. 그 영향으로 혈액 순환에 장애가 생기면 손과 발 같은 말초 부위에서 냉기가 느껴지는 것이다.



사람 몸에 있는 동맥, 정맥, 모세혈관을 모두 이어 붙이면 길이가 대략 10만km에 이른다. 생명의 상징인 혈액은 심장이 밀어내는 힘에 의지해 이 긴 거리를 일사불란하게 돌아다니며 몸 구석구석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한다. 이산화탄소와 각종 노폐물을 회수하는 구실도 한다.

이 흐름은 절대 막히면 안 된다. 피가 닿지 않는 신체 조직은 순식간에 괴사한다. 손과 발은 심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혈액 순환에 이상이 생기면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 부위다.

한의학에서는 전신이나 손·발·허리·등·무릎·하복부 등 신체 특정 부분을 파고드는 냉기로 인해 괴로워하는 상태를 궐한(厥寒) 또는 냉증(冷症)이라 한다. 이런 증상이 생기는 직접적 원인은 혈액 순환 장애와 열 발생 장애다. 그럼 왜 혈액 순환 또는 열 발생에 문제가 생기는 걸까. 그 원인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기허증(氣虛症)이다. 소화기능 장애, 극단적인 다이어트 등으로 인체에 영양성분이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신체 말단인 손끝 발끝에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그 결과 수족냉증이 발생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비주사말(脾主四末)이라 한다. 비장이 우리 몸의 말단 네 부위, 즉 양쪽 손발을 관장한다는 의미다. 폐기능 저하로 체내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도 기허증이 생긴다.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제대로 결합하지 못하면 입술, 손발, 귀 등 말단부위가 파랗게 변하며 냉증이 나타난다. 신체기능 저하로 인해 수족냉증을 앓는 사람은 인삼, 생강, 대추 등을 차로 복용하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인체 보일러 고장이 일으키는 양허 수족냉증

수족냉증을 일으킬 수 있는 두 번째 요인은 양허증(陽虛症)이다. 인체의 보일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정상 체온은 섭씨 36.5도다. 체온이 이보다 더 떨어지면 체온조절 중추인 시상하부에서 열 생산을 늘린다. 이 작용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사지 말단이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양허증이 생긴 사람은 허리와 무릎에서 시큰거리는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저녁에 소변과 설사가 잦고, 몸이 잘 부으며, 피로한 증상도 나타난다. 이런 분은 부자, 계피 등을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수족냉증의 세 번째 원인은 혈허증(血虛症)이다.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 체내 혈액이 자궁과 난소가 있는 골반 쪽에 몰리면서 말단부위에 피가 잘 공급되지 않아 발생한다. 수족냉증 환자 상당수가 20~30대 가임기 여성이다. 산후에 손발이 차가워져 고생하는 여성도 많다. 대부분 혈허증으로 인한 것이다. 혈허증이 생기면 안색이 나빠지고 피부에 윤기가 사라지며 현기증이 자주 나타난다. 이때는 당귀차나 작약차 등을 복용하면 혈관 확장과 혈액 순환 증진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와 과도한 긴장으로 인한 간울증(肝鬱症)이 수족냉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다. 중요한 시험이나 면접을 앞두고, 또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기 직전에 손발이 싸늘해지면서 심장이 두근거리고 땀이 흐르고 입이 바싹바싹 마르는 경험을 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모두 교감신경이 흥분할 때 나타난다. 그 영향으로 말단부위 모세혈관이 수축하면서 혈류량이 줄어들어 손발이 싸늘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증상이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으면 자율신경 실조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휴식, 취미생활, 명상 등을 통해 긴장을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없다

요즘은 병에 대한 정보가 넘쳐난다. 그러다 보니 몸에 이상이 생기면 환자들이 직접 각종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수족냉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고혈압·고지혈증·당뇨 등 만성질환과 갑상선호르몬 이상, 손목터널증후군, 경추디스크탈출증 등이다. 그러나 이런 원인이 없어도 수족냉증이 생길 수 있다.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 중에는 “ 온갖 검사를 다 했고 무엇 하나 이상 소견이 없다. 그런데도 손발이 계속 시리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분이 적잖다. 이런 분께 나는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없다”고 말씀드린다. 본인 상태를 면밀히 살피며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상태가 심각하다면 의료인과 함께 병의 근본적 원인을 찾아나는 게 ‘손 발 꽁꽁’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의사 이근희의 건강 체질 만들기

이근희  MZ세대 한의사. 원광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경희대 한의학대학원에서 안이비인후피부과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수서 갑산한의원 진료원장을 거쳐 현재 경북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에서 환자를 만나고 있다.






사진 GettyImage 동아DB 



여성동아 2022년 1월 6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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