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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단톡방 저격 글도 명예훼손죄에 해당될까

법무법인 청파 대표 변호사 이재만

2020. 10. 30

Q 초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 반에 문제 행동을 하는 남학생 A가 있습니다. 여자아이들을 괴롭히고, 물건을 던지고, 욕설도 한다고 합니다. 저희 딸이 주로 타깃이 되는 까닭에 반 엄마들 단톡방에 남학생의 이름을 언급하며 ‘A가 학교에서 깡패처럼 군다. 가정 교육이 너무 안 돼 있는 것 같다. 엄마가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며칠 후 A 엄마가 제게 전화를 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 하더군요. 피해자는 제 딸인데 너무 억울합니다. 제가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을까요.

A 우리나라에서는 거짓말이 아닌 진실을 말해도 그 표현이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한다면 죄가 됩니다. 형법 제307조 제1항 그리고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 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70조 제1항에서 진실한 사실을 드러내어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보다 형량이 낮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갑질·비리에 대한 내부 고발, 범죄 피해 사실을 알리는 행위 등도 법적으로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법에서 정한 범죄성립요건들을 모두 충족시켜야 합니다. 즉 가해자는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 사실을 언급해야 하고,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공연히 그 사실을 퍼트려야 합니다. 특히, 그 표현 내용은 주관적인 의견이 아닌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정도에 이르는 구체적인 사실이어야 합니다. 문제는 의견과 사실을 구분하는 것인데, 우리 법원은 언어의 통상적인 의미와 용법, 입증 가능성, 문제의 말이 사용된 맥락과 사회적 상황 등을 고려하여 해당 표현이 의견인지 사실인지 구별합니다. 그리고 표현의 내용과 주위 사정을 함께 살펴보아 그 표현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아차릴 수 있는 정도이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봅니다. 

실제로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부모가 학교폭력을 신고해 교장이 가해 학생에게 ‘피해 학생에 대한 접촉 보복 행위 금지’ 조치를 하였는데, 이후 피해 학생의 부모가 카카오톡 단체방에 ‘학교폭력범은 접촉 금지’라는 글을 게시하여 이를 이유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피해 학생 부모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는데, 그 이유는 해당 문구에서 사실관계가 드러나 있지 않고, 학교폭력범이라는 단어는 학교폭력을 저지른 사람을 총칭하는 말로 피해자(학교폭력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 되는지 여부는 각 내용과 종합적인 사정을 모두 고려해 사안마다 성립 요건들을 검토해야 합니다. 

의뢰인의 사안에서 피해 학생 엄마가 단톡방에 게시한 ‘A가 학교에서 깡패처럼 군다. 가정 교육이 너무 안 돼 있는 것 같다. 엄마가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는 문구를 살펴보면, A라는 학생이 특정되었고 공공연히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는 사정은 명백합니다. 그런데 피해 학생의 엄마가 언급한 ‘깡패 같다’는 문구는 A의 행동이 폭력적이라는 의견을 과장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고, ‘가정 교육이 안 돼 있다’는 표현 또한 입증 가능한 사실이라기보다 진술자의 평가·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구체적인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이므로 범죄성립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안을 조금만 달리하여 진술자가 피해 학생의 부모라 할지라도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오고 갔던 가해 학생에 관한 징계 내용이나 사실 관계들을 다른 학부모들에게 이야기한 경우라면 이는 구체적 사실의 언급에 해당하므로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재만 변호사의 알쓸잡법Q&A



법무법인 청파 대표 변호사.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서울시 정신건강홍보대사, 연탄은행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법률 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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