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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driving

#안전의 대명사 #대기 6개월 볼보의 럭셔리 세단 S90

글 정혜연 기자

2020. 12. 30

안전에 있어서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스웨덴의 대표 자동차 브랜드 볼보. 2020년 9월 출시된 최고급 사양의 세단이자 일명 ‘손흥민 차’로 불리는 S90을 직접 몰아봤다.

요즘 승용차의 안전벨트는 모두 3점식이다. 어깨부터 허리까지 상체를 사선으로 감싸는 벨트와 하복부를 가로형으로 고정하는 벨트가 탑승자를 단단하게 잡아 사고로부터 부상을 최소화해준다. 과거의 안전벨트는 가로형으로 하복부만 지지하는 2점식밖에 없었다. 1959년 볼보의 엔지니어 닐스 볼린이 기존 2점식 벨트의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편리하게 맬 수 있는 3점식 안전벨트를 개발했다. 볼보는 “사람의 안전을 위한 것에 특허를 낼 수 없다”며 3점식 안전벨트 기술을 모든 자동차 회사와 공유하기로 했고, 현재 3점식 안전벨트는 어느 차량에서든 볼 수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통용되고 있다. 

이 같은 일화에서 알 수 있듯 볼보는 ‘안전의 대명사’로 불린다. 볼보가 2002년 처음으로 출시한 SUV인 XC90은 2018년 영국의 한 리서치센터 조사 결과 16년간 사망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발표돼 놀라움을 샀다. 볼보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모토 하에 SUV를 비롯, 세단 라인업까지 사망률 제로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볼보는 세단 라인업 가운데 최고급 사양인 S90의 부분 변경 모델을 국내 출시했다. 2016년 처음 출시된 S90은 럭셔리 이그제큐티브 세단으로 자리를 잡았고, BMW 5 시리즈와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 등 프리미엄 세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후 4년 만에 대대적인 변화를 단행한 모델을 선보인 것이다.
 
무엇보다 외관의 변화가 두드러졌는데 전장은 5090mm로 이전 모델 대비 125mm 늘었고, 휠베이스 역시 120mm 늘려 동급 최고 크기의 차체를 구현했다. 넓어진 실내 공간에 파일럿 어시스트 등 혁신 기술을 탑재하고,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장착하는 등 다방면으로 변화를 준 것도 눈길을 끈다. 이러한 변화를 직접 느껴보기 위해 2020년 연말, S90 B5 가솔린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을 타고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해 경기도 남양주까지 달려봤다.


#1 EXTERIOR
40~50대 임원급 오너드라이버 연상케 하는 중후함

볼보의 시그니처 디자인이 돋보이는 S90의 전·후면.

볼보의 시그니처 디자인이 돋보이는 S90의 전·후면.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를 대표하는 인기 중대형 세단은 공통적으로 외관에서 무게감이 느껴진다. 고급 정장을 빼입은 40~50대 임원급 오너드라이버가 여유롭게 운전하고 나가는 이미지가 그려지는 럭셔리 차량들이다. 볼보의 신형 S90 역시 외관에서 브랜드를 대표하는 세련된 중후함이 물씬 풍겼다. 

브랜드마다 시그니처 디자인이 적용되는데 볼보의 경우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 위에 사선으로 박힌 아이언 마크(로고 엠블럼)와 ‘토르 망치’를 떠올리게 하는 누운 T 자형 LED 헤드램프가 대표적이다. 특히 이번에 부분 변경된 S90에서는 카메라를 통합한 3D 형태의 아이언 마크, 라디에이터 그릴을 감싸는 크롬 디테일과 하단에 일자형으로 부착된 크롬 바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블랙 색상의 S90에 적용된 크롬 디테일이 햇빛에 반사돼 고급스러움이 배가됐다. 



측면 디자인에서는 클래식함이 느껴졌다. 창문과 손잡이 사이 차량 전·후면을 시원스럽게 잇는 에지 포인트는 북유럽 디자인 특유의 정돈된 느낌을 줬다. 측면부에도 창문을 감싸는 크롬 디테일과 도어 하단에 크롬 바가 적용돼 있어 전면부와의 통일감이 느껴졌다. 전장이 동급 최고 클래스 수준인 5090mm로 길어졌다는 정보를 접한 뒤 측면부를 살펴보니 일반 중형 세단에 비해 다소 긴 느낌이 들었다. 또한 블랙 다이아몬드 컷의 19인치 크롬 휠 역시 고급 슈트에 걸맞은 구두를 신은 듯 럭셔리한 인상을 심어줬다. 

후면은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정돈된 느낌의 디자인이 적용됐다. ㄷ 자 형태의 좌우측 풀 LED 테일 램프 사이에 볼보(VOLVO) 알파벳이 균일하게 박혀 있고, 좌우 끝 쪽에 모델명이 적혀 있었다. 공기 저항을 낮추기 위해 디자인된 트렁크 일체형 스포일러와 범퍼 하단의 히든 테일 파이프는 깔끔하고 현대적으로 느껴졌다.

#2 INTERIOR
고급스러운 내장재, 크리스털 기어 스틱 눈길

간결하고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이 돋보이는 운전석.

간결하고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이 돋보이는 운전석.

중대형 세단의 꽃은 고급스러운 내부 인테리어라고 할 수 있다. 각 자동차 브랜드는 럭셔리한 느낌을 주기 위해 내부 인테리어에 심혈을 기울인다. 볼보는 이번 신형 S90에 여느 자동차 브랜드의 럭셔리 세단에 뒤지지 않는 내부 디자인을 선보였다. 볼보코리아 측은 “스칸디나비아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모티프를 얻어 자연 소재를 장인 정신으로 풀어내고, 현대적 기술을 결합해 진일보한 디자인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오레포스사의 천연 크리스털로 제작된 기어 스틱(왼쪽).
 영국의 하이엔드 스피커, 바워스 앤 윌킨스의 오디오가 부착된 도어.

오레포스사의 천연 크리스털로 제작된 기어 스틱(왼쪽). 영국의 하이엔드 스피커, 바워스 앤 윌킨스의 오디오가 부착된 도어.

실제로 운전석에 앉아보니 가죽 트리밍과 천연 나뭇결이 살아 있는 소재를 배합한 대시보드가 한눈에 들어왔다. 중앙부 센터 콘솔은 볼보의 다른 라인업과 동일하게 세로형의 디지털 디스플레이(12.3인치)를 적용해 시원스러움을 안겼다. 디스플레이 양측으로 세로형 통풍구가 적용돼 있고, 그 아래 최소한의 기능을 집약한 아날로그 버튼이 일렬로 배치돼 있었다. 무엇보다 볼보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천연 크리스털로 제작한 오레포스(Orrefors)사의 크리스털 기어 스틱이 매우 도드라져 보였다. 이는 여성 운전자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남성 운전자들에게도 좋은 점수를 받을 요소로 생각됐다. 


뒷좌석 윈도 선 블라인드와 
자동 리어 선 커튼으로 편의성을 높였다.

뒷좌석 윈도 선 블라인드와 자동 리어 선 커튼으로 편의성을 높였다.

뒷좌석 탑승객을 위한 세심한 인테리어 포인트도 눈에 띄었다. 특히 측면 윈도 선 블라인드, 리어 선 커튼은 그대로 떼서 가져가고 싶을 정도로 세련되면서도 편리한 장치였다. 특히 리어 선 커튼은 오른쪽 좌석의 도어 손잡이 부분에 집결된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올라가고 내려와 매우 편리했다. 뒷좌석 중앙부 암 레스트에도 나뭇결이 살아 있는 우드 소재의 마감재가 부분적으로 적용돼 감각적으로 느껴졌다. 전장이 길어져 앞좌석 시트에 적절히 공간을 줬을 때에도 뒷좌석 레그 룸이 성인 남성 손으로 한 뼘 이상 나와 넉넉하고 안락한 느낌이 들었다.

#3 DRIVING
볼보의 새로운 표준 파워트레인 B5 엔진 돋보여

전기차 기술과 관련해 상당한 발전을 보여온 볼보는 신형 S90에 가솔린 마일드 하이브리드 B5 엔진과 트윈 엔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T8 엔진 2종류를 선보였다. 시승차는 B5 엔진으로 볼보의 새로운 표준 파워트레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 운동에너지 회수 시스템이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과 결합된 엔진 통합형 전동화 파워트레인이다. 최고 출력은 250마력, 최대 토크는 35.7kg·m의 성능을 갖추고 있다. 전기모터가 출발 가속과 재시동 시 출력을 보조하는 방식의 엔진 시스템으로 약 14마력의 추가 출력을 지원해 민첩한 주행 성능을 제공하는 것이 강점이다. 실제로 멈췄다가 다시 출발할 때 스톱 앤드 고(엔진이 꺼졌다 다시 켜지는 시스템) 기능이 딜레이 없이 바로 이어져 만족스러웠다. 여기에 에코, 컴포트, 다이내믹, 인디비주얼 등 4가지 주행 모드를 지원하기 때문에 드라이브 모드를 운전자 성향에 맞춰 조절할 수 있어 운전하는 재미를 더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막히는 도로를 지나 강변북로에 오르자 진가가 드러났다. 정속 주행 시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속도를 올리자 엔진이 액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차가 도로를 치고 나가 경쾌함마저 느껴졌다. 다만 최근 신차들이 경쟁적으로 적용하는 주행보조 시스템은 핸들 지지대에 간략한 그림의 버튼으로 마련돼 있었는데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시스템만 놓고 보면 실제 운전에 상당한 도움을 줘 만족스러웠다. 

앞차와의 간격을 사전에 설정한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하며 최대 140km/h까지 설정 속도에 맞게 달리는 ‘파일럿 어시스트’ 기능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로에서 속도 조절을 알아서 해줘 편리했다. ‘도로이탈완화’ 기능 역시 깜빡이를 넣지 않고 차선 변경을 할 때 핸들이 쉽게 꺾이지 않아 안전 운전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4 DRIVE IN
정석에 가까운 승차감, 안긴 듯 편안한 시트

전장이 길어져 뒷좌석의 레그 룸도 상당히 확보됐다.

전장이 길어져 뒷좌석의 레그 룸도 상당히 확보됐다.

승차감은 정석에 가까웠다. 신형 S90의 서스펜션은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게 반응해 적당히 안락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고속으로 달릴 때는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듯했으나 노면의 상태가 그대로 느껴지고 약간의 덜컹거림이 있었다. 특히 전륜구동 차량의 특성상 코너링 시 후륜구동 차량에 비해 뒷좌석 쏠림이 다소 있어 아쉬웠다. 

럭셔리 중대형 세단의 시트는 대체로 안락하지만 시트만 놓고 비교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신형 S90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시트는 탑승자의 신체 조건에 따라 허벅지 지지대를 앞쪽으로 길게 혹은 안쪽으로 짧게 조절할 수 있었고, 시트 가장자리를 안쪽으로 살짝 꺾은 덕에 좌석에 폭 안긴 듯 안락함이 느껴졌다. 등쪽 에어쿠션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어 허리에 마치 쿠션 하나를 덧댄 듯 편하게 운전할 수 있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운전석과 보조석에 마사지 기능이 들어가 20분가량 허리를 전체적으로 마사지 받으며 운전할 수 있어 시원스러웠다. 통풍 기능도 탑재돼 있어 여름에 유용할 것으로 보였으나 팬이 돌아가는 소리 때문에 다소 시끄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5 STRENGTH
안전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

볼보의 ‘인간 중심’ 브랜드 철학은 운전자를 안심하게 하는 요소다. 신형 S90의 최고 속도를 180km/h까지만 설정해 판매하는 것만 봐도 얼마나 안전을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도로에서 180km/h 이상의 속도로 달릴 수도 없지만 모든 자동차 브랜드가 최고 속도를 제한한다면 교통사고 발생률은 더 낮아지지 않을까, 상상을 하게 한다. 이외 신형 S90에는 강도가 높은 붕소 강철을 광범위하게 적용해 안전성을 높였고, 잠재적 사고 시나리오에서 탑승객을 보호하게끔 돕는 첨단 인텔리 세이프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탑재돼 신뢰감을 높였다. 

차량용 오디오를 중시하는 소비자라면 눈여겨볼 만한 시스템도 있다. 영국의 하이엔드 스피커, 바워스 앤 윌킨스와 협업을 통해 완성한 프리미엄 오디오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됐기 때문. 기계적 공진 상태를 완벽에 가깝게 구현한 컨티뉴엄 콘을 탑재해 어떤 좌석에서도 풍부하고 세밀한 음질의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 또 재즈 클럽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재즈클럽’ 모드와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도 선택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합리적인 가격 역시 강점이다. 신형 S90의 국내 판매가는 B5 MMT 6천30만원, B5 INS 6천6백90만원, T8 AWD INS 8천5백40만원이다. 안전과 관련된 시스템은 기본으로 들어가고 업계 최고 수준의 5년 또는 10만km 워런티 및 메인터넌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상당히 매력적이다.


#6 WEAKNESS
대기 길고 중국 생산인 점 걸려

신형 S90 출시와 동시에 주문이 쏟아져 국내에서만 3만5천 대가 계약이 됐다. 때문에 2020년 9월 주문한 차량도 빠르면 2021년 상반기에나 받아볼 수 있는 상황. 볼보코리아는 2020년 연말까지 1천 대를 공급하고, 2021년 3천 대를 도입하기로 계획했으나 이마저도 넉넉하지 않다. 때문에 지금 주문하더라도 최소 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는 게 최대 단점이다. 

또 한 가지 걸리는 점은 중국에서 생산된다는 것. 현재 중국의 지리자동차가 볼보자동차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볼보의 라인업 가운데 특정 모델만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데, S90은 중국 다칭 공장에서 생산한 후 국내 판매되는 모델이다.

총평 :

볼보 이름값 제대로 하지만 대기가 너무 긴중국산 그림의 떡

사진 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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