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모사 방 들어가 봤어? 진짜 트럼프가 들어온 줄 알았어.”
클럽하우스(음성 소셜 미디어. 기존 가입자로부터 초대를 받아야 참여할 수 있으며, 음성으로만 대화한다) 대화방에서 만난 지인의 말이다. 곧바로 성대모사 방에 들어가 봤는데 그야말로 신기한 세상이었다. 마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배우 서예지, 캐릭터 도라에몽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약 15명의 스피커(대화방에서 발언권을 얻은 사람)가 각자 자신이 선택한 인물의 모습을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하고, 목소리를 흉내 내며 대화하고 있었다. CJ올리브영 매장 직원들의 “안녕하세요~ 올리브영입니다”라는 인사말을 따라하거나, ‘뽀드득’ 유리창 닦는 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
클럽하우스는 지난해 3월 미국에서 출시됐으며, 국내에서는 지난 2월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주식이나 음악, 연예 등 각자 관심 있는 주제로 방을 만들어 이야기를 나누는데, 대화 내용을 녹음하거나 저장할 수 없고 최대 참여 가능한 인원은 5천 명이다. 대부분은 한 번 열고 닫으면 없어지는 ‘휘발성’ 콘텐츠지만 최근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속적으로 열리는 방들도 많아지는 분위기다. 2월 초에 개설된 ‘성대모사방 진행시켜.... 읏쨔...(이하 읏쨔)’와, 비슷한 시기 만들어진 ‘폭스(Fox)’가 대표적인데 최대 참가 인원인 5천 명을 넘겼고 서버가 딜레이 될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세 가지 형태로 나눈다. 방장인 모더레이터는 대화방을 개설할 수 있고, 방에 들어온 리스너에게 발언권을 주거나 강제로 뺏을 수도 있는 권한을 지닌다. 스피커는 발언권을 얻은 리스너를 의미하고, 리스너는 모더레이터와 스피커를 제외하고 대화를 듣기만 하는 대화방 모든 사람을 일컫는다.
‘읏쨔’ 방에서 성대모사 발언권이 있는 방장과 스피커는 보통 10여 명 정도. 많게는 20명가량의 인원이 참여한다. ‘읏쨔’ 방 초기 운영자는 친구들끼리 놀려고 방을 만들었다가 갑작스럽게 많은 관심을 받게 됐고 첫날 5시간, 그 다음날 10시간을 운영했다고 한다.
기자는 ‘읏쨔’ 방이 생긴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참여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불규칙적으로 열리던 대화방이 현재는 매주 월·목요일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3월 4일 들었던 송강호 성대모사다. 송강호 얼굴에 쌍꺼풀 필터를 씌운 사진을 프로필로 설정한 스피커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 스피커가 “송강호 씨 눈이 좀 커졌네요”라고 묻자 송강호 성대모사를 하는 스피커는 “눈과 코를 살짝 했다. 요즘에는 부기도 없고 1분 만에 되더라”라며 마치 송강호가 얘기하듯 대꾸했다. 쌍꺼풀 수술을 했냐는 질문에는 “쌍수만 해달라 그랬는데 어색하다고, 코도 좀 필러를 넣어야 된다고 해서 한 대 좀 맞았지”라며 재치 있게 응수하는데 성대모사 실력이 출중한 것은 물론, 마치 송강호인 것처럼 너스레 떠는 모습에 폭소가 터졌다.
‘읏쨔’ 방에서 송강호 성대모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주인공은 음악감독 오도이(37) 씨로 그는 이 덕분에 클럽하우스 팔로어 4천6백 명이 생겼다. 또한 최근에는 성대모사 달인을 찾는 KBS Cool 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 출연해 10만원 상품권과 떡갈비를 상품으로 받았다. 성대모사 방에는 일반인 뿐 아니라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 래퍼 사이먼 도미닉, 개그맨 황제성 등 유명인도 들어왔었는데, 특히 래퍼 치타는 본인의 신곡 발표일에 새 앨범을 알리는 대화방을 같이 만들자고 제안해 오 씨와 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평소 콤플렉스였던 자신의 목소리를 좋아하게 된 대학생 이연우(22) 씨도 있다. 지인으로부터 서예지 목소리와 비슷하다는 말을 들었던 그녀는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서예지가 연기한 고문영 캐릭터로 참여해 큰 호응을 얻었다.
또 다른 인기 방인 ‘폭스’ 방은 7명의 여성 모더레이터(폭스, 노아, 요리사, 유니, 미미, 지구, 라라)들이 남성 스피커들의 클럽하우스 프로필 사진을 평가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방에서 모더레이터를 제외한 여성들은 ‘걸(girl)’, 남성들은 ‘뽀이(boy)’로 통칭한다. 폭스들에게 조언을 듣고자 하는 남성 리스너는 손을 들어 스피커로 참여하면 된다. 폭스방에는 TMI(Too Much Information) 금지, 말대꾸 금지(아근데~ 어쩌고), 토라짐 금지(예민하게 굴지 않기)의 3가지 룰이 있다.
폭스방의 가장 흥미로운 포인트는 방장들의 목소리와 재치 있는 입담이다.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연기하는 성우의 목소리 톤과 비슷하다. ‘도리도리뱅뱅’, ‘하암~(하품소리)’과 같은 반복적인 의성어·의태어도 폭스방 만의 특징이다. 남성 스피커가 구구절절 본인 프로필 사진에 대해 변명을 하거나 관심 끄는 멘트를 하면 폭스 방장들은 “하암~” 하품 소리를 내거나, 가차 없이 발언권을 뺏어 리스너로 강등시켜버리는 것도 폭스방의 웃음 포인트다.
폭스방 운영 멤버인 대학생 신나라(25) 씨는 심심하던 설 연휴에 “뽀이들한테 조언해주는 방 만들어볼래?”라며 별 생각 없이 던졌던 말을 계기로 대화방을 열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매번 클럽하우스가 정해놓은 원칙으로 인해 돌려 말하다보니 남성들이 웃고 넘길 때가 많다. 그런 언행에 불편함을 느껴서 함부로 여성을 평가하는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고 스스로 검열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7명의 폭스들은 조언을 해준다는 틀 안에서 어떤 주제와 방식으로 미러링할지 심혈을 기울여 고민하고 있다고.
말장난과 유희가 넘치는 클럽하우스 유머 방의 트렌드에 대해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B급 유머 방을 ‘인싸로 가는 기회의 통로’라고 정의했다. 실제 유명 유튜브 채널이나 팟캐스트 PD들도 유머 방에서 사람들을 섭외하고 있을 정도.
최 평론가는 유머 방의 인기 비결이 “CEO급 셀렙의 리드 없이도 과거 SBS ‘스타킹’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마음껏 장기를 펼치며 놀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아직 과도기지만 전 연령층의 수평적인 소통이 가능하도록 하고, 모더레이터의 수익 모델 등의 발전 과제를 해결한다면 긍정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사진 게티이미지
클럽하우스(음성 소셜 미디어. 기존 가입자로부터 초대를 받아야 참여할 수 있으며, 음성으로만 대화한다) 대화방에서 만난 지인의 말이다. 곧바로 성대모사 방에 들어가 봤는데 그야말로 신기한 세상이었다. 마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배우 서예지, 캐릭터 도라에몽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약 15명의 스피커(대화방에서 발언권을 얻은 사람)가 각자 자신이 선택한 인물의 모습을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하고, 목소리를 흉내 내며 대화하고 있었다. CJ올리브영 매장 직원들의 “안녕하세요~ 올리브영입니다”라는 인사말을 따라하거나, ‘뽀드득’ 유리창 닦는 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
클럽하우스는 지난해 3월 미국에서 출시됐으며, 국내에서는 지난 2월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주식이나 음악, 연예 등 각자 관심 있는 주제로 방을 만들어 이야기를 나누는데, 대화 내용을 녹음하거나 저장할 수 없고 최대 참여 가능한 인원은 5천 명이다. 대부분은 한 번 열고 닫으면 없어지는 ‘휘발성’ 콘텐츠지만 최근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속적으로 열리는 방들도 많아지는 분위기다. 2월 초에 개설된 ‘성대모사방 진행시켜.... 읏쨔...(이하 읏쨔)’와, 비슷한 시기 만들어진 ‘폭스(Fox)’가 대표적인데 최대 참가 인원인 5천 명을 넘겼고 서버가 딜레이 될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성대모사 달인들이 모인 ‘읏쨔’
‘읏쨔’ 방은 참여자가 특정 인물의 목소리를 성대모사하는 방이다. 클럽하우스는 대화방 참여 인원을 모더레이터(Moderater), 스피커(Speaker), 리스너(Listener)세 가지 형태로 나눈다. 방장인 모더레이터는 대화방을 개설할 수 있고, 방에 들어온 리스너에게 발언권을 주거나 강제로 뺏을 수도 있는 권한을 지닌다. 스피커는 발언권을 얻은 리스너를 의미하고, 리스너는 모더레이터와 스피커를 제외하고 대화를 듣기만 하는 대화방 모든 사람을 일컫는다.
‘읏쨔’ 방에서 성대모사 발언권이 있는 방장과 스피커는 보통 10여 명 정도. 많게는 20명가량의 인원이 참여한다. ‘읏쨔’ 방 초기 운영자는 친구들끼리 놀려고 방을 만들었다가 갑작스럽게 많은 관심을 받게 됐고 첫날 5시간, 그 다음날 10시간을 운영했다고 한다.
기자는 ‘읏쨔’ 방이 생긴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참여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불규칙적으로 열리던 대화방이 현재는 매주 월·목요일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3월 4일 들었던 송강호 성대모사다. 송강호 얼굴에 쌍꺼풀 필터를 씌운 사진을 프로필로 설정한 스피커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 스피커가 “송강호 씨 눈이 좀 커졌네요”라고 묻자 송강호 성대모사를 하는 스피커는 “눈과 코를 살짝 했다. 요즘에는 부기도 없고 1분 만에 되더라”라며 마치 송강호가 얘기하듯 대꾸했다. 쌍꺼풀 수술을 했냐는 질문에는 “쌍수만 해달라 그랬는데 어색하다고, 코도 좀 필러를 넣어야 된다고 해서 한 대 좀 맞았지”라며 재치 있게 응수하는데 성대모사 실력이 출중한 것은 물론, 마치 송강호인 것처럼 너스레 떠는 모습에 폭소가 터졌다.
‘읏쨔’ 방에서 송강호 성대모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주인공은 음악감독 오도이(37) 씨로 그는 이 덕분에 클럽하우스 팔로어 4천6백 명이 생겼다. 또한 최근에는 성대모사 달인을 찾는 KBS Cool 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 출연해 10만원 상품권과 떡갈비를 상품으로 받았다. 성대모사 방에는 일반인 뿐 아니라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 래퍼 사이먼 도미닉, 개그맨 황제성 등 유명인도 들어왔었는데, 특히 래퍼 치타는 본인의 신곡 발표일에 새 앨범을 알리는 대화방을 같이 만들자고 제안해 오 씨와 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평소 콤플렉스였던 자신의 목소리를 좋아하게 된 대학생 이연우(22) 씨도 있다. 지인으로부터 서예지 목소리와 비슷하다는 말을 들었던 그녀는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서예지가 연기한 고문영 캐릭터로 참여해 큰 호응을 얻었다.
프로필 사진에 대한 쿨한 품평, ‘폭스’
1 기자가 실제 참여한 폭스방 페이지. 2 폭스방에 등장한 방송인 노홍철.
폭스방의 가장 흥미로운 포인트는 방장들의 목소리와 재치 있는 입담이다.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연기하는 성우의 목소리 톤과 비슷하다. ‘도리도리뱅뱅’, ‘하암~(하품소리)’과 같은 반복적인 의성어·의태어도 폭스방 만의 특징이다. 남성 스피커가 구구절절 본인 프로필 사진에 대해 변명을 하거나 관심 끄는 멘트를 하면 폭스 방장들은 “하암~” 하품 소리를 내거나, 가차 없이 발언권을 뺏어 리스너로 강등시켜버리는 것도 폭스방의 웃음 포인트다.
폭스방 운영 멤버인 대학생 신나라(25) 씨는 심심하던 설 연휴에 “뽀이들한테 조언해주는 방 만들어볼래?”라며 별 생각 없이 던졌던 말을 계기로 대화방을 열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매번 클럽하우스가 정해놓은 원칙으로 인해 돌려 말하다보니 남성들이 웃고 넘길 때가 많다. 그런 언행에 불편함을 느껴서 함부로 여성을 평가하는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고 스스로 검열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7명의 폭스들은 조언을 해준다는 틀 안에서 어떤 주제와 방식으로 미러링할지 심혈을 기울여 고민하고 있다고.
말장난과 유희가 넘치는 클럽하우스 유머 방의 트렌드에 대해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B급 유머 방을 ‘인싸로 가는 기회의 통로’라고 정의했다. 실제 유명 유튜브 채널이나 팟캐스트 PD들도 유머 방에서 사람들을 섭외하고 있을 정도.
최 평론가는 유머 방의 인기 비결이 “CEO급 셀렙의 리드 없이도 과거 SBS ‘스타킹’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마음껏 장기를 펼치며 놀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아직 과도기지만 전 연령층의 수평적인 소통이 가능하도록 하고, 모더레이터의 수익 모델 등의 발전 과제를 해결한다면 긍정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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