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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쓰레기에 새 생명 불어넣는 ‘터치포굿’ 박미현 대표

글 강현숙 기자

2020. 11. 02

버려지는 자원과 버리는 마음을 터치하는 사회적 기업 ‘터치포굿’을 이끄는 박미현 대표를 만났다. 12년간 이어온 업사이클 활동을 통해 그는 “쓰레기는 버려지는 자원”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고려시대에 사용되던 물병을 모티프로, 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로 만든 천을 활용해 스카프를 만들었다.

얼마 전에는 고려시대에 사용되던 물병을 모티프로, 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로 만든 천을 활용해 스카프를 만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콕 생활이 늘면서 생활 쓰레기가 많아지고 있다. 환경 보호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되면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버려지는 자원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업사이클링(Upcycling, 버려지는 제품에 디자인을 가미하는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새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이다. 

사회적 기업 ‘터치포굿’은 업사이클 1세대 기업으로 통한다. 업사이클에 대한 개념이 낯설었던 2008년부터 버려지는 폐기물에 새 생명을 불어넣으며 스토리와 가치를 찾아주는 일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버려지는 현수막은 다양한 디자인의 가방으로, 페트병은 스카프나 파우치로 변신한다. 터치포굿을 이끄는 박미현(35) 대표는 20대 초반의 나이에 창업을 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평소 사람들이 여러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일에 호기심이 많았다. 2008년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이나 관심사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아이템을 제안하고 실행해보는 공모전에 동료들과 참여하게 됐고, ‘환경’이라는 주제 아래 현수막으로 실용적인 물건을 만드는 과정을 경험했다. 그러면서 힘들지만 이 일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업사이클 회사 창업으로까지 이어졌다. 2013년에는 그간의 활동을 인정받아, 서울시에서 서울의 환경을 맑고 푸르게 조성하는 데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시상하는 ‘서울시 환경상’ 대상에 터치포굿이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아모레퍼시픽, 현대백화점 등 여러 기업과 손잡고 환경에 도움이 되는 착한 일에 열심이다.


선거현수막으로 만든 가방과 립스틱으로 제작한 오일파스텔 등 터치포굿에서 진행했던 업사이클 작업들.

선거현수막으로 만든 가방과 립스틱으로 제작한 오일파스텔 등 터치포굿에서 진행했던 업사이클 작업들.

회사명인 ‘터치포굿’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버려지는 자원을 터치해 가치를 지닌(Good), 제대로 된 재화(Goods)로 사람들의 마음을 터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버려지는 것들을 솜씨 있게 좋은 제품으로 만들고, 좋은 가치를 담아 사람들의 마음에 닿고자 합니다. 

업사이클을 실천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쓰레기는 버려지는 자원이다’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존재하는 회사예요. 짧게 쓰이고 버려지는 자원들을 재활용해 세상에 하나뿐인 상품과 환경교육 프로그램으로 제안하고 있어요. 버려지는 자원으로 제품을 만드는 일로 시작했지만, 그 물건이 제대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버려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체감했어요. 우선 업사이클 디자인과 업사이클 연구를 통해 버려지는 자원을 터치하고 있어요. 현재 5백여 개의 업사이클 자원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고, 재활용되지 않는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기술도 연구 중입니다. 이와 더불어 버리는 마음을 터치하기 위해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도시형 환경교육을 실시하고 있어요. 또 버려지는 자원을 발생시키는 기업과 기관이 그 폐기물을 직접 활용해서 사회 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표 제품은 어떤 게 있나요. 

선거 현수막으로 만든 가방을 들 수 있어요. 선거 현수막은 후보자들이 더 나은 우리나라를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약속’의 매개체잖아요. 그것을 살려 각 후보별로 선거 현수막을 모아 ‘000의 약속’을 만들어 지지자들과 리미티드 에디션을 나눴어요.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에서 철거한 나무를 활용해 램프도 만들었고요. 또 립스틱의 컬러와 부드러운 텍스처를 살려 오일파스텔로 업사이클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고려시대에 사용되던 물병을 모티프로, 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로 만든 천을 활용해 스카프를 제작했어요. 박물관에 전시된 고려시대 물병은 물을 담는 소중한 가치가 있었는데, 현재 쓰이는 물병인 페트병은 쓰레기가 되잖아요. 페트병으로 만든 원단에 페트병과 고려시대 물병 모양을 접목시켜 디자인했더니 근사한 스카프가 됐어요. 근래 들어 업사이클 제품이 갖고 있는 독특함, 우주에 하나뿐인 제품이라는 매력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 같아 기뻐요. 



그런데 업사이클 아이템 하면 디자인이 다소 촌스럽다는 선입견이 있는 듯해요. 

‘지구를 위해, 환경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 쓰는 제품이 아니라 기꺼이 구매할 수 있고 자랑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라는 마음으로 출발했어요. 선거 현수막으로 만든 에코백의 경우 각 후보자들의 시그니처 컬러에 맞춰 손잡이와 주머니 실 색을 선택해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지요. 당선자의 에디션에는 가방 안주머니에 공약을 새겨 넣어 어떤 약속을 담고 있는 가방인지 의미를 부여했고요. 페트병을 업사이클한 고급 EF 극세사 원단을 사용한 담요는 돌돌 말면 코알라 인형이 되는 깜찍한 디자인으로 아이들에게 인기예요. 애착 인형, 힐링 인형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어요. 


2015년 업사이클 자체 연구소도 만드셨더라고요. 

연구소에서는 산업, 기술, 소재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우선 산업 연구는 업사이클이 더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과 방법을 탐구해요. 기술 연구는 현재 재활용되지 않는 자원들의 재활용 방안에 대해 다루고요. 대표적인 기술 연구 자원으로는 화장품 용기, 립스틱, 건설용 목재, 면세점 선불카드, 기업 봉사 조끼, 컴퓨터 모니터, 아크릴 등을 들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버려지는 자원 중 업사이클 가능한 소재들의 정보를 취합하고 신규 업사이클 디자이너들에게 제공하는 연구를 진행합니다. 

기업들에는 어떤 컨설팅을 제공하나요. 

리싱크(Re-sync, Recycle(재활용)+Synchronization(동기화))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필연적으로 계속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기업과 기관이 이를 다시 활용하도록 돕는 활동입니다. 버리는 사람과 활용하는 사람을 일치시켜 보다 책임감 있고 가치 있는 업사이클이 실현되도록 도와주는 작업이지요. 그간 저희와 함께 작업한 곳은 아모레퍼시픽, 시코르,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 등이 있어요.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화장품 용기를 운동용품으로 업사이클해서 피부를 건강하게 했던 화장품이 몸을 건강하게 한다는 의미를 더했어요. 시코르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립스틱으로 오일파스텔을 만들어 컬러링 북과 함께 기부했고요. 

여행의 상징인 선불카드도 1회용 플라스틱의 하나인데 한 번 쓰면 다시 사용할 수 없어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상징성을 살려 여행용 네임태그를 만들어 신세계면세점 고객들의 기념품으로 활용했어요. 제조업체가 아니더라도 많은 기업들이 리싱크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현대백화점이 대표적인데 폐기하는 전시 집기들을 수선해서 전통시장과 청년 스타트업에 나누어주고, 1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줄 선물로 군용 낙하산을 업사이클한 에코백을 채택했어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에코 백화점을 표방하며 서랍 속 잠자고 있는 안경을 모아 선글라스로 업사이클해서 아프리카의 농부들과 나눴고요. 또 최근 코로나19로 늘어난 배달·포장 용기 5개를 모아 오면 에코백으로 바꿔주는 캠페인을 실시한 뒤 이를 통해 모은 3만여 개의 플라스틱 용기로 업사이클 화분을 만들어 초등학교에 기부했습니다. 

호주 산불로 터전을 잃은 코알라를 돕기 위한 활동도 펼쳤다고요. 

업사이클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굿즈포굿’ 프로젝트를 올해 시작했어요. 그동안 업사이클은 버려진 자원의 가치를 찾는 것에 집중했는데, 호주 산불을 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되더라고요. 마침 회사에서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인 코알라 담요를 판매하고 있었고요. ‘코알라 에이드(Koala Aid)’라 이름 붙인 캠페인을 벌여 담요 판매 수익금을 산불로 터전을 잃은 코알라를 위해 기부하고 있어요. 곧 SM엔터테인먼트의 캐릭터인 쎔베어가 출시되는데, 판매금으로 지리산 반달곰을 도울 예정이에요. 또 작품 제작과 포장 과정에 취약계층 여성들을 고용하는 등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대전의 한 재개발 동네 자체를 재활용해 관심을 모았어요. 

재개발 현장은 쓰레기가 많이 나오고, 쓰레기 대부분은 타지도 썩지도 않는 특수 폐기물이에요. 대전 신흥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나온 폐기물을 발로 뛰며 모아 견본주택의 커피 라운지로 꾸몄어요. 자개장은 커피 바, 마룻바닥은 테이블, 나무 문은 태블릿 거치대로 변신했지요. 또 동네를 돌아다니며 주워 온 벽돌에는 그것이 발견된 곳의 주소를 적어 견본주택의 입구를 꾸민 뒤 지역 주민들에게 재개발은 ‘생활의 업그레이드’, 추억은 ‘업사이클’이라는 의미를 전했어요.
 
생각해보면 쓰레기 재활용보다 더 중요한 건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게 아닐까요. 

물론이죠. 저는 버려진 것들을 줄이는 일을 하고 있지만 애초에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제로 웨이스트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로 들어가면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는 등 쓰레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쓰레기를 버려진 자원으로 인식해 업사이클하는 일 역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서는 쓰레기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겠네요. 

재활용 교육이라고 하면서 더 많은 새로운 자원을 사거나, 재활용 가능한 것에 본드 칠을 해서 정말 쓰레기로 만드는 경우도 많아요. 터치포굿의 도시형 환경교육센터에서는 정말 버려지는 자원을 활용해 실용적인 물건을 만드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 물건을 진짜로 사용하면서 배운 메시지를 계속 상기할 수 있도록요. 모토는 ‘누구든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다’입니다. 어린이들에게는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가 아니라 직접 바로 실천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유아들에게는 자기 물건에 이름을 써서 잃어버리지 않고 오래 사용하기가 아주 중요한 활동이라고 전하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최되자마자 저는 가장 먼저 거기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직업병이겠죠(웃음)? 여러 곳에 연락해보던 중 올림픽조직위원회에 연결됐고, 함께 어떤 버려지는 자원들이 생길지 논의하고 업사이클하도록 도움을 받았어요. 올림픽이 끝나고 정신없는 현장에서 버려지는 자원들을 가져와 목재로는 램프, 가림막으로는 배지 포스터를 만들었지요. 사실 현장에서 찾아놓은 자재들을 아직 갖고 있어서 만들어갈 이야기가 많이 남았어요. 


1 페트병을 업사이클해 만든 스카프.  
2 ‘코알라 에이드’ 캠페인에 사용되는 코알라 담요. 
3 터치포굿의 도시형 환경교육센터에서 만든 교실 마룻바닥과 우산살로 만든 악기. 홍콩의 업사이클 디자이너 케빈 청이 알려준 아이디어다.

1 페트병을 업사이클해 만든 스카프. 2 ‘코알라 에이드’ 캠페인에 사용되는 코알라 담요. 3 터치포굿의 도시형 환경교육센터에서 만든 교실 마룻바닥과 우산살로 만든 악기. 홍콩의 업사이클 디자이너 케빈 청이 알려준 아이디어다.

어릴 적부터 업사이클이나 환경에 관심이 많았나요. 

어릴 때는 사실 아니에요. 저는 ‘오지랖쟁이’여서 여러 분야에 호기심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사회 문제에도 눈길이 갔고,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마침 같이하던 친구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환경 쪽으로 아이템을 정하게 됐습니다. ‘쓰레기’는 진짜 극단에 있어서 사람들이 쓰레기에 애정을 갖게 할 수 있다면 못할 일이 없겠다 생각되기도 했고요. 

실제 삶도 업사이클링과 떼려야 뗄 수 없을 듯해요. 

그렇다고 제가 쓰레기 배출을 전혀 하지 않거나 완벽한 삶을 살진 못해요. 그래도 기회가 되면 최대한 환경에 다시 돌려주려고 노력합니다. 최근에는 회사에서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해 세제는 용기 없이 사고 있어요. 

업사이클은 끊임없이 아이디어와 영감이 필요한 일인 듯해요. 

제가 업사이클에 관심을 갖게 됐을 때를 돌아보면, 인터넷에 검색해도 업사이클에 대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어요. 따로 공부를 했다기보다는 ‘내가 걸어가는 방향이 길이 될 것’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항상 반복되는 삶보다는 계속 도전하고 새로운 생각을 하고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일이 저한테 맞아요. 아이디어와 영감은 온갖 곳에서 다 나옵니다. 선거 현수막 리미티드 에디션은 회식에서 “대체 선거 현수막은 왜 만드는 거야아아아~” 하고 울부짖다가 나온 아이디어였어요(웃음). 

요즘 코로나19로 생활 쓰레기가 많아지면서 환경 보호에 관심 갖는 분들도 늘고 있어요. 이런 사람들에게 전하는 조언은요. 

쓰레기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의 무관심이에요. 쓰레기를 버린 뒤 그 후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쓰레기 양이 얼마나 많은지, 재활용을 위해 분리 배출한 쓰레기 중 30%가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도 잘 모르고 있고요. 

알고 나면 해결은 여러 가지로 가능해요. 최근에 제가 자주 하는 말은 “라면 봉지 등의 윗부분을 찢어서 열 때 그 찢어낸 조각이 매달려 있도록 해달라”는 거예요. 선별장에서 아주 작은 비닐 조각들은 버려질 가능성이 높거든요. 큰 조각에 포함되어 있으면 재활용되도록 건져질 확률이 그만큼 커져요. 플라스틱을 자주 쓰게 돼서 고민이라면 플라스틱을 들고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자리한 터치포굿으로 와주세요. 세척과 파쇄 등 직접 재활용 과정을 경험하고 생활에 필요한 물품으로 업사이클해 가져갈 수 있는 연구소를 운영 중입니다. 

새롭게 추진하고 싶은 일은요. 

충분히 먹을 수 있지만 버려지는 식품 부산물들이 많다는 방송을 본 후 ‘식재’라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입니다. 또 학교로 찾아가 학생들과 운동장에서 직접 사용한 플라스틱으로 생활용품을 만드는 교육을 진행하고 싶은 소망도 있고요. 차량 후원을 기다립니다.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터치포굿

*제로 웨이스트는 깨끗하고 건강한 세상을 꿈꾸는 여성동아의 친환경 기사 시리즈입니다.

*제로 웨이스트는 깨끗하고 건강한 세상을 꿈꾸는 여성동아의 친환경 기사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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