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학자’ 박혜성 원장의 여성 건강과 성
경기도 동두천시 해성산부인과 원장, 여성성의학회 이사, (사)행복한 성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유튜브 ‘산부인과tv’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잘 몰랐던 사랑의 기술’ ‘굿바이 섹스리스’ 등이 있다.
오래전 통계이긴 하지만 프랑스 사회학자 자닌 모쉬 라보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프랑스에 거주하는 다양한 계층, 인종, 직업의 남녀 1백40여 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에 따르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했다”고 응답한 여성이 30%가 넘었다. 이 결과가 20년이 지난 오늘날이라고 해서,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듯하다.
20년 넘게 산부인과 진료를 하면서 만난 여성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이 “정말 나도 오르가슴이란 게 뭔지 느껴보고 싶다”는 것이다. 요즘도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성적 자극을 충분히 했다고 하는 데도, 의학적으로 외견상 아무 이상이 없는 데도 오르가슴을 느껴보지 못했다는 여성이 상상외로 많다. 그들의 소원은 “죽기 전에 꼭 한번 오르가슴을 느껴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 소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오르가슴 장애는 치료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전 세계 수많은 성 학자들이 오르가슴을 잘 느끼게 하는 방법에 대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고, 필자 역시 15년 넘게 계속 탐구 중이다.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끼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남녀가 함께 느끼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성관계 중 남녀가 동시에 느낄 수 있을까. 이것은 남녀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고, 평생 노력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필자가 그동안 연구해 내린 결론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 일단 긴장을 풀어야 한다.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지 않고서는 오르가슴은 절대로 느낄 수 없다. 남성이 발기가 되어야 성관계가 가능한 것처럼, 여성의 성기에도 피가 몰려야 한다. 음핵과 음핵 주위의 기관에 피가 완전히 몰렸다 쑥 빠져나가면서 질 근육이 0.8초 간격으로 3~10회 정도 수축되며 느껴지는 게 바로 오르가슴이기 때문이다.
2. 피가 몰리기 위해서는 성적으로 충분히 흥분해야 한다. 그런데 시각적으로 바로 자극을 받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사랑한다”는 청각적 자극과 함께 애무와 같은 촉각적 자극을 받아야 흥분을 느낀다. 대부분의 남성이 이 부분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예민하거나 쉽게 성적 자극이 안 되는 여성에게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남성이 여성에게 이런 자극을 충분히 해주어야 하며, 적어도 10~20분 정도는 이어져야 한다.
3. 여성이 오르가슴에 잘 오를 수 있는 체위는 뭐니 뭐니 해도 여성상위다. 여성이 남성 위에 올라앉아 서로의 가슴이 거의 닿을 정도로 접근한 자세에서 하는 체위로, 여성의 가장 예민한 성감대가 직접적으로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상위는 조루가 있는 남성에게도, 오르가슴 장애가 있는 여성에게도 최고의 체위로 불린다. 만약 여성상위 체위에 거부감이 있다면 빨리 없애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여성은 허벅지를 단련하고 폐활량을 키우면 좋다.
4. 여성상위 체위로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한다면 남성을 일으켜 앉게 한 후, 여성이 남성의 허벅지 위에 완전히 밀착해 앉는다. 이 상태에서 여성이 남성을 끌어안고 말을 타듯 위아래로 움직인다. 만약 여성이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남성이 먼저 도달했다면 움직이는 속도를 줄이고, 복식호흡을 하며 숨을 고른다.
5. 반대로 여성은 오르가슴에 도달했는데 남성이 도달하지 못했다면 남성이 좋아하는 체위로 바꾼다.
6. 이때까지도 여성이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음핵을 자극해준다. 원래는 음경과 음핵이 마찰되어야 하지만, 삽입 상태에서는 그것이 쉽지 않아 음핵이 자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손으로 정확하게 잘 자극하면 오르가슴에 오를 수 있다.
7. 이렇게 했는데도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해본다. 삽입 섹스를 하면서 남성 또는 여성이 바이브레이터로 음핵을 자극해주면 3~4분 안에 강렬한 느낌에 도달하게 된다. 바이브레이터 사용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바이브레이터는 시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안경 같은, 손이 안 닿는 등이 간지러울 때 사용하는 효자손 같은 역할”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위해 이 정도는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남성이 주도하는 체위로 여성이 오르가슴을 잘 느꼈다면 상관이 없지만, 그렇지 못 했다면 여상상위로 체위를 바꿔보는 게 필요하다. 이걸로도 안 된다면 또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필자 경험상 앞서 설명한 7가지 단계를 차례로 시도해보면 거의 100% 남녀가 동시에 오르가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첫 시도에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7단계를 몇 번이고 시도하다 보면 성공할 수 있다. 평생 성관계를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게 부부인데 오르가슴을 느끼게 되기까지 1~2년쯤 걸린다고 무엇이 걱정이겠는가.
안 늦었다. 지금부터 당장 시도해보길 바란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다. 오늘 밤부터 한 단계씩 시도해보자. 여성의 성감대는 음핵과 지스폿이다. 이 부위를 마찰해서 여자가 오르가슴에 오르는 시간, 강도, 압력, 세기, 부위를 연구하다 보면 궁합이 딱 맞는 순간이 올 것이다.
남성 혼자만 즐거운 성관계보다는 여성도 같이 즐거운 성관계를 해야 부부 금슬이 더 좋아지는 건 진리다. 그래야 더 화목하고 건강한 가정이 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스포츠가 섹스란 말이 있다. 성관계를 잘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 아내의 오르가슴을 위해 부부가 함께 노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You can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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