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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그레이 헤어

글 정재희

2021. 12. 28

“흰머리가 어때서?” 당당하게 흰머리를 드러낸 스타들. 그녀들이 이야기하는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인생의 무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최고로 멋있는 일이다.” 1984년 영화 ‘타잔’에서 제인 역으로 데뷔한 앤디 맥도웰이 한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그레이 헤어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귀히 여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 그녀. 최근 그 강단 있는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할리우드 배우들의 모습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라 제시카 파커(왼쪽), 앤디 맥도웰

사라 제시카 파커(왼쪽), 앤디 맥도웰

사라 제시카 파커는 대중이 남성의 흰머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면서 하얗게 머리가 센 여자 배우에겐 “너무 늙었다”는 지적을 서슴지 않는다며 불편함을 내비쳤다.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흰머리가 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현실은 나이를 감추기 급급하고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지 않으면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핀잔을 받기 일쑤다. 때문에 대부분 새치가 생기면 재빨리 염색을 하고 주름을 없애기 위해 아픔을 감수하면서까지 강력한 시술을 받는다. 쇼트 그레이 헤어를 선보인 영화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 또한 TV 프로그램에서 “안티에이징이라는 단어를 이해하기 힘들다. 모든 인간은 나이를 먹는다. 70세인데 17세처럼 보이길 바라는가?”라고 토로한 바 있다.

윤여정

윤여정

한국에도 우아한 그레이 헤어를 고수하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배우 문숙.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떨어진 낙엽도 들여다보면 너무 아름답다. 그게 너다. 말라도 예쁘고 피어나도 예쁘다”고 말한 바 있다. 나이 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당당한 그녀의 모습은 후배 여성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90만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 밀라논나는 뛰어난 감각을 더해 짧은 그레이 헤어를 세련된 패션 포인트로 승화시키기도! 모스살롱의 간세연 원장은 20대 남자 고객 한 명이 그녀처럼 쇼트 그레이 헤어를 하고 살롱을 찾았는데 그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고백한다. “왜 흰머리를 염색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흰머리를 내버려둔다고 해서 나이를 더 먹는 것도 아니고, 염색을 한다고 스타일이 변하는 것도 아니니 괜찮다’고 대답했다”며 “그 자신감 있는 모습이 멋져 보였고 회색빛이 나는 오묘한 흰머리는 영국 남자처럼 고상하고 세련되어 보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그레이 헤어는 태연, 트와이스 다현, 빅뱅 탑 등 아이돌들 사이에서 패션의 요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간세연 원장은 이처럼 앞으로는 흰머리에 대한 인식이 부드럽게 바뀔 것이라 예견하며 앞서 언급한 이들처럼 자신의 신념에 의해 혹은 스타일 때문에 흰머리를 염색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면 인스타그램 ‘@grombre’를 참고할 것을 권한다. 다양한 그레이 헤어스타일을 살펴볼 수 있어 스타일링에 도움이 된다.

헬렌 미렌

헬렌 미렌

이처럼 주머니 속의 바늘처럼 불편하게 여겼던 흰머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인생은 한결 즐거워지고 자존감은 높아진다. 몇 년 전 급부상했던 ‘보디 포지티브 운동’처럼 말이다. 보디 포지티브 운동은 뚱뚱하거나 흉터 혹은 주름이 있어도 우리의 몸은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큰 울림을 주었다. 이를 계기로 심각하게 마른 몸매여야만 오를 수 있었던 런웨이에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이 등장했고, 통통한 모델이 뮤즈로 떠오른 코즈메틱 브랜드가 주목받으며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레이 헤어 이슈 역시 이런 자신 본연의 모습을 사랑하자는 움직임의 연장선일 터. 사회가 정한 기준이 아닌 스스로의 기준을 중시하고 인위적인 안티에이징이 아닌 웰에이징을 지향하며 자연스러운 본연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에 삶의 무게를 둔다면, 노화를 비단 숨겨야만 하는 치부가 아닌 내적으로 더욱 풍성해지고 여유로워지는 아름다움의 또 다른 모습으로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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