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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column

장애에 대한 편견 버릴 때 우리가 얻게 될 보석들

글 전수미 비채아트뮤지엄 관장

입력 2020.09.01 13:37:07

빛은 나의 희망, 2020, acrylic on canvas. ‘ACEP 2020 발달장애 아티스트 한국특별전’에 소개될 화가 김은지 씨의 작품.

빛은 나의 희망, 2020, acrylic on canvas. ‘ACEP 2020 발달장애 아티스트 한국특별전’에 소개될 화가 김은지 씨의 작품.

“저희는 변호사들과 거래를 많이 하는데 그분들의 머리 치수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손님도 놀라실 겁니다. 그분들의 머리가 그렇게 커지는 것은 생각할 일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기 저 모자는 00씨(유명한 변호사)의 것인데, 엄청나게 큰 머리입니다.” 

2013년 한 대학의 논술 시험에도 등장한 영국 작가 알프레드 조지 가드너(1865~1946)의 수필 ‘모자의 철학’ 중 한 대목이다. 글에서 모자 장수는 모자의 치수, 즉 머리 크기로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한다. 여기에서 큰 모자를 쓰는 사람은 능력이 뛰어나다고 존경하고, 작은 모자를 쓰는 사람은 덜 배운 사람이라고 무시하는 태도, 즉 편견과 차별이 시작된다. 

모자 장수처럼 우리는 자신의 창(窓)을 통해 사람과 세상을 바라본다. 그 창은 주로 경험과 학습의 결과물인데 그것이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사람은 드물다. 

창문, 액자 등의 틀을 프레임(frame)이라고 한다. 이 프레임이란 말도 편견과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프레임이 크냐 작냐, 또는 네모냐 마름모꼴이냐에 따라 창으로 보는 세상의 풍경도 달라진다. 프레임은 상황을 단순하게 만들어주지만, 그 이상 벗어날 수 없도록 함으로써 한계를 짓기도 한다.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이를 ‘동굴의 우상’으로 설명했다. 그는 올바른 인식을 방해하는 4가지 요소를 우상에 빗대 설명했는데, 이 가운데 동굴의 우상은 ‘자기의 경험에 비추어 세상을 판단하는 개인적 편견’을 의미한다. 동굴 속에 사는 사람은 동굴 입구로 보이는 광경이 세상의 전부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가로막고, 오만은 남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한다는 말이 있다. 



편견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특정 집단에 대해 한 쪽으로 치우친 의견이나 견해를 가지는 태도’라고 돼 있다. ‘개방된 사회에서는 편견도 개인의 자유로 인정돼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편견과 혼동돼서 쓰이는 용어가 고정관념이다. 그런데 고정관념과 편견에는 차이가 있다. 고정관념은 대체로 생각에 그치지만, 편견은 ‘좋다’ ‘싫다’는 판단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좋다, 싫다는 판단에서 그치지 않고 곧잘 차별로 악화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한 차별은 무엇일까?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통계청에 의뢰해 국민 1만3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가장 차별이 많은 집단을 묻는 질문에 장애인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고(29.7%), 이어 이주민(16.4%), 노인(13.4%), 여성(13.2%) 순이었다. ‘차별’을 ‘편견’으로 바꿔 물어봐도 비슷한 응답이 나왔을 것이다. 

모자 장수의 이야기나 동굴의 우상만 보면 편견은 인간의 보편적 속성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경험이나 학습의 결과로 보는 견해가 더 설득력이 있다. 이 때문에 편견은 개인뿐 아니라 집단, 문화권에 따라 상이한 형태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학습에 의해 편견이 형성됐다면 이를 바로잡는 학습을 통해 편견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지 않을까? 

한 발달장애 아티스트를 소개한 언론 기사에서 타인의 말을 받아들이는 ‘수용 언어’는 발달돼 있으나, 자신을 말로 드러내는 ‘표현 언어’는 다소 부족하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이 아티스트는 언어 표현 능력은 부족해도 그림으로 표현하는 능력은 아주 뛰어나다. 우리 사회에는 그와 같은 능력을 지닌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이 의외로 많다. 오는 9월 12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ACEP 2020 발달장애 아티스트 한국특별전’에서는 특별한 재능을 지닌 국내외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의 작품 16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모자 장수의 편견은 경험을 섣불리 일반화하려는 데서 비롯됐다. ‘모자의 철학’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보석을 지닌 머리는 반드시 크기만 한 것은 아니다”라고. 모자 장수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는지 스스로 뒤돌아보는 사람이 늘수록 편견은 줄어들고, 우리는 그만큼 더 많은 보석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ACEP 2020 발달장애 아티스트 한국특별전’
국내외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의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ACEP 2020 발달장애 아티스트 한국특별전’이 9월 12~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4전시실에서 개최된다. ‘붓으로 틀을 깨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열리는 이 전시회에는 국내 발달장애 아티스트 56명의 작품 127여점, EU국가 발달장애 아티스트 20여 명의 작품 40여 점 등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발달장애인과 정보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비영리 임의단체 휴먼에이드와, 발달장애인들이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사회공헌 미디어기업 (주)휴먼에이드포스트가 주최하며 비채아트뮤지엄이 주관한다. 이들 단체는 향후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교류를 통해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이 그들의 잠재적인 능력을 지속적으로 계발하고 새로운 수익 모델 및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여성동아 2020년 9월 6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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