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프스타일 편집 숍 ‘이구홈 성수’ 매장에서 한 고객이 그릇을 둘러보고 있다.

‘이구홈 성수 2호점’ 전경.
주말 브런치에 쓸 예쁜 그릇, 수면의 질을 높여줄 부드러운 파자마, 집 안 분위기를 끌어올릴 작은 조명…. 감도 높은 생활용품 시장이 떠오르는 데는 ‘트리토노믹스(treatonomics)’ 소비 트렌드가 반영돼 있다. 트리토노믹스는 ‘대접하다(treat)’와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다. 불경기 속 큰돈이 드는 지출은 하기 어렵지만 스스로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작은 생활 사치품에는 소비를 아끼지 않는 현상을 일컫는다. “샤넬 백은 못 사도 샤넬 립스틱은 산다”는 ‘립스틱 효과’와는 차이가 있다. 비교적 적은 돈으로 화려한 명품이나 과시용 물건을 사는 게 립스틱 효과라면, 트리토노믹스는 품질 높은 기본템이나 안락함과 회복을 위한 지출을 뜻한다.
트리토노믹스 트렌드는 숫자로도 나타난다. NH농협은행이 지난해 상반기 은행·카드·마트 고객 5740만 명의 결제 내역을 분석한 결과 전년 하반기 대비 백화점, 주점, 골프장, 자동차 판매점 등의 고액 사치성 소비는 줄었다. 반면 공연, 사우나, 스포츠 경기 같은 여가 생활과 스테비아, 그릭요거트, 엑스트라버진올리브오일 같은 건강식 지출은 크게 늘었다.

‘2026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일광전구 전시관.
유튜브 생태계에도 이 같은 경향성이 반영돼 있다. 방송인 홍진경은 ‘공부왕찐천재’ 채널에서 자신의 가장 큰 사치로 매일 쓰는 밥그릇과 국그릇을 좋아하는 도예가의 작품으로 사서 쓰는 것, 얼굴과 몸에 닿는 수건이나 티셔츠를 고급 면 제품으로 사용하는 것 등을 든 바 있다. 그가 소개한 제품들은 곧바로 품절 대란을 빚었다. 최화정의 추천템도 마찬가지다. 그가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 채널에서 여름철 원기 회복을 위해 택배로 주문해서 먹는다고 말한 보리굴비, 사우나를 마친 뒤 보습과 릴랙싱을 위해 꼭 바른다는 고가의 보디 크림 등이 큰 화제를 모았다.


유튜브를 통해 애장하는 생활용품을 추천한 방송인 홍진경(위)과 최화정.
마일스톤 달성 대신 ‘인치스톤’ 누린다
해외에서도 트리토노믹스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마케팅 데이터 분석 기업 ‘칸타(Kantar)’는 올해를 이끌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트리토노믹스를 꼽았다.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같은 전통적인 마일스톤(milestone)을 달성하기 어렵고 그 자체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작은 즐거움(인치스톤·inchstone)’으로 생활에 낙관적 태도를 불어넣고 삶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려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 빚을 질 의향이 있다는 소비자도 36%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미국의 경제 전문매체 CNBC와 내수경제, 소비심리 등을 공동 조사하고 있는 온라인 설문조사 플랫폼 ‘서베이몽키’도 최근 ‘트리토노믹스는 설명한다: 작은 즐거움 문화가 미국 소비자 지출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62%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자신을 위해 작은 사치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지출은 식음료(63%), 홈 데커레이션 및 취미 용품(37%) 등에 집중됐다. 보고서는 이런 소비가 현대인의 심리적 완충 장치 역할을 하며, 감정 회복과 개인적 만족을 위한 전략이 되고 있다면서도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다고 경고했다. 잦은 소액 구매를 하는 사람 30%가 “장기 재무 목표에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푼돈이 모여 큰 지출이 될 수 있다는 것.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같은 비용으로 누리던 효용과 행복감이 더 이상 충족되지 않는 탓에 트리토노믹스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라며 “당장 주머니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사람들이 모든 소비를 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허함이나 불만족에 대한 보상 심리가 발동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같은 소비 지출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리토노믹스 #립스틱효과 #여성동아
디자인 이지은 사진제공 29CM 사진출처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인스타그램 ‘공부왕찐천재’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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