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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column

경험 쌓기와 협상에서 시작하는 경제 교육

이성배 아나운서

입력 2021.08.10 10:30:01

지금까지 칼럼을 통해 아이의 주체성, 자기결정권, 생각하는 힘 기르는 법을 비롯해 리더십 함양과 롤 모델 구축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부모로서 자녀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힘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 고기를 직접 잡아줘야 할 경우도 있다. 이번에는 공교육이나 사교육으로 배울 기회가 적은 ‘경제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지난 2월 ‘클럽하우스’라는 오디오형 SNS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던 SNS 시장에서 오디오 기반의 소통형 SNS는 빠르게 국내 사용자 숫자를 늘려나갔다. 필자 역시 6개월 전부터 평일 오전에 ‘클하의 오늘아침’이라는 경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집단 지성을 토대로 한 지식 공유 서비스’를 지향하다 보니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1천3백 명에 가까운 청취자가 매일 경제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한다.

최근 채팅방에서 ‘자녀를 위한 경제 교육’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경제 교육을 하지 못한 것에 아쉬워했다. 요즘은 많이 바뀌었다지만 아직도 내 아이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품 안에서 뭐든지 다 해주려 하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이제는 자녀에게 돈을 바라보는 올바른 자세와 함께 분명한 경제관념을 물려줄 필요가 있다. 가끔 대형마트에서 함께 장을 보는데 하루는 헌이가 평소에 사고 싶었던 ‘레고’를 집었다가 내려놓으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헌이 : 아빠, 나는 이거 사면 안 되죠?

나 : 응? 안 되긴, 헌이가 사고 싶으면 사는 거지.



헌이 : 와~ 신난다. 할머니는 맨날 아이스크림 살 돈도 없는데 장난감 산다고 혼냈는데.

헌이의 답변을 들으면서 혼란스러웠다. 어머니께서는 여느 할머니처럼 습관적으로 아이를 교육하기 위해 말씀하셨을 테지만 앞뒤 상황을 모르는 헌이는 어머니 말씀을 통해 눈치를 봤던 것 같다. 반대로 나는 한부모가정의 아이라서 눈치 보며 크게 하고 싶지 않아서, 넉넉하지는 않아도 웬만한 것은 헌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려 했다. 퇴근 후 방에서 쉬고 있을 때 ‘xx계 치킨’을 사달라고 하면 기분 좋다는 이유로 사주곤 했다. 아들이 돈에 대한 개념 없이 ‘아빠는 뭐든지 해준다’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고민됐다.

아이의 소비 습관은 부모를 닮기 마련이다. 기분에 따라 소비하는 부모의 모습을 자녀는 은연중 물려받게 될 것이다. 조금만 더 크면 용돈을 받아서 기분 좋다고 친구들에게 ‘한턱’을 남발하는 헌이가 될 것만 같았다. 반면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준다는 이유로 실제보다 마음이 부자니까 ‘돈은 조금은 부족해도 된다’고 가르치는 것도 잘못된 교육 방식이다. 좋은 명분처럼 보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흐름과 쓰임, 수확의 소중함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먼저 자녀가 필요한 것이 생기면 왜 필요한지를 분명하게 설명하도록 하고, 여러 번 이야기하면서 인내심을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저축의 중요성만 강조한 나머지 아이의 돈을 대신 저축해주는 것 역시 좋지 않다. 대부분의 부모는 명절에 자녀가 받은 돈을 대신 보관해두거나 저축해주는데 이는 아이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스스로 저축의 소중함을 깨달을 기회를 잃게 되기 때문. 또한 많은 전문가들은 자녀에게 “투자를 경험시키라”고 조언한다. 아이들은 저축에서 비롯된 투자 경험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출발점에 서게 된다.

더불어 ‘협상’에 대해 알려주는 것도 중요할 듯하다. 협상은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판단하는 과정이다. 협상의 핵심은 ‘왜(Why)’다. 끊임없이 질문하며 꼭 필요한 것인지 스스로 깨닫게 하고 부모를 설득하는 과정까지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딸기가 먹고 싶다는 헌이를 딸기 농장에 데려가서 본인이 먹을 것을 직접 수확하는 과정을 가르쳤다. 욕심을 내는 바람에 딸기 꼭지를 잘못 떼어내 무른 딸기를 바구니에 담던 헌이는 ‘안전하고 차분하게 수확하는 것이 바구니를 훨씬 풍족하게 채운다’는 걸 깨우쳐나갔다. 모든 부모가 내 아이는 나보다 풍족하고 여유 있게 성장하길 바란다. 진정한 풍족함은 돈의 가치를 이해하고, 돈이 목적이 아닌 삶을 살 수 있도록 부모가 신중하게 교육하는 데서 비롯된다.

‘싱글 대디’ 아놔리의 육아 라이프

이성배 아나운서는 2008년 MBC에 입사해 ‘섹션TV 연예통신’ ‘생방송 오늘 아침’ 등에서 리포터와 MC로 활약했다. 8년 전 이혼 후 홀로 아들을 키우는 싱글 대디. ‘아놔리(아나운서 리)’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걸 좋아하는 그가 자신만의 특별한 육아 경험을 담은 칼럼을 여성동아에 연재한다.



사진제공 이성배



여성동아 2021년 8월 6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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