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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의 뮤즈, 존재 자체가 기적 임윤아

글 이현준 기자

입력 2021.09.30 11:02:52

걸 그룹 출신 배우 중 독보적인 흥행을 기록하며 연기 영역에서도 성공적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임윤아. 이제 ‘배우 중의 센터’라는 수식어도 아깝지 않을 듯하다.
청초한 눈망울, 오뚝한 코, 조막만 한 얼굴, 늘씬한 팔다리까지. 임윤아(31)는 역대 걸 그룹 최고의 비주얼 멤버 중 하나다. 아이돌 사이에서도 단연 외모 순위 1위로 꼽히는 그녀에겐 융프로디테(임윤아의 별명 ‘융’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합성어), 천생 센터, 만년 아이돌 같은 수식어가 붙는다. 2007년 소녀시대로 데뷔한 그녀는 걸 그룹 최초로 센터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센터란 그룹의 중심에 위치해 시선을 사로잡는 역할을 의미하며 대개 비주얼이 가장 뛰어난 멤버가 담당한다. 소녀시대 멤버들 모두 뛰어난 비주얼을 자랑하지만 센터는 단연 임윤아의 몫이었다.

이렇듯 빼어난 외모를 지닌 임윤아에게 연기자로서의 행보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임윤아는 드라마 ‘9회말 2아웃’(2007)을 통해 연기 생활을 시작했고, 2008년 드라마 ‘너는 내 운명’이 시청률 40%를 넘기는 인기를 끌며 소녀시대의 ‘윤아’가 아닌 배우 ‘임윤아’로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후 다수 드라마에 출연하며 소녀시대 활동과 연기 활동을 병행, 연기자로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특히 영화에서 성과가 두드러졌는데, 스크린 데뷔작인 ‘공조’(2017)가 관객 7백81만 명을 모았고 첫 주연을 맡은 ‘엑시트’(2019)는 9백42만 명의 관객을 기록했다.

연속 흥행에 성공하며 ‘대세 배우’로 거듭난 임윤아의 차기작은 9월 15일 개봉 영화 ‘기적’이다. ‘기적’은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삶의 유일한 목표인 고등학생 준경(박정민)과 그의 옆에서 꿈을 이뤄주기 위해 열심인 여자 친구 라희(임윤아)의 이야기를 그린다. 라희는 준경에게 먼저 다가가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하는 발랄하고 거침없는 성격이다. 준경의 비범함을 알아보고 그의 ‘뮤즈’를 자청하며 기차역을 짓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핑계로 가까워져 사랑을 키워나간다. 임윤아는 1980년대 스타일로 단장하고 경북 봉화 사투리를 구사하며 역할에 녹아들었다.

9월 8일 화상으로 만난 임윤아는 “안녕하세요, 윤아입니다”라며 밝게 인사를 건넸다. 이미 영화 ‘해피 뉴 이어’ ‘공조2: 인터내셔날’, 드라마 ‘빅 마우스’ 등 차기작이 예정된 상황. 임윤아는 “소처럼 일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바쁜 스케줄 때문인지 다소 피곤함이 엿보였지만 그녀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임윤아는 첫 화상 인터뷰에 “신세계다”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한편, 조리 있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면서도 칭찬에 멋쩍을 땐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시종일관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무한 긍정주의

영화 ‘기적’의 임윤아

영화 ‘기적’의 임윤아

전작 ‘엑시트’가 큰 성공을 거뒀잖아요. 차기작 선택에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결과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저만의 기준을 세워서 그에 맞게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에요. 전작이 잘됐다고 해서 ‘비슷한, 혹은 결이 다른 작품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요. 또 원하는 작품이 원하는 시기에 나타나는 건 드문 일이기도 해요. 이번 영화는 대본을 받자마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개봉 후 어떤 평가가 나오더라도 후회는 없을 거예요. 대박 날 것이라 믿습니다(웃음).



출연한 영화가 모두 흥행을 거두고 있는데, 작품을 고르는 비결이 있다면.

소속사와 꾸준히 소통과 의논을 한다는 것(웃음)? 소통을 하다 보면 시너지 가 생기더라고요.

라희는 중학교를 갓 졸업한 고등학생이에요. 30대 나이에 학생 연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나이는 신경 쓰지 않았어요(웃음). 작품이 좋으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였죠. 그러고 보면 고등학생 역할은 처음이네요. 그나마 지금이라도 고등학생 역할을 할 수 있어 좋은 기회였어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교복을 입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거예요. 학생 연기보다 사투리가 힘들었어요(웃음). 경북 봉화 사투리를 써야 했는데, 대구나 부산 사투리랑은 또 다르더라고요. 어색함이 보이면 관객의 몰입도가 떨어질 거 같아 사투리에 익숙해지는 게 최우선이었어요. 다행히 조부모님이 경북 영주 분들이신데, 어렸을 때 그곳 사투리를 들어서 그런지 익숙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도 직접 말하는 건 처음이라 제 대사를 녹음해 실제 사투리와 수없이 비교하면서 대본에 빽빽하게 적을 만큼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임윤아 씨와 라희의 싱크로율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요.

정확히 몇 퍼센트인지 말하는 건 어렵지만 능동적이고 씩씩한 모습이 저와 많이 닮았어요. 또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점도요. 거의 일치한다고 봐도 될 듯해요.

라희는 사랑에 굉장히 적극적이잖아요. 이 부분도 닮았나요.

솔직한 건 비슷해요. 저는 사랑만이 아니라 모든 감정 표현을 솔직하게, 모두 표현하는 스타일이에요. 하지만 라희만큼 행동력이 강하지는 못해요. 저는 신중한 편인 반면 라희는 거침없이 직진하는데, 참 멋있어요. 뺏어오고 싶은 매력이에요(웃음).

주로 밝고 발랄한 역할을 맡아왔어요. 제의가 많이 들어오는 건지, 아니면 스스로 선택하는 건지 궁금해요.

둘 다예요. 이런 발랄하고 밝은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기도 하고, 제 안에도 그런 모습이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캐릭터를 계속 선택하는 것 같아요. 저와 비슷한 면이 많아 연기할 때 편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고요. 주변 사람들도 “그냥 너 같아”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러면 또 저는 ‘아, 난 이런 사람이구나’ 싶기도 하죠(웃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새로운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제가 가진 모습이 여러 가지가 있다 하더라도 보여주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새롭게 연기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나요.

좋은 작품이나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다면 언제든 도전할 거예요. 물론 지금까지 보인 모습을 꾸준히 지켜나가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지금보다 더 밝은 모습도 괜찮고요. 핑크색이어도 다 같은 핑크가 아니잖아요. 연한 핑크, 핫 핑크 등 다양한 핑크색이 있듯이 현재는, 결이 비슷할지 몰라도 저의 여러 가지 밝은 모습을 다양하게 보이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각각의 캐릭터가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요. 절 지켜봐주시는 분들이 제 변화의 속도를 따라올 수 있을 정도로, 차근차근 걸어가고 싶어요.


신인 시절 윤아에게 해주고 싶은 말

지난 9월 1일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에선 소녀시대의 여덟 멤버가 4년 만에 ‘완전체’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수영, 서현, 태연 등 소녀시대의 멤버들은 음악, 연기, 예능 등 각자의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17년 일부 멤버가 소속사를 옮겼지만 “소녀시대 해체는 결코 없다”고 단언한 바처럼 이들은 여전히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임윤아에게도 소녀시대는 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그녀는 ‘유퀴즈’에서 “내 생의 반을 함께한 청춘”이라며 소녀시대에 애정을 드러냈다. 소녀시대 ‘윤아’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도 여전히 뜨겁다. ‘기적’에서 라희가 준경의 뮤즈가 돼줬듯 임윤아 역시 윤아로서 많은 사람들의 뮤즈로 존재한다. 그녀는 팬들은 물론 스타들 사이에서도 ‘스타’로 통한다. 정우성, 황정민, 싸이 등 윤아를 이상형으로 꼽은 스타들이 워낙 많아 “이들의 스티커를 모아 탕수육 사 먹어도 되겠다”는 우스갯소리에 과거 팬들 사이에선 윤아를 이상형으로 꼽은 1백여 명의 스타를 모은 ‘탕수육 리스트’가 유행하기도 했다. ‘기적’을 통해 임윤아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박정민 역시 9월 7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녀시대의 굉장한 팬이다”라며 “임윤아 씨는 내 마음의 스타였다. 함께 촬영하게 됐을 때 내가 어떻게 다가갈지, 편하게 연기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함께 연기한다는 게 꿈만 같았다”고 고백했다.

임윤아 씨가 누군가에게 뮤즈가 된 기억이 있나요. 아니면 누군가를 뮤즈로 삼았다거나.

정확히 기억나는 건 없네요(웃음). 다만 소녀시대로 활동하다 보니 팬들이나 후배들로부터 저로 인해 힘을 얻는다는 얘길 많이 들어요. 그럴 때마다 오히려 제가 힘을 얻곤 하죠.

최근 오랜만에 소녀시대 멤버가 완전체로 방송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어요.

저희들끼리 따로 만난 것과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방송에 나온 모습을 보니 옛 생각도 많이 나고 정말 좋았어요. 주변에서 재미있게 봤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이제는 태연과 윤아가 같은 그룹인지 모르는 어린 친구들도 있더라고요(웃음). 올해로 데뷔한 지 14년이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버 모두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고 인사드릴 수 있다는 게 정말 기뻐요. 또 멤버들이 따로 활동하고 있지만 서로 응원을 많이 해줘요. 각자 위치에서 잘해나가고 있으니 조언보다는 응원의 힘이 크다는 걸 모두가 알죠. 개인 활동이 많아지니 서로의 환경이나 마음 상태를 공감하고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더라고요.

소녀시대의 ‘센터 윤아’에서 이제는 ‘배우 임윤아’로 불리고 있는데, 전환점은 어디였다고 생각하나요.

영화 ‘공조’라고 생각해요. 영화는 처음이었는데, 관객분들이 배우로서 제 새로운 모습을 많이 봐주신 것 같아요.

두 수식어 중 하나만 고르자면.

둘 다 좋아서 고르기 힘들어요(웃음). 배우 중에서도 센터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할게요.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아요.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불편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사실 도움을 더 많이 받아요. ‘엑시트’를 찍을 때는 액션 연기를 잘하니까 “춤을 많이 춰서 그런지 동작이 자연스럽다”는 칭찬을 받았고, ‘기적’에서 사투리를 연기할 땐 “노래를 해서 그런지 사투리의 리듬과 억양을 잘 구현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연기 초보 때에 비해 나아진 부분이 있다면.

카메라 앞에서 적응을 더 잘해요(웃음). 아직은 배워야 할 부분이 많아요. 설령 나아진 게 있더라도 제 입으로 말할 수는 없어요. 혼자 생각할게요(웃음).

배우로서 임윤아 씨의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계속 도전하고 노력하는 것 아닐까요. 매번 이렇게 작품을 할 수 있는 건 많은 분들의 응원 덕분이기도 하지만, 가수보다는 연기자로서 더 해봐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에 도전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렇다면 배우로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나요.

사실 소녀시대보다 연기자로 먼저 데뷔했는데, 소녀시대로서 더 많이 활동했기 때문에 배우로선 아직 좀 더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스스로 “자리를 잘 잡았습니다”라고 말할 정도는 아닌 듯해요(웃음). 하나하나씩 해보고 싶은 걸 선택해서 해나가고 싶어요.

배우 임윤아에 대한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수 있어요(웃음). ‘나에게 실망하면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하면 부담이 되겠지만, 저에겐 기대가 큰 힘이 돼요. 그 기대에 맞춰 조금씩 나아지는 게 좋아요.

이른 나이에 데뷔해서 어느덧 30대예요. 지난날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전보다 여유가 많이 생겼어요. 너무 바쁘게 지내다 보니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것이 많아요. 정신없이 지내긴 했지만 그래도 그만큼 그 시기의 추억이 많이 생겼어요. 화려하고 예쁜 청춘을 보냈고, 지금까지 잘 걸어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신인 시절의 임윤아 씨를 만날 수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요.

“지금처럼, 하나하나, 차근차근, 꾸준히 걸어 나아가면 좋겠다. 자신감을 잃지 말고. 눈앞에 주어진 일을 잘하다 보면 멋진 결과물이 완성돼 있을 거야”라고 할래요. 지금의 저에게도 그렇게 말해주고 싶고요(웃음).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여성동아 2021년 10월 6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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