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쏟아졌다. 은하수도 보이는 듯했다. 우리나라 밤하늘이 저렇게 청명했던가. 인스타그램에서 차박 캠핑(차에서 먹고 자며 즐기는 캠핑) 후기 사진을 보니 나도 한번 해볼까 관심이 생겼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산속에서 무수히 떠 있는 별들을 보며 맥주 한 캔 마시는 즐거움을 상상했다. 이런 게 사는 맛 아니겠나. 너도나도 떠나니, 이 대세에 합류하기로 했다.
차박 캠핑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것은 금요일 저녁. 준비할 것들을 살펴봤다. 랜턴, 두꺼운 돗자리, 이불, 밥이라도 해 먹을 버너와 코펠 등. 과거 몇 번 다녔던 캠핑 덕분에 집에는 캠핑 도구들이 제법 있었다. 크게 준비할 것은 없다고 판단했다. 짐이 많아도 문제다. 차박은 기동성이 중요한 가벼운 캠핑이다. 캠핑장 데크 한 곳에 엉덩이를 뭉개고 지내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 잠깐, 저곳에 잠깐 마음 가는 곳으로 옮겨 다니는 방식이다. 짐이 많으면 이동이 어렵고, 짐을 펼치고 다시 싸려면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다. 다행히(?) 내 차는 소형 SUV인지라 적재 공간이 작다. 캠핑 장비를 많이 실으려 해도 다 들어가지 않는다.
캠핑 장비를 싣고 출발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대형 마트. 캠핑의 설렘을 더 하는 것은 쇼핑이다. 단둘이 먹을 건데 고기도 한 근 더 사고 싶고, 안줏거리에도 눈이 간다. 카트에 이것저것 담다 보면 이걸 다 먹을 수 있겠나 싶다. 다다익선이라고 하지만 앞서 말했듯 차박은 기동성이 핵심이다. 또 캠핑한 뒤 나오는 쓰레기는 수거해서 가져와야 하기에 음식도 최소한으로 준비하는 게 좋다. 환경을 위해, 또 돌아오는 길에 손이 가볍기 위해서다. 요즘에는 패키지로 된 요리들도 많다. 썰고 다듬고 할 것 없이 포장을 뜯고 냄비에 담아 끓이기만 하면 된다. 요리하는 재미는 적지만 효율적이다. 나와 아내는 소고기 반 근과 해물탕 패키지 하나를 구입했다.
어디로 가야 할까. 차박 목적지는 두 종류로 나뉜다. 바다와 산이 아니다. 포장된 바닥과 노지다. 포장된 바닥은 주차장이기도 하고, 해안 방파제 인근이나 캠핑장이기도 하다. 포장된 곳에는 2륜 구동 차량도 쉽게 드나들 수 있고, 공중화장실이 갖춰진 곳들도 있다. 노지는 차량 진입이 어려운 길이다. 주로 산속 깊은 곳이나 인적 드문 해안에 위치한다. 노면 상태가 울퉁불퉁하고, 험로인 경우도 다반이라 4륜 구동 정도는 되어야 드나들 수 있다. 아니 시도해봄직하다. 우리는 산으로 갔다. 강원도 설악산 자락에 있는 높은 봉우리였다. 산 초입에 도착하니 해가 저물어 어두컴컴했다. 굽이치고 가파른 도로를 따라 한참 달리자 비포장도로가 나타났다. 길 곳곳에 웅덩이가 깊이 패어 있었다. 다행히 건조한 날이라 땅이 질진 않았고, 바퀴가 빠질 염려도 없었다. 헤드라이트와 안개등까지 모두 밝히고 깊은 웅덩이를 조심히 피하며 전진했다. 비포장도로에선 절대 속도를 내선 안 된다. 자칫하다간 차가 미끄러지거나 야생동물과 충돌하는 수가 있다. 야생동물은 빛을 보면 달려들거나 멈춰서는데, 산 정산에 오르는 동안 고라니를 두 번이나 마주쳤다. 고라니는 우리 차를 빤히 쳐다보고 나서 다시 숲으로 사라졌다. 속도를 높였으면 사고가 났을 상황이었다.
산 정상에는 전망대가 있고 주변에는 작은 공터가 있다. 전망 좋은 자리는 이미 차박족들이 점거하고 있었다. 여기서 차박을 하는 건 불가능했다. 사방이 트인 곳이라 야경이 끝내주기도 했지만 바람이 거셌고, 바람 때문에 한기도 느껴졌다. 차 트렁크를 펼치고 연결하는 도킹 텐트는 일찌감치 거둔 듯 보였다. 차 옆에 작은 텐트를 친 사람들도 있었는데, 바람을 못 이기고 결국은 철수했다. 우리는 별과 야경을 감상한 뒤에 다시 산을 내려왔다. 올라오면서 본 산 중턱 도로 옆 공터로 이동했다. 그곳은 산에 가로막혀서인지 바람이 불지 않았고, 밤늦게 비포장 산길을 오가는 차량도 없었다. 램프에 의지하며 조용히 캠핑 장비를 설치했다.
여름밤 야간에 캠핑 장비를 설치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너무 어둡기도 하고, 모기떼도 만만치 않다. 트렁크를 열고, 캠핑 랜턴을 트렁크 걸쇠 부분에 걸었다. 트렁크 걸쇠를 밀어 올리면 자동차는 트렁크가 닫혔다고 인식하고 트렁크 조명이 꺼진다. 밤새 조명을 켜두면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되니 트렁크를 개방할 때는 반드시 걸쇠를 밀어 올려 닫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짐을 전부 꺼낸 다음에는 평탄화 작업을 해야 한다. 차량에서 누워 잘 수 있도록 2열 시트와 트렁크 바닥의 수평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2열 시트가 반듯하게 접히는 차량들도 있지만 비스듬하게 접히는 차량들도 있다. 안타깝게 내 차는 후자다. 평탄화 작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만큼 쉽지 않은 노동이기 때문이다. 내 차는 트렁크 바닥이 깊다. 2열 시트를 완전히 접어도 비스듬한데, 트렁크 바닥까지 깊으니 수평을 만들기가 어렵다. 트렁크 바닥을 높일 만한 평편한 것들이 필요하다. 다행히 두꺼운 대형 폼 매트가 있었다. 폼 매트를 트렁크 바닥 중앙에 눕히니 높이가 조금 올라갔다. 그 위에는 수납용 박스 2개를 올렸다. 그제야 트렁크와 시트가 비슷한 높이가 됐다.
접힌 2열 시트와 트렁크 사이에는 움푹 파인 공간이 존재하는데, 여기는 마트에서 가져온 라면 박스를 펼쳐 막았다. 완전히 평탄한 상태는 아니고 완만한 기울기가 됐다. 이 위에는 푹신한 에어 매트를 설치해야 한다. 우리는 공기가 자동 충전되는 에어 매트를 사용하는데, 바람 마개를 풀면 자동으로 공기가 채워진다. 에어 매트를 설치한다고 해서 완전한 수평이 되진 않는다. 다만 더 푹신할 뿐. 에어 매트 위에는 누웠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얇은 침대 매트를 펼쳐준다. 그리고 그 위에 이불과 베개를 올리면 잠자리 완성! 여기서 한숨 돌릴 건 아니다. 다음은 모기장 설치다. 차 문을 모두 닫은 상태로 자면 산소 부족으로 인한 질식의 위험이 있으므로 창문을 살짝 여는 게 좋다. 열린 창 사이로 모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모기장을 붙여줘야 한다. 자동차 트렁크에 연결하는 도킹텐트를 설치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를 설치하면 기동성이 떨어진다. 우리는 열린 트렁크 아래 캠핑 체어를 펼치고 앉았다. 마트에서 사 온 고기와 해물탕을 끓이며 반짝이는 밤하늘을 봤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것보다 아름답고 반짝였다. 긴 꼬리를 그리며 사라지는 별똥별도 있었다. 식사를 한 뒤에는 차 문을 닫고 누웠다. 잠자리가 편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텐트 바닥에서 자는 것에 비하면 안락했다. 다른 것보다 차 안에 침대가 생겼다는 게 생경하고 이색적이었다. 그리고 선루프로 보이는 맑은 밤하늘도 아름다웠다.
GUIDE 1. 핵심은 평탄화
차박은 차에서 자는 캠핑이다. 성인이 반듯하게 누워 잘 수 있도록 차량 ‘평탄화’ 작업이 필요하다. 평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날 허리 통증에 시달릴 수 있다. 시트와 트렁크 공간이 수평이 되는 차량을 제외한 다른 차량들의 경우 박스형 수납함이나 나무판을 활용해 바닥 수평을 만든다.
GUIDE 2. 매트 선택 요령
평탄화 작업 이후 푹신한 매트를 설치한다. 돗자리로도 사용하는 두꺼운 폼 매트, 공기가 자동으로 충전되는 에어 매트, 기계로 공기를 주입하는 두꺼운 에어 매트 등이 있다. 폼 매트는 비교적 두께가 얇아 푹신함이 부족하다. 하지만 펼치고 접기가 쉽다는 게 장점이다. 공기가 자동으로 충전되는 에어 매트는 가격이 저렴한데 설치도 쉽고, 바람을 빼는 것도 쉽다. 하지만 공기가 단단히 채워지지 않아 누웠을 때 몸이 푹 꺼진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기계로 공기를 주입하는 두꺼운 에어 매트는 재질이 따라 푹신한 것과 단단한 것으로 나뉜다. 푹신한 것은 물침대 같은 느낌이라 호불호가 갈리며, 단단한 것은 편안하지만 가격이 비싸다. 또 공기를 제거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GUIDE 3. 준비는 간소하게
차박 캠핑은 기동성이 중요하다. 너무 많은 짐은 오히려 불편만 초래한다. 준비물은 차박족들이 주로 사용하는 것들 위주로 꼽아본다. 트렁크에 거는 LED 조명. 트렁크를 개방한 상태를 유지하다 보니 열린 트렁크는 차양 막이나 지붕처럼 활용된다. 지붕 끝에 LED 조명을 두면 바닥이 환히 비쳐 야간에 매우 유용하다. 천장등 같은 효과다. 모기장도 중요하다. 취침 시 산소 부족을 막기 위해 창은 조금 열어두고 자야 한다. 이때 모기 같은 해충 유입을 막기 위해 차 창문에 자석으로 붙이는 모기장을 설치해야 한다. 비용도 저렴한 편이다. 비가 내릴 때는 차 안에서 식사를 해결하거나,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기도 한다. 식사와 영화 감상을 위해 작은 좌식 테이블을 구비하면 유용하다. 그 외 인스타그램 인증샷을 위해 이불과 베개, 구슬 전구도 필요하다.
GUIDE 4. 경차도 OK!
차박 캠핑은 SUV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내와 트렁크가 분리된 세단 같은 형태만 아니라면 어떤 차든 가능하다. 레이 같은 박스 카나 트렁크와 실내가 연결된 해치백도 2열 시트를 접을 수 있어 차박이 가능하다. 더 작게는 모닝도 가능하다. 실내가 좁다고 느껴진다면 도킹 텐트를 연결해 공간을 확장시켜주는 방법도 있다.
GUIDE 5. 아이와 함께라면 추락 주의
평탄화가 완료된 차량 내부는 아이들에게 드넓은 놀이 공간일 것이다. 하지만 조심할 것도 있다. 지상고가 높은 SUV에선 자칫하다간 추락하기 쉽다. 미취학 아동의 경우는 트렁크 난간에 가까이 가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파노라마 선루프 등 창이 큰 차량의 경우 새벽에 결로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아이들이 감기에 걸릴 수 있으니 주의한다. 마지막으로는 인근에 사용 가능한 공중화장실이 있는지 확인한다.
GUIDE 6. 어디로 갈까?
차박하기 좋은 장소는 강가와 산, 바닷가로 나뉜다. 수도권 인근에서 가까운 강가로는 강원도 홍천군 홍천강 주변을 꼽는다. 홍천강을 따라 난 유원지들은 바닥이 자갈이라 2륜 구동 차량도 접근 가능하다. 특히 모곡 밤벌 유원지는 차박족들이 애정하는 장소다. 홍천강의 유속도 느려 유유히 카약 타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숲속에서 신선한 공기로 삼림욕도 누리고 싶다면 경기도 남양주 팔현 캠핑장이 좋은 선택이다. 포장된 도로나 샤워 시설은 없지만 울창한 나무숲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바닷가를 찾는다면 강원도 양양 죽도 오토캠핑장이 좋겠다. 동해의 파랗고 깨끗한 파도도 볼거리다. 또 어른들은 서핑을 즐길 수 있으니 가족 모두 지루할 겨를이 없다. 주변에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것도 추천할 점이다.
GUIDE 7. 환경을 생각할 것
캠핑에서 중요한 것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캠핑장이야 쓰레기 버리는 곳이 있지만, 캠핑장이 아닌 곳에서 차박을 하면 쓰레기 처리가 어렵다. 하룻밤 쉬었다고 하지만 먹고 남은 음식물, 포장지, 맥주 캔과 음료 병 등 쓰레기가 잔뜩 발생된다. 내가 만든 쓰레기는 쓰레기장에 버리거나 없다면 반드시 차에 실어 가져가야 한다. 또 바닥에 불을 피우는 행위도 금지다. 바위나 자갈, 나무 등은 한번 불에 그을리면 지워지지 않는다. 불을 피울 때는 반드시 화로를 사용해야 한다. 무단 투기한 쓰레기와 자연 훼손으로 지자체들은 차박을 금지하는 추세다. 환경과 다음 차박을 위해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진 뉴스1 동아DB
사진제공 옥션 한국관광공사
차박 캠핑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것은 금요일 저녁. 준비할 것들을 살펴봤다. 랜턴, 두꺼운 돗자리, 이불, 밥이라도 해 먹을 버너와 코펠 등. 과거 몇 번 다녔던 캠핑 덕분에 집에는 캠핑 도구들이 제법 있었다. 크게 준비할 것은 없다고 판단했다. 짐이 많아도 문제다. 차박은 기동성이 중요한 가벼운 캠핑이다. 캠핑장 데크 한 곳에 엉덩이를 뭉개고 지내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 잠깐, 저곳에 잠깐 마음 가는 곳으로 옮겨 다니는 방식이다. 짐이 많으면 이동이 어렵고, 짐을 펼치고 다시 싸려면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다. 다행히(?) 내 차는 소형 SUV인지라 적재 공간이 작다. 캠핑 장비를 많이 실으려 해도 다 들어가지 않는다.
캠핑 장비를 싣고 출발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대형 마트. 캠핑의 설렘을 더 하는 것은 쇼핑이다. 단둘이 먹을 건데 고기도 한 근 더 사고 싶고, 안줏거리에도 눈이 간다. 카트에 이것저것 담다 보면 이걸 다 먹을 수 있겠나 싶다. 다다익선이라고 하지만 앞서 말했듯 차박은 기동성이 핵심이다. 또 캠핑한 뒤 나오는 쓰레기는 수거해서 가져와야 하기에 음식도 최소한으로 준비하는 게 좋다. 환경을 위해, 또 돌아오는 길에 손이 가볍기 위해서다. 요즘에는 패키지로 된 요리들도 많다. 썰고 다듬고 할 것 없이 포장을 뜯고 냄비에 담아 끓이기만 하면 된다. 요리하는 재미는 적지만 효율적이다. 나와 아내는 소고기 반 근과 해물탕 패키지 하나를 구입했다.
어디로 가야 할까. 차박 목적지는 두 종류로 나뉜다. 바다와 산이 아니다. 포장된 바닥과 노지다. 포장된 바닥은 주차장이기도 하고, 해안 방파제 인근이나 캠핑장이기도 하다. 포장된 곳에는 2륜 구동 차량도 쉽게 드나들 수 있고, 공중화장실이 갖춰진 곳들도 있다. 노지는 차량 진입이 어려운 길이다. 주로 산속 깊은 곳이나 인적 드문 해안에 위치한다. 노면 상태가 울퉁불퉁하고, 험로인 경우도 다반이라 4륜 구동 정도는 되어야 드나들 수 있다. 아니 시도해봄직하다. 우리는 산으로 갔다. 강원도 설악산 자락에 있는 높은 봉우리였다. 산 초입에 도착하니 해가 저물어 어두컴컴했다. 굽이치고 가파른 도로를 따라 한참 달리자 비포장도로가 나타났다. 길 곳곳에 웅덩이가 깊이 패어 있었다. 다행히 건조한 날이라 땅이 질진 않았고, 바퀴가 빠질 염려도 없었다. 헤드라이트와 안개등까지 모두 밝히고 깊은 웅덩이를 조심히 피하며 전진했다. 비포장도로에선 절대 속도를 내선 안 된다. 자칫하다간 차가 미끄러지거나 야생동물과 충돌하는 수가 있다. 야생동물은 빛을 보면 달려들거나 멈춰서는데, 산 정산에 오르는 동안 고라니를 두 번이나 마주쳤다. 고라니는 우리 차를 빤히 쳐다보고 나서 다시 숲으로 사라졌다. 속도를 높였으면 사고가 났을 상황이었다.
산 정상에는 전망대가 있고 주변에는 작은 공터가 있다. 전망 좋은 자리는 이미 차박족들이 점거하고 있었다. 여기서 차박을 하는 건 불가능했다. 사방이 트인 곳이라 야경이 끝내주기도 했지만 바람이 거셌고, 바람 때문에 한기도 느껴졌다. 차 트렁크를 펼치고 연결하는 도킹 텐트는 일찌감치 거둔 듯 보였다. 차 옆에 작은 텐트를 친 사람들도 있었는데, 바람을 못 이기고 결국은 철수했다. 우리는 별과 야경을 감상한 뒤에 다시 산을 내려왔다. 올라오면서 본 산 중턱 도로 옆 공터로 이동했다. 그곳은 산에 가로막혀서인지 바람이 불지 않았고, 밤늦게 비포장 산길을 오가는 차량도 없었다. 램프에 의지하며 조용히 캠핑 장비를 설치했다.
여름밤 야간에 캠핑 장비를 설치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너무 어둡기도 하고, 모기떼도 만만치 않다. 트렁크를 열고, 캠핑 랜턴을 트렁크 걸쇠 부분에 걸었다. 트렁크 걸쇠를 밀어 올리면 자동차는 트렁크가 닫혔다고 인식하고 트렁크 조명이 꺼진다. 밤새 조명을 켜두면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되니 트렁크를 개방할 때는 반드시 걸쇠를 밀어 올려 닫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짐을 전부 꺼낸 다음에는 평탄화 작업을 해야 한다. 차량에서 누워 잘 수 있도록 2열 시트와 트렁크 바닥의 수평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2열 시트가 반듯하게 접히는 차량들도 있지만 비스듬하게 접히는 차량들도 있다. 안타깝게 내 차는 후자다. 평탄화 작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만큼 쉽지 않은 노동이기 때문이다. 내 차는 트렁크 바닥이 깊다. 2열 시트를 완전히 접어도 비스듬한데, 트렁크 바닥까지 깊으니 수평을 만들기가 어렵다. 트렁크 바닥을 높일 만한 평편한 것들이 필요하다. 다행히 두꺼운 대형 폼 매트가 있었다. 폼 매트를 트렁크 바닥 중앙에 눕히니 높이가 조금 올라갔다. 그 위에는 수납용 박스 2개를 올렸다. 그제야 트렁크와 시트가 비슷한 높이가 됐다.
접힌 2열 시트와 트렁크 사이에는 움푹 파인 공간이 존재하는데, 여기는 마트에서 가져온 라면 박스를 펼쳐 막았다. 완전히 평탄한 상태는 아니고 완만한 기울기가 됐다. 이 위에는 푹신한 에어 매트를 설치해야 한다. 우리는 공기가 자동 충전되는 에어 매트를 사용하는데, 바람 마개를 풀면 자동으로 공기가 채워진다. 에어 매트를 설치한다고 해서 완전한 수평이 되진 않는다. 다만 더 푹신할 뿐. 에어 매트 위에는 누웠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얇은 침대 매트를 펼쳐준다. 그리고 그 위에 이불과 베개를 올리면 잠자리 완성! 여기서 한숨 돌릴 건 아니다. 다음은 모기장 설치다. 차 문을 모두 닫은 상태로 자면 산소 부족으로 인한 질식의 위험이 있으므로 창문을 살짝 여는 게 좋다. 열린 창 사이로 모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모기장을 붙여줘야 한다. 자동차 트렁크에 연결하는 도킹텐트를 설치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를 설치하면 기동성이 떨어진다. 우리는 열린 트렁크 아래 캠핑 체어를 펼치고 앉았다. 마트에서 사 온 고기와 해물탕을 끓이며 반짝이는 밤하늘을 봤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것보다 아름답고 반짝였다. 긴 꼬리를 그리며 사라지는 별똥별도 있었다. 식사를 한 뒤에는 차 문을 닫고 누웠다. 잠자리가 편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텐트 바닥에서 자는 것에 비하면 안락했다. 다른 것보다 차 안에 침대가 생겼다는 게 생경하고 이색적이었다. 그리고 선루프로 보이는 맑은 밤하늘도 아름다웠다.
초보 차박 캠핑러를 위한 가이드 7
남양주 팔현 캠핑장(왼쪽). 양양 죽도 오토캠핑장.
차박은 차에서 자는 캠핑이다. 성인이 반듯하게 누워 잘 수 있도록 차량 ‘평탄화’ 작업이 필요하다. 평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날 허리 통증에 시달릴 수 있다. 시트와 트렁크 공간이 수평이 되는 차량을 제외한 다른 차량들의 경우 박스형 수납함이나 나무판을 활용해 바닥 수평을 만든다.
GUIDE 2. 매트 선택 요령
평탄화 작업 이후 푹신한 매트를 설치한다. 돗자리로도 사용하는 두꺼운 폼 매트, 공기가 자동으로 충전되는 에어 매트, 기계로 공기를 주입하는 두꺼운 에어 매트 등이 있다. 폼 매트는 비교적 두께가 얇아 푹신함이 부족하다. 하지만 펼치고 접기가 쉽다는 게 장점이다. 공기가 자동으로 충전되는 에어 매트는 가격이 저렴한데 설치도 쉽고, 바람을 빼는 것도 쉽다. 하지만 공기가 단단히 채워지지 않아 누웠을 때 몸이 푹 꺼진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기계로 공기를 주입하는 두꺼운 에어 매트는 재질이 따라 푹신한 것과 단단한 것으로 나뉜다. 푹신한 것은 물침대 같은 느낌이라 호불호가 갈리며, 단단한 것은 편안하지만 가격이 비싸다. 또 공기를 제거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GUIDE 3. 준비는 간소하게
차박 캠핑은 기동성이 중요하다. 너무 많은 짐은 오히려 불편만 초래한다. 준비물은 차박족들이 주로 사용하는 것들 위주로 꼽아본다. 트렁크에 거는 LED 조명. 트렁크를 개방한 상태를 유지하다 보니 열린 트렁크는 차양 막이나 지붕처럼 활용된다. 지붕 끝에 LED 조명을 두면 바닥이 환히 비쳐 야간에 매우 유용하다. 천장등 같은 효과다. 모기장도 중요하다. 취침 시 산소 부족을 막기 위해 창은 조금 열어두고 자야 한다. 이때 모기 같은 해충 유입을 막기 위해 차 창문에 자석으로 붙이는 모기장을 설치해야 한다. 비용도 저렴한 편이다. 비가 내릴 때는 차 안에서 식사를 해결하거나,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기도 한다. 식사와 영화 감상을 위해 작은 좌식 테이블을 구비하면 유용하다. 그 외 인스타그램 인증샷을 위해 이불과 베개, 구슬 전구도 필요하다.
GUIDE 4. 경차도 OK!
차박 캠핑은 SUV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내와 트렁크가 분리된 세단 같은 형태만 아니라면 어떤 차든 가능하다. 레이 같은 박스 카나 트렁크와 실내가 연결된 해치백도 2열 시트를 접을 수 있어 차박이 가능하다. 더 작게는 모닝도 가능하다. 실내가 좁다고 느껴진다면 도킹 텐트를 연결해 공간을 확장시켜주는 방법도 있다.
GUIDE 5. 아이와 함께라면 추락 주의
평탄화가 완료된 차량 내부는 아이들에게 드넓은 놀이 공간일 것이다. 하지만 조심할 것도 있다. 지상고가 높은 SUV에선 자칫하다간 추락하기 쉽다. 미취학 아동의 경우는 트렁크 난간에 가까이 가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파노라마 선루프 등 창이 큰 차량의 경우 새벽에 결로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아이들이 감기에 걸릴 수 있으니 주의한다. 마지막으로는 인근에 사용 가능한 공중화장실이 있는지 확인한다.
GUIDE 6. 어디로 갈까?
차박하기 좋은 장소는 강가와 산, 바닷가로 나뉜다. 수도권 인근에서 가까운 강가로는 강원도 홍천군 홍천강 주변을 꼽는다. 홍천강을 따라 난 유원지들은 바닥이 자갈이라 2륜 구동 차량도 접근 가능하다. 특히 모곡 밤벌 유원지는 차박족들이 애정하는 장소다. 홍천강의 유속도 느려 유유히 카약 타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숲속에서 신선한 공기로 삼림욕도 누리고 싶다면 경기도 남양주 팔현 캠핑장이 좋은 선택이다. 포장된 도로나 샤워 시설은 없지만 울창한 나무숲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바닷가를 찾는다면 강원도 양양 죽도 오토캠핑장이 좋겠다. 동해의 파랗고 깨끗한 파도도 볼거리다. 또 어른들은 서핑을 즐길 수 있으니 가족 모두 지루할 겨를이 없다. 주변에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것도 추천할 점이다.
GUIDE 7. 환경을 생각할 것
캠핑에서 중요한 것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캠핑장이야 쓰레기 버리는 곳이 있지만, 캠핑장이 아닌 곳에서 차박을 하면 쓰레기 처리가 어렵다. 하룻밤 쉬었다고 하지만 먹고 남은 음식물, 포장지, 맥주 캔과 음료 병 등 쓰레기가 잔뜩 발생된다. 내가 만든 쓰레기는 쓰레기장에 버리거나 없다면 반드시 차에 실어 가져가야 한다. 또 바닥에 불을 피우는 행위도 금지다. 바위나 자갈, 나무 등은 한번 불에 그을리면 지워지지 않는다. 불을 피울 때는 반드시 화로를 사용해야 한다. 무단 투기한 쓰레기와 자연 훼손으로 지자체들은 차박을 금지하는 추세다. 환경과 다음 차박을 위해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진 뉴스1 동아DB
사진제공 옥션 한국관광공사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